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마라톤대회에 다녀왔다.
늦잠자서 아침도 못먹고 허겁지겁 가는 바람에 정신 없었지만
어찌되었거나 완주는 했다.

이로써 올해 3/4분기는 7월 설악산 종주, 8월 50/45/60km 행군 그리고 9월 하프마라톤이라는
잉여력이 넘치다 못해 폭발하는 기염을 토하고야 말았다.
태어나서 이렇게 미친듯이 발발거리고 돌아다닌 시기는 올해가 처음인 듯 하다.



일단 인증샷 올린다.


하프는 첫 도전이었지만 내심 2시간대 안을 기대했었는데
막상 해보니 이게 장난이 아니더라.

암사동 선사유적지에서 출발해서 영동대교 하단 즈음의 10km 반환점을 돌면서
문득 '아 씨발... 이젠 온 만큼 가야되는거야?' 라는 생각을 하자마자
몸이 급속도로 늘어지면서 힘이 빠지더니

15km를 넘어서면서부터는 몸이 전혀 말을 듣지 않는 상황이 발생해서
머리는 '아놔 좀 걸어가자 나 미칠것 같어'라고 말하는데 다리는 아무 생각없이 설렁설렁 뛰고 있는,
더이상 속도를 높일 수도 줄일 수도 없는 고장난 상태로 결승점까지 가게 되었다.
막판에 2시간 풍선을 단 페이스메이커 아재들이 날 스쳐지나갈때의 안타까움은 말로 할 수 없었다.

결국 성적은 2시간 3분 3초라는 저조한 결과가 나왔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전날 동생 반찬해준다고 네시간 정도밖에 못잤고,
아침도 못먹고 뛴 것이 문제였다고 하고 싶은데
우선은 연습량이 부족했던 것-20km 풀로 뛴 연습경험이 단 한번 뿐이었던지라 페이스조절능력과 기초체력안배가 안되어 있었다는 것이 문제점 되겠으며
보다 근원적인 문제는 그간 매주 잠안자고 행군을 해댄 결과 피로가 누적되어 몸 여기저기에 고장신호가 들어왔던 것이 가장 큰 문제였던 것 같다.


머... 하고 나니 덧정이 없고 내인생에 다시 하프를 뛸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강하게 들었지만
좀 지나고 나니 다시 오기가 생기고 다시 하고싶어지고 그러고 있다.
이거 병날까 무섭다.
예전부터 나는 꼴리면; 내몸을 마구 혹사시키는 나쁜 버릇이 있었는데
이번 3/4분기에 한 짓거리들을 보니 그 극한을 보고 있는 것 같아 덜컥 겁이 난다.
이젠 나이도 있는데 그러진 말아야지.
현재 왼쪽 오금, 오른쪽 복숭아뼈, 오른쪽 무릎 바깥쪽 그리고 양쪽 허벅지가 아프다;;

이젠 당분간 좀 쉬면서 앞서 말한바와 같이 내실을 쌓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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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

어쨌거나 씹덕의 길로 접어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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