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그 동네에서 젤 재밌다던 고교 축제는
아마도 우리학교축제였던 것 같다-_-
거, 성문종합영어반;; 뭐 이런 틀에 박혀진 CA활동 말고
지들끼리 알아서 돌아가는 동아리들이 거의 50여개나 있었던 터라
내 기억속의 고교축제는 항상 활어처럼 살아튄다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여름방학때부터 삐질삐질 땀흘리며 준비해오던 축제...
그래서 그 정성만큼의 보고 들을 거리들은 항상 충분했다.
울 학교에서 가장 볼만하다고 손꼽히던 동아리는 연극반이었다.
구타속에서 싹튼 연기실력도 상당한 수준이었지만
트름을 통해 서로 대화;;를 나누는 기술을 익히고 있던
그들은 진정 기인;들이었다.
그들은 축제기간동안 홍보를 위해
놀이공원에서 볼 수 있는 동물인형옷을 입었다.
그들은 오징어 냄새;;가 나는, 때가 덕지덕지 묻은 그 옷을 뒤집어 쓰고서
간만에 학교 안으로 들어온 귀한; 여고생들에게 다가가
"사랑해~♡", "안녕, 친구~~*^^*" 등의 멘트;를 날리며
여고생들을 꼬-_-옥 껴안으면
그녀들은 낯색이 잘 익은 대추빛;으로 변하며 도망치곤 했다.
그 놀이가 구경하는 이들에게도 어찌나 재미있었던지;;;
그러다보면 학교를 몇바퀴씩 돌며 구보를 실시하는 운동동아리들이 보였다.
유도부, 검도부 등등의 아이들은 시범전까지 도복을 입고 맨발로 열을 맞추어 뛰어다녔다.
많은 여고생들은
그 터프한 근육질의 멋진 아이들에게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렇게 정문에서 이어지는 목을 따라가다 보면
어용써클;인 선도부, 학생회, 학교역사반 등에서 운영하는 패스트푸드점과 안내처 등이 있었고
거기서 볼수있는,
교복입은 여학생들이 모여앉아 즐겁게 수다를 떠는 모습을
나같은 찌질이 고딩들은 볼이 발그레*-_-* 해져서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던 것 같다 ToT
학교매점 근처에서는 컴퓨터반, RCY 등등의 동아리들이 공연을 하고 있었는데...
매년 RCY는 풍물을 정말 신명나게 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특히 제대로 안돌아가는 상모로 하던 헤드뱅잉;은 진정 압권이었다.
한편 그 옆의 컴퓨터반에서는
이로 인해 호객 및 영업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었으나,
워낙에 RCY 구성원들 대다수가 매우 껄렁껄렁한 아이들이였던 관계로
매년 같은 장소에서 같은 고충을 겪곤 했다...;;
거길 지나 체육관쪽으로 가다 보면
이공계 동아리의 꽃, 생물반이 자리잡고 있었다.
평상시에도 멀쩡한 쥐들을 샴쌍둥이;로 만드는 재미에 심취해있던 그들은
토끼 해부를... 아니 거의 도살이라 생각될 정도의 칼질로 해내어
만인을 경악케 하곤 했다.
특히 마취시킨 토끼의 배를 갈라 내장을 싸그리 들어내었다가
창자랑 간 등등을 꾸역꾸역; 뱃속으로 집어넣고 꿰매는
그들의 신묘한 솜씨에는
모두 머리를 조아릴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은 축제후에 그들이 창조해낸 생명체;들을 정리할때는
며칠씩 굶겨놓은 각종 괴물-_-들을 한자리에 모아
서로 먹고 먹히는 진풍경을 보며 즐기곤 했다.
사실 그들은 여학생들이 내지르는
"어머~ 징그러~~;;" 하는 소리에 모종의 쾌감을 얻는 자들이었던 거다-_-
텅 빈 운동장에서 악을 쓰는 각종 그룹들을 뒤로 하고 나면
각종 종교써클들이 또아리를 틀고 있는 체육관이 나타난다.
기독교반은 당시 유행하던 백워드매스킹을...
그러니까 서태지의 하여가와 교실이데아를 뒤집어 '피가 모잘라-_-'를
불꺼진 골방에서 들려주면서
'하나님은 당신을 사랑하십니다'를 외치고 있었고;;;
불교반은 학교측과 결탁하여
폐우유곽과 깡통 등을 몇달간 수집;하여
그 것으로 불상과 탑 등을 만들어 전시하고 있었다...;;;
그들의 발랄한 아이디어 덕택에
불교반은 평가에서 금상을 받고 지원금까지 받게 되었으나
며칠 후 써클룸에서 단체흡연을 하다가 전원이 구속;;되는 사태로 인해
대규모 정학과 함께 지원금을 반납했다는 후문이 두고두고 회자되었다;;
학교 뒤뜰로 접어들면 이공계 써클들이 밀집해 포진해 있었다.
물리반, 화학반, 지학반등의 우수 인력들이 대거 모여 있었으나
지금과 같은 이공계 기피현상;;은 여전했던 것 같다....
물리반은 감전체험을..;;;
화학반은 약품을 잘못 섞어 폭발하는 사태로 인해
무척이나 고통스러운 악취를 풍기고 있었던 그날 저녁....
노을은 무척 아름다웠다;;;
너무도 멋진 무예에 감탄하게 만드는 테니스장의 검도부와 유도부를
그냥 스쳐지나가면; 도서관쪽의 순수학문; 동아리들과 만나게 된다.
미술반이나 만화반 쪽은 그래도 인기가 좋았지만
문예반이나 신문반, 서예반 등은 매년 호객행위에 목숨을 걸곤 했다..;;
여고생들이 가장 두려워했던 것은 문예반이었다.
그들에게 잡히면 시와 그림이 있는 그 곳;으로 끌려가 장시간 설명을 들어야 했는데
...그야말로 대순진리회의 포교현장을 보는 듯 했다;;
그렇게 한바퀴를 돌고 나면 정문 근처의 대강당으로 다시 돌아오게 되는데,
강당주변에는 참 볼거리가 많았다.
산악부원들은 강당 꼭대기에서 줄을 잡고 떨어지는
그야말로 후방레펠; 등의 진기명기를 보여주어 주위를 경악케 했고,
그 와중에 밴드부 몇 명은 옥상에서
당시 먹어주던 차인표;처럼 하고 나와
전원일기 주제곡을 불면서도 기립박수;를 받고 있었다.
아... 그때쯤 강당앞에서 불타는 열연을 펼치던 모 락밴드는
키보드를 모락모락 태워먹는 바람에;;
수많은 관중들을 뚫고 나온 음악선생에게 싸다구;를 연타당하는
실로 경이로운 광경도 볼 수 있었지...
강당안에서는 음악동아리들의 공연이 있었다.
기억나는건
줄을 끊어먹으면서도 연주를 계속한 바이올린 주자 덕에 (곡은 아마 송 프롬 시크릿가든이었을 듯..)
관객들을 열광으로 몰아넣은 현악부,
지하철 서클;;이라는 오명에도 불구하고
그야말로 엽기공연의 진수를 보여주었던 하모니카반,
찬조로 온 여고 합창단;을 보기 위해 보았던 합창부,
그리고 언제나 재미없는 방송반;;;
등등....
그렇게 시간이 흘러 해질녘이 되면
학교는 둥그렇게 모여 목청껏 외쳐대는 구호소리와
넘실대는 꽃다발의 물결과
쌍쌍이 흐느적대며 걸어가는 교복커플들로 인해
그렇게도 구질구질한 학교는 잠시나마 젊음의 해방구로 변해있었다.
뒤에 대학축제란걸 경험하고 느낀 그 실망감은
내게 아직도 그때의 축제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나 역시 몇 달을 땀흘려가며, 그리고 맞아가며;
그 이틀이라는 시간을 위해 한해의 절반을 퍼부었던,
고딩때의 그 순수한 열정만은 아마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올해도 할까?
기회가 되면 한 번 가 보고 싶은데...
보고싶다...
교복의 물결이...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