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7일

일기는메모장에 2009. 2. 17. 01:07
정말 오랜만에 인터넷 접속.
바쁘기도 하고 피곤하기도 하고...


#1. 컴퓨터 고장

근 한달여의 시간동안 여기저기서 구해와 힘겹게 숙소에 설치했던 컴퓨터가 말썽을 일으켰다.
빌리왈왈님께서 정성스레 손봐서 건네준 본체였는데 갑자기 먹통이 되더라.
파워 문제인가 해서 가게에서 파워를 사다가 갈아보았으나 여전히 감감 무소식.

어쩔수 없이 5천원을 주고 컴터가게에 진료를 맡겼더니 메인보드가 나갔다고 한다.
이게 요즘 생산이 거의 끊긴 디댤1 램을 써야하는 메인보드인지라 비싼 메인보드값을 치르고 메인보드를 가느니 차라리 새로 컴을 장만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집에서 옮겨온 열편 정도의 야동으로 인해 중국애들의 야동공급처로 활약했던 컴이 망가지고 나니
즐거운 마음으로 일을 마치고 올라와 컴퓨터를 켰다가 먹통이 된 컴퓨터를 확인하고서는
아쉬움에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는 중국애들의 모습이 안타깝긴 했지만 별 수 있나...;

조만간 부품을 사다가 대충 조립해봐야겠다.



#2. 금주 18일차

술 안먹어도 전혀 금단증상이나 뭐 이런것은 전혀 없더라.
일단은 내가 알콜중독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어 많이 기뻤다.

얼마전 술자리에서 만난 대학 동기가 반색을 하며 환영하는 것을 보며
지난 살아온 삶에 대해 많은 부끄러움과 회한이 잠시 스쳐가기도 했었다.
이 친구는 술에 취해 쓰러진 나를 여러번 재워주기도 데려다주기도 했던
실질적인 생명의 은인중 한명이었거든.

얼마전 비가 내리던 날, 파전에 막걸리 한잔이 무척 땡기긴 했는데,
그건 어찌보면 지난 술자리에서의 추억이 그리운 것이지 술이 그리운 건 아닌 듯 하다.
여기 시스템은 술 권하는 사회가 아닌지라
별 일 없다면 술자리에서 사이다 마시면서 쭈욱 버텨보련다.



#3. 약간의 독후감

1)마이너리그-은희경
-여자가 쓴 남자이야기라는 것이 티가 나서 쵸큼 아쉬웠음. 간명하고 유쾌한 풍자가 매력적.
-극중 화자처럼 내가 말수가 적은 이유는 모르는 것에 대해 안떠벌리면 중간은 가기 때문인듯
-삼류로 태어난 이들이 삼류인생을 사는 방법. 그들은 그 방법을 몰랐던 것일까? 아니면 알았지만 오를 수 없음을 알고 자포자기했던 것일까?
-격동의 현대사를 아무런 고민없이 거쳐가며 천천히 속물이 되어가는 과정. 그건 나도 당신도 그닥 차이는 없을 듯. 정도의 차이는 있을 뿐.
-그렇다면... 속물이 되더라도 실천하는 속물이 되자. 이건 성공적인 개혁만큼 어려운거겠지?
-허세에 관한 쪽팔림. 이거 나중에 잊지 못하는 추억이 된다. 이 책 읽다가 나의 허세에 대한 쪽팔림이
  무의식 저아래 있던게 스멀스멀 기어올라 몸에 소름이 다 돋았음. 용서해줘 얘들아.

2)대한민국사-한홍구
-이런 책이 교과서로 채택되어야 되는데 말이야.. 힘 닿는대로 차차 다 사모아야겠다.
-친일청산에 대해 미온적 혹은 적대적인 입장을 보이는 노동자 혹은 서민들의 사고는 어떤 구조로 작동되는 것일까? 어떻게 생각하면 친일행위에 미온적인 태도를 취했다는 원죄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 경제발전의 역군이라는 면죄부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죄사함을 받은 어린양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하고
-포스트모던이라는 말도 이미 시들해진 우리에게 남은 것은 전근대적인 구태와 근대적인 행동양식속에서 초-현대적인 환경 속에서 다만 생존을 위해 달려가는 것 뿐. 이런 때일수록 우리가 걸어온 길에 대한 성찰의 시간이 필요할터인데
-우리가 가는 길이 역사라던 노래가사가 생각난다. 현재를 살아가며 과거와 대화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우리에게는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3)촌놈들의 제국주의-우석훈
-번뜩이는 통찰력과 재치에 깜짝깜짝 놀란다. 제목센스 우왕ㅋ굳ㅋ
-이천년대 들어 엄청나게 변화하고 있는 다이내믹 코리언들의 정체성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 
-대학시절 통일의 당위성에 대해 논쟁을 하던 시절이 떠올랐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설득력있는 요지는 단 하나뿐. '돈이 되니까'
-동북아 삼국의 제국주의 쟁탈전의 서막은 이미 시작된 듯. 명박님은 어쩌시려나 모르겠다.

4)나쁜 사마리아인-장하준
-초딩때 읽었던 소설 '비밀일기'가 기억났다. 그 소설 중에서 '선한 사마리아인'이라는 모임이 등장하기도 하고. 대처정권하 실업과 불황, 그에 이어진 가정불화등 여러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매일 딸잡고 좆크기 재는데 여념이 없던 주인공이 생각났다. 이건 걍 여담이긴 하나 그때 영국의 시대상황이나 지금 우리의 모습이나 그닥 별 차이는 없는 듯.
-나름 경제학 서적이라 정연한 논거와 풍부한 자료로 읽는 이들을 압도한다. 신자유주의 신화의 진실에 대한 신랄한 통박이 압권이다.
-권위에 대한 무비판적 굴복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 그런 관점에서 보면 오늘날 우고 차베스의 베네수엘라의 향방에 더욱더 관심을 쏟게 됨. 그리고 오바마는 과연 미국을 케인지언 정책으로 돌릴 수 있을 것인가 몹시 궁금해짐   
 
 




어쨌거나 뭔가 의미있는 포스팅을 할 체력도 여건도 안되니
그냥 살아있다는 것만 표시하려 이렇게 글을 올려본다.
그래... 나 아직 살아있지롱 개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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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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