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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ppertones - 해안도로,  Eon - Olan C)




목적: 1. 도보를 통한 정서 순화 및 심신 단련; 
         2. 우울한 두 솔로인생들의 휴일 외로움 달래기

일시: 2008.10.29 (수)

이동경로: 혜화동 로터리-한성대입구역-성북동 일대-삼청동-안국역 (총 이동거리 8km)

소요시간: 13:00 ~ 17:00 (4시간 정도 소요)

시행 동기: 친구가 피로가 쌓였다며 시내에 조용히 다닐 수 있는 곳을 원함
                내가 성북동이나 삼청동쪽 걷기를 추천함
                친구와 같이 쉬는 날을 맞추어 시내투어를 하기로 함
      


세부사항

이번 도보여행 중 들린 가게, 문화재, 건물, 고적, 문화재 등등:



1. 목동(牧童)

혜화동로타리 옆에 있는 오래된 한식집. 전날 과음한 관계로 속을 풀기 위해 목동의 만두국을 먹으러 감. 여긴 만두국 국물이 갈비탕 육수인데다 공기밥을 같이 주기 때문에 예전 정말 자주 먹었었음. 역시 주인장 할머니의 맛깔스런 음식솜씨와 정갈하고 푸짐한 밑반찬은 변함없더라. 항상 건강하세요 할머니~


2. 한국야x르트 명륜점

행여나 그 앞에서 여사님;들을 만나려나 싶었으나 시간이 이른지라 아무도 보이지 않더라.
괜시리 예전에 그 앞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타이어 갈던 생각이 아련하게 떠올랐음;


3. 서울시장공관

이런저런 이유로 오세훈 시장을 욕하면서 지나감; 문득 지난 몇년간 서울성곽을 복원한다고 설쳐대면서도 시장공관이 성곽위에 떡하니 버티고 있는 건 도대체 뭔 생각인지도 궁금했음.  


4. 혜화문

친구에게 사대문과 사소문의 유래를 설명해줌. 혜화문=동소문 이라고 알려주었더니 무척 신기해함.
한번 올라가서 수도 서울을 돌아보고 내려옴.


5. 한성대 입구역

같이 일하는 중국애 핸드폰 충전시켜주러 인근 sk대리점 들림. 이러니 저러니 해도 말안통하는 타국생활이 참 힘들죠.

성북동길. 동구여상과 홍대부고 중간쯤일 듯



6. 최순우 옛집

작년 여름, 2번 영업장에서 일할때였음. 미친 지점장의 지시로 난데없이 부동산업자마냥 구역도 그리러 성북동을 헤매다가 갑작스럽게 쏟아지던 소나기를 피하러 여길 들어섰었는데..
아무도 찾는 이 없는 자그마한 고택 뒷마당에서 처마에서 떨어지는 낙숫물 소리를 들으며
처마 아래 비치되어 있던 보온기 속의 녹차를 마시던 참 예쁘고 고즈넉하던 그때의 기억이 아련하게 되살아났음.
친구와 이 집을 돌아보면서 그때처럼 뒷뜰에서 차한잔씩 마셨는데, 친구도 서울 시내에 이런 공간이 있으리라고는 생각못했다고 함.

들어서는 길. 허름한 주택가의 초입에 위치하고 있다


최순우씨는 과거 중앙박물관장을 역임했던 문화사 관련에 해박하셨던 분이라고 함. 저서로는 이곳에서 집필했다고 하는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가 유명함. 이 집은 울나라 시민문화유산 제 1호라고 하는데, 아기자기하게 잘 관리되고 있으니 더 추워지기 전에 들리는 것도 좋을 듯.



7. 선잠단지

성북동 부촌으로 들어서는 입구에 위치한 선잠단지. 조선시대 왕비가 'GM님아 누에 크리 터지게 해주셈' 하고 제사지내던 곳인데 가을은 가을이던지라 누렇게 단풍이 들어가고 있는 뽕잎이 나름 운치가 있더라.
근데 사진은 무슨 한여름 같이 나왔네. 똑딱이의 한계인가 내 사진찍는 능력의 한계일까.
 


 
8. 길상사

작년 이곳의 스님이 말하기를 아직까지도 이 절에서는 고기냄새가 난다고 했었는데, 어쩌면 이 곳의 역사를 말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음. 과거 정관계재계 인사들의 쑥덕공론 및 향락의 장이었던 대원각. 이 곳의 오너가 여길 통째로 법정스님에게 몰빵 시주하면서 대원각은 강남의 봉은사와 더불어 부자들이 즐겨찾기하는 길상사라는 절로 급변신. 이런 얘길 들으면 일체유심조라 했듯 사람의 인생이란 진정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봄.   





9. 성북동 부촌

자본주의 사회에서 빈부격차란 당연한 것인데도 이처럼 몇백평이 되는 저택들과 골목마다 달려있는 cctv들과 현역복무중으로 보이는 민중의 빳다들이 대낮에도 경비서고 있는 이 인적없는 거리를 걸을때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드는 알 수 없는 이 위화감은 무엇일까. 앞으로 여길 오게 될 일은 거의 없겠지만.

야임마님이 앞에서 걸어가고 계심



10. 삼청터널 입구(삼청각)

성북동 부자동네 투어의 끝. 대장부가 암굴 속으로 들어갈 수는 없기에 교보정보통신 건물 아래 철계단으로 내려와 쌍다리로 걸어감. 이 약수터길은 작년 참 뻔질나게 다녔지만 서울시내에 이런 곳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름 정취있는 시골길 같은 곳이었는데 아파트인지 고급빌라인지를 짓느라고 뚝딱거리는 통에 그것도 이젠 물건너간 듯 느껴짐. 다음엔 이 길로 해서 북악산을 올라보고 싶었음.



11. 성북동 빈촌(북정)

북정이라고 불리는 동네는 쌍다리의 성북동 기사식당 위쪽으로 올라가는 동네인데, 한마디로 달과 가까운 동네 되겠다. 북정마을 위에서 반대편에 위치한 부촌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뭔가 알 수 없는 감정이 부글부글 가슴속에서 끌어오름을 느낀다. 여기도 작년에 듣기론 롯데캐슬에서 재개발을 한다고 했었는데 언제 될지는 미지수. 그리고 재개발이란 것의 속성 자체가 그곳의 주민들이 나은 환경에서 살 수 있는 재개발은 아니지 않는가.. 결국 돈 있는자들의 배를 불려주는 재개발일 뿐. 간신히 거기에서 하루하루 삶을 이어가던 그들은 또다시 하늘과 가까운 어디론가로 떠나가야 하겠지.

중학교때 참 좋아하던 국사선생님이 계셨는데 이분이 내준 방학숙제는 문제집 풀어오기 이런게 아니었고, 서울시내답사를 하고 소감을 쓰라는 것이었다. 명동-덕수궁(현대미술관)-광화문(중앙박물관)-인사동-관철동 술집골목-청계천 세운상가를 모두 돌아보고 그 소감을 써오라고 한 것이었는데,
훗날 세월이 지난 다음에야 그 분께서는 그 답사를 통해 어린 중삐리에게 서울(대한민국)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빛과 그늘을 모두 보여주고자 했던 것이 아니었나 미루어 짐작해볼 수가 있었다.
어쩌면 오늘 나의 이런 여정도 그 연장선상에 있는 것은 아닐까. 여튼 교육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끼며ㅋ

북정 굴다리에 쓰여진 낙서. 친구는 '소히는 하앍댈만 하다능'하며 오덕포스를 내비침






12. 심우장
북정 산동네의 정상에 있는 굴다리 아래 내리막을 조금 내려가다보면 나타나는 심우장. 만해 한용운 선생이 좆같은 일본 총독부가 보기 싫다고 북향으로 짓고 기거했다는 것으로 유명한데, 나름대로 관리가 잘 되고 있었고 평일인데도 우리처럼 찾는 이들이 꽤 있어서 놀라웠음.





13. 와룡공원

명륜동 주민 및 성대 학생들, 그리고 피곤한 운전자들의 휴식처가 되어주고 있는 와룡공원에서 담배 한대 피면서 서울의 경관을 감상.
이후 성대 후문을 거쳐 감사원 뒷길로 빠져나와 삼청동으로 들어섬.
감사원에서 삼청공원으로 이어지는 도로 가장자리의 샛노란 은행나뭇잎들이 장관이었으나 건전지가 다 된 관계로 못찍고 내려옴

이건 북정의 꼭대기에서 내려다본 성북동

요건 와룡공원에서 내려다본 명륜동. 뒤에 솟은 건물이 두타 되겠심





14. 삼청동길

평일 오후 다섯시도 안된 시각이었는데도 어찌나 사람이 많았는지. 잘 꾸민 옷차림의 남녀, 혹은 녀녀커플이 다수였고, 우리와 같은 남남커플은 한명도 보지 못했음.
예쁘장하고 조그만 가게들에는 사람들이 생각외로 많았음. 이 거리는 삼청동길 대신 '된장로' 정도로 명명하면 간지좀 날 듯. 다만 잘 익은 은행열매 외피의 향기가 그 된장스피릿으로의 집중을 몹시 방해하더라.
우리 둘다 이곳과는 이질적인 캐릭터인지라 어서 이곳을 벗어나자며 정독도서관쪽으로 이동하던 도중, 화보 촬영중인 듯한 엘프녀를 두명씩이나 발견하고서는 발걸음을 멈춰서서 하악거리는 추태를 연출하기도 함.



15. 재동당구장;

친구 한명과 만나 곧 오기로 한 친구여친을 기다리며 안국역 옆에 있는 당구장에서 한게임.
근 반년만에 쳐보는 듯한 당구였으나 쓰리쿠션 크리가 터지면서 당당히 승리를 거두다ㅋㅋ

좌측: 김마담님, 우측: 야임마님

본인. 흔들려서 다행이다 헤헤;




16. 달(Dal)

아트선재센터 1층에 있는 인도요리 체인점 달. 울 가게 면판하는 녀석이 신사동 달에서 일하다 온 경력이 있는지라 더욱 호기심이 들었다. 그녀석 말로는 주방의 인도인들은 여기서도 습관이 남아 있어 큰일을 볼때 왼손으로 닦는다던가 뭐라던가;; 
일단 중식밥 8개월 먹으면서 향신료 러쉬에 강해졌다고 생각하는 나에게도 좀 버거운 요리가 많았음; 완전 낚인 첨 먹어보는 인도식 만두 사모사를 비롯하여 불량식품 맛이 나는 민트소스는 좀 충격이었음.
탄두리치킨과 난은 훌륭한 맛이었으나 커리는 우리입맛을 독점 지배하고 있는 오뚜기 카레가 최고라는 생각으로 귀결되고 만, 두당 \35,000+부가세 10%의 가슴보다 지갑이 아파했던 슬픈 기억.






마지막으로 이날의 여행코스를 콩나물 지도로 살펴보자. 삼청동쪽은 좀 짤림.




이런 걷기 여행은 정말 자유도가 높고 마음먹기에 따라 한없이 여유로울 수 있어
지금껏 경험하지 못했던 참으로 매력적인 경험이었다.

기회가 된다면 남자가 아닌 성별과 같이 걸었으면 하지만, 뭐 혼자라도 괜찮다.
더 추워지기 전에 다른 코스를 정해 한번 더 걸어봐야 겠다. 혼자서;

평화롭고 여유로웠던 하루의 기억이었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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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

어쨌거나 씹덕의 길로 접어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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