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14일

일기는메모장에 2009. 8. 15. 00:52

#1. 위생검열



지난 월요일, 시청 위생과에서 위생검열을 나왔다.
5일부터 15일 사이에 나온다는 공문이 뜬 이후, 지난 7월말부터 이 것땜에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스트레스가 장난 아니었다.

지난번에 '주의'조치를 받고 다시 나오는 것이라 주방장의 압박은 장비지휘검열 전의, 빡칠대로 빡쳐있는 행보관의 모습에 가히 비유할 만 했고, 그 덕에 나를 비롯한 주방직원들 모두는 매일매일 대청소와 미싱하우스; 및 끊임없는 얼음질 랩질 신공을 반복하며 지옥과도 같은 나날을 보내야만 했다.
행여나 영업정지라도 먹으면 목이 날아갈지도 모를 우리 주방장님께서는 한시도 쉬임없이 우리들을 괴롭히셨고 이러한 날들이 반복되자 우리들은 '검열단님들아 제발좀 빨리오삼'하는 마음만 굴뚝같았다.

오후 네시 반쯤, 시청 보건소 직원이 출동한 검열에서 우리들은 손과 도마에서 세균이 위험수준으로 검출되었으나 전반적으로 한결 나아진 위생상태등을 참작하신 자비로운 검열관님께서 '보통'등급으로 판정내리셔서 우리는 지옥과도 같던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당일 아침부터 락스로 서너번을 넘게 소독하고 닦은 도마가 마른 행주질 한방에 세균덩어리로 변하고;
손바닥과 손등을 맞대어 비벼씻고 칫솔로 손톱 및 주름부위를 문질러주는 고생스러움이 없었다면 내 손은 똥덩어리와 맞먹는 세균나라가 된다는 사실을 내 두눈으로 똑똑히 목격하고 나니
이 위생검열이란 것은 검열관들이 맘만 먹으면 가게 영업정지 먹이는 것은 애들 장난도 아님을 느꼈다. 
결론은... 역시 공무원이 최고다?;;;

지난번에 지배인이 원산지 표기가 잘못 기재된 삼겹살을 직원들 반찬용이라고 둘러대다 '아니 무슨 반찬을 20kg씩 시키는 집이 어딨어요?;;'라는 검열관의 말 한방에 개뽀록나고 당당히 주의조치 받은 이후 이어진 고난의 행군은 이제사 종착역을 찾았다. 해피해피ㅜㅜㅜ
머.. 그렇다고 '다시 지저분해졌다'라는 얘긴 절대 아니다. 우리가게 무지 청결함ㅋ 이건 오해입니다;;

주방벽에 붙어있던 식중독 관련 포스터





#2. 요리얘기

1)느억맘?
베트남에 놀러갔던 친구에게 부탁한 베트남표 까나리 액젓인 '느억맘'을 입수했다.
친구 말로는 이거 구하려고 갖은 고생을 다 했다고 생색을 내었는데, 내가 봤을땐 하선정 멸치액젓을 시내 마트에서 안사고 속초까지 찾아가 포구 근처에 있는 구멍가게를 들어가서 비싼돈 내고 산 것 같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여튼 정어리 액젓이라고 하는데 냄새는 역시나 개좆;; 집에 있는 어장은 곰팡이가 숭숭 피어 버려야 하던 차에 마침 잘됐다. 다음에 시간날때 월남쌈이나 팟타이 해먹고 포스팅 한번 해봐야겠다. 잇힝~~

2)빠쓰
중식실기연습 차원에서 위미빠쓰-이렇게 읽는게 맞나? 여튼 옥수수 맛탕정도면 맞을듯.. 여기선 뽀미라고 부름-를 해보았다.
내가 아직도 난자완스 반죽을 잘 못하는데.. 전분이나 밀가루를 섞어 치대는 반죽들의 적정 점도를 잡는게 어렵다. 그렇게 으깨고 치대던 오룡해삼(까마귀와 용과 해삼??? 이말의 어원이 정말 궁금함;;)에 넣는 새우반죽의 점도도 아직도 아리까리 하다.
거기에다 잽싼 타이밍 캐치가 요구되는 설탕물 가열과 코팅작업을 하다 보면 여전히 난 아직도 갈길이 멀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만큼 배우는 재미는 남다르달까. 재미있어요 히히;
 
3)백숙
말복을 앞두고 닭백숙을 했다. 닭을 손질하고 찹쌀 대추 황기 인삼 마늘을 넣고 푹 고아서 직원들에게 퍼줬다. 잘 먹더라. 근데 요리를 한 나는 정작 못먹었다. 그이유는 내가 백숙을 먹으면 속에 불이 나며 메슥메슥거린다는 것 때문인데, 아마도 그 원인은 대추 때문이 아닐까 싶다. 언젠가부터 대추를 먹으면 속이 느글거리며 열이 솟구치고 메슥거리게 되었는데(전에 가을대추 먹다가 토할뻔 한적도 있었다),
이 얘기를 들은 한 친구분께서는 내게 '너는 희한한 음식은 다 쳐먹으면서 남들 다 먹는 음식은 못먹냐'라는 말씀을 하셨다. 맞는 말이다.

전에 회사다닐때 한 선배가 복날에 날 생각해서 싫다는 나를 굳이 삼계탕집으로 끌고가길래, 그 와중에 그러면 반계탕을 먹겠다는 내게 부득부득 삼계탕을 강권했다가 그대로 남기는 내모습을 보고 자기의 성의를 무시한다며 삐졌던; 여튼 그 선배 달랜다고 다음에 술을 쏴야했던 웃기던 기억이 떠올랐다.

여튼 난 대추도 싫고 백숙도 싫다. 몸이 받아주질 못하는걸 어쩌라고.
난 차라리 깻잎 들깨 듬뿍 얹은 담백한 개장국 한그릇이 더 좋은걸 어쩌누.  

대추도 싫고 끓인 닭도 싫어..






#3. 다시 목표가 생겼다.

휴가 이후 나태한 생활을 지속한 결과 몸무게가 무려 4kg이나 불었는데; 역시나 그 몸무게들은 가장 취약한 부위인 배를 집중공략하여 뱃때기에 기름이 끼는 좆같은 요요현상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한동안 58~9를 유지하다가 정기검진가서 63kg이라는 숫자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하기야 한때는 70까지 나갔던 시절도 있었으니 이건 양반?;
여튼 그걸 보고 빡친 나머지 다시 목표를 세웠다. 9월 6일에 강동구청에서 주최하는 선사말아톤대회에 하프를 뛰기로 했다.

그래서 시작을 창대하게 하려 서현역-태평역-정자역-서현역으로 돌아오는 총 16km 거리를 뛰었다.
결론은 지금 오른쪽 무릎 옆쪽이 조낸 욱신거린다ㅅㅂ;;
지난번 애자시절에 닥터께서 하신 명언이 '뛰다 아프면 걷고 걸어도 아프면 쉬어라;'라는 것이었는데,
방구석에서 뒹굴기는 싫어 지금 잉여짓을 종료하는 즉시 밖으로 나가려고 한다.
의욕이 앞서서 병신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냥 살살 움직이면서 3주동안 연습하면 
그래도 뭔가 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그렇다. 내게 연애따위는 뭔놈의 개좆;이냐.
그냥 자신을 계속 괴롭히면서, 그러면서 솟아나는 어둠의 에너지로 살련다.

이제 뛰러 나가야겠다. 딱 한시간만 뛰어야지.
근데 지금 상태로는 곧 걷게 될 것 같다; 집에 가서 무릎아대를 다시 가져와야 하나ㅋ




폰카로 찍은거라 화질도 안좋고 옮기기도 귀찮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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