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5일

일기는메모장에 2009. 11. 15. 03:51

조선생과 이과장님의 팬돌리기 실황.gif


#1. 자극

이달로 칼판에 올라온지 벌써 일년이 되었다.

엊그제 반찬한지도 일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팬을 왜이리 못돌리냐고 쿠사리를 먹고 나서

이후 매일 저녁 쌀알을 볶아대며 절치부심 심기일전 중이다.


나처럼 의지박약한 인종은 때때로 이런 자극이 필요하다.

돌아보면 돼지고기 쇠고기 발라버리는건 스스로 대견해 할 정도로 많이 늘었지만

아직도 해삼 전복 송이를 뜰 때면 긴장이 절로 되고

꼼꼼하지 못한 성격에 사수에게 항상 업무부담을 안겨주는 것을 돌아보면

이런 일들은 참으로 남들에게나 내 자신에게나 슬픈 일이다.


음식이란건 일단 간만 맞으면 재료가 무엇이든 간에 먹을 수 있다.

그러나 참으로 답답하게도 아직도 나의 간하는 기준은 내 입맛에 가깝다. 

몇달전 일하는 아줌마가 저녁을 먹던 도중 '역시 경상도 새끼들 음식은 더럽게 맛이 없어'라고 했다는 말을 듣고

빡침+쪽팔림에 한동안 싱거운 음식만 생산해냈던 기억이 아직도 여전하다.


난 아직 멀었다. 내 머릿속에는 영업용 맛의 기준이 아직도 명확하지 않다.

슬픈 일이지만 이건 계속 맛보고 훈련하는 것 외에는 답이 없을 것 같다.


오늘 저녁 쌀볶기 연습 전에 연습삼아 볶음밥을 해서 일당온 조선족 설겆이 아줌마한테 나눠드렸는데

이양반 왈, 한국와서 이렇게 고향;;의 맛을 느껴본건 처음이라고 말해서 너무 황당+당황스러웠다.



도대체 그 이유가 뭐였을까.

기름을 너무 많이 넣어서였을까?

밥이 눌어버려서였을까?

양파를 볶아넣어서였을까?


모르겠다. 

한국사람들에게는 맛없다고 욕먹고 중국사람들에게는 고향의 맛이라 칭찬받는 이 저주받은 음식솜씨가

끝없는 수련을 통해서 조금씩이나마 나아져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답은 없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연습. 끝없는 연습뿐.




#2. 운동

내일, 아니 오늘은 전국적으로 영하의 날씨로 접어든다던데

나는 예전과 다름없이 운동을 했다.


추워서 귀가 떨어져나갈 것 같았지만

한참을 뛰다 보니 그냥저냥 참을 만 하더라.


급성 십이지장궤양에 걸려 병원신세를 진 이후 한동안 운동을 쉬다가

요 며칠새에 다시 운동을 시작했는데, 역시 운동을 하고 나면 확실히 생기가 넘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쉬는날엔 집에가서 등산용 방한마스크와 장갑을 좀 챙겨와야겠다; 

이번 기회에 다시 몸짱의 길로 ㄱㄱㅆ;;




#3. 노래

지난주 대학교 후배들이 정기공연 준비하는데 먹을 것을 사들고 찾아갔었다.

문득 든 생각은, 난 이제는 이런 무대에 설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첫번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맘맞는 사람들과 화음을 맞추고 싶다라는 마음이 두번째,

그리고 아무 이유없이 갑자기 일렉기타를 사고 싶다는 생각이 세번째였다;


힘든 와중에도 공연준비하느라 좃빠지고 있던 후배님들의 건투를 기원하며

내 20대에 가장 많은 추억들을 생산해냈던 그 곳이

이처럼 어려운 시기에도 여전히 목숨을 이어나가고 있다는 것 만으로도

난 그들에게 큰절을 하고 싶다. 고맙다 얘들아.

여튼... 무미건조한 삶에서 음악이란 것은 단순한 위로를 넘어

가슴을 울리고 심장을 뛰게 하는 엄청난 힘을 갖는다.

언젠가는... 나도 함께 그들과 같은 음악을 공유하며 웃고 즐길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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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

어쨌거나 씹덕의 길로 접어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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