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덥다

추석이 지난지 벌써 닷새다.
그러나 2008년 대한민국의 9월, 수많은 사람들은 더위를 참지 못하고 하악거린다.

한해 한해가 다르게 가속화되고 있는 지구 온난화는 엄청난 재앙을 가져 올 것이다.
이제는 심지어 나같은 일개 짱개 마저도 두려움을 느낄 정도니까 말이다.

우리의 미래를 위해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고 친환경 에너지원을 찾아야 하겠지만
전기와 도시가스를 이용해 먹고 살아야 하는 내게는 그리 쉽지만은 않은 이야기인 듯 하다.

중식은 무엇보다 센 불이 생명인 요리이고 (사실 불조절 하기도 어렵다;)
그 뜨거운 불 앞에서 팬을 돌려가며 땀흘려야 하는 거친 일이기에
나는 그저 어서 선선한 가을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려 본다.

하지만 가을이 오면 금방 겨울이 오겠지.
그리고 또 한 살 먹어가겠지.
ㅅㅂ



#2. 허전하다

살면서 여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적은 그리 많지 않았는데
계절탓인지 요즘은 좀 생각이 바뀌었다. 좀 필요한듯?;

일단.. 내가 지난 긴긴 세월을 어찌 보냈는가에 대한 깊은 후회와 반성이 앞선다.
주변엔 벌써 애가 둘인 친구놈도 있는데 난 도대체 뭘 하고 있는거지.

'산책을 하고 차를 마시고 책을 보고 생각에 잠길 때'_-);; 
누군가 함께 대화를 나누고 공감할 수 있는, 그야말로 일산;으로 초대할 상대가 있었음 좋겠다만

냉정히 내 처지를 돌아보았을 때 향후 1년정도는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정상적인 연애라는 것 자체가 어려울 것 같으므로,
그리고 이 직업을 택한 이상 향후 지속적으로 민간인을 만나고 사귈 수 있는 확률은 0으로 수렴하기에
당분간은 그냥 허전한 마음을 적당량의 술과 담배로 가라앉혀야 겠다.

그래도 왠지 모르게 민간인을 만나고 싶은 마음은 자꾸 지워버릴 수가 없구나.

가을은 가을인가보다.
날 추워지면 혼자 군고구마나 사먹어야지. 



#3. 기다려진다.

오는 일요일 오후 7시,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는
나의 영웅 주다스 프리스트의 내한공연이 있다.
이런 공연을 자유롭게 찾을 수 있는건 어쩌면 솔로라서 행복한 점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슈ㅣ발 탁탁;;)

16년동안 내 귀를 지배해온 Tyrant!!(capture of humanity!! tyrant!! conqueror of all!!)들을
이제서야 알현할 수 있게 된다니 눈앞에서 눈물이 멈추질 않는다.
아아... 빠심으로 불타오르는 밤이다.




#4. 안타깝다

같이 일하는 중국애가 아파서 통역;을 맡은 조선족애랑 같이 병원에 다녀왔다.
디스크 초기증세와 전립선염;초기란다;

중국식으로는 촤오지쉐? 여기선 걍 쪼지세;라 불리는 서른 넷의 무척이나 유쾌한 청년은
부모님과 아내, 아홉살 먹은 아들을 둔, 압록강 인근 모 도시에서 건너온 요리사로
나름 큰 결심을 하고 300만원의 웃돈을 주고서 취업비자를 얻어 이 곳 분당까지 넘어왔다.

그는 매월 90만원의 월급을 받아 그 대부분을 중국에 부쳐주기 바쁜 기러기 아빠다. 
적어도 앞으로 2년은 여기서 더 노예처럼 일해야만 자신이 바라던 목표액을 벌 수 있다.

그는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받는 각종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매일같이 맥주를 물처럼 들이켜 왔고;
매일 열두시간 이상 서서 일해야 하는 업무 특성상 허리에 무리가 많이 간 탓에
그만 남성으로서는 치명적인 두가지 병을 얻고야 말았다;

두가지 병 모두 초기라 큰 문제는 없다지만
편찮으신 어머니와 한창 공부시켜야 할 아들에게 보낼 돈은
나날이 폭등하는 환율덕에 더욱 줄어만 가는 와중에
덜컥 자신의 몸이 아파버리니 무척이나 심란한 것 같아 보였다.

유머감각이 뛰어나 주방분위기를 항상 업시키던 이 친구가 요즘은 얼굴빛이 영 어둡다.
에구.. 주중에 모란역에 가서 양꼬치라도 사다가 같이 먹어야겠다.

어쨌든 우리는 몸팔고 사는 노동자, 몸뚱이가 재산이고 건강이 전부다.
몸관리 잘해야지 쩝...
나도 죽은 발톱 뽑아야 되는데 언제 뽑나..



이쯤에서 잠깐! 
주방에서 배우는 생활 중국어 한마디...

"부랄에 염증이 생겼어요"
"卵子 發 炎了"
(란쯔 빠 얀러)



ㅅ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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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

어쨌거나 씹덕의 길로 접어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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