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저는 모 커뮤니티에서 월요일 산행번개를 쳤으나 결국 실패했고;

산행을 같이 못가게 된 것이 아쉬운 마음에 저는

퇴근후 간만에 제가 좋아하는 동영상을 다운받은후

약간의 에너지를 낭비;하고 숙면을 취했습니다.

 

다음날 일어나 전날 사온 김밥재료들을 꺼내어 김밥을 말아서 락앤락에 담았습니다.

이틀된; 묵은 밥이라 군내가 약간 났지만 뭐 혼자 먹을건데 상관없습니다;

잠깐 시내로 나가 일을 보고서는 느긋하게 중앙선 국철에 몸을 맡겼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가는 겨울산행이었습니다.

실은 올여름에 설악산 종주 이후로 산이라곤 옥돌봉(경북 봉화)하고 불암산, 도봉산 정도밖에 간 적이 없어서

간만의 산행이었던지라 몸이 조금 놀랐던 것 같네요. 아직도 무릎이 시큰시큰;;

 

 


제가 택한 산은 중앙선 국철 개통 이후 주말에는 거의 수락산급의 인파가 몰리고 있는 예봉산-운길산 입니다. 

경관이 워낙에 좋아서 인기있을 수 밖에 없는 산행코스입니다.

 

갔던 코스는

팔당역-철문봉-예봉산-다시 철문봉-적갑산-오거리-운길산-운길산역으로 빠지는 코스로 다녀왔는데요

끝나고 계산해보니 산행거리는 대략 13km 정도이고  시간은 총 다섯시간 정도 걸린 듯 합니다.

워낙에 춥고 바람이 심했던 관계로 좀 무리를 해서 최대한 빨리 움직이려 했습니다만

그 결과 오늘 하루종일 온몸이 쑤시는 것을 참으며 일하느라 힘들었습니다;

 

팔당역 뒷마을을 통해 오르기 시작하는데 몸이 적응을 못해서인지 초반부터 개발에 땀이 나더라구요;

한시간 정도 오르다 문득 배가 고파져 아침에 말아온 김밥 세줄을 홀라당 다 발라먹고; 다시 출발했습니다.

 

남쪽사면임에도 눈은 여전히 많이 쌓여 있었고

조금씩 조금씩 6번국도를 질주하는 차량들의 굉음이 들리지 않게 될 무렵

문득 뒤돌아본 풍경은 참 아름다웠습니다.

군데군데 얼어붙은 새하얀 한강과

예봉산과 한강을 사이로 마주보고 있는 검단산의 간지나는 모습이 좀 쩔더군요.

 

실은 예봉산으로 바로 오르는 코스를 가려고 했는데 길을 잘못들어 약간의 알바;를 한 뒤

어쩔 수 없이 철문봉으로 가는 삼거리 능선을 타게 되었습니다.

역시 능선에는 쌓인 눈이 장난이 아니데요. 어찌저찌 철문봉에 도착.

여기서 잠깐 고민을 하다가 그래도 정상에서 경치를 보고 싶어 발걸음을 옮겼지요.

 

선택은 탁월했습니다. 예봉산 정상에서 바라본 새하얀 양수리와 팔당호의 경관은 정말 아름답더라구요.

때마침 먹구름 낀 하늘에서 약간의 눈발까지 날려주시고.. 분위기 최고였습니다.

디카는 맛이 갔고.. 전화기마저 터치 액정이 고장난 관계로 사진을 찍지 못한 것이 안타까웠지만..

뭐 또 기회가 있을거라 생각하고 다시 발걸음을 돌려 철문봉으로 향했습니다.

 

예봉산에서 새재고개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동네 공원길에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평이합니다.

적갑산은 사실 산이라 부르기엔 약간의 부끄러움이 있는 곳;

중간의 행글라이딩 활공장에서 바라본 덕소와 하남, 강동구;의 풍경 역시 멋지더군요.

원래 여기가 시야가 무척이나 좋은 곳인데 날이 흐려 더 멀리까지 볼 수 없는 것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새재고개.. 저는 이제 뒤집힌 "ㄱ"자로 생긴 산행코스에서 꼭지점까지 왔습니다.

이제 일직선으로 운길산으로 갈 예정입니다.

운길산으로 가는 코스는 규모는 작지만 산 타는 재미가 있는 코스지요.

사인 곡선처럼 계속 오르내림을 반복하면서 계속 진폭이 커지는.. 초행자에게는 기대와 실망을 끊임없이 주는 코스입니다.

'아 다왔나보다..' 하다가 '아놔 아직멀었네ㅠㅠ' 를 반복하게 해주는..ㅎㅎ

 

여튼 그렇게 오르락 내리락 하다가 운길산에 도착했습니다.

여기서는 양수철교와 두물머리를 보는 경관이 아주 좋습니다.

뒤돌아서면 내가 지금껏 걸어온 아기자기한 능선들이 예쁘게 눈에 들어옵니다.

 

하산길에 수종사를 들릴까 했으나 배도 살살 고파오고 급 귀차니즘이 발생하여

그냥 급깔딱 하산길을 종종걸음으로 뛰어내려갔습니다.

생각보다 하산길은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코앞에 운길산역이 보이는데도요..

 

뭐.. 여튼 그렇게 짧은 산행을 다녀왔습니다.

간만에 눈덮힌 산을 밟아보니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

평일이라 사람도 없고 바람소리와 발자국소리만 귓가에 들리는 것이

세상을 떠나있다는 착각마저 들게 하더라구요.

좋았습니다.

 

여긴 운길산에서 출발해서 예봉산을 돌아 ㄷ자 모양으로 원점회귀가 가능한 산행코스이기도 할 것 같습니다.

굳이 비유하자면 무릉계곡-두타산-청옥산-무릉계곡 의 소규모버전이 될듯 하네요.

다시 오르게 된다면 예전 정약용선생 형제들이 자주 다녔다던 능선인

천주교묘지에서 출발하는 코스를 통해 ㄷ자로 돌아보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어떤 분들은 불수사도북코스마냥 12시간 코스로 남한산성-용마산-검단산-예봉산 코스를 가신다던데

그것도 무척 끌리긴 합니다만 이틀 쉬기 어려운 직업인 관계로 당분간은 오바하지 말고 즐기렵니다. 

 

여튼 오늘은 좀 피곤하긴 했지만 참 즐거운 산행이었습니다.


그럼 막간을 이용해 전혀 무관한 사진들이나 몇장 올리고 끝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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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

어쨌거나 씹덕의 길로 접어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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