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적봉에서 설천봉 가는 길. 눈 작살남


기간: 1/25~26
이동코스: 덕유산 구천동-백련사-향적봉

친구가 휴양림을 예매한 관계로 기록적인 한파 및 대설에도 불구하고 나름 수월하게 다녀온 듯 하다.


24일 밤 11시 25분, 고속버스로 대전으로 이동. 귀향길이었으나 두시간만에 수월하게 도착.
대전 고속터미널에서 걸어서 10분정도 거리에 있는 동부 시외터미널로 이동.
무주 구천동행 첫차가 7시10분임을 확인하고 근처에 있는 모 찜질방에서 대충 씻고 눈을 붙임.
찜질방에는 학생 및 가족단위의 이용객들이 많아 잠드는데 애를 먹었음.

아침에 일어나 첫차를 타고 눈을 다시 붙였다가 뜨니 이미 구천동 도착.
시간은 오전 8시 40분 정도. 밖에는 미친듯이 눈이 내리고 있었음.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인근 식당에 들어가 아침을 먹으면서 여장을 정리함.
9시 30분에 길을 나서다.

황량한 임시터미널. 매표소는 굳게 잠겨있음

좀 따뜻해 보임?

백련사에서 향적봉으로 오를 예정임

길을 떠나자!





구천동 입구에서 백련사까지 이르는 길은 잘 닦여져 있는 산책로라 할 만큼 정비가 잘 되어 있었다.
계곡이 꽁꽁 얼어 눈에 덮힌 관계로 구천동 33경이라 불리는 많은 것들은 볼 수가 없었던 것이 참 아쉬웠지만 눈으로 뒤덮힌 계곡과 나무와 숲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보상이 되더라.
쉬지않고 슬슬 걷다보니 11시쯤 되어 어느덧 백련사에 도착했다.


백련사 오르는 계단

백련사에서 구천동을 내려다보다

냉기폭풍 작렬

대가리가 좀 크게 나온듯?;

얼굴이 빨개서 귀여움;




여하간 샘물도 뜨고 사진도 박고 하다가 정상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상당히 경사가 있는 절 뒷길은 흰 눈에 덮힌 산죽들을 가르며 이어져 있었다.
계단길도 많이 나타났지만 내심 걱정했던 발의 굳은살로 인한 고통은 폭신한 눈 덕분에 거의 느낄 수가 없었다. 참 다행이었다.

달력에 보면 12월, 1월, 2월에 붙어있던 그런 풍경사진들 있잖는가,
그런 눈에 뒤덮힌 예쁜 풍경들을 내가 직접 보게 되니 감회가 남다르더라.
게다가 이런 눈보라 속에서 등산을 한다는 것 자체가 참 운치있고 좋았다.





아.. 예뻐요..



친구는 눈길에 버벅대느라 한참 뒤로 처쳐버렸고,  나역시 아이젠이 아무 소용이 없다고 느껴질 정도로 미끄러운 오르막을 꾸역꾸역 비틀비틀 올라갔다.

놀라운 광경도 목격했다. 중학교 고학년이나 고등학교 1학년쯤으로 보이는 학생들 한무리가 산을 오르고 있었는데, 아무런 장비도 갖추지 않은채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고서 눈길을 기다시피 하며 오르고 있었던 거다. 일부는 쇼핑백에 목도리까지 하고 올라가고 있었다;;
이미 눈길에 많이 구른 듯 온 몸은 눈투성이에... 사고라도 안난 것이 천만다행이더라.
거의 기듯이 산을 오르고 있던 한 친구에 내 스틱을 주겠다고 했는데 싫다고 하더라; 산은 언제나 준비를 철저히 하고 가야함을 이 친구들도 이젠 깨닫게 되겠지? 좋은 경험일수도 있을 거다.


여튼 향적봉 정상과 대피소로 갈라지는 막바지의 갈림길에 도착하니  한시쯤 된 듯 했다.
뒤쳐진 친구를 기다리는데 몸이 식어버려 참 춥더라;
정상에서 하산하던 한 중년의 커플은 미리 준비한 비료포대를 가방에서 꺼내어
내리막길을 타고 내려가는 액션을 보여주어 주위의 환호성을 듣기도 했다.
그리고 근 삼십분만에 친구는 지친 모습을 드러냈다. 


아놔 헉헉;;



대피소로 가서 밥부터 먹자는 내 제안에 친구는 체한것 같다며 밥을 안먹겠다고 거부했다. 그래서 정상으로 고고씽~


여기서 정상, 그리고 설천봉으로 이어지던 구간은 이번 산행 중에서 가장 풍경이 아름다웠던 것 같다. 
미친듯한 눈.. 눈.. 눈......

정상에 거의 다와서..

좋냐?

설천봉 가던 길

링클케어라도 받아야겠음;;



 
정상에 오르니 미칠듯한 바람에 손발가락이 싸그리 댕강댕강 절단될 것만 같아 
채 5분도 버티지 못하고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결국 우리는 그냥 쉽게쉽게 가자고 타협을 보고 설천봉으로 이동해서 곤돌라를 타기로 합의를 보았다;
곤돌라 탑승지로 가니 직원들이 빨리 타라고 재촉을 하길래 잽싸게 탔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곤돌라는 원래 9시부터 오후 4시반까지 운행하지만 기상악화로 운행을 우리 이후로 중단했다고 했다. 돌아보면 이번 여행에서는 운이 좀 따랐던 것 같다.
곤돌라는 편도 7000원에 정상까지 오르는 시간을 무려 세시간 반 단축시켜주니 참 과학기술이란 대단;



물이 몹시 좋던 무주리조트;



여튼 팔자에 없는 곤돌라도 타보고 물좋은 무주리조트 구경도 하고 간지나는 보드솜씨도 구경하면서
핫초코로 몸을 녹이며 세시에 있다는 셔틀버스를 기다렸다.

여기서 좀 문제가 생겼는데, 무주까지 나가서 장보고 들어오자고 생각해서 한시간동안 오후 세시에 있다는 무주가는 셔틀버스를 기다렸는데, 그만 사람이 너무 많은 관계로 타지를 못하게 되어버렸다.
차라리 구천동행 셔틀을 탔으면 좋았을 것을... 무주가는 오후 여섯시 셔틀버스를 기다릴 수도 없고 해서 무작정 터덜터덜 걸어 내려왔다.


한시간여를 걸어 구천동 삼거리에 도착했다.  친구가 휴양림 가서 치킨을 먹자며 닭집에 가서 닭을 시켰더니 거기 사장님이 휴양림에 마침 배달이 있다며 태워다주겠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걸었더라면 족히 한시간은 걸렸을 길을 차로 이동.. 에구 사장님 감사합니다~~~

덕유산 휴양림 같은 경우는 성수기 예약 자체가 하늘의 별따기인 곳으로, 친구가 지난달 1일 오전 9시에 회사에서 잽싸게 클릭을 했었으나 계속 대기순위에 있다가 지난주에 간신히 예약이 되었다고 하니 참으로 운이 좋은 경우 되겠다.
4인실이 5만원인데, 방도 생각보다 넓고 깔끔한데다, 뜨거운 방바닥과 온수, 주방도구들이 완비되어 있으니 종일 눈밭에서 헤매다 온 우리들에게는 정말 천국과도 같은 곳이더라. 
여기서 우리는 삼겹살에 술 한잔을 한 후 잠을 청했다.
두런 두런 나누는 이야기 속에 창밖으로 밤새 내리는 눈이 주는 정취는 정말 예술이라고 할 수 밖에.


아침 풍경이 참 예뻤다능



어쨌거나 눈이 그치고 밝게 해가 떠오른 아침에 이곳을 떠났고, 구천동으로 터덜터덜 걸어가던 우리는 또다시 운좋게 어떤 분의 호의로 구천동까지 차량을 얻어탈 수 있었다. 에구 너무너무 감사했습니다ㅜㅜ

구천동에서 의견 차이로 친구는 대전행 버스를 타기로 했고 나는 거기서 헤어져 무주행 완행버스를 타러 갔다. 걸어가던 길에 찍은 눈꼴시린 커플의 디카질도 한번 찍어보았다.

아놔 슈ㅣ발;



머.. 가는 과정에서도 이런 저런 사연은 있었는데 생략하고..
완행버스를 타고 눈덮힌 구천동 계곡을 구불구불 내려가던 길은 정말 운치있었다.
가는 길에 나제통문이라는 삼국시대 백제와 신라의 경계였다는 터널(?)도 흘깃 볼 수 있었고,
터미널에 내려서는 읍내에 들려 ㄱㄱ식당이라는 곳에서 어죽이라는 것을 먹어보기도 했다.
여튼.. 두시 반에 남부터미널행 버스를 타고 두시간 반만에 수월하게 서울에 입성... 이번 여행은 나름 편하게 많이 보고 많이 즐기고 온 듯 하다.

반쪽짜리 산행이었다는게 좀 아쉽긴 했지만
지금도 오른쪽 무릎이 욱신거리는 걸 보니 어쩌면 잘했다는 생각도 들고.. 
여튼 이제는 시간이 생기면 혼자라도 이렇게 산에 다녀와야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번 해보며
여튼 알찬 설연휴 여행기는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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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

어쨌거나 씹덕의 길로 접어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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