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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디씨 aswind365님 갤로그






음악이랑 사진은 그럴 듯 한데, 실은 병신짓 한 얘기나 하려고 한다.



나는 차를 타기만 하면 미친듯이 자는 버릇이 있다.

낮이건 밤이건 별로 상관없고

게다가 저녁에 술까지 얼큰하게 한잔 한 경우라면 거의 100%에 가깝다.

그래서 내려야 할 곳을 지나치는 확률이 매우매우매우 높다.


한번은 자리에 앉지 못해서

퇴근길에 술이 떡이 되어 지하철 손잡이를 잡고 집으로 가다가

선채로 꾸벅꾸벅 졸다가 다리가 탁 풀리는 바람에 손잡이에 대롱대롱;; 매달리기도 했었고;

내 앞자리에 앉아계시던 할머니가 '총각, 너무 안되어 보이네 여기 앉어'라고 한 경우도 있었다.

(머.. 앉지는 못했고 쪽팔려서 다른 칸으로 갔었다;;)


언제부터 대중교통수단에서 정신줄을 놓게 된 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복학하면서부터 그렇게 바보처럼 시내투어를 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게 도를 넘어서면서부터 서울시내의 종점이라는 종점은 다 가본 것 같다.


집으로 향하는 마지막 노선인 봉화산역과 신내동 버스종점은 이제는 친숙하고

담터(남양주)

구리

상일동

응암(순환;)

대림(순환끝;)

구파발

사당

정도는 인서울 혹은 근처니까 그렇다 치자;


의정부 북부

동인천

천안

까지도 가보았다;;





정말 잊을 수 없는 비참한 기억 몇가지만 꼽아보자.




#1. 상일동편

대학다닐때였을 것 같다. 무척이나 추운 한겨울이었다.
종로3가에서 술이 떡이 되도록 먹고 5호선을 탔다.
용케 자리가 있어서 두정거장인가 뒤인 청구에서 갈아타야지 하면서 앉았는데
너무너무너무 추워서 눈을 뜨니 상일동이더라.
어쨌거나 지상으로 나왔는데 냉기법사가 미친듯이 광을 치는 것 같은 날씨에
낭심이; 오그라들 정도로 추웠었다.

주머니를 뒤지니 몇 천원이 있긴 했는데 택시로는 천호대교 건너기도 빠듯할 것 같아서
일단 북쪽을 향해 걸었다.
걷다가 당시 길동에서 자취하던 선배가 갑자기 생각나서 전화를 했는데
아니, 이양반도 술처드시고 남의 집에서 주무시고 계시더만;;

절망에 잠시 빠졌다가 무작정 계속 걸어서 천호대교 입구까지 갔다.
문득 눈에 들어온 것이 도로변의 자전거 거치대..
주머니속 열쇠고리에는 내 자전거 열쇠가 있었다.
혹시나 싶어 괜찮게 생긴 자전거 자물통에 열쇠를 삽입;하였더니
그만 덜컥 하고 열리더라;

그래서 거기서 자전거를 타고 1월의 혹한을 헤치며
천호동에서 태릉까지 자전거를 타고 갔다-_-;;;
정말 떨어져 나갈 것만 같던 귀와 볼은 집에 와서도 여전히 풀리지 않더라.
ㅅㅂ;;



#2. 의정부 북부편

이때도 겨울이었다. 졸업을 얼마 앞두지 않은 시기였던 것 같은데..
여튼 이때도 시내에서 술을 먹고 1호선을 타고 가다 용케 자리가 나서 앉았는데;;
역시 존내 추워서 일어났더니 의정부 북부;;


주머니에는 동전이 600원 정도 있더라.
정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일단 개찰구를 나와서 추위를 피할 곳을 찾다가...
무작정 인근 고시원에 들어갔다;;
고시원 총무가 없음을 확인하고 휴게실에 들어가서 자빠져 자다가;
첫차시간 조금 이른 시간에 빠져나와 무임승차를 하고; 집으로 왔다.

근데 그 와중에서도 졸아서 도봉산에서 갈아탄 다음 고속터미널까지 갔다가;
다시 집까지 돌아갔다.

참 아무 대책없었던 슬픈 기억이다.




#3. 동인천편

이때는 회사다닐때였다.
여름이었고, 이어진 회식으로 인해 술이 떡이 되어 있었고...
자리를 파하고 지하철로 또다른 약속장소로 이동하던 도중 정신을 잃었다.

눈을 떠보니 왠지 바다내음이 나는 것 같아서; 주위를 돌아보니 생소한 광경이...
에휴.. 동인천은 정말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밖을 나와보니 무슨 차이나타운 비스무레 한 것도 보이고;;


그때는 그나마 돈이 있어서 택시를 타고 서울로 입성했는데
택시비가 삼만오천원인가 나와서 너무 가슴이 아팠었고

당시는 여섯시반까지 출근이었던지라
집에 갈 생각도 못하고 회사앞 사우나로 직행해서
씻고 30분 정도 눈붙이다 출근했었다.

지금 그때 생각만 해도 급속도로 피곤해진다-_ㅠ




#4. 천안편

작년 가을이나 겨울쯤이었던 것 같다.
더럽게 회식이 잦던 그때의 문화에서 난 잘 견뎌내질 못했던 것 같은데,
그날도 어떻게 어떻게 해서 술을 마시고 간신히 몸을 추스려
종로 5가에서 지하철을 탔다.

마침 청량리행 열차가 들어오길래 '아놔.. 어쩔 수 없지.. 청량리에서 내려서 버스 갈아타야지'
하고 맘을 먹고서는 차를 탔다.
물론 청량리행이니 열차안은 텅텅 비어있었다.
이때 자리에 앉지 말았어야 했는데 ㅅㅂ;;

수도권 전철 광역화 사업으로 인해
과거 수원이나 병점까지 가던 전철은 어느덧 충청권까지 연결되어 있었고..
열차는 청량리를 찍고 다시 길고 긴 여정을 시작했던 것이다;

눈을 떴을때는 처음에는 용산역인줄 알았다.
그런데 뒤로 허허벌판이 보이는 것을 보니
가슴 한 곳이 섬뜩해 오더라.

연속 세장 사진 출처: 싸이월드 KORAIL 수도권 지하철.철도 사진 클럽


"... 또 저지르고 말았구나...ㅅㅂ;;"

군생활 2년 2개월동안의 회한이 어린 이 곳 천안역에
술쳐먹고 또 다시 방문하게 되다니...
왓더뻑...

다행히 운이 따라주었는지
새벽에 올라오던 부산발 서울행 무궁화호 열차가 삼십분쯤 후에 있어
당당하게 서울로 입성;;

이날도 회사 앞 사우나에 잤다.
대학로 불가마 사우나 사장님은 나한테 vip회원권을 줬어야 했다;







여튼 그랬다.

그리고 이런 일은 다시 없을 줄 알았다.

어제 강남역에서 1500번 버스를 타고 일터로 올때만 해도..



태어나서 광주는 처음 가봤다.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은 작은 소읍이었다.

12시가 넘으니 거리의 불빛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57번 지방도를 따라 밤길을 걷는 마음은..

이제는 담담했다.

아니... 참담했던가?


두시간 가까이를 걸어 분당요한성당 앞까지 도착하고 나서야

그제서야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출처: 싸이 클럽 pib






이제 다짐해야겠다.

이제 더이상 불쌍하게 살지 말자고..


아아.. 하루종일 피곤했는데

아직도 이러고 자판을 붙잡고 있는 것도 참 미친 짓이지..


이제 올라가서 자야겠다... ㅅ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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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

어쨌거나 씹덕의 길로 접어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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