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년 탈퇴 프로젝트.. 열번째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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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시간에 배웠던 귀화식물이란게 있다.


코스모스, 아까시나무, 달맞이꽃 이런 종류는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지만

우리나라 정서(내 정서인가;)와 무진장 안맞는 놈이 있는데,

그건 바로 미국자리공이다.


한때 울산 공단지역의 황폐화된 토양에서 대규모로 번식해서

독성이 강한 자리공의 열매가 토질을 강산성화시켜 땅을 황폐하게 만든다고 해서

한동안 티비에도 자주 출연하는 등 난리도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나중에야 '실은 별로 상관없어 미안;;' 이라는 기사가 발표되긴 했지만

이놈은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 위압감이 드는 놈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예전 군대에서 사계작업을 하러 부대밖 동쪽 사면으로 나갔다가

놀라울만큼의 미국자리공 군락이 형성되어있는 것을 보았는데,

그건 마치 '붉은 담배밭'이 엄청나게 펼쳐져 있는 것으로 보일 정도였다.


일단 자주색의 줄기와 넓적한 매끈거리는 이파리가 상당히 기분이 나쁘다;

꽃의 경우 하얀 꽃이 피었다가 줄기색과 유사한 검붉은 열매를 맺곤 하는데

이 열매가 추리닝;에 묻게 되면 물이 빠지지 않아 애를 먹었던 기억이 난다.


이들이 쑥쑥 자라면 키가 1.5m, 큰놈은 2m 이상까지 자라는데,

줄기안은 사실 비어있는거나 마찬가지라 낫으로 잘라내면 숭덩숭덩 베인다.

이정도 키에 이렇게 허접하게 서 있는 식물도 흔치 않다-_-


하지만 이들에겐 강한 독과 거대한 뿌리를 가지고 있기에 그토록 번성할 수 있었다.

실제로 이놈들은 거대한 덩이뿌리를 가지고 있는데

전에 후임병이랑 한번 삽으로 평범한 크기의 미국자리공 한그루의 뿌리를 캐보았더니

거의 박찬호 허벅지 정도 두께의 덩이뿌리가 사람 한키 이상으로 퍼져나가고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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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은 바에 의하면 이놈은 몸 전체에 독을 갖고 있다고 들은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이 풀을 먹는 동물들도 거의 없는 것 같아 보이고.

그래서 매년 지겹게 베어내지만 또 지겹게 자라나는 것들이 이들이다.

돌아보면 지겹도록 베어내도 그야말로 좆같은 냄새;를 풍기며 또다시 자라나던 가중나무나

작년보다 더 날카로운 가시로 무장하고 커가던 아까시 나무도 그랬었고..


사람들이 베어내고 상처를 줄수록 더욱 지독하게 무장하고 나타나는 게

이들, 아니 대부분 식물들의 생존본능인것 같다.

실례로 아까시나무는 그냥 내버려두면 줄기가 굵어지면서 가시가 사라진다.

나이든 아까시나무는 두툼한 껍질로 둘러싸인채 향기롭게 꽃을 피우며 커가기 마련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아까시나무를 계속 베어내고 잘라내다보면

새로운 줄기와 뿌리의 성장은 급속도로 빨라지고 가시는 이전보다 더욱 크고 날카로워진다.



그렇게.. 살아가는 동안에 이런저런 상처들을 받고 괴로움을 겪다보면

간혹 어느순간 자신의 모습을 표독스럽게 바꾸어버릴 때가 있다.

그건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한 자기방어의 일종인 것이고

그 누구이건 간에 그러한 방어기제를 가지고 세상을 살아간다.


나는 어떤 걸 가지고 있을까?

강한 독? 날카로운 가시? 지겨움을 모르고 뻗어대는 뿌리?


난 아직도 잘 모르겠다는게 정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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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

어쨌거나 씹덕의 길로 접어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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