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친구, 후배들과 노래방에 갔다가
간만에 이박사의 스페이스 환타지를 불렀었는데 
사람들이 몹시 배를 잡고 웃으며 좋아하더라; 
여전히 명곡은 세월이 흘러서도 그 진가를 발휘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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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00년쯤이던가? 여튼 군생활 할 때쯤 이박사가 폭발적인 히트를 쳤었다.
 히트곡 몽키매직과 영맨은 길거리에서 심심찮게 들을 수 있었고
대학 친구 하나는 18번이 '학교매점 출출해' 였었다.

당시 엽기코드가 유행하던 시절이었기도 했고
그가 보여주는 촌스러움과 유치함은 
젊은 층으로부터 주도되던 키치문화와 쉽게 동화되면서 
실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었다.

일본에서 실제로 한류의 원조로 자리매김할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던 이유로 이런 맥락과 크게 다르지 않을 듯 하다.

요즘 다시 새앨범을 준비중이라 하시고
얼마전 공중파에도 출연하셨다고 하니
관심 있는 분들은 한번 눈여겨 보셔도 좋을 듯.

기사를 살펴보니 그간 돈이 되는 밤무대는 자제하고
사람들의 호흡을 느낄 수 있는
지방공연들을 중심으로 활동하셨다고 한다.(회갑잔치; 등등;;)

☞관련기사보기
▶이건 2000년도 기사인 듯




뭐니뭐니해도 젊은 세대에게 가장 어필할 수 있는 이박사의 곡은
일렉트로니카계의 거성 가재발과 함께 만든 이 곡,
 '스페이스 환타지'였던 것 같다.
한국식 스캣;의 일인자라고 해야할까?;;


(개인적으론 섹시버전 가사가 더 나은듯..)



처음 들었을 때 닭살이 돋을 정도의 촌스러움과 유치함에
사람들이 열광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키치에 관련된 뭔가 학문적인 얘기라던가
혹은 포스트모더니즘이 어쩌네 하는 이런 논의들에 대해 아는 바 없으나

걍 유행이 지나 폐기처분 되어가는 과거의 문화소비재 중에서
그 쌈마이적 매력을 찾아 다시 쌈마이스럽게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그의 독특한 캐릭터가 무척이나 돋보인 때문 아니었을까 하고 추측해본다.

키치를 '쌈마이'라는 단어로 대충 뭉뚱그려놓고 살펴본다면
어차피 세상사 네박짜 뽕짝이라는 본질을 본인 스스로가 매우 잘 알고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숙명적인 쌈마이 인생을 즐기는 그의 모습이
어찌보면 보다 순수하고 보다 가슴을 울린다는 느낌도 들 때도 있다. 

솔직히 그의 험난한 인생의 여정을 들으면 
왠지 안타까운 감정이 앞서서 곡에 집중할 수가 없으니
그저 곡에만 집중하고 들어보자;;


그의 음악에서는 스타벅스 커피같은 포드식 대량생산간지의 냄새가 나지 않아서 좋다.
오히려 그는 갈비집 카운터 옆의 공짜 자판기 커피같은 느낌이다.

클래지콰이처럼 아침부터 들리는 피아노소리 같은건 전혀 없고
그렇다고 박현빈처럼 아주그냥 죽여주는 노골적인 가사도 없다.

 그의 음악은 무료함을 달래주는 들쩍지근한 입가심이다.
마셔도 그만 안마셔도 그만이지만
그 들쩍지근한 3-4-3비율의 공짜커피맛은 참 구수하고 정감간다.

일회적인 유희의 소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기에
그야말로 '싸구려 커피'의 키치적 감수성에 기대
필요이상의 문화적 강요에 지쳐버린 사람들의 정서를 이완시키고
하나의 부품이자 상품으로 살아가는 우리네 지친 삶 속에서
그의 음악을 통해 작은 웃음을 얻을 수 있기에,
무엇보다 그의 노래를 아무리 뒤져봐도 뭔가 있지도 않고 실제로 있을 것도 없기에
그의 음악은 여전히 매력만점이다.


내 생각에 그는 그럴리도 없겠지만 00년 전후만큼의 대히트를 치더라도
 앞으로도 그의 음악은 영원한 고속도로의 친구로 기억될 것 같다.

문화적 취향으로 서로를 구별짓기 하는 것이 익숙한 이 시대에서
이젠 충분히 나이가 들어버린 그를 불태우는 밑바닥스러운 정열이 너무도 뜨겁게 느껴져온다.

어쨌거나 이박사님 화이팅이요~!ㅋ




사진출처는 http://www.kjmbc.co.kr/nan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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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

어쨌거나 씹덕의 길로 접어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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