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

일기는메모장에 2008. 9. 5. 02:09

폭력 앞에서 사람들이 취할 수 있는 태도는 두가지 뿐이다.
굴복하는 것과 저항하는 것.

누군가는 무릎꿇고 사느니 서서 죽겠다고 했지만
(혹 누군가는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고 했지만;)

일단은 무릎을 꿇고 목숨을 부지하여야 후일을 도모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이거 뭐 삼국지 대사 같다?;)

어쨌거나 현실에서 나는 그리고 너는 무대리일뿐...
그들이 짜놓은 폭력의 구조속에서
더러워도 그들이 행할 더 큰 폭력을 피하기 위해
그리고 언젠가는 그들을 넘어서 쓴맛을 보여줄 그날을 위해
이렇게 현재에 감사하며 지금은 비위를 맞추며 와신상담해야지. 안그래?


아이참
그냥 솔직히 말하자.

힘이 없는 존재가 강자에게 굴복하는 것은 자신의 선택이 아니다.
그것은 사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문제는 그 사회적 굴복의 메커니즘을 체화하느냐 혹은 그렇지 않느냐 정도의 차이일 뿐.

그래서 한 10년전쯤에 이문열 아재가 썼던 '선택'이라는 소설은
'근데 아재요, 주인공은 도대체 뭘 선택한다는거니껴?'
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낳을 수 밖에 없었던 거다.

우리네 공교육에서, 그리고 군대에서 귀에 못이 박히게 듣게 되는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정체불명의 관용구는
키팅선생이 말했던 '까르페 디엠'과는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의미로 나타난다.

이는 현 사회의 부조리와 불합리, 거시적이고 미시적인 모든 폭력과 착취의 구조를 외면하고
이에 순응하고 오히려 그 구조의 상층으로 가기 위한 빠른 길을 찾을 것을 권고하는 말이며,
마치 극복 불가능한 현실의 모순 위에서 자녀를 자신보다 조금 더 편하고 안정적으로 살아게끔 하고픈
부모의 애처로운 모성의 발현과도 같은 말이 아닐까 싶다.

이 사회의 제도와 문화라는 것은 위에 있는 이들을 위해
그 것을 받아안고 확대재생산을 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그렇게 그 부끄러운 순응의 역사는 여전히 나의, 혹은 너의 핏속에도 살아 흐른다.


간혹 그런 와중에서 모순들이 차곡차곡 쌓이면
순응하고 체념하고 침묵하던 대중들은 무리라는 힘을 빌어 폭발하는 경우가 있는데,
일반적으로 앞에서는 유화적인 제스쳐를 보이면서 언론공작과 여론몰이를 하며 사전포석을 한후
적당한 명분이 만들어지면 강경대처를 하는 것이 일반적인 권력집단의 3코드 끌리셰;인데
어떤 이들은 앞뒤 안가리고 마냥 때려잡으시기도 한다. (발본색원;이라는 무서운 단어도 있자너;)

우리의 할아버지 아버지 그리고 형님들은 그런 길고 긴 어두운 시대를 힘겹게도 지나왔다.




촛불시위를 나가지 않은 것이 이제 거의 두 달이 되어간다.
겁이 많고, 그 두려움의 정체가 여전히 희미하기만한 나로서는
더이상의 대중적이고 유희적인 요소가 사라져버린,
이제는 반정부 투쟁이라는 본질에 더욱 가까워진 촛불집회가 (비록 옳은 일이지만) 무섭다.

나를 다치게 하기 두렵고 내게 행해질 폭력이 두렵다.
행여나 공권력에 의해 내 정상적인 사회생활에 지장을 입을까 두렵다.
부끄럽지만 사실이다.


스님과 신부님이 오체투지에 들어갔다.
아 ㅅㅂ 저런거 보면 왜 자꾸 눈물이 핑핑 도는지 모르겠다.
좆같은 세상이다 정말.



인간의 사고와 행동의 기준점이 될 사회적 정의라는 것 자체가 희미해진 오늘날,
여기 블로그에 뻘글이나 찍싸고 마는 나역시 키워에 좆찌질이 속물에 지나지 않지만
그래도 가끔은 존내 아닌건 아닌거라고 말하고 싶은데
그 알 수 없는 두려움에 고개를 돌리고 외면해야만 하는
나의 이 뼛속깊은 속물근성과 찌질함에 다시한번 패배감을 느껴야만 하는 요즈음이다.




...

10월달 월급타면 시사인 정기구독 해야겠다.
돈 생기면 담 만원이라도 좋은데 기부라도 하고.
술사먹을 돈으로 좋은데 쓰자.

대놓고 개기지 못하면 찌질하게라도 앵겨야지 안그래?
그게 어쩌면 찌질이의 마지막 근성 아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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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g Diamond - Unclean Spiri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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