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여행기는 다녀온지 얼마 안되어 올려야 그때의 감동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법이나,
나는 그 이후 여건상 결코 여유롭게 포스팅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어찌어찌하여 미루고 미루다가 이제서야 무리해서 키보드를 잡아본다.
근데 사실 이 포스팅도 언제 마무리가 될지... 일단 걸어놓는다는 것에 의미를 두기로 하자.
일단 당시 상황이 가물가물하니 사진들의 exif정보들을 뒤져보며...
2010년 8월16일부터 20일까지 벌어진 일들을 간략하게 올려보려 한다.
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하니 간략해질 수 밖에..;;
여튼.. 여름제주여행기. 닷새중 그 첫번째 날 편을 올려보련다.
첫번째 오름인 말미오름에서
초등학교5학년때부터 알고 지내던 절친들 세명이서 함께 여행을 떠났다.
아무래도 셋 다 젊은;시절 함께 갈 수 있는 마지막 여행이 될 것 같다는
뭔가 자못 비장하면서도 씁쓰레한 기분을 함께 느꼈기 때문이리라.
갠적으론 내게 닷새의 일정은 조금은 무리라는 생각도 들었으나
그런 비장한;감정에 압도되어 무조건 강행하기로 했다.
참고로 이 친구들은 그 다음주에 스페인으로 떠났고, 지금은 산티아고 순례길 중간쯤을 걷고 있다.
둘다 다니던 회사까지 그만두고 긴 준비끝에 그걸 실행에 옮기고 말았으니 참 대단한 놈들이라 할 수 밖에 없겠다.
그날 아침 10시 30분에 제주공항에 도착했다.
개인적으론 김포공항에서 탑승권을 내버리는 등 온갖 실수를 저지르고 망신을 당한 굴욕의 순간들이 먼저 떠오르고;;
여튼 제주공항에서 나오자마자 숨이 막힐 듯 뜨겁던 그 공기의 느낌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제주터미널에서 느릿느릿 달리다 서다 하던 버스로 한시간 반이 넘게 걸려 1코스 출발지점에 내릴 때,
우리 이외에는 그 누구도 버스에서 내리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사람들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날씨에... 저런 미친놈들...'
다음날에야 알았지만 폭염주의보가 발효되어있었다고 하더라.
정말 상상을 초월할만큼 더웠다.
그러나 어찌할 것인가. 걸을 수 밖에.
게다가 그때 출발하던 시간은 오후 1시..
살갗을 홀라당 태워버리는 강력한 자외선 폭풍앞에 무모하게 뎀비다가
결국 첫날 다 태워먹고 말았는데,
내 얼굴이 원래 까무잡잡한지라 사람들은 다녀와서도 탄 것인지 잘 몰라보는 것 같더라.
이상한 기분이었다;
이번 올레길의 영도자, 야임마님. 실질적인 리더 및 회계 및 총무를 맡았다.
두개의 오름을 넘으면서 펼쳐지는 낯선 풍경에 입에선 '아.. 좋다' 하는 소리만 연신 나오더라.
정말 잊을 수 없는 풍경들이었다.
녹색으로 뒤덮힌 오름들과 검은 돌멩이들과 멀리 보이는 쪽빛 바다와 새하얀 구름, 맑은 빛깔의 하늘까지..
말 그대로 안구정화가 바로 이런 것이 아닌가 싶더라.
이런 풍경들을 보고 나니 나의 오른쪽 안구에서 난초향이 나는 듯한 착각에 빠졌었으나 말이 그렇다는 거지 오바임;
그때 내가 메고 온 배낭이 많이 크고 무겁긴 했는데 뭐 별 수 있나. 여긴 서울가는 버스도 없는데. 그냥 참고 버텼다.
사실 그 65리터짜리 배낭은 첫날 외에는 코스 이동중에 맨 적이 없었으며
항상 숙소에 고이 모셔진채 배낭머리만 뜯겨져 작은 배낭으로만 활용되었다;
두개의 오름을 내려오고 나니 2시 50분 정도.. 2시간 정도의 시간이 걸린 듯 했다.
내려와 민박집에서 파는 쮸쮸바를 사먹었는데 그렇게 날아갈 듯 좋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기력을 보충하고 시흥초등학교를 지나 종달리 마을길을 지났다.
나지막한 검은 현무암 돌담길의 풍경은 어느새 익숙해진 것 같았다.
야자수와 잔디구장이 인상적이던 초등학교
그렇게 종달리를 벗어나 해안도로를 따라 한참을 걸었다.
뜨뜻미적지근한 바닷바람이 주는 기분이 그리 즐겁지는 않았던 것 같다.
멀리 보이는 성산 일출봉이 다가올 듯 다가올 듯 멀리 서있었다. 생각보단 멀었다.. 많이;;
먼발치로 내일의 목적지인 우도가 보인다
이거슨 우도
그렇게 걷다보니 성산 갑문을 4시가 좀 넘은 시각에 건너게 되었다.
민박은 야임마님이 작년에 다녀왔다가 예약을 해둔 쏠레민박이었는데, 담에 1코스 가실 분 계시면 살며시 권해본다.
주인 아주머님의 친절함에 감동.. 시설도 좋아서 정신없는 첫날, 여장을 정리하고 편히 쉬는데 아주 적절했다.
이 곳에 짐을 던져놓고 가벼운 몸으로 남은 코스를 마저 돌기 위해 다시 움직여 본다.
일출봉으로 가던 중
광치기 해변 끝까지 가고 싶었으나 눈으로만 만족하고 배가 고파서 얼른 뒤돌아 서서 식당으로 들어갔다.
갈치구이, 갈치조림, 해물뚝배기를 시켜놓고 게눈 감추듯 먹었는데
몸의 소금기가 빠져서였는지 짭조름한 간이 아주 예술이었다;;
성산포항에서 우도는 엎어지면 코닿을 거리..
갑자기 해질 무렵 안개러쉬
하루가 저문다..
어찌되었건 간에 첫날은 1코스를 무사히 정ㅋ벅ㅋ했다는 걸로 만족하며 우리들은 잠을 청했다.
돌아보면 개인적으론 첫날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일단 배낭이 너무 무거웠고;; 전날 잠을 제대로 못자서 피곤했던 이유가 컸겠지.
오히려 셋째날의 9코스+10코스 달리기나 넷째날의 한라산 종주보다도 힘들었던 것 같다.
여튼 푸르고 검고 흰 제주의 첫 느낌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것 같다.
태어나서 그런 풍경들은 본 적이 없었기에..
특히 내가 어릴적부터 수평선과 지평선을 본 적이 없어서 그런 풍경들에 몹시 약한데;;
이번 여행에서는 모두 볼 수 있었기에 아주 대만족이었다.
여튼 어설픈 되새김질 포스팅의 첫번째는 여기까지 하자.
어여 자야 되는데..
'모든산에오르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라톤]32km 완주 (0) | 2014.04.01 |
---|---|
광주시계산행: 시작하면서 (4) | 2013.04.10 |
[마라톤]4월 3일 하프 완주 (1) | 2011.04.05 |
[여행]여름 제주 여행기 3/5 : 석양을 향해 걸어가던 길, 올레 9코스+10코스 (0) | 2011.01.16 |
[여행]여름 제주 여행기 2/5 : 검고 푸른 섬, 우도 (1) | 2010.11.11 |
[등산]불광동에서 정릉으로.. 늦은 산행후기 마지막 (5) | 2010.08.20 |
[등산]정릉에서 우이동으로.. 늦은 산행 후기 (2) | 2010.07.01 |
[등산]도봉-사패 늦은 산행후기 (1) | 2010.07.01 |
[등산]간만에 불암-수락 야간산행 (0) | 2010.06.19 |
[등산]화악산 막장산행후기 (4) | 2010.0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