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를 들어보자.

*같은 현실을 이래저래 겪게 되면서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말이란 몇 개 없다.



1. 이런쒸바 *같네

2. 이 총체적인 부조리를 변혁해낼 방법은 뭘까?

3. 우리 맡은바 소임을 다하면서 힘을 키워야해.

4. 이게 현실이야. 이렇게 사는게 우리네 인생이란거지.

5. 내가 나비인가 나비가 나인가... 인간세상은 덧없는것이니...



-1번은 내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말로서, 한묶음의 감탄사에 속한다.

-2번은 상당히 혁명적인 발상인데, 현실적으로 이루어내기가 쉽지않고, 그 이후가 장밋빛이라는

          보장도 없으므로 일단은 배제한다.

-4번은 사실 가장 호감이 가는 말로서 스트레스 없이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서 4번을 강추한다.

-5번은 한마디로 득햏을 한 상태를 이르는 것으로 현실과는 무관한 신선의 경지를 추구하는

          유형이다. 신비주의자에게 추천한다.



오늘의 문제는 3번 '힘을 키워야 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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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문제가 만약 초등학교때 도덕문제에 나왔다면 '힘을 키우자' 라는 말은 당연히 정답이었을거라고 생각된다.

성향으로 따지자면 중도우파적인 발상이겠지?

실제로 나는 이 단어에 대해 상당히 호감이 많다.


그런데... 실제로 이 단어가 쓰이는 곳은 상당히 특정한 곳에서란 것이다.

정치적인 사안이 발생할때,

예를 들면 현재처럼 이라크전이 발발하고 반전 및 파병문제가 대두될때

이 말은 마술처럼 사용된다.


'파병은 어쩔수 없는 것 아니냐. 지금의 국제정세를 보아라. 세계는 적도 우방도 없는 냉혹한 정글이다. 우리의 국익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게다가 우리는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미국에 의해 끌려갈 수 밖에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자리에서 힘을 키우는 것 뿐이다.'


전형적인 (신)현실주의적 시각의 주장뒤에는 항상 꼬리말처럼 이 단어가 따라온다.

나역시 이 주장에 적잖이 동조한다.

이는 세계를 보는 가장 냉철하고 뚜렷한 분석틀이며

현 국제사회를 가장 잘 설명해주는 시각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힘을 키우자'라는 단어가

해석상에 있어서는 실제론 상당히 보수적인 의미로 해석된다는 점이다.


힘을 어떻게 키우자는 것인가?

자기 맡은 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자신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것이 힘을 키우는, 국력을 증진시키는 것인가?

그렇다면 그 방향은 과연 어디인가?


현실주의에서는 방향성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있다면 그것은 오직 이익이고 힘이며 승리다.

이제 국제사회에 있어서 정의라는 것에 대해 의문이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는 시점에서

유일한 설득력은 힘(군사력)과 이익(경제력)을 앞세운 정복 뿐이다.

그것을 당연시 하면서 그것에 대한 유일한 대응책으로 내세울 수 있는 말은

'힘을 키우자'라는 말 밖에 없다.


오늘 내가 딴지걸고 싶어하는 것은 그 단어가 내포하고 있는 속성에 대해서다.

그러한 현실주의적 시각은 현실의 냉철한 분석에는 매우 뛰어나지만

그러한 현실을 기반으로 그 것을 극복하려는 변화의 시작으로는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이유는 그 단어 안에는 현 체제에 대한 순응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단어는 앞서말한 4번의 대용의 효과로 많이 쓰여지고 있다.

이것은 승자가 열패자에게 주입하는 논리로서 '더러우면 출세하라'식의 말과 진배없다고 본다.

약자, 패배자.. 국제관계에서 제3세계 국가들은 그토록 노력했음에도 출세의 회전의자에 앉기는 커녕 빚더미위에 앉아야하는 현실은 무엇을 의미할까?

뼈를 깎는 노력 없이는 결국 그 단어는 결국 현실에의 안주이고 타협에 불과하다.


그 예로 일제시대때 진행되었던 자강운동을 들어보자.

'선실력양성 후독립'을 외쳤던 그 결과는 어떠했는가?

독립운동하셨던 분들께는 정말 *도 아닌놈이 이따위 글을 쓰는게 정말 죄송스러울 따름이지만

일본에의 독립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이 사실 아니었던가..

다시말하자면 이러한 관점은 정말 치열한 노력과 의지를 가지지 않고서는 실현이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에게 주어진 방향은 그 것이 거의 유일하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다시한번 고민하게 되는 것이기도 하고...



현실주의의 관점에서는 국제사회에서 정의란 존재하지도 존재할 수도 없는 것이라 말한다.

하지만 나는 적어도 정의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인간의 존엄을 위한 최소한의 잣대인 것이다.

그것이 있기에 자유와 평등이라는 개념이 설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이 빠져있는 사상과 이념은 그 누구의 것도 아니다.


결국에 우리는 좌의 방향이든 아니면 우이든 간에 이러한 모순을 극복하여야만 했고

그나마 가장 수월한 '힘을 키우자'는 논리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 단어는 이제 현실도피와 안주와 동일한 의미로 쓰여지고 있다.

앞으로 모두가 '힘을 키울 수 있는', 그런 삶을 살 수 있을까?


...



다만...

현실은 계속 변해가지만 그렇게 변하는 현실 속에서도

진실만은 변하지 않을거라는 생각을 해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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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

어쨌거나 씹덕의 길로 접어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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