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 브랜드 중에 바나나 리퍼블릭이라고 있다.

(홈페이지는 http://www.bananarepublic.com)



Gap사에서 출시되어 주로 여성층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브랜드인데

중고등학교 시절에 아이들 사이에서도 퀵실버;나 마우이; 마냥

바나나 리퍼블릭 티셔츠가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던 듯도 하다.



문득 곰곰히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 브랜드를 버젓이 입고 다니는 건

참으로 아이러니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바나나 공화국은 뭐하는 공화국일까.

그건 대규모 농장에서 바나나 등의 작물을 통하여 국가를 꾸려나가는,

굳이 농산물이 아니라 국가자체가 강대국의 입맛에 맞게 재단되어버린

중남미 약소국들을 낮추어 통칭하는 말이다.








과거 UF(United Fruits)라는 초국적 거대자본에 철저히 종속되어

국가정체마저 뒤흔들린 과테말라의 어두운 현대사에서 유래된 이 단어는


그저 '그들'이 원하는대로 먹고 살 수 밖에 없는 기형적 경제체제를 가진

그야말로 찌질;한 중남미 소국을 일컬을 때

'그들'은 바나나 공화국이라고 부른다.


돌아보면 지독한 경멸의 의미가 숨어있는 단어인 거다.




한걸음 더 나아가서 이들 국가는

국가의 경제상황이 강대국들에 대해 지극히 종속적이라

그들의 이해에 의해 국가의 정치사회경제가 움직일 수 밖에 없는,


그야말로 한때 한국사회를 규정하는 단어들 중 하나였던

'신 식민지 독점자본주의'의 개념으로 보아도 무방한 상황이었던 거다.


생각해보라. 초국적 기업 샘숭;이 자유시장경제질서를 교란;하는 노무현의 정책이 맘에 안든다고

박근혜를 부추겨 노정권을 무력으로 갈아치워 버렸다면..?


이 것은 국제사회가 안고 있는 모순을 극명히 보여주는 단어이기도 하다.

바나나 리퍼블릭이 괜찮은 브랜드의 의류의 의미로 받아들여 지느냐,

혹은 조롱과 경멸의 의미로 받아들여 지느냐,

또는 지독한 수치의 단어로 각인되느냐는

그 처해진 입장에 따라 가치관에 따라 다를 것이다.







우리 역시 이들과 전혀 다를 바 없는 역사를 가져왔기에

이러한 3세계의 종속성과 경제적 빈곤을 비웃는 단어에

난 절로 좆치않은 기분이 들었다.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에게 종속되어

일개 국가의 모든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구조가 그들에게 맞추어 짜여져 온 우리 또한

2만불 시대를 달려가며 스쳐가는 과거의 이야기일수만은 없다.


다만 우리는 경제적 보다는 군사적 종속이 더욱 주된 요인이었고

산업화의 개념보다는 공산권과 대치하는 전초기지의 개념이 컸던 것이 다른 점이랄까.  


여전히 그들의 한마디에 멀쩡한 아들들을 사지로 내보내야만 하는

그것을 국익이라 믿고 있는 우리들 역시

또다른 형태의 바나나 공화국이란걸..








더욱 꼴사나운 것은 사실 우리는 제 3세계 국가이면서도

'우리는 못사는 중남미나 동남아 국가들과는 다르다'라며 그들을 경멸하면서


'그들'에게 붙어 헤헤;;; 거리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이다.

그야말로 겉은 노랗고 속은 하얀 바나나 그 자체다.



근래 뉴올리언즈에 불어닥친 태풍으로 인한 엄청난 피해소식을 들으면서

그 와중에 흑인들에 대한 인종차별문제가 화두가 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그 참상을 접하면서

"역시 깜둥이 새끼들은 안돼" 라는 말을 내뱉으며

고개를 내젓는 이들을 간혹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 '깜둥이'가 들어가는 자리에 '원숭이'를 대입시키면

그들이 생각하는 바로 우리의 모습이라는걸 잠시 망각하고 있는,

혹은 그것이 괴로워 오히려 잊으려 노력하는

오늘 우리들의 모습이 서글프다.




무엇보다 이러한 종속에 대한 논란과는 별개로

그러한 브랜드네이밍을 한 의류가 날개돋친 듯 팔려나가는 오늘의 상황은


국가와 이념과 인종을 넘어 절대적인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자본이란 것이 가진 그 끝을 알 수 없는 힘에 대한 두려움과


그 파도에 휩쓸리지 않으려


그 끝에서 생계를 이어가려 발버둥 치는


혹은 성공이라는 꿈을 꾸며 몸부림치는


우리들 자신이 너무도 초라해 보인다는 것에 가슴이 아파온다.






뉴스란의 리플을 보다 그만 열이 받아서 써봤다;


결론은 "국제사회는 힘없으면 좆밥"이라는

현실주의의 대명제를 들이대면서; 대충 마무리 지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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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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