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의 포스팅.
근데 별로 하고픈 말도 없군화..
아놔.. 디질래연;
원래는 저번 일요일에 친구들 몇명과 휴가를 맞추어 제주도에 가려고 했다.
성산 일출봉이 어쩌고 한라산이 저쩌고 한창 계획을 짜고 있었는데
지난주 수요일, 퇴근해 보니 아버지가 갑자기 올라와 계신거라..
"아니.. 아부지요, 왠 일로 서울에 올라오셨니껴?"
" -_-;;;; 이놈새끼야, 이번주 일요일이 니 할배 제사 아니냐. 이 불효막심한 놈아;"
음;;
그래서 친구들한테 캐색히 소리 들으며 부랴부랴 뱅기표 취소하고
토요일은 정상근무 하고
일요일엔 제사 지내고;
아버지랑 술한잔 하다보니 어느새 시간은 새벽 두시;;
휴... 불효자의 말로는 이런건가...
경리년한테 일 맡기는게 넘 불안해서 새벽같이 일어나
다섯시 반에 사무실에서 이것저것 일좀 봐놓고
여덟시에 미소를 지으며 밖으로 나섰다.
드디어 휴가의 시작...
그런데 갈 곳이 없었다;
스타벅스에서 캬라멜 마끼아또;를 한잔 걸치며
씨네21;을 간지나게 정독하고 싶었지만
월요일 오전에 양복입고 등산;하는 사람마냥
나도 그런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
여자친구가 없으니 전화 할 곳도 없구나..
다른 친구들은 월요일날 바빠 죽겠는데 왜 전화질이냐며 다들 짜증;;
대안은 없다;
피씨방으로 고고;;;;;;
작년까지는 ㅅ섭에서 얼라 휴먼 여캐를 오덕하니; 키워오다가
올해는 ㅎ섭에서 타우렌 들후를 키우는데 그 재미가 쏠쏠하다.
평소에는 일요일에나 하게 되는 게임이니 그 재미가 오죽하겠는가.
무법항에서 죽고 살기를 반복하다가
시간을 보니 어느새 오후 세시.
어찌어찌 간신히 섭외가 된 사람은
취업을 위해 토익학원을 열심히 다니는 후배;
오후 네시에 감자탕에 소주를 한잔 하고
후배의 건투를 빌고 돌아서는데
부부싸움을 하고 홧김에 내게 전화를 한 어떤 형과 연락이 되었다.
나는 참 술친구로 좋은 사람인가보다.
사람들이 남자끼리 먹는 술자리엔 날 꼭 찾더라;
기분이 꿀꿀하다던 그 형과 소주를 주거니 받거니 하는데
먹고 죽자던 그 양반은 한병 정도 먹더니 이성이 되살아났는지
야 이제 그만 먹자 라고 하는데
굳이 우겨서 한병 반씩을 먹고 노래방으로 갔다.
몇 곡 부르기도 전에 형수님;;한테 전화가 와서
형수님 죄송해요 제가 술먹자고 했어요 헤헤;; 이러고
형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서려는데
왠지 회사 걱정에 그냥 가기가 뭣한거라..
다시 회사로 들어가 서류 한번 확인하고
이것저것 손봐놓고
깜빡 졸다 보니 세벽 네시구나.
이게 뭐하는 짓거리냐.
첫차를 타고 집으로 와서 졸라 쳐 자다가 일어나
고장난 컴퓨터를 고치러 테크노마트에 들렸다가
여긴 다시 피씨방;
오늘은 휴가 둘째날..
집의 컴퓨터는 고장나
열흘째 딸을 못잡고 있다.
새벽에 회사출근; 야간에 회사출근;
도둑처럼 출근했다가 도둑처럼 퇴근하고
오늘은 휴가 둘째날..
난 어디서 무엇을 해야
이 휴가를 알차게 보낼 수 있을까.
오랜만에 만화방이나 가서
그동안 못본 베르세르크며 이십세기 소년이며 펼쳐놓고
라면가락 빨아들이며 보낼까.
열두시간 남았다;;
씨발 불쌍한 내 인생.
제대로 놀 줄도 모르고
놀아줄 사람도 없고
그저 혼자서 피씨방에서 시간을 죽이는구나.
하아;;
오덕오덕 씹덕씹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