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쭝궈런 위휘;의 mp3 중에서. 영화ost라는 것 같은데 자세한건 알아서 확인하셈;)

작년 삼월 육일부터 출근했었고
그간 참 수많은 일들로 지지고 볶고 생난리를 쳐왔었는데
어쨌거나 일년이 되었다.
시간 참 금방 흘러간다.

무겁고 어색하기만 하던 중식도가 이젠 일반칼보다 더욱 익숙해졌고
잘 벼린 칼로 칼질을 할 때의 뿌듯한 쾌감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고
오이편을 삼단으로 얹어 채를 썰 때, 파 열단을 한번에 썰 때의 그 기묘한 감각을 알게 되었으며
하수구 청소와 기름때 제거가 이제는 면도처럼 지겨운 일상이 되었고
손가락 끝에서 솟구치는 붉은 피에도 대충 손가락골무끼고 일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으며

결국에는 머리와 몸이 함께 깨닫고 익숙해져야만 다음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는
가장 기본적인 진리를 깨닫게 되었다.
다시 한번 세상일에는 단기 속성코스란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달까..

하지만 좋은 일만 있으리오..
매일 주방장에게 듣는 잔소리 및 폭언;은 아직도 혈압상승의 가장 큰 요소이고
주말마다 몰려드는 손님을 치르는 것은 언제나 지긋지긋하다.

후라이팬 돌리기의 기본인 볶음밥도 어려워 밥알은 사방으로 튀고
손 놓은지 얼마나 되었다고 면반죽의 비율이 벌써부터 아리까리 하다.

공부해야 할 것도 많고 잊지 말아야 할 것도 많은데
머리는 쉽게 잊어버리고 또다시 실수를 반복하고...

그렇지만 돌아보면 참 많이 늘긴 했다.
어쨌거나 장하다.

요즘 가끔씩 내 능력이 이 것 밖에 안되나 하는 회의에 빠지기도 하는데
그래도 옆에서 내 과정을 이미 겪었던 선배들이 해주는 조언 덕분에
어찌저찌 잘 균형을 잡고 걸어가고 있다.



이 곳에 입사하던 시점과 지금을 외적인 결과로 돌아보자면

월급은 무려 30만원 상승-_-v (이전 다니던 회사와는 비교하지 말자.. -_ㅠ)
몸무게는 무려 8kg 감량-_-v (이제 자신있게 옷을 입 수 있어염;)
발바닥 굳은살은 200% 증가 ㅠ_ㅠ

그리고 여친은 여전히 없음; 슈ㅣ발;;


문득 드는 생각은
학창시절 수학공부를 열심히 해둘 걸 하는 것이었으니..

나, 기본적으로 수학적인 사고능력이 몹시 약하다 보니
재고 파악, 입출고부터 해서 레시피의 비율조정,
재료의 재단과 주문을 쳐내는 순서까지
내 업무의 모든 것들이 수학적이고 체계적인 사고를 요구하는 것들이니
주먹구구식으로 살아온 그동안의 내 삶이 부끄러워지기도 했음.



여튼 잘 해왔다.
지옥같던 작년 5월과 12월을 무사히 넘겼으니
올해도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보이지 않게 커갈 것이로다.
힘내자!!



※근황

-금주는 대략 37일째인 듯.. 요즘 기름지거나 자극적인 것을 먹을 때 마다 술이 심히 꼴림;

-인터파크에서 책 8권 주문. 한방엔 다 읽을 자신은 없고 살살 읽어보자.

-어느 순간 잡생각을 하던 도중, 명색이 요리사란게 김치 하나 제대로 못 담그는구나 라는 생각을 하니 
  갑자기 손발이 오그라들면서 낯이 뜨거워지더라; 조만간 숙소에서 나박김치라도 담궈먹을 생각임;
  성공할지 못할지는 한번 시도해 보고나서..ㅋ

-발바닥 굳은살이 심해져 당분간 등산은 잠정적으로 중단. 평지 걷는 것도 아파 죽겠심;;
  4월에 짬나면 병가 내고 레이저로 한번 지질까도 고려중;

-마지막으로 컴퓨터 조립후기. 후우.......
 
 앞으로 슬림케이스 사면 내가 인간이 아니다-_-^ 


여튼 오늘의 일기는 여기서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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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

어쨌거나 씹덕의 길로 접어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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