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튼.. 매우 피곤하여 단게 무척 땡기길래 며칠전 일 끝나고 31가지 아슈크림을 판다는 가게에 가서 파인트를 사서 혼자서 다 아구아구 무식하게 먹었었다.
참고로.. 내 양 팔뚝에는 오돌도돌 두드러기 같은 것이 있는데, 이게 면판하면서 생긴거다.
면반죽을 할때 소다 성분이 들어가기 때문에 이게 피부에 닿으면 발진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나보더라고.
여튼 면을 밀지 않으니 한동안 이 두드러기가 가라앉아 있었는데..
이번에 31가지 아이스크림을 무식하게 먹고 났더니 세상에...
그 두드러기가 빠알갛게 꽃이 피어버린거다.
근질근질하고 따끔거리는게 덜컥 겁이 나더라.
내 몸이 이걸 받아들이지 못하나보다. 그 이후 술과 커피에 이어 아이스크림도 안먹고 있음;
여튼 친구 말대로 이제 입에만 좋은 음식은 먹지 말아야겠다.
아아.. 내겐 진통제가 필요해...
요즘 어떻게 살았는지 궁금하시다면 아래를 보시고 아니면 패스..
오늘은 얼마전 여친과 결별한 뒤 늘 한마리 고독한 늑대처럼 세상과 타협하지 못한채
매섭게 치켜뜬 눈빛으로 화려한 슬픔을 간직한;; 잊고 지내던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네.
내일이면 아주 멀리 간다고(아.. 노래가사들이예요 ㅈㅅ;;)
'얌마, 5월초 연휴때 월악산 등산하러 가자!! 벌써 괜찮은 팬션도 잡아놨다능ㅋㅋ'
평소 같았으면 등산 덕후인 친구의 낚시질에 파닥거렸을 나였겠지만
난 나직히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응.. 가고는 싶은데 나 이렇게 애자가 되어버렸다능.. 넘 아쉽다능..'
이새끼가 뭔 개소리를 하나 궁금해 하는 친구에게
나는 차분하게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내 몸뚱이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해 주었다.
아.. 참고로 나 지금 술 끊은지 석달째다.
담배는 피지만서도.. 술 안마시지, 커피 안마시지, 매일 운동하지..
나름 건전한 생활을 계속 해왔는데...
하늘은 왜 이런 착한; 나에게 가혹한 시련을 주시는지 전혀 모르겠다.
먼저 발부터...
내 왼쪽 엄지발톱에는 발톱무좀이 있다.
군대 있을때 목공작업 하다가 투바이포 무더기가 우루루 떨어지는 바람에 발이 깔려 발톱이 빠졌었는데
더러운 전투화 덕분인지 그 이후로 내 엄지발가락에서는 뒤틀린 황천의 발톱이 나오더라.
나중에 제대하고서야 문명세계에서 정보를 접하고 발톱무좀이란걸 알게 되었다.
한동안 약을 바르고 먹어보았으나 꾸준히 먹질 못해서 완치를 못시키고 한동안 방치했었다가
결국 민방위가 되어버린 올해에야
근래 술끊은 틈을 타서 다시 약먹고 바르고 하면서 정성을 들이고 있었다.
일단 발톱무좀은 남들 보기에 쪽팔린거 외에는 큰 불편은 없으니까 이건 그냥 넘어가자.
문제는 티눈이다.
내 양쪽 발바닥에는 굳은살과 티눈이 매우 심하게 퍼져있다.
이거.. 걸어다니다 보면 존내 아파요. 가만 서있어도 '악!!' 하고 유격대 복명복창이 나올때도 있음.
티눈의 개수를 세어보니 총 열두세개 정도인데, 피부과 의사쌤도
'헐, 님아 이런거 나 의사생활하면서 첨봄ㅋ 이거 수술해도 100% 재발한다에 내 간호사와 병원을 걸겠음'이라고 하셔서
걍 티눈고 붙이고 잘드는 커터칼로 비습 사악 냉혈 절개를 반복하고 있다.
내 직업이 하루종일 서 있는 일인지라 어떻게 모면할 수 있는 질병이 아니기에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이젠 요령이 생겨서
발 전체에 체중을 싣고 걷는 연습과 두꺼운 등산용 양말로 이 고통을 대충 이겨내고 있다.
원래 밑바닥 민중들의 삶은 이런 상처투성이인걸.. 발바닥은 얼마나 힘들까.. 힘내라 얘들아.
형이 나중에 출세해서 누워서 일해도 되는 직업 함 찾아볼께..
다음은 무릎.
술을 끊고 나서 매일같이 탄천변에서 조깅을 해왔다.
밤마다 제생병원에서 서울대병원까지 천변을 왕복으로 뛰어다녔지요. 심지어 비오는 날도.
어느새 몸도 마음도 건강해져서 갑자기 나라에 충성 부모에 효도하려던 찰나,
발 밑의 돌을 잠깐 밟았는데 갑자기 무릎 왼쪽이 시큰해져 오더라.
그냥 걷기도 애매하고 해서 끝까지 어거지로 뛰었는데
다음날 계단을 오르내릴 수 없을 정도로 아파왔다.
'야 우리처럼 몸으로 먹고사는 놈들은 몸뚱이가 생명이야. 다치면 욕은 욕대로 먹으며 일해야 된다'
라고 영화계에 종사하는 한 친구의 충고에 어기적 어기적 병원에 가보았는데
다행히 엑스레이 검진 결과 어디 늘어난 건 아니라고 해서 소염제 몇알 까먹으며 며칠을 허비했다.
어느정도 괜찮아지고 일하는데도 지장이 없다고 생각되길래
핏속에 떠도는 엔도르핀이 그리워져 엊그제 다시 한번 뛰게 되었는데,
이번엔 뛰자마자 mp3 첫곡이 끝나기도 전에 비명을 지르며 멈추고 말았다.
지금도 존내 아프다. 다시 병원에 가 봐야 할 것 같다;
다음은 손가락.
양파채를 썰고 있었다.
한망은 다 썰었고 두망째였나... 잠깐 딴 생각을 하며 칼을 내리치고 있었는데
아주 서늘한 것이 스윽~ 하면서 무명지 손톱아래를 깊숙히 파고드는 느낌이 났다.
그 도저히 익숙해질 수 없는 불쾌함에 아래를 내려다보니
콜라겐 성분이 풍부한 껍데기와 단백질 성분이 풍부한 분홍색 살점이 떨어져 나가 있고
시뻘건 피가 양파를 흥건히 적시고 있더라.
꽤 많이 잘렸는지 도대체 피가 멎지를 않아 피에 젖은 칼을 물로 씻어놓고; 병원으로 갔다.
의사양반은 '거참.. 칼이 중요한 부위를 스치고 지나가서.. 선생은 앞으로 딸딸이를 칠 수 없습니다' 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이건 아무래도 꿰매야 될 것 같으니 가서 살점을 갖고 오라고 했다.
그래서 우여곡절끝에 쓰레기통에서 삭제될 뻔한 살점을 씻어와서 꿰매고
한 일주일간 병신상태로 존내 눈치봐가며 일했다.
비전투력이 되고 나니 참 가시방석이더라고.. 에효효..
지금은 엊그제 실밥도 풀었고.. 이쪽 일 하는데 있어서 필수품인 손가락 골무를 끼고 본격 재활훈련;중인데
어제 두군데 정도 꿰맨데가 터진게 영 찝찝하긴 하다만 나만 믿고 걍 버티라는 성형외과 의사쌤 말만 믿고 가는 중이다.
다음은 위장과 십이지장..
미란성 위염과 십이지장 궤양에 헬리코박터균도 잘 살고 있다는 내 위십이지장은 지난 십수년간 참 고생 많이 해왔다.
매일같이 술을 마셔왔으니 멀쩡하면 이상한거겠지.. 휴우..
술을 끊은 이유도 이 것 때문이 큰데, 그 좋아하는 밀가루 음식도 안먹고 운기조식하며 잘 버텨왔다.
근데 씨발!!!!
손베어서 항생제 먹어, 무릎 아파서 소염제 먹어, 일주일에 한번 무좀약 먹어...
내가 미쳤지;;;;
이제는 배가 조금만 고파도, 조금만 많이 먹어도, 조금만 스트레스를 받아도
속이 찢어질 듯 아프단 말이다!!!
새벽 네시에 등짝이 찢어질 듯 아픈 고통에 겔포스를 특마빨듯 빨아대야 하는 내모습이 처량하기만 하다.
아.. 십이지장이 아프면 이상하게 등쪽이 아프더라구요.. ㅅㅂ;;
여튼 난 그렇게 내상과 외상이 겹쳐 주화입마에 빠져있다.
건강이 최고다.
이건 뭐 일이고 여자고 공부고 뭐고 아무 생각도 없고
내 앞가림 하기도 벅차니 참...
근데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다보니 머리도 점점 빠지는 것 같아 더 슬프다-_-;;
하아...
문득 내 자신한테 이 말을 해주고 싶다.
이...
뭐...
병...
여튼.. 애자라이프는 힘들기만 하다.
요즘 무릎이 진정된 것 같아 마트에서 싸구려 츄리닝도 한벌 사고 밑창이 다 달은 단화 대신에 삼디다스 조깅화도 사신고 다시 뛰었는데, 결국 무릎이 다시 아파져서;;; 왼쪽무릎에 아대를 했다;; 씨발 내가 무슨 스포츠맨도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