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로코롬 댕겨왔슈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그래도 메모리에서 썩고 있는 사진들이 아까워 올려본다.
아래글은 모 커뮤니티에 올린 글인데 블로그에 맞게 다시 쓰기가 몹시 귀찮아서 그냥 붙여넣기했음.
요새 사수가 휴가중이라 혼자 일하느라 심신이 몹시 피로한고로 양해해주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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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히 잘 다녀와서 후기;올립니다.
이틀동안 설악산 종주하고 내려와 강릉에서 하루를 보내자 라는 계획으로 떠났었는데요,
돌아보니 나름 저렴하고 빡세게 다녀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휴가 전날인 20일, 퇴근해서 집에 도착하니 열한시가 넘은 시간;
전날 장봐둔 것을 챙겨서 배낭을 꾸리고 대충 씻고 나니 어느새 새벽 두시가 가까워 오더군요.
정말 등산은 짐꾸리고 정리하는데 시간이 넘 많이 걸려요.
무게를 최대한 줄인다고 줄였는데, 체중계에 올려보니 16~7kg정도.
제 몸무게가 58~9 정도 나가는데 이틀동안 이정도야 버틸 수 있겠지 싶더군요.

시간이 애매해서 컴을 켜고 노닥거리다가 갑자기 좋은 동영상;을 발견하게 되어
끓어오르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격하게 딸;을 한바탕 치고 나니 시계는 세시를 향하고 있었습니다.
내 나이 서른 둘... 하아... 조금 피곤하고; 쓸쓸했습니다;


배낭을 짊어매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동서울터미널에서 백담사행 첫차가 여섯시 십오분에 있는데
참.. 자기도 애매한 시간인지라 일단 택시를 타고 동서울터미널로 갔습니다.
문이 잠겨있더군요;

어디로 갈까 하다가 잠실대교 밑으로 내려갔습니다.
일출이나 한번 볼까 하구요.
캔맥주를 까면서 해뜨기를 기다려 보았는데 더럽게 흐렸던 터라 결국 보지 못하고 터미널로 돌아갔습니다.

잠실대교 아래에서



버스를 타고 미친듯 자다 일어나니 벌써 버스는 인제의 꼬불꼬불한 길을 달리고 있더군요.
용대리에 내려서 밥집을 찾아 두리번거렸습니다.
황태덕장으로 유명한 동네라 대충 눈에 띄는 황태국집에 들어가서 황태찜백반을 시켰는데
서울에서 먹던것과는 달리 황태찜은 덜 자극적이고 들깨와 참기름을 많이 써서인지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이었습니다만
황태국은 후추와 조미료가 많은듯 골이 지끈지끈 아픈 그런 맛이었습니다;

어쨌거나 배를 채우고 백담사행 셔틀버스를 타고 20분정도를 달려 백담사로 갔습니다.
도착한 백담사에선 사찰체험을 하는 듯한 중고딩들이 뭔가 종교의식을 마지못해 따라하고 있었는데
모두들 지겨워 죽겠다는 모습으로 몸을 배배 꼬고 있는 모습이 몹시 인상적이었습니다;

여길 건너면 백담사





오전 열시 이십분, 이제 설악산 본격 산행이 시작됩니다.
절간투어를 가는 듯한 아지매들을 뒤로 하고 힘찬 발걸음을 옮겨봅니다.
초록빛으로 반짝이는 아름다운 계곡을 따라 이어진 등산로를 걸어가다보니
채 한시간이 안되어 영시암이라는 암자가 나타납니다.
여기서 갈림길이 나타나네요. 오세암으로 가는 길과 봉정암으로 가는 길.

저는 봉정암으로 가서 소청중청대청으로 갈 예정이예요. 초행인 이들에게는 이 길이 가장 무난한 코스라고 들었어요.




십여분을 더 가니 간지나는 계곡 사이에 통나무로 만들어진 작은 오두막이 보입니다.
수렴동 대피소네요. 일단 시간은 안되었지만 밥을 먹어야겠죠.

시간을 줄여보려 집에서 싸온 도시락을 꺼내고 코펠에 즉석국을 끓여 점심식사를 합니다.
비슷한 시간대 올라온 등산객들도 취사장에서 밥을 먹고 있네요.
갑자기 누군가 비명소리를 지릅니다. 아이고~ 살모사 새끼가 취사장안에서 돌아다니네요.
밥먹던 등산객들이 놀라서 시끌시끌 난리였습니다.
재밌었던건 취사장근처에서 먹고사는 다람쥐들이 뱀을 툭툭 치면서 시비를 걸더군요. 덩치가 비슷하니까 가능했던걸까요;

머 그렇게 식사를 하고 다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계곡물은 내리쬐는 햇살을 받아 연초록빛으로 빛났고요 흐르고 떨어지면서 수없이 많은 폭포와 소를 만들어내네요.
역전다방에 걸린 달력에서나 볼 수 있는 멋진 풍경이여요.
달리 얘기하자면 산행길은 점점 빡세진다는 이야기겠지요?

예쁘죠?




볼 것은 참으로 많은데 몸은 조금씩 힘들어지네요.
어쨌거나 공기는 너무도 맑고 햇살은 가볍고도 따가워 피부가 막 심호흡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매일처럼 랩이 한꺼풀 씌워진듯한 하늘과 공기를 맛보던 제게는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냥 좋더군요.

걷다가 마구 업되는 기분을 참을 수 없어 노무현 버전으로 크게 외쳐보았습니다.
"야~~~ 기분좋다~!!";;;;;


여튼 그럭저럭 템포를 조절해가며 언덕길과 계단길을 오르다가
갑자기 경사가 급해지면서 체력소모를 요하는 깔딱고개가 나타나네요.

이정표를 보니 봉정골 입구라고 써있네요. 1050m정도였던듯
두시간을 내리 걸어온 터라 배가 고파와서
이미 녹아 떡이 되버린 초코바를 입안으로 꾸역꾸역 밀어넣습니다.

올라온 길을 돌아보다

잠깐 뒤를 돌아보니 이렇더라




물을 약간 마시고 다시 발걸음을 옮기는데.. 아아.. 경사가 예사롭지 않네요. 
도대체 천미터가 넘는 산자락에 절을 지을 생각을 한 사람은 과연 누구였을까요.
과연 이 위에 절이 있기는 할까, 봉정암의 암이 암자암이 아니라 바위암자인가봐 하면서
미친듯 헐떡거리며 바윗길을 기어올랐습니다.

허벅지가 터질 듯한 고통을 억누르며 한참을 오르다 보니 사자바위라는 고개에 당도하게 되었습니다.
이정표를 보니 대청봉까지는 2.5km남았더군요. 백담사에서 벌써 10km를 넘게 온 셈입니다.
나름 양호한 성적이네요. 조금더 힘을 내보자고 자신을 타이르면서 다시 발걸음을 옮겨봅니다.

봉정암은 계곡 사이에 건설한 암자인데요,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보관한 사리탑이 있어
독실한 불교신도들에게는 백담사-오세암-봉정암 코스는 메카; 마냥 한번쯤은 꼭 가봐야 할 곳이라 불린다 하더군요.

해발고도가 무려 1244m.. 어휴 말도 안돼;;
하기사 지리산 중산리 코스로 오르다 보면 법계사라고 1400고지에 있는 절도 있었으니 이건 양반?;;

하늘이 맑아서 참 좋았음


머 종교가 없는 저에게 이곳은 물뜨는 곳 이외의 의미는 없었기에 잠시 물마시고 땀좀 식히다 다시 길을 걸어봅니다.
계속 경사가 장난아니었습니다만 머 아까 봉정암 초입에서 이미 단련된 터라
속도를 줄이고 숨을 고르면서 차근차근 타박타박 걸어봅니다.


아.. 너무 좋아요. 고도가 높아지면서 거치른 암벽과 봉우리들이 미친듯이 나타나면서 눈을 어지럽힙니다.
힘든데 너무 기분이 좋아요. 초록 숲과 하얀 암벽의 조화, 따갑고 맑은 햇발속에 걷는 이 기분
등산을 하는 즐거움중 하나가 바로 이런것이예요.
아니.. 이건 혹시 자신을 괴롭히면서 얻는 쾌감이란걸까요?;;

헉헉대고 오르다보니 어느새 소청대피소에 도달합니다.
아~ 정말 전망이 개작살입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가슴이 열리는 그런 기분이라 해야 할까요?
아래 지나왔던 구곡담계곡과 바로 옆 연필 깎아놓은 듯 솟구친 용아능선, 뒤쪽의 공룡능선과 저멀리 보이는 울산바위까지
그야말로 한눈에 들어오네요. 
이건 마치 남산타워에 처음 올라 서울시내를 바라본 초딩의 감동과 비교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사실 설악산을 두어번 오긴 했었는데, 한번은 울산바위로 가는 관광코스;였고
한번은 외설악 천불동으로 대청에 올랐다 돌아가는 코스였던터라 이번 산행만큼은 볼것도 감동도 크지 않았었지요. 오늘이 제대로인듯 하네요 히히.

아, 용아장성능선은 대충 보더라도 바늘처럼 솟구친 암봉들의 연속이라 도저히 탈 수 없게 생겼는데요
실제로 이 코스를 도전하는 분들이 상당히 많고 추락해서 목숨을 잃은 분들도 숱한 죽음의 릿지코스라 하더군요.
물론 통제구역이고 무서워서 갈 생각도 없었습니다ㄳ;

내일 가야할 공룡능선

구곡담계곡쪽으로

이게 바로 용아능선

앞에는 신선봉과 범봉, 뒤에는 울산바위

날씨가 너무 좋다능.. 하악하악;

사진발 쩌네효 대단한 분이신듯




그렇게 숨을 고르고 다시 발걸음을 옮겨봅니다.
아까 오르던 기세로 계속 오르다보면 레이더기지같은 것이 설치된 중청봉을 지나
대망의 대청봉을 함께 바라보게 됩니다.

아아.. 그렇게 중청을 넘어서면 드디어 중청봉과 대청봉 사이에 아담하게 지어진 중청대피소가 눈에 들어옵니다.
목적지에 도착했네요 히히; 
도착시간은 네시 사십분 정도.. 여섯시간 반정도 걸린 듯 합니다.
예상외로 시간이 적게 걸려서 다행입니다.

왼쪽이 대청, 오른쪽이 중청. 산사태흔적이 보인다

이쪽은 화채능선쪽인듯?

오늘의 목적지가 보인닼ㅋㅋ




 
이제 짐을 풀고 밥을 먹으러 취사장으로 갑니다.
산에서는 고단백 고칼로리 음식이 최고인지라 끓는물에 3분짜장;을 데우고 그 물을 거름망에 버렸습니다.
갑자기 비명소리가 들리네요.
하수구 아래에서 물에 젖은 다람쥐가 튀어나옵니다.

탄천변을 달리다보면 이런 플랭카드가 눈에 띕니다.
'오리에게 먹이를 주지 마시오' -_-;;;

등산객들이 다람쥐에게 먹이를 주다보니 얘들은 어느새 먹이를 찾는 일에 귀차니즘에 빠져 
이곳 대피소에 터를 잡고 음식찌꺼기를 먹고 사는 쥐새끼가 되어버린거겠죠.

징그럽다는 기분과 동시에 자연에게 인간은 정말 이명박과도 같은 존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신이 강과 산을 살리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걍 아무것도 하지 마세요; 안하는게 자연을 위해 도와주는 거예요.
이게 정답인 것 같아요. 저도 다람쥐를 이지경으로 만든 인간인지라 일단 반성.

일몰시간이 되어 대청봉에 슬슬 올라가 낙조를 보려 했지만 서쪽에서 미친듯 넘어오는 검은 구름 탓에
결국 지는 해를 보지 못하고 터덜터덜 내려왔습니다.

 


산에서 해떨어지면 할게 없죠. 자야죠.
자리를 깔고 누웠습니다. 평일이라 등산객들이 얼마 없어 다행입니다.


열두시 반쯤 되었나요. 뭔가 쪼아대는 소리에 잠을 깨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쥐새끼;; 아니 다람쥐 새끼가 
내 밥통 냄새를 맡고 뭔가 먹을게 있나 싶어 열심히 이빨로 갉아대고 있더군요.
아까 취사장에서의 기억이 떠오르며 입에서 절로 욕이 나오더군요.

결국 잠만 깨고 쫓아내지도 못하고 해서 나와서 담배를 한대 피웠습니다.
많이 추웠습니다. 온도계는 영상 14도.. 그순간에는 바람막이가 정말 절실했습니다. 
산위에서의 일들이 대개 이렇지요. 상상하기가 힘든 일들이 참 많이 벌어지니까요.


여기서 한번 접을께요.
그만 읽으실 분들은 여기까지. 안녕히 계세요. 꾸벅.






여튼 희운각에서 언제쯤이나 갈 수 있을까 싶던 마등령까지 네시간 조금 더 걸려 도착했습니다.
전문 산악인이 아니라면 그냥 닥치고 묵묵히 걷는게 산행의 진리인가봐요.
이번 산행에서 가장 뿌듯한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눈앞에 보이던 미칠듯한 능선을 직접 타고 왔다고 생각하니 우왕ㅋ굳ㅋ 


이제 마지막 문제가 남았습니다. 하산이지요.
제가 산을 타는 스타일상 하산길에서 급속하게 지친다는게 약점이거든요.
역시나... 급경사를 내려가면서 무릎과 발바닥에 조금씩 과부하가 걸리는 느낌이 듭니다.
왼쪽 넷째발가락쪽이 조금씩 욱신거리네요. 아놔 혹시 물집?

아니겠지 하며 내려오는데 여전히 아프네요. 물집 맞구나.
아이 부끄럽게 왠 물집이 잡혀서..ㅋ
여하간에 어찌할 도리가 없으므로 그냥 살살 가봅니다.
제게는 내려가는게 참 힘듭니다. 시간도 많이 걸리구요. 하아.. 자세한 설명은 생략합니다.
금강굴 가는 급경사 돌길이 작살이었어요. 실제로 그 바위에서 클라이밍하던 한 무리들과도 만났어요. 조낸 간지나더군요.

비선대 도착~~




결국 막판에는 천천히 걸어도 발이 아프고 빨리 걸어도 발이 아프더군요. 
하지만 구보로 이동한다면 어떨까?
구!
보!
이!
동!
-_-;;

신흥사를 2km 정도 남겨놓고 구보를 실시했습니다.
정말 발에 오는 고통에는 별반 차이가 없더군요;

결국 소공원을 지나 버스정류장에 도착하니 세시가 조금 안된 시각.. 이렇게 설악산과는 안녕을 고합니다.
하산길은 9시간정도 걸렸군요. 날씨가 좋아 설악의 좆간지를 일출부터 꾸준히 볼 수 있었던 것을 
무척이나 행복하게 생각합니다. 
구름이 무럭무럭 자라나던 미칠듯한 구름바다와 내설악의 간지비경을 보았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마구마구 부풀어 올라 85 D컵이 되버리는 듯 했던 1박2일이었어요. 하악하악;
그래요. 머지 않아 또 올 기회가 있겠죠. 고마워요 설악산~~~





넵. 산행얘기는 여기까지구요, 나머지는 밥먹은얘긴데 보시려면 클릭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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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이 없는 그대

블로그 이미지

하윤

어쨌거나 씹덕의 길로 접어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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