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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ppertones - Superfantast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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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현실을 도피하고 싶어졌다;;
 

간만에 돌아온; 백수라는 신분이 주는 중압감과
어느새 한살 더 먹어버린 나이가 나를 더욱 초조하게 만들었다.
 
 

그래, 나도 좀 쉴 때가 되었다?
는 훼이크고, 솔직히 놀고 싶었다;
 
 
 

1월 14일,
2년 8개월만에 다시 백수가 된 나는;
차가운 바람을 가르며 서울역으로 향했다.
 
 
근데 이상하다...
목포행 12시 15분 열차가 아무리 봐도 안보인다.
1월1일부터 배차시간이 바뀐다고 해서 그런가...

어쩔수 없이 신탄진으로 가는 12시 53분 열차를 끊어놓고 한참을 생각해보니
아.. 호남선은 용산역에서 출발한다는 진리를 그제야 깨닫게 되었다;
 
 
그렇게 어리버리 졸다 깨다 하면서 송정리를 지날 즈음,
 
해는 어느덧 서쪽으로 저물어가고 있다.
원래는 목포에서 낙조를 보고 싶었는데..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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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역앞의 루미나리에 거리

 
목포역을 빠져나와 시간을 보니 어느덧 다섯시간이 흘렀다.
어둑어둑해진 시내는 지방도시 특유의 약간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었다.
 
 
하루종일 먹은거라곤 아침이 전부였던지라
일단 배부터 채우고 보자는 생존본능이 발동했다.
 
역전앞을 잠깐 헤매다가 사람이 좀 많아보이는 갈비집으로 들어갔다.
입구에 '세발낙지 비빔냉면' 광고가 붙어있길래 너무너무 궁금해하며 주문했다
 
 
사실 남도여행을 생각하게 된 것은
일단은 서울보다는 따뜻할거라는 추측과;
맛깔나는 먹거리들이 많다는 것 때문이 컸다.
먹는게 남는거라는 생각을 하며 냉면을 기다려 본다.
 
 
드디어 등장~
낙지가 시뻘건 비빔냉면 위에서 사랑의 트위스트를 격하게 추고 있었다.
친절한 아주머니께서 나를 딱 보고 타지에서 온 사람인 줄 알았던지
낙지 잘라드릴까요 라고 말씀하신다. 사실 이렇게 세발낙지를 먹어보는 건 처음이었다.
 
 
한 입 물자 비릿한 바다내음이 쫄깃한 머리통에서 뿜어져나온다.
캬... 죽인다.
'산낙지를 잘 먹는 아이'라는 겸디갹의 만화가 생각나서
혹시 먹다 죽지나 않을까 겁도 났다만; 무사히 잘 먹었다;
 
 
냉면맛은 광고만큼 그리 대단하지는 않았지만
세발낙지를 냉면에 얹는 센스와 로망은
이 곳 목포에서만 가능한 것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다른 메뉴들을 보니 연포탕,갈낙탕,낙지비빔밥 등등
낙지 빼고는 상상할 수 없는 메뉴들로 그득하더라.

 
 
적당히 배를 채웠으니 이젠 어디로 가야할까.
목포는 항구라던데... 항구로 한번 걸어가봐야겠다.
 
횡한 도로를 따라 한참을 걸어가다보니 노랫가사에 나오던 삼학도가 나타났다.
난영공원을 돌아 배가 정박된 부두를 따라 다시 목포항으로 돌아가자.
음; 친구가 목포에서는 밤늦게 돌아다니지 말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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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를 지나 여객터미널 근처까지 걸어와 여관에서 짐을 풀고
인근 횟집들을 기웃거려본다.
일단 사람이 많은 곳으로 가게 되는 본능에 힘입어 아무 횟집에 들어가본다.
 
 
와..
옆 손님 테이블을 보니 상에 깔린 스끼다시의 규모가 장난이 아니구나.
이건 뭐 완전 최연성의 물량공세마냥 방대한 양의 접시들이 널부러져 있었다.
 
근데.. 그냥 회 먹을거면 노량진도 나쁘지 않은데...
그래, 목포까지 왔으니 홍어회지?
 
 
그렇게 먹게 된 홍어회,
 
몇 번 먹어보질 않아 이게 맛이 있다 없다를 말할 수는 없었지만
서울에서는 먹어보지 못했던 연골과 지느러미쪽 부분을 썰어주시길래
이 걸 오돌오돌 씹어먹는 맛이 참 새로웠다.
무엇보다 묵은지에다 홍어를 싸먹고 술을 한잔 걸치니 콧구멍을 스치는 그 느낌이 참 묘했다.
 
 
그러나 결국 홍어회 중자를 혼자 다 먹기엔 힘이 부쳐
몇 점을 남겨둔 채 아쉽게 식당을 나와야 했다;;
 
난 아직 수련이 부족한가보다. 다음에 먹을 기회가 된다면
푹 삭은 홍어회와 홍어탕을 한번 맛보고 싶다.
 
 
 
소주 한 병을 혼자 걸쳤더니 알딸딸하기도 하고
어이없이 서울서 여기까지 달려온 내 모습이 우습기도 하고 해서
허허 웃다가 그냥 자빠져 잠들었다.
 
 
이번 여행은 그닥 계획이나 목적의식은 없다.
그런게 있으면 내가 더 피곤해 질 것 같으니까...
일단 배를 채웠고 눈은 무거워오니 자빠져 자야겠다.
 
......
 
 
둘쨋날 아침이 밝았다.
 
어제 먹은 잎새주의 여파인지 머리가 띵해온다.
화장실에서 긴급히 설사를 배출한 후 대충 씻고 짐을 꾸린다.
 
 
이젠 어디로 갈까?
친구 말로는 목포에 왔으면 유달산은 꼭 올라가보라던데.
그래. 유달산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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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달산에서..




유달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서해 바다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이 곳은 목포의 전부를 조망해 볼 수 있는 곳이로구나.
 
땀이 식어가는 것 같아 유달산을 내려와 터미널로 이동한다.
어디로 갈까.. 한정식이 유명하다는 강진행을 끊었는데
차 시간이 근 1시간 가까이 남았다.
 
이것 참... 밥먹기도 애매하고...

버스시간표를 보니 해남 땅끝행 버스가 5분후에 출발이구나.
에라 모르겠다. 땅끝으로 가자.

 
그 유명하다는 강진의 한정식을 포기하고;

한시간 반만에 땅끝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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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가까이서 바다를 보니 느낌이 정말 다르다.
보길도행 여객선이 대기하고 있던 선착장에서 바라보는 하늘 빛 바다는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을 주었다.
 
 
정말 이유없이 행복했다.
사람들이 바다를 그토록 보고싶어 하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은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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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아침을 먹지 않은 상태였기에 인근 식당에 들어갔다.
메뉴판을 보니 허영만의 식객에서 나왔던 매생이국이 적혀있구나. 시켜보자.
 
 
매생이국..
시퍼런 펄프;같은 것이 그릇에 빽빽하게 가득 차 있는 것이 보기엔 좀 안좋았다만
국물을 한 숫갈 뜨니 약간의 향긋한 냄새와 함께 부드럽게 목구멍을 넘어가는 느낌이 좋았다.
굴을 넣어 국물이 시원한 것이 밥을 말아먹으니 아침 해장용으로 최고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는 채웠으니 리얼 땅끝으로 이동해보았다.
전망대로 가는 모노레일이 있었지만 두다리 성한놈이 모노레일이 왠말이냐
20분정도 걷다보니 드디어 땅끝이 보인다. 아니, 바다가 보인다.
 
 
태어나서 처음 와본 대한민국의 땅끝,
이 끝에서 다시 모든 것이 시작이구나...
 
 
나라는 놈도 이제 이 곳을 떠나 다시 돌아가면
그만 찌질거리고 멋지게 시작할 수 있을거야!
 
 
바닷바람을 맞으며 한참을 그 곳에 서 있었다.
 
좋았다.
마냥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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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끝에서 찍은 사진들




전망대로 기어올라와 한동안을 머물렀던 것 같다.
문득 해가 짧은 겨울이라 바삐 움직여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아쉽지만 발길을 돌려 마을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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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의 유일한 독사진;

 



땅끝에서는 목포나 광주로 가는 버스는 있었지만
내 최종목적지인 구례방면으로 가는 버스는 해남읍에서 갈아타야 했다.
 
차시간이 안맞으면 해남이나 강진에서 1박을 하려했건만
이번에도 운명의 장난인지 3분후에 출발하는 순천행 버스가 있었다.
그렇다. 오늘밤은 벌교로 가야겠다.
 


해남에서 다시 한시간 반 넘게 버스를 타고 벌교읍에 도착했다.
이미 주변은 어둠이 짙게 내렸고, 길을 걷는 행인의 모습은 쉽게 찾을 수 없었다.
아까 버스에서 벌교역 부근을 지나면서 눈여겨 보았던 꼬막식당을 찾아들어갔다.
 
 
꼬막정식이 만원이라 주문을 했더니 2인분부터 된다고 한다.
아니, 이건 무슨 똥배짱인가? ㅅㅂ
그래도 꼬막 먹으러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갈 순 없지.
 
 
 
나오는 것은 꼬막전을 시작으로 해서
삶은 통꼬막, 꼬막회, 꼬막무침, 꼬막탕... 총 다섯가지가 나왔다.
밥에 꼬막회무침을 얹어 김가루와 참기름을 뿌려 비빔밥을 해먹는 것이 특이했다.
 
아, 아줌마한테 젓가락으로 꼬막껍질 벗기는 법도 배웠다.
꼬막 머리쪽에 젓가락을 끼워 돌리니 희한하게도 똑 하고 껍질이 반으로 갈라지더라.
아주머니 왈, 꼬막안에 들어있는 피는 몸에 좋으니 마시라고 해서
보이는 족족 피를 쪽쪽 빨아먹었다;
 
 
많을 줄 알았더니 먹다 보니 다 먹어지더라;
맥주 한 병을 시켜서 꼬막회를 먹다보니
2인분이랍시고 한그릇 더 온 공기밥에 손이간다.
 
잠시후...
꼬막껍질은 빈 양은냄비에 쌓여갔고
밥상위의 모든 음식은 초토화되었다.
내 스스로 참 무식한 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배가 불러 비틀거리며; 가게를 벗어났다.
주인이 정말 징한 새끼라고 손가락질 했을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배는 부르고 졸려오니 잘 곳을 찾아야지.
역 근처 여인숙에 들어갔다.
졸다 나온 할머니가 만오천원이라며 두꺼운 이불 한채를 앵겨주신다.
 
 
시설은 좆구렸지만
배도 부르고 피곤해서 금방 잠이 올 것 같았다.
뉴스에서는 올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씨라고 외쳐대고 있었다.
그래 알았다 알았어.. 눈이 절로 감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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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날 아침,

어디선가 새어들어오는지 모를 강력한 외풍에
너무 추워 잠을 깼다.
 
 
세면실에서 냉수에 세수를 하니 주인할머니가 일찍 일어났네 하며 인사를 하신다.
뜨거운물좀 갖다줄까? 하시는데, 인심이 참 좋으신 분 같다.

 
 
일단 어디로 갈까..
차시간이 되기 전에 소설 태백산맥에 나온 여러 곳들을 둘러보기로 했다.
조정래 선생 생가에 가보고 싶었지만 예상외로 거리가 멀어 패스하고
갈대숲이 가득한 벌교천을 따라 읍내투어를 한번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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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교역에 있는 태백산맥 관련 관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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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교읍을 가로지르는 벌교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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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다리(부용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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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교





지금 내게 태백산맥에서 가장 기억나는 구절을 들어보라 한다면
'이년 니노지;가 쫄깃쫄깃한 겨울꼬막맛이시' 하던 염상구의 대사 뿐이지만;
 
여전히 그 때의 총탄자욱이 남아있는 소화다리를 보면서
아직도 이념이 남긴 상처를 보듬어 안을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이 슬퍼져왔다.
 
 
염상구, 김범우가 그리고 외서댁;이 건너던 홍교를 돌아보면서
다시 벌교역으로 오는 길은 횡한 지방 소읍의 아침풍경에 지나지 않았지만
 
나라가 공산당 만들고 지주가 빨갱이 만든다던 소설속의 외침이 내 귓가에 들려오는 듯 했다면
물론 훼이크;
 
 
구례로 가기 위해 일찌감치 열차를 타고 순천으로 향했다.
볼이 찢어질 것 같은 추위는 열차안에 들어서니 따스한 봄볕같아 눈이 스르르 감겨왔다.
하지만 졸았다가는 부산까지 가버릴 것 같아 정신을 차리고 순천역에 내린다.
 
 
순천역에서 터미널까지는 생각보다 먼 거리였다.
날은 쌀쌀했지만 이놈의 배낭을 메고 100미터 정도만 걷노라면
어느새 등짝에서는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때는 점심을 먹기엔 약간 이른 시간,
그래서 브런치;를 간지나게 즐기기 위해
버스터미널로 가던 길에 눈에 보이는 아무 식당에 대충 들어가 백반을 주문했다.
 
 
조금 있다가 백반이 나왔다.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칼칼한 생태찌개,
노릇노릇하게 구운 생선구이,
그리고... 그 외에 열댓가지의 반찬이 따라나왔다.
 
 
이 것이 바로 남도음식이 주는 포스구나.
경상도 촌구석에서 간고등어와 나물국이 최고인줄로만 알고 자랐던 나로서는
실로 컬쳐쇼크;가 아닐 수 없었다.
 
과연 이렇게 퍼주고 남기나 할까? 이게 5000원짜리 백반이라니...

 
 
어느새 식도락 여행으로 변질된; 이 여행을 마무리 지을 구례행 버스를 타고
창밖으로 펼쳐지는 섬진강과 지리산 자락이 보여주는 장엄한 포스를 멍하니 바라보다 보니
어느새 구례에 도착;
 
 
내일부터 지리산 종주를 할 예정이니 방부터 잡자.
여관방에 지긋지긋한 배낭을 던져놓고
배낭머리를 떼어 거기다 대충 짐을 쑤셔박고 화개행 버스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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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 사투리와 경상도 사투리가 묘하게 공존하는 것이 재미있었던 화개장터,

사실 말이 화개장터지 장터는 관광을 위해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것에 지나지 않아
쌍계사쪽을 오가는 관광객들을 유혹하는 곳 정도에 지나지 않아보였다.
 
이 곳에서 내가 점심때 선택한 메뉴는 참게장 정식.
 
만오천원이라는 가격이 약간 부담은 되었지만
워낙에 게라면 사죽을 못쓰는 나에게
은어회나 재첩국은 더이상의 고려대상이 되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이 날이 바로 지난 엿새간의 휴가 중에서
가장 만족스럽게 세끼 식사를 가졌던 날인 것 같다.
 
기대하지도 않았던 환상적인 브런치;부터
화개에서의 점심 그리고 저녁까지
이번 여행중 최고의 밥상이었으니까 말이다.

 

두둥~!
깔끔하게 담겨나온 참게장과
사이드로 나온 뽀얀 국물이 우러난 재첩국,
매실장아찌와 밴댕이젓을 비롯한 정갈한 밑반찬과
그리고 밥을 싸서 간장에 찍어먹도록 나온 센스넘치는 김까지..
 
 
거의 정신을 잃고 밥을 입에 퍼넣었던 것 같다;
민물게에서 느낄 수 있는 향긋한 향은 그야말로 최고!
 
게껍데기에 밥을 비벼 떠먹는 그 비릿하면서도 고소짭짜름한 맛은
과연 김수미 게장에 비할 만큼 천상의 맛이었다.
공기밥을 추가로 시켜 먹었는데 그래도 내심 아쉬웠다;
 
하악;거리며 거친숨을 내쉬면서 식당을 간신히 벗어나
소화라도 시킬 겸 주변에 있는 차밭과 섬진강변을 둘러보고 있을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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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밭과 꽃망울이 맺히고 있는 동백





문득 한 이정표가 눈에 들어왔다.

 
'최참판댁 10km'

 
이거 상당히 끌리더라.
우리나라 대하소설의 쌍벽을 이루는 태백산맥과 토지의 배경인
벌교와 하동을 같은 날에 돌아볼 수 있는 둘도 없는 기회가 아닌가.
 
 
약간의 장난기가 발동하여 그 곳까지 걸어보기로 마음먹었다.
10킬로미터면 2시간이면 넉넉히 들어가겠지?
 
 
걷는 내내 산 중턱과 강변에는 푸르른 녹차밭이 가득했다.
하동의 경우, 신라가 당나라에서 들여온 차나무를 최초로 재배했던 곳이라고 하니
일제시대 일본에 의해 정책적으로 개발된 보성보다 역사가 오래된 곳이라는 것도
이 곳에 와서 알게된 사실이었다.
 
 
이렇게 한겨울에도 변함없이 푸르름을 자랑하는 대밭과 녹차밭 사이로
섬진강변을 따라 뻗어나간 도로 양쪽으로 아름드리 벚나무들이 터널을 이루고 있는 모습은
한겨울이었지만 너무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훗날 이 곳에 오게 된다면 벚꽃이 필 무렵 쌍계사쪽 코스로 해서
지리산을 다시 한번 찾고 싶다. 근데 그때는 사람 조낸 많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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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아름다운 길이예연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한시간여를 넘게 걷다보니
강을 따라 이어지던 급한 경사의 산자락이 갑자기 멀리 사라지며
엄청나게 넓은 벌판과 완만한 경사위에 위치한 마을들이 나타난다.
이 곳이 하동군 악양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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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딱 두시간이 걸려 도착한 최참판댁은
실제로 있던 고택이 아닌, 드라마 '토지'를 위해 만든 세트장이었건만
그 곳에 서서 내려다본 해질녘의 악양벌은
마치 세상에 없는 마을인양 푸근하고도 당당한 풍채를 자랑하고 있었다.
 
 
지리산자락이 양쪽으로 감싸며 가운데 드넓은 벌을 품고
앞으로 굽이쳐 흐르는 섬진강의 물줄기가 보이는 그 곳,
사람들이 명당이라고 말하는 곳이 바로 이런 곳일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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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로 내려가 버스정류장 인근의 식당아저씨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이 곳의 평야가 84만평(새해부터는 ㎡를 써야한대요;)에
위로는 청학동, 아래로는 섬진강으로 둘러싸여있고,
수십리 길도 하루같이 왕래하며 서로 만나는 인심좋은 마을이라며
자기 고장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정작 이 분도 타지 사람인데 지리산을 좋아해 자주 다니다 이 마을에 빠져
이 곳에 뒤늦게 자리잡은 경우라 했다.
 
이분께서 근처 마을에 직접 전화를 해서 쌍계사로 가는 버스시간을 알아봐주신 덕분에
나는 늦은 시간에도 이 마을에 고립되지 않고; 무사히 화개로 나올 수 있었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아저씨. 꾸벅.

 
 
최후의 만찬이 될 마지막 저녁은 다시 화개의 어느 참게탕집..
식당에 들어가니 아주머니께서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여기 메뉴는 전부 2인분 이상이라 안되겠다고 하신다.
 
 
흑; 눈물을 흘리며 뒤돌아 나가려다가 다시 들어와서
아주머니한테 너무 먹고 싶어서 그러니 그냥 주세요 라고 하니
그러면 1인분만 만들어 줄테니 먹고가라고 말씀하신다.
 
어익후 님아 감사요;
 
 
국물이 칼칼하면서도 뒷맛은 개운하고 달짝지근하다.
전혀 느끼하지 않으면서 시원하고 깊은 국물맛이었다.
게다가 인심좋은 아주머니께서 게를 무려 네마리나 넣어주셨다. 완전 개감동;;
 
이번에도 조낸 하악거리며 거친숨을 내쉬면서 식당문을 간신히 벗어났다;
아주머니한테 만오천원 드리고 나온게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로 혀를 녹이는 맛이었다.

 
 
 
구례로 돌아와 가게에서 산에서 쓸 먹거리들을 사고
여관방에서 짐을 챙기며 이런저런 생각에 잠긴다.
 
그간 행복했었다. 내일부터는 빡센 여정의 시작이다.
육포를 찢으면서; 내일부터 이어질 산행을 다짐해보는 저녁이었다.
일찍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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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참판댁에서 본 악양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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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

어쨌거나 씹덕의 길로 접어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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