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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전 찍은 등산화 사진


Toki Asako - Play Our Love's The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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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어쨌거나 나는 다시 지리산으로 향했다.
지난 산행의 들을 거울삼아 차근차근 계획을 짜고 며칠간 짐을 꾸리고 향한 그곳, 지리산..
끝나고 하는 말이지만 과오는 또다시 생겨났고 또다시 우리는 힘들어 몸부림쳤다.


<첫날>


고된 하루일과를 마치고 22시50분 용산발 구례구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영등포에서 탑승한 친구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가 잠시 눈을 붙였더니 어느새 시계의 알람이 울어댄다.
피곤한 몸을 일으켜 60리터짜리 배낭을 짊어지고 역을 나선다.

구례터미널에서 등산객들로 만원이던 성삼재 가는 버스에서 내려 두시간정도 터울이 있는
6시10분에 출발하는 쌍계사행 버스를 기다린다.
이번 코스는 쌍계사-삼신봉-세석-천왕봉-중봉-치밭목-대원사 코스로 잡았다.
나름대로 첫날에 산행비중을 높게 잡고 이틑날은 자유도를 높게 두어 상황에 따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코스를 설정해 보았다. 물론 첫날부터 그 것은 난관에 부딪치게 되었지만...

쌍계사로 가는 길은 섬진강변의 푸르른 녹음 사이로 새하얗게 파고드는 아침햇살이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화개에서 내려 지난번 혼자 지리산에 갔을때 들렸던 화개의 ㅅㅅ식당에서 친구와 참게장정식을 맛나게 먹고
버스로 쌍계사로 이동하니 여덟시 반 정도가 좀 지났던 것 같다.
밤길을 달려온 터라 몸이 좀 피곤하긴 했지만 일단 시작은 항상 용감하게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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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개에서 올려다본 지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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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개 설송식당. 아주머니 너무 친절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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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게장 백반.. 좀 가격이 쎄긴 했지만 매우 맛있었음. 맛깔나는 밑반찬이 최고였다능..





절의 경내부터 시작되는 경사가 그닥 쉽지 않았다.
그동안 제대로된 등산 한번 제대로 하지 않았던 몸이 금방 사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불일평전의 휴게소에서 잠시 쉬면서 커터칼로 발바닥의 굳은살을 잘라내고 다시 출발을 한다.

산행을 할 때 가장 큰 문제는 의미없이 쉬는 것인데, 이번 산행에서는 그런 실수를 많이 저질렀다.
내 친구는 느린 속도로 꾸준히 걷는 스타일로, 스피드로 승부하려는 나와는 정반대 스타일이다.
일반적으로 내가 선두에서 내달리고 친구가 따라오면 내가 조금 더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진행하던 식이었는데
이번 산행에서는 상불재 오르막에서 무리하게 너덜길을 오르다 오른쪽 오금이 찢어질 듯 한 통증을 느끼게 되면서 그 스피드가 죽어버리게 되면서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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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군의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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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일폭포




다시 돌아가서, 불일폭포를 구경하고 돌아오니 이미 출발한지 한시간이 훌쩍 지나버린 상황이었고,
상불재로 가는 무지막지한 자갈언덕코스는 후덥지근한 계곡의 습기와 어울려 무척이나 고통스러웠다.


쉬는 것 자체가 시간을 지연시키는 고통일 뿐이던 그길을 그저 어거지로 오르다 급속한 허기를 느끼면서
쌍계사 입구에서 점심을 사온다는 것을 깜빡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졌다.

나름대로 알차게 행동식들을 챙겨온 친구에 비해
나는 쌀, 삼겹살, 김치, 각종야채 등등 조리해서 먹어야 하는 음식만 잔뜩 있었기에 무게를 줄이려 갖은 노력을 했었고, (배낭 무게는 출발전 저울로 재보니 18kg 정도) 그러다보니 정작 산행중 허기를 해결할 수 있는 초코바와 사탕등은 그리 여유롭지 않은 분량이었다. 치명적인 실수였다.
게다가 이 코스는 식수도 거의 막바지에서나 만날 수 있고, 세석까지 8~10시간이 걸린다는 남부능선코스 아니던가. 이래저래 정신적으로 상당한 타격을 받았던 것 같다.



4시간이 넘게 걸려 상불재 고개마루에 올랐다. 시간이 엄청나게 지연되었다.
계획이 점점 틀어지고 있다는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같이 점심밥을 먹자고 권하던 하산하던 이들의 청을 사양하고 우리는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중간에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끝없이 이어진 능선을 바라보며 한숨을 짓다가
점심 대신 친구가 건네준 사과와 각종 초코바들을 뱃속에 때려넣고 휴식을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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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몰시간은 19시 30분 정도로 생각한다면, 적어도 다섯시간 정도 내로 세석까지 도착해야 하겠건만,
이미 쌍계사-상불재 코스에서 기력을 다 소진해버리고 밥도 제대로 먹지못한 우리는
그야말로 개막장 노숙자가 될 공산이 매우 컸다.

시작부터 이어진 산죽길은 능선 특유의 오르락 내리락 하는 길 내내 우리의 발길을 좁혀들어왔다.
왔던 길 만큼 힘들지는 않았지만 그 시야를 완전히 막아버려 산행 내내 답답함을 가중시켰고
쉽게 지치게 만들었던 것 같다.
등허리가 땀으로 흥건하게 젖어 한참을 걸어가다 이정표를 바라보는 순간
'아악! 겨우 700미터 왔어! 1킬로미터는 온줄 알았는데 ㅠㅠ' 하며 장탄식을 거듭하곤 했었다.

오금이 찢어질 듯 아파와 이를 악물고 걸어야 했다. 아래로 간간이 보이는 청학동과 거림쪽 길을 보면
'아놔 저기서 출발했으면 이 고생은 안했을텐데' 라는 뒤늦은 후회가 들었지만
이미 서쪽으로 한참이나 기운 햇살은 우리에게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게 할 여유를 주지 않았다.

삼신봉에 닿는 길은 어찌나 멀기만 했는지...
처음 대나무숲 정글을 벗어나 올랐던 곳은 쇠통바위였고,
거기서 또다시 미친듯이 달려 올랐던 곳은 삼신산정(내삼신봉)이었다.

헉헉거리며 다음 봉우리에 다다랐을때, 슬리퍼를 신고 올라온 왠 괴인들이 우리에게 이런저런 얘기를 건네며 웃고 가던 그곳이 바로 외삼신봉이었다.
그들은 신선이었을까.. 아니면 시정잡배들이었을까..
골프웨어에 슬리퍼를 착용하고 삼신봉에 오른 40대 후반의 아저씨들의 포스에 우린 완전히 기가 죽고 말았다.

지도상으로 보면 그 곳은 우리 첫날 코스인 남부능선의 딱 절반지점이라 할 수 있는 곳이었다.
남은 시간은 해지기 전까지 서너시간.. 아놔아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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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통바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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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학동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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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내 심정을 정확히 보여주는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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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삼신봉에서





이후 나는 선두를 포기하고 아픈 다리를 스틱에 의지하며 친구의 걸음을 뒤따랐다.
스프레이 파스를 쉴 때마다 뿌려봐도 그 고통은 쉽사리 가시지 않았다.
기갈이 엄습할때면 함께 파김치가 된 몸이 '이제 그만 가라'며 속삭여왔다.
휴.. 등산한지 열흘이 지나 올리는 글이라지만 그때의 기억은 여전히 끔찍하기만 하다.

길에서 버려진 물병 하나를 줏어 가방에 챙겨넣고
갈림길에서 40m 거리에 있다던 한벗샘에서 물을 채워넣고 마실 때의 기분은 참...
그 때도 이미 퍼지기 일보직전이었던 것 같다.

해가 떨어지고 세석대피소까지의 거리가 3~4km 남짓 남았을 때부터
이미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한계에 도달했던 것 같다.

야간산행은 국립공원에서는 불법행위로 적발시 처벌받게 되어있다.
그래도 무슨 깡이었던지 우리는 꾸역꾸역 비틀비틀 앞을 향해 내걸었고
한걸음 한걸음 오르막 내리막에서 비명에 가까운 신음소리를 내뱉으며
감겨오는 눈을 억지로 부릅뜨면서 앞을 향했다.

간신히 걸어가는 내게 후레쉬를 비추어주는 친구가 너무도 고마웠고
그가 건네주는 물병의 물은 천국의 성수와도 같았다.
아이씨이.. 등산가서 이렇게 망가져 본 적도 없었는데 흑흑...

깊이 들이마신 담배연기가 몸의 긴장을 풀어주면서
이쯤에서 그냥 자빠져 잤으면 하는 욕구만을 불러왔다.
고파오는 배는 사탕 여러알을 으적으적 씹어먹으며 달래본다.

친구가 내 모습이 안타까웠던지 비박을 제안해왔다.
나는 친구에게 미안해 가는데 까지 가보자고 한다.

아홉시가 넘었다.
길은 고도가 높아질 수록 더욱 어려워지고
몸은 더더욱 말을 듣지 않았다.

조금 더 가면 음양수. 지도상에서는 세석에서 한시간 거리이니
그 곳에서 식수도 보충하고 비박을 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그야말로 어거지로 걷고 또 걸어 30분만에 갈림길을 만났다.
그 곳은 대성리(의신)코스와 만나는 삼거리였다.
그곳에 행여나 음양수가 있는지 살펴보았지만 물론 보이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거기서 20분 정도 더 올라가서야 음양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몸상태가 영 아닌지라 도저히 더 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친구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건네며 그 곳에서 비박을 준비했다.
완전히 지쳐버린 몸을 겨우 달래 배낭을 열어 침구류들을 꺼냈다.
자기전 먹었던 용안(람부탄) 통조림,
어찌나 달고 맛있던지... 휴우...


오기 전 인터넷에서 질렀던 ㄷㄴ침낭커버.. 따뜻했다. 대만족이다.
담배를 한대 피우고 눈을 붙였다. 시간은 열시 십분..
지쳐버린 몸은 이미 정신줄을 놓아버린 지 오래...

이렇게 내 생애 최초의 비박을 하게 되었다.






새벽 한시쯤 몸이 따끔거릴 정도로 강력한 빗방울을 느꼈다.
그랬다. 미친듯 후둑거리며 비가 오고 있었다.
금방 그칠 비가 아니었다.
입에서 절로 욕이 나왔다.
그러나.. 지금 일어나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과연 뭐가 있을까...

배낭도 방수커버를 씌워놓은 상태였고 등산화도 비닐봉지에 넣어두었으니 큰 걱정은 없다.
조금 축축하긴 하지만 침낭에 비가 안새니 다시 잠을 청해야지.
괜히 웃음이 난다.
자자.








<둘쨋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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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곱시, 비는 여전히 오고 있었고 그래도 우리는 갈길을 가야만 했다.
침낭커버의 위력에 탄복했던 나와 달리 친구는 김장비니루와 판초우의에 의지해야 했기에
그 피해 정도가 상당한 듯 했다. 침낭은 상당히 많이 젖은 듯 했다.
어쨌거나 비를 맞아가며 짐을 챙겨보았다. 여전히 오금은 아프지만 별 방법은 없구나.
그대로 나아가는 수 밖에.

사진을 보면 내삼신봉부터 비박하던 삼거리까지의 사진은 없다는 것이 느껴진다.
당연하다. 걷기도 힘든데 사진 찍을 여유가 어디에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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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후 그리 오래지 않아 음양수에 도착했다. 물이끼가 잔뜩 낀 것이 그리 깨끗해 보이진 않았다.
그러나 친구는 그 물에 세수를 하면서 깔끔을 떨었다. 물이끼가 좀더 추가되겠군. 매너없는 놈..

비와 자욱한 안개가 우리의 앞길을 저주하는 듯 했다.
그 곳에서 잠시 체류하다가 다시 우리는 세석대피소로 발걸음을 옮긴다.
문득 든 생각은 어제 무리하게 올라갔더라면 정말 뭔 일이 났을지도 모르겠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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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림방향 갈림길을 만나면서 이제 등산객들의 모습이 많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세석평전의 풀숲길을 거쳐 산을 오르다 보니 출발한지 한시간이 한참 넘은 시각,
우리는 드디어 어제 잠을 잤어야 했던 세석대피소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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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살 것 같다.
마음같아선 여기서 한숨 푹 자고 바로 하산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있나..
식수를 보충하고 밥을 지어먹고 짐도 정리하고 했더니 어느새 11시가 다 된 시각이었다.

친구와 우리의 미래에 대해 의논하기 시작했다.
친구는 원래 계획대로 천왕봉을 들러 치밭목에서 2박을 하자고 했고
나는 장터목에서 백무동으로 하산해서 민박에서 2박을 하자고 했다.

결국 절충안으로 천왕봉을 찍고야 말겠다는 친구의 주장을 수용하여
배낭을 장터목에 벗어놓고 천왕봉을 다녀온 뒤 백무동으로 하산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식량위기에 처한 것과 최악의 몸상태 때문에 2박은 힘들것 같았기 때문에.

다시 우리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이제부터는 주능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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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모를 야생화들이 가득한 세석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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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하봉쯤인듯

세석에서 장터목 가는 길은 전에도 그랬듯 그리 호락호락 하진 않았지만
느낌상엔 비포장도로에서 고속도로로 옮겨탄 듯한 기분이 들었다.
너무도 다행스럽게도 오른쪽 오금의 고통이 갈수록 줄어드는 것이
오늘의 산행이 무사히 끝날 수 있게 되리라는 믿음을 주었다.

그렇게 절뚝거리면서도 무사히 두시간 안쪽으로 장터목에 도착하였고
가방을 벗어던지고 배낭머리를 떼어 걸머지고 천왕봉으로 향했다.
친구는 자신이 주장했던 코스대로 가지 않음에 아쉬워 했지만
제석봉 가던 초입의 오르막을 만나면서 바로 그의 주장을 거둬들였다.

이슬비 가득한 하늘을 따라 우리는 어쨌거나 천왕봉에 올랐고
기념사진은 꼭 박아야겠다는 그에게 사진을 박아주었다.
앉아서 세석에서 만들었던 주먹밥을 먹고 있자니 몸이 떨려오는 통에
다시 하산길을 재촉했다. 사실 백무동 내려갈 시간도 빠듯했다.
어제처럼 해없는 산길을 걷고싶지는 않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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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왕봉 가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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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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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와 습하고 질척거리는 하산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가던 길 중간에 등산객들이 숲에 짱박아놓은 쓰레기봉지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난 덜렁덜렁 귀찮아도 배낭에 잘도 매달고 내려가는데 말이지..

하산길에 어젯밤 미친듯 내리던 비가 언제였냐는듯 반짝반짝 해가 떴다.
아... 좋다.
기념으로 사진을 박아보았다.
아유 예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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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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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적ㅅㅂ;


내려가는 길 역시 무지막지한 자갈밭길이었다. 특히 참샘까지 이어지는 돌계단길은 압권이었다.
산은 내려오는 것이 더 힘들다더니 그 말을 실감하게했다.
발바닥에서 불이나기 시작했다.
참샘에서 세수도 하고 물도 한잔 마시며 쉬는데 배낭멜빵에서는 땀이 쩔어서 쉬어버린 냄새가 난다.
작업 끝나고 내무실로 복귀한 이등병의 냄새에 잠시 머리가 아찔해져왔다.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여전히 경사는 심하고 자갈은 많고 친구는 발꿈치가 까져 절뚝거리고
하늘에선 다시 빗방울이 떨어지고 계곡의 공기는 후덥지근하니 습하고...

어서 문명세계로 도착하고 싶은 마음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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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무동 하산길.. 거의 다 내려왔구나


그렇게 우리는 우여곡절 끝에 해가 떨어지기 전에 무사히 하산할 수 있었다.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씩 웃으며 수고했다 하는데 그 기분이란...


하산하며 동아리 후배의 이모님이 운영하신다는 ㄴㅌㄴㅁ집에 가서 후배 이름을 댔더니
웃으시며 술값을 깎아주시더라. 인심도 좋고 맛도 좋고... 실은 이곳은 등산객들에게는 꽤 유명한 곳이었다능
닭백숙에 동동주를 한잔 걸치고 방에 들어가 씻고 나니 친구는 이미 정신줄을 놓기 직전이다.
아.. 문명세계가 이토록 좋을줄이야.

우린 술을 꺼내 걸치는둥 마는둥 하며 바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어제는 열세시간, 오늘은 열한시간을 걸었다. 지칠대로 지친 몸은 잠을 너무도 원하고 있었다.
이제 내 몸에서도 이등병의 향기가 사라지고 보송보송한 느낌에 너무도 기분이 좋더라.
행복하다 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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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후의 신발 꼬라지



말이 등산이었지 이틀간의 지옥체험이었다.

글을 쓰는 지금은 벌써 보름이 훨씬 지났다.
일에 지쳐 이렇게 인터넷에 글을 올리기가 그닥 여유롭지가 않더라.

그때 그 순간의 감흥을 글로 사진으로 옮길수는 결코 없겠지만
시간이 지나고 돌아보면 언제나 그랬듯 좋았던 기억이 먼저 앞서게 된다.  

장쾌한 기상으로 뻗어나간 능선과 골짜기들
능선을 넘어서며 비를 흩뿌리던 회색 구름의 무리
노랗고 분홍빛의 꽃무리가 반기던 세석평전의 아름다움
그리고 무엇보다 장대비를 맞으며 눈을 붙여야 했던 첫 비박의 경험까지..

다음에는 체력과 물과 식량과 무엇보다 시간안배를 철저히 해서
언제가 될지 기약은 없지만 다시 한번 지리산을 찾으련다.
어쨌거나 이번에도 잡스런 우리들의 산행을 기꺼이 받아주어 감사했어요.


등반코스:
쌍계사-불일폭포-상불재-내삼신봉-외삼신봉-대성리갈림길(1박)
음양수-세석-장터목-천왕봉-장터목-참샘-백무동(하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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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의 교훈:
1. 여름산행에서 식수는 충분히. 물통 1리터짜리만 달랑 갖고갔다가 개고생함. 과일이나 오이가 아주 좋았다능
2. 밥과 행동식도 항상 여유있게. 배고픈데 사탕먹어야 하는 상황오면 대략 난감함
3. 산행 코스는 합리적으로. 인터넷에서 10시간이라고 했는데 실제로는 12시간 걷고 못도착해 비박했음;
    결론적으로 자신의 체력과 산행능력, 등산경험을 고려해서 무리하지 않게 짜는 것이 핵심
4. 장비에는 투자를 아끼지 말자. 비박할때 침낭커버 매우 유용했음. 김장비닐 덮고잔 친구 캐안습;
5. 의약품 및 응급처치할 약품은 항상 지참할 것. 오금 아플때 스프레이형 파스와 압박붕대덕을 좀 봤다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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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

어쨌거나 씹덕의 길로 접어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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