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c 모노리스 (정석원/정석원/정석원//윤종신)
from sixth sense(1996)


벤치위의 노신사 아무말없이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지친몸을쉬네요

시들어진 꽃들을 어루만지며
세상을 이긴 승리자에 탄식을 하고

흐릿해진 하늘을 보며 어린 시골 꿈들은 한숨이 되가고
끝도 없이 이어만지는 폭풍우의 계절은 눈물을 뿌리네

역사라고 불렀죠 파괴를 믿고
화폐를 믿고 과학이란 종교를 믿었었는데

누구를 탓할까요 버려진 낙원
신은 더 이상 기다리지 않는답니다

위대했던 인류의 꿈은 자신의 관을 직접 만들어만 갔고
끝도 없이 올라간 탑은 예정된 싸움속에 무너져 버리죠



1999(신해철/신해철/신해철//신해철)
from '92 내일은 늦으리


서기 1999년 9월 10일. 전기의 공급이 완전히 중단되었다.
아마도 마지막 기록이 될것 같다.
혹 생존자가 이 기록을 발견한다면
우리의 무책임이 낳은 이 비참한 결과를 후세에 전하기 바란다.

This is the message from N.EX.T 1999,1999,1999,1999

북반구의 전체인구는 5% 이하로 감소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대기중의 오존층은 거의다 파괴되었다.
폭도들은 정신착란 상태에서 떼를지어 먹을것을 약탈하고 다닌다.
그나마 그들도 곧 보이지 않게 될 것이다.

지금시각은 오후 2시지만 하늘은 밤처럼 어둡다.
산성비와 일사량의 감소로 식물들은 전멸의 길을 걷고있다.
몇년째, 태어난 신생아들의 거의 모두가 기형아였다.
그나마 출산율조차 거의 제로를 향하고 있다.

대기의 온도는 계속 상승중이다. 남극 대륙은 물로 변하고
해안의 도시들은 물에 잠겨 자취를 감추었다.
내 머리카락은 모두 빠지고 피부암은 전신을 뒤덮고있다.
나도 최후의 순간을 준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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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곡 모두 상당히 세기말적인 분위기를 띠고 있다.

요즘 돈이 떨어지셨는지 모 자동차 광고에 나와 주위를 놀라게 한 그 분;이
가요계를 한 손에 쥐락펴락 하시던 90년대 초중반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그와 함께 가요계의 트로이카로 불렸을지는 모르겠지만,
당시 젊은 세대들의 아이콘이이자, 나름 깨어있는 젊은 음악가로 여겨져온 이들 중에
바로 이들, 공일오비와 넥스트가 자리하고 있었다.


머, 개인적으로는 신해철빠;성향이 있어왔기에
나의 호감은 일단 넥스트쪽으로 기운다고나 할까.


사실 015B에게서는 4집부터 뭔가 망조;를 느끼기 시작해서
그놈의 Big5 인지 뭔지 하던 그 앨범에서 완전히 정이 떨어져 버렸던 관계로
실제로 이 식스센스 앨범은 얘네가 해체를 하고 난 한참 뒤에야 듣게 된 앨범이다.

그 당시 첨으로 느낀 소감은
'종신횽 지금까지 객원에서 밀리다가 이제 망할때나 되서 겨우 한곡 부르는구나.. 불쌍타'
하는 것이 젤 먼저였고;

시종일관 조낸 우울한 분위기와 나름 의미심장하고 무거운 가사가
기존의 '야이야아~','샤랄랄라~' 하던 논다니; 분위기랑은 사뭇 달라서
'오오.. 왠일이야' 했던 곡이기도 했다.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캐스커의 리메이크 버전이 더 맘에 드는데,
피아노로 후리는 기본 멜로디가 무척 깔끔하게 편곡 되었고,
무엇보다 융진 언냐의 목소리가 너무좋다능..; 하악하악;


넥스트의 경우는 우연찮게 샀던 92년도 '내일은 늦으리' 앨범에서 듣게된 후 개감동을 했던 곡이랄까.

지금 돌아보면 신해철 특유의 개후까시와 오바질로 뒤범벅이 된 넘버였지만
당시 시대적 상황을 고려해 볼 때 나름 강력한 메세지를 전해준 곡이 아닌가 싶다.

21c 모노리스의 경우 가사가 무척 절망적이고 처연하게 쓰여져
곡이 요상스레 내뿜는 엄청난 뽕끼를 많이 중화시켜주고 한걸음 나아가
그 절망의 근원이 바로 우리들 자신임을 깨닫게 해주는 가사의 미학을 보여주는데 반해,

1999의 경우는 신디사이저와 디스토션 먹은 기타가 뿜어내는 광기어린 연주가 곡을 대변한다.
키보드와 기타가 테크노 비트위에서 파멸의 춤을 추는 가운데
약간은 상기된 표정으로 읊어대는 절망에 대한 적나라한 메세지가 잔인하게 다가오는 곡이다.
신해철이 다음 앨범 'The Return of Next part1: The Being'에서 보여줄
광기의 신디사이저 잔치의 예고작 정도였다고 하면 되려나.


나름대로 두 곡 모두에서 현실에 대한 비판적인 모습을 갖추고 있다.
다만... 넥스트의 곡에서 실험성과 음습한 막장 분위기를 확실히 갖추고 있었으니
전체적인 곡의 설득력 측면에서는 넥스트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솔직히 공일오비를 사회비판이라는 말과 관련짓는 것 자체가 개소리지.
정석원의 적절한 상업성과 이미지 메이킹의 승리가 바로 공일오비가 걸어온 역사가 아니었나 싶다.
(공일오비 까도 사살되진 않겠지?-_-;;)

이들의 근래 나온 앨범들을 살펴보면
넥스트가 여전히 '신해철표 락'을 기반으로 한 까대기에 주력하는 반면, (음; 해철씨 재즈앨범은 좆;)
공일오비는 이른바 '시부야계'로 불리는 말캉말캉한 일렉트로니카/라운지류에 보이는 관심을 보면
이들이 선택하고 걸어온 길이 어느정도 보인다.


여튼 오늘은 요정도까지만..
이렇게 둘다 무한궤도 출신의 뛰어난 연주자였음에도
같은 주제로 완전히 상반된 곡을 만들어내는 것을 비교해 보는 재미가 쏠쏠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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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

어쨌거나 씹덕의 길로 접어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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