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년 탈퇴 프로젝트 아홉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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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문제작으로 이름높던 이 영화,

"소년은 울지 않는다"를 보고서 간만에 포스트를 올려본다.

(내가 올리는 영화 감상들은 99.9% 뒷북이다)





1. 비위 거슬리는 영화



마초의 관점에서 보았을때, 이 영화는 다분히 기분나쁜 영화다.



영화의 첫장면에서 등장하는 "소년"의 거울보는 장면에서 나는 뭔가 이상야릇한 불쾌감을 느꼈다.

내가 보아온 영화에서는 '그따위로 생긴' 소년이 절대 주인공일리 없기 때문이었다.


어리고 느끼한 얼굴에다 목소리도 얇은, 왠지 "호모 냄새"가 나는 주인공.

성장기 소년물이나 가족물 아니고서 영화에서 이러한 자가 주인공일리 없는 상황에서

이런 주인공 얼굴을 두시간동안 봐야한다는 것에 순간 짜증이 솟았다는게 내 솔직한 답변이겠지.


나같은 정신적인 마초(이젠 인정하련다-_-)에게는 상당히 꼴불견일 수 밖에 없는 캐스팅.

남자라면 극중에 친구;로 나오는 존&톰(남성인칭대명사;) 정도는 되어야 남자답다고 할 수 있겠지.

그러니까 나의 심리적 마지노선은 '남주인공은 여성적인 외모의 소유자여서는 안된다' 라고

고백할 수 밖에 없겠다.


그리고,, 그가 레즈비언이란걸 관객에게 알려준 후 그(녀)를 바라보는 나의 시각은 또한번 바뀌는데,

여자란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역시 꾸준히; 불쾌감이 든다 랄까...


수많은 포르노에서 비춰진 레즈비언의 모습은

내게 레즈비언들에 대한 어떤 판타지를 심어줬을 수도 있겠다만은

그 것보다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이 것,


"남자도 아닌 여자가" 여자와 연애를 한다는 사실이었다.


남자답지 않은 그를 왜 여자들이 좋아하는지 우리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그리고 그러한 몰이해는 분노로 연결되기 마련인 거다.


라나의 전 남친인 존(맞나 모르겠다)의 끝없는 분노를 보며

분명 잘못된 행동이지만 '나름대로 이해가 간다'고 느꼈다면

나도 앞으로 좀 조심을 할 필요가 있겠다 -_-



나같은 경우는 "남자는 남자답게, 여자는 여자답게"라는 명제에

무의식적으로 지배당하고 있고

그리고 내 스스로도 그러려 '노력하는 입장'이란걸 돌아본다면


이 영화의 설정자체는 내가 가진 외모지상주의와 마초근성을 툭툭 건드리는

기분나쁜 주제, 그리고 혐오스런 캐스팅임에 분명하다.





2. "넌 남자야, 여자야?"



이 영화의 주제를 가장 직설적으로 말해주는 대사는

존이 주인공 브랜든의 멱살을 잡고 위 제목의 질문을 할 때,

그리고 법정에서 브랜든이 '내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나도 모르겠다'라고 답변할 때가 아닐까 싶다.


세상이 반지의 제왕네 처럼 그렇게 둘로 명확히 나뉠 수 있다면 참 편하겠지만

그렇지만은 않은 것이 또 우리네 세상 아닌가.


이런 성역할의 측면에 있어서야 뚜렷이 보수적인 관점을 갖고 있는 나라지만

세상을 보는 여러 시각에 있어서 어설프게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어중간한 인물또한

바로 나라는걸 생각해 본다면, 나 역시 이 질문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걸 안다.



다시 돌아가보자.

그 질문을 내 자신에게 되뇌어본다.

난 남자인가, 여자인가?


내가 초등학교 1학년쯤이었던가,

난 무척 여자애들을 동경했었던 것 같다.


여자애들을 좋아했다는게 아니라

그들처럼 되고싶어 했다는 거다.


화장실에서 두 다리 사이에 조그만 고추를 감추고

이것만 없으면 여잔데 난 왜 이게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고

가족들 몰래 동생의 인형을 갖고 놀면서 즐거워 하던 기억이 지금까지 남아있다.


그런 추억을 돌아본다면 비정상적!인 자신을 억누르기 위해

내 스스로가 그 반대의 길인 "정신적 마초"가 되려 노력한 것일 수도 있겠다.


게다가 난 외모로 봐서도 그리 남자답진 않다.

어려보이는; 얼굴과 작은 키, 비리비리한 몸..

그래서 중고등학교 시절 더욱 마초화;의 길로 들어선 것일 수 있을테고.


아, 내 목소리가 좀 낮은 편인데, 이것도 어쩌면 부단한 연습의 결과;라 할 수 있을거다.

변성기때 항상 톤을 낮춰 말하려 했었거든.


또 뭐가 있을까...

아, 어릴적 눈물이 상당히 많았던 내가

군대 들어가서부터 지금까지 눈물 한방울 흘려보지 않은 것 역시

이런 부류에 속한다고 해석할 수 있는 걸까..?



뭐... 이게 전부 성 정체성;의 확립을 위해 노력한 무의식의 공로라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사회가 주는 이런저러한 압박에서 비껴나가고자 한 행위들임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누구든 정신의 일부는 아니마/아니무스가 지배하고 있을테고

우리들은 지극히 사회적인 존재이며, 성역할 역시 지극히 사회적 개념이기 때문이니 말이다.


이놈의 사회가 구성원들의 공존을 위해 존재가치가 있는 것이라면

상대의 역할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사회가 되어야 함은 분명한 것이겠지.

난 일단 그렇게 원론적인 선에서 이 질문을 이해하고 넘어가고자 한다.





3. 어쨌거나 불쾌한 영화



결론적으로는 나의 아니마가 어찌되었건 간에

지금의 내가 보는 이 영화는 불쾌함을 가져다 주는 영화였음은 분명하다.


주인공 브랜든의 좆꼴린대로 사는 생활방식이 분쟁의 원인이었음은 분명한 사실이며

그걸 굳이 동성애자에 대한 억압과 혐오 등과 연관지으려는건 한계가 있어 보인다.


물론 그가 여자임이 밝혀지면서 지극히 악마적으로 변하는 존&톰의 모습은

소수자에 대한 배제와 편견이 폭력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다.

다만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게 극 전체의 개연성을 만들어 줄 수는 없는 것이다.


소수자들에 대한 인권문제라는 담론을 들이대기에는

이 영화는 별로 걸맞지는 않아 보인다.


결국 상대를 이해할 수는 있어도 용납할 수는 없다는 것이

이러한 이슈들에 대해 취할 수 있는 태도의 한계라고나 할까.


나 역시 이해는 할 수 있으나 그러한 사건이 내 주위에서 일어났다면

나 역시 쉽게 용납하진 못할 것 같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러한 차이를 이해하는 것도

내게는 참 긴 시간이 걸릴 것이라 생각해 본다.


수용에 대한 준비가 되지 않은 내겐 영화내내 힘든 질문이었고,

내 주위에선 그럴리 없다고 여기기에 내겐 불쾌한 영화였다.


다시 말하자면 '미처 대비하지 못한 불쾌감'이랄까...

전혀 생각없이 살아가던 곳에 깊은 훅을 맞은 것 같아서

불편하고 불쾌했다면..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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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

어쨌거나 씹덕의 길로 접어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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