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9일

일기는메모장에 2009. 6. 19. 03:10

1. 술을 다시 끊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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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여 이 글을 보실지는 모르겠지만
저로 인해 초면에 무척이나 황당하고 불쾌하셨을 그 분께
진심으로 사과의 글 올립니다.

주정부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전혀 못 믿으시겠지만 저 원래 그런놈 아닌데
돌이킬 수 없겠지만 그저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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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나이 서른 둘... 
정말 오랜만에 길바닥에서 잤다.
아무런 기억도 없다. 참담하다.

술을 다시 끊어야겠다.
머 이젠 같이 술마셔줄 여자도 없잖어ㅋ




2. 한예종 다니는 친구의 말


한예종 영상원에 다니는 한 친구에게 전화를 해서 요즘의 한예종 사태에 대해 물어보았더니
이 친구가 나름 소상하게 설명을 해주더라.

일차적으로는 한예종의 급성장에 위협을 느끼는 각 대학 연영과 교수들이 일종의 밥그릇이익단체인
문화미래포럼이라는 단체를 통해 지속적으로 한예종을 압박해 왔고
이명박 정권들어 좌빨 척결이라는 코드가 맞아떨어진 이들이 노무현한테 써먹은 방법 그대로
황지우 총장을 털었던 것이고, 이론수업을 할 필요가 없다는 명분을 들어 이론강의를 모두 폐지하면서
진보성향 인사들을 모두 퇴출시키고 향후에는 한예종을 사실상 분해하여 약화시키는 길로 나아가려는 듯 하다고 했다.

친구는 스스로는 정치적으로 무관심하나, 어찌 예술에 있어서 이론없는 실기가 있을 수 있냐고 통탄을 했고, 한예종의 수업들이 얼마나 창의적이고 많은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 말했으며, 이명박은 경제적인 가치로-이를테면 같은 국립인 영화아카데미와 한예종에 예산이 중복되는 것을 '절감'하려 하는 단순한 사고로 현재 한국 문화예술교육의 보고인 한예종을 이렇게 쉽게 짓밟아버릴 수 있는지, 이들이 어찌 이리 잔인하고 무식한지에 대해 탄식을 금치 못했다. 나아가, 중대 연영과 출신이라는 유인촌이 그야말로 개새끼라며 그놈은 아무래도 미친놈이 아닐까 의심하고 있었다. (그는 부패한 사립대 연영과 교수들을 겪었다가 한예종에서 너무 깨끗하고 성실한 모습에서 몹시 놀랐다고 했다)

학생들이 학교를 살리기 위해 집단행동은 하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원래 이쪽 일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정신적으로 하나씩 장애를 갖고 있어서;; 자기 분야에 있어서는 천재적일지는 몰라도 세상돌아가는 것은 바보에 가까울 정도로 전혀 모르는 사람이 부지기수이고 자기 일 하며 생계를 이어가기에도 벅찬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아마 그렇게 되긴 힘들거라고 비관적으로 말했다. 다만 정부가 강경하게 학교를 짓밟게 될 경우, 정신적인 장애를 가진 대다수 학생들이 이를 보고 단체로 폭발하여 피를 부르게 되는 매우 비극적인 사태도 벌어질 수 있을거라고 조용히 말했다.

결론적으로 그는 영화하면서 먹고 살기도 힘들어 죽겠는 판에 왜 이런 일까지 생겨서 빡돌게 하는지 모르겠다며 가카와 유인촌이는 기본적으로 문화에 대한 인식이 없는 씹쌔끼들이며, 이들이 가뜩이나 어려운 한국 영화판을 더욱 개좆같이 만들고 있다며 울분을 토했다.
 
참고로 이친구는 조만간 입봉을 하게 될 것 같다는데, 연영과 다니며 영화판에 뛰어든 근 십년 넘게 생활은 전혀 변함이 없이 궁핍과 찌질의 연속이었으며 앞으로도 별반 도움이 안될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마지막으로 남긴 그의 명언은 '오래 버티는 놈한테 당할 자 없다' 였는데, 지금 생활고 및 격무에 떨어져나간 동기 선배 후배가 너무 많아 자기의 경쟁자 및 적;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다들 힘든가보다.
우리는 미친 세상을 살고 있다.
훗날 역사책에는 2008년과 2009년은 어떤 해였다고 기록이 될까.



3. 고향에 다녀오다

아버지 생신이 이번주인 관계로 올해들어 처음으로 시골에 내려갔다.
산골이라 그런지 새벽에 반팔은 견디기 힘들 정도로 추웠다.

그곳은 작년 수해로 특별재난구역으로 선포된지 일년이 되어가는데
아직도 제방은 한참 작업중이었다.
올해는 아직까지 비가 제대로 오지 않아 다행이지만 걱정이다.
4대강을 살릴 돈으로 이런것 좀 후딱후딱 처리하면 안되려나?

파헤친 강이 보인다. 오른편에 시골집이 보임

간지나는 향기의 밤나무


그곳 산에는 이상하게 옻나무하고 생강나무가 유독 많이 눈에 띄었다.
내가 옻나무에는 알레르기 반응이 없어서 다행이긴 했지만
나중에 여러사람 고생하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어린 생강나무. 잎을 비벼보면 생강냄새가 남.


옻나무. 이건 차마 못비벼보겠음;



할아버지 산소 주변에는 할미꽃과 노간주나무가 많이 자라 있었고
외할머니 산소 주변에는 인동초와 신나무가 눈에 띄었다.
향기로운 인동과 뽕잎이 없을때 누에에게 대신 먹였다는 신나무는
바로 옆동네이긴 하지만 우리동네에서는 많이 나지 않는 식물들이라 신기신기..

할미꽃. 꽃은 이미 피고 졌겠지.

신나무. 회색염료로 썼다고 하던데..


돌아오는 길에는 시커멓게 열린 오디를 미친듯이 따서
언젠가는 익을 술을 담갔다.

뽕나무와 오디


좀 징그러워보이네


어머니에게 사사받은 요리는 고춧잎 나물, 고사리나물, 취나물 등을 무치는 것을 배웠다.
나는 원래 식물을 좋아하는 따스한 봄햇살같은 남자ㅋ
잊지말았다가 다음에 한번 해먹어야겠다.

다음에 다시 내려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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