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게 팍팍해서 였을까. 어느덧 메탈은 찾아서 듣지 않게 된지 꽤 되었고
운동할때만 미친듯 듣는 수준으로 변해버렸다.

반면 모던락에 대한 끝을 모르던; 혐오는 조금씩 사그라들어
이제는 그닥 애정은 없지만 왠만큼은 받아들일 수 있게 되어서
이제 '인디'라 불리는 음악들이 조금씩 귀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아마도 그 변화의 시점은 07년부터 였던 것 같다.
같이 일하던 여직원의 엠피삼에서 흘러나오던 노래들에 귀가 번쩍 뜨이면서였지.
그렇다고 마구 찾아가서 듣고 그런 것은 없었는데

한두번의 공연을 보고 앨범을 선물받고 하다보니
이젠 이런 음악들에 대한 관심들이 마구 샘솟는 중이다.

요즘 꽂혀서 듣고 있는 노래들을
9월 25일 현재시점에서 가수 및 그룹으로 딱 열팀만 골라보았다.
순서는 별 의미는 없고 그냥 자주 듣고 생각나는대로임.





1. 오지은 - 날 사랑하는게 아니고, 요즘 가끔씩 머리속에 드는 생각인데 말이야

얼마전 대학 동아리 후배가 강추해서 듣게 되었는데
첨엔 그녀의 걸걸하고 신경질적이면서도 넋나간 듯한.. 그 묘한 목소리에 거부감이 들었었지만
근데 이건 뭐 듣다 보니 이건 포스가 장난이 아니었다. 쉬운 코드안에서 멜로디 만드는 능력도
나름 대단한 것 같고. 홍대의 마녀라는 별명이 달리 붙은 것이 아닐 터,
이런 강렬한 어둠의 포스를 내뿜는 여성보컬은 한영애씨;이후 처음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그런 의미에서 '인생론'같은 곡은 요조스따일이라 좀 안어울리는 듯;)
기회되면 공연 가서 '화(華)'를 부르는 그녀를 직접 보고 싶다 하악하악;


날 사랑하는게 아니고



2.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 석봉아, 이발사 대니얼

요즘 노래방에 가면 무조건 부르는 곡이 바로 '석봉아'.. 이들은 노래방마저 정ㅋ벅ㅋ한 밴드 되겠다;
나의 정서와 아주 잘 맞는 음악을 구사하는 이들은 그야말로 키치의 농축덩어리.
그렇다고 조까를로스의 가사가 단순한 말장난이 아니라  
나름 사나이 가슴에 비를 내리게 하는 내용을 통해
청자에게 씁쓸한 웃음과 찡한 아픔마저 선사한다는 것에서 이들의 3류음악의 미덕을 찾을 수 있겠다.
물론 여기서 이들의 가창력을 논하고 싶지는 않다; 가창력이 중요하다면 당장 가게에 가서 쓰리테너 음반을 사들어야겠지. 자, 지금은 민속그루브에 몸을 맡겨 볼 시간!

석봉아



3. 아마도 이자람 밴드 - 슬픈 노래, 우유

붕가붕가 레코드 사장님의 여친;과 절친한 사이라는 동아리 후배덕에 얼떨결에 받은 아마도 이자람밴드의 앨범. 꼴랑 네곡밖에 실려있지 않았지만 다가오는 감동은 꽤 컸다.
'예솔아'로 밖에 기억되지 않던 그녀가 이렇게 변하다니 경천동지요 상전벽해로다.
가사에서 느껴지는 20대 여성 특유의 감수성이 조금은 버겁긴 하지만 그녀에게서 과거 이상은의 포스를 느낄 수 있었다면 나만의 착각일까 아닐까. 여튼 큰 기대주임이 분명함.


슬픈 노래



 
4. 두번째 달 - 얼음연못, 서쪽하늘에(Céu Do Oeste)

에스닉 퓨전이라는 장르를 걸고 활동하고 있는 이들은 각국의 민속악기로 정체불명의 곡들을 연주하고 노래하는 다국적;그룹이다. 어떨때는 켈틱 트와일라잇의 소품집을 듣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어떨때는 쿠스코의 음악을 듣는 것 같기도 한 이들의 음악은 결정적으로 듣는 이의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는데 그 강점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그냥 뉴에이지라는 편한 과거의 틀로 묶어 이들을 재단해버리고 싶다.
지난해 촛불시위때 광화문 거리에서 하던 이들의 분점;격인 바드의 공연을 보며 박수갈채를 보낸 기억도 나고.. 지금 내 컬러링도 이들의 노래인 '봄이다'인데, 정말 질리지 않는 좋은 곡이다.



얼음연못




5. 검정치마 - 좋아해줘, 강아지

존나 세련된 펑크를 하는 애들. 친구가 추천해줘서 듣게 되었는데 솔직히 내 취향은 아닌듯.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발매된 음반이 아닌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하는 송메이킹이며 편곡능력이
'와 씨발 양키간지나는데' 하는 감탄사를 연발하게 하는 앨범이다. 내게 국카스텐의 뽕끼가
그리 맞지 않는 것에 비해 이들은 정말 돈주고 사들을만 한 올해의 기대주 되겠음.


강아지



6. 뷰렛-mama, 오늘밤은 잠든 후에도 곁에 있어줘

첨 들은 곡은 '나는 외로움, 너는 그리움'을 리메이크한 곡이었는데
너무도 개성있는 보컬의 매력에 빠져 이들의 앨범을 찾게 되었다.
문혜원씨가 근래 뮤지컬을 뛰더니 2집은 분위기가 변해 말캉거리는게 좀 짜증이 나고 내겐 1집이 진리.
1집엔 머리를 비운 채 내달리고 싶을 때 좋은 곡들이 많다. (실제로 레이시티 주제곡도..ㅋㅋ)
연주 스타일과 리더의 포스는 포스트 자우림이 될 실력과 포스를 갖추었다 생각함.

mama



7. 뷰티풀 데이즈 - Drive, 집시들의 시간

이들 1집은 사실 존재조차 몰랐고 올해초에 발매된 2집을 접하고서야 이들을 알게 되었다.
2집은 Drive, 집시들의 시간 두 곡만으로 모든 진가를 발한다.
(그리고 사실 이 두 곡이 이 앨범의 전부인듯;;)
특히 보컬 오희정의 필살 간지 시내루는 요즘 귀염둥이 보컬들로 범벅이 된 인디씬에서
단연 돋보이는 핵심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뭔가 약간 부족하면서도 뭔가 약간 매력있는 듯 이상야릇한 느낌의 그룹되겠음.


집시들의 시간




8. 술탄 오브 더 디스코 - 요술왕자, 개구리 바질 입자

한때 멜론 챠트 100위내에 드는 기염을 토했던 술탄 오브 더 디스코.
일종의 프로젝트 그룹의 성격이기에 언제 없어질 지 모르지만,
인디계 최초의 립싱크 댄스그룹;이라는 그들의 훌륭한 족적이
앞으로도 제발 망하지 말고 오래오래 이어졌으면 좋겠다;
이 앨범의 백미인 요술왕자가 주었던 충격은 내 뇌리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을 듯;


요술왕자





9. 미스티 블루 - 빗방울 연주, Moderate Breeze

미스티 블루는 메이저쎄븐 음계를 노골적으로 좋아해서 계속 듣다보면 절로 졸음이 오거나
더듬더듬 담배를 찾게 만드는 특성이 있다. 이번 앨범에서도 전작들과 대동소이하지만
그래도 이들을 차별화시키는 것은 일단 정은수 언니의 아리따운 목소리 때문 아닐까.
이번 2/4분기;Ep는 전작1/4분기 Ep처럼 좀 두서없게 곡을 풀어나가지 않아서 맘에 들고, 
기존 미스티 블루의 색을 잘 이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주었기에 무척 만족스럽다.



 빗방울 연주




10. 장기하와 얼굴들 - 별일없이 산다, 정말 없었는지

설명이 필요없는 작년말 올해 상반기의 지존.
막내삼촌이 즐겨 듣고 부르던 그런 류의 음악들을 다시 듣게되었다는 것만으로
감동이 쓰나미처럼 밀려오게 된다.
아놔 얘네 들으면 자꾸 누가 같이 얽혀서 생각이 나서 기분이 영 씁쓰레 하다;;;


정말 없었는지




머.. 이정도..

요새 새로 듣는건 김창완밴드와 어른아이 등등인데
괜찮은 인디음악 아는 분 계심 추천해주시면 감사하겠어요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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