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0일

일기는메모장에 2009. 9. 10. 02:11

1. 존나 씨발 한심


"내 나이 마흔 하나, 김연아가 끌린다.."
뭐 이런류의 리플이 한동안 네이년 뉴스란을 메우던 시절이 있었는데,
찬바람이 불어오니 수험생도 아니건만 왠지 자신에 대해 생각을 좀 해봐야겠다는 맘이 드네.


내 나이 서른 둘.
직업은 짱깨 시다에 언제쯤 후라이팬 잡을지 아직도 뵈지 않고
모아놓은 돈은 쥐좆이라 집 한채 있는거 당장 전세금 빼줄 돈도 없고
믿는건 오직 그럭저럭 버텨주는 체력과 고장 안나는 몸뚱이 하나뿐인 거라면 

이건 뭐 세상에서 말하는 메이저 인생이 되긴 애시당초 글렀고
실제로 비교대상을 찾자면 안산 도금공장에서 2교대로 일하는 파키스탄 노동자 하룬;;정도 되지않을까?
적어도 그 하룬;씨는 돈벌어 고국으로 돌아가 호강하리라는 희망이라도 있지만
난 뭐하는건지 모르겠네.

아까 퇴근하는데 지배인이 날 보며 말하길
'하윤씨 야밤에 운동 그만하고 잠좀 자요. 아침에 출근할 때 보면 나보다 더 늙어보이는 것 같어'
라고 하는 충격적인 말을 해서(지배인은 마흔셋;) 지금도 가슴이 벌렁벌렁한다.(근데 운동은 하고 왔다-_-;)

머 존나 개좆구라 같지만 아엠에푸 터지던 해쯤에는 미소년-_-; 소리도 가끔 들었었는데;
지금은 씨발 머리털도 숭숭 빠지고 얼굴은 쪼글쪼글해지다보니
문득 거울을 보면 '이게 뭔가요? 아, 이건 사람의 형상이었네'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그렇다고 내가 콜라겐 성분이 매우 많다는 돼지껍질을 매일같이 볶아먹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머, 실제로 매일 먹는다고 돌아올 얼굴은 아니지.


사람들은 나를 보며 꿈을 좇는 삶을 산다고 부러워하기도 하는데
뭐 삶에 찌들다 보면 그리 부러워 할 것은 아니지.
가끔씩은 나도 양복입고 서류가방들고 다니던 그때가 그립기도 해.
결론은 지금 이 생활에 좀 찌들어버렸다는거. 자꾸 목표의식이 사라지려 한다는거 그게 젤 큰 문제인듯.


가만히 돌아보면 내가 이렇게 체력소모로 세월을 축내는 이유는
첫째가 내가 하는 일에서 내 노력에 비해 가시적인 결과물을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뭐라도 해서 보람을 얻자'라는 강박관념이 날 현재의 잉여킹으로 만든 것이고
둘째로는 차인 다음; 여전히 심심하고 공허한 기분을 참을 수 없다는거 정도 될 것 같다.
이건 안바빠서 쳐하는 배부른 소리라고 하진 마셔. 나름 많이 바빴음.

머, 그래도 이렇게 운동하는건 몸이라도 건강해지는 거잖아 라고 위로는 해보는데
근데 나 자꾸 이러면 안될 것 같어.

나 빨리 기술 배우고 돈벌어서 내 가게 차려야지.
그래야 여자도 만날 수 있지.
현재의 파키스탄 노동자 하룬의 소셜 스테이터스로는
내가 원하는 베트남 처자를 만나기에는 택도 없어요.

나이 서른 둘에 아직도 꿈 얘기 하면 졸라 병신같을지 모르겠는데,
난 원래 꿈이라는 게 뭔지 몰랐고 여전히 어디로 가야하는지 잘 몰라.
다만 그렇게 막장테크타던 중 테크트리를 빨리 포기했고 이쪽 테크를 빨리 선택했을 따름.

그래. 손석희 아저씨는 마흔 넘어서 공부 시작했고
내가 존경하는 모 주방장아저씨는 회사 때려치고 마흔 여덟에 식칼을 들었다는데
그런 것에 비하면 난 나름 선택이 빨랐고 선택한 일에 나름 보람을 느끼며 일하고 있어.

다만 앞서 열거한 그런 이유들로 난 내 에너지를 집중하고 있지 못한다는거지.

원래 내가 집중력이 존나 약하긴 하지만
인생의 길을 달리 가면서 추진력을 한참 올려야 할 이 시기에
그 정력을 탄천변에서, 지리산에서 쓰는 건 좀 낭비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
이건 도착이고 주객전도지. 저녁에 뛸 궁리를 하며 낮에 일하는 삶은 비정상 맞는거지?;
그리고 정력도 예전만큼 왕성하지도 않잖어?;


그래 존나 나 병신같고 한심하다는건 아는데
안그러면 자꾸 숨이 막힐 것 같아서 힘들어.
그렇게라도 숨을 틔워줘야 살지.

결론은 당분간은 그 공허함과 초조함을 이기기 위해 계속 이짓거리 할 것 같은데
나름대로 에너지는 아껴가면서 할거라고.






2. 그리고




나를 설레게 하는 또다른 떡밥

지리산 둘레길!

 

http://www.trail.or.kr


내륙의 올레길 버전인듯..
추석주간에 가보고 좋으면 주위사람들에게 추천해줘야지 ㅋㅋ
아.. 모르겠다 모르겠어...

졸리니 자야지.
신종 플루 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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