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하다고 해서 뒤늦게 1권을 사서 읽어보았는데, 재미있어서 다음날 일 끝나고 롯데마트;;에 가서 2권을 사서 다 읽어버렸다. 1권만큼의 박진감은 없었지만 그래도 간만에 사본 소설 중에서는 만족스러웠다.

이 책을 읽으신 분들은 첫 페이지를 펼치면서 떡하니 떠오르는 소설이 있을 것이다. 바로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이다. 장미의 이름의 한국판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그 구성을 철저히 활용하였다.

국내 팩션의 원조라면 아마도 이인화의 '영원한 제국'이 그 시작일 것 같다. 이산 '정조'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이끌어낸 시초가 바로 이 소설이 아니었을까. 이 뿌리 깊은 나무 역시 그 틀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궁궐이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이어지는 의문의 살인, 그리고 그 것을 추적하는 주인공을 통해 밝혀지는 당대의  철학 사조간의 충돌 양상, 그리고 그러한 보수와 진보세력간의 치열한 대립구도 속에서 이루어지는 여러 사건과 갈등, 그리고 마치 그 시공간에 있는듯 표현되는 당시 시대상황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들이 읽는 이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이른바 '팩션'이라는 장르적 특성에 철저히 부합하는 소설이다.

'다빈치 코드' 이후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된 팩션이라는 장르의 매력이라면 철저한 흥미본위의 틀안에서 나름대로 독자들에게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깊이는 그리 깊지 않겠지만 당대의 철학사조와 정치상황, 문화적 흐름을 읽는 이에게 나름 소상하게 알려주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니 잘 쓰여진 팩션은 흥미본위의 역사왜곡이라는 단점보다는 지적 호기심의 충족이라는 장점이 더 크리라 생각된다.



일단..  훈민정음이 가지고 있는 철학적인 의미, 그리고 언어가 가진 의미-정치적, 철학적인 위력에 대한 이해는 소설에 더욱 집중하게 하는데,
음... 뭐랄까.. 뒤로 갈수록 쳐지고 인물과 사건들간의 개연성이 느슨해진다는 단점이 눈에 많이 띈다. 장미의 이름에서처럼 하나하나의 작은 이야기들이 모두 의미를 가지고 돌아오는 개감동의 깊이는 물론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 점들이 많이 안타깝긴 하지만 '야이 씨발놈아 그럼 니가 한번 써봐라' 하면 난 당연히 못쓰기 때문에 그냥 감사히 보련다;


소설 속에서 세종을 따르는 경세실용파가 원조보수 경학파와 대립하는 구도를 보고 있자니 요즘 '실용정부'라고 이름 붙이고 난리 깝치고 있는 어떤 설치류와 그의 똘마니들의 개 울트라 아마추어 정치놀음집단들이 생각나는데, 그들은 이 소설안에서 일컬어지는 경세실용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알고 있을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저들의 실용이라는 것이 과연 누구를 위한 실용인지 무엇을 위한 실용인지 잠시만 돌아보면 참 가슴이 답답해지면서 뜨거운 것이 울컥 하고 올라오려고 한다.

실용을 외치며 한글을 창제하는 세종과 실용을 외치며 영어몰입교육을 하는 이명박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는 것 같아 비교하지 않겠음;

여하튼 최소한의 깊이도 철학도 없는 시정잡배들과도 같은 자들이 왕 행세, 대신 행세를 하고 있는 꼴을 보고 있으려니 기가 찰 노릇이다. 그런 자들에게 두손모아 경제를 살려주세요 하며 뽑아준 나와 우리 국민들이 그저 개병신이 될 뿐인지라 그야말로 좆같은 세상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될 뿐이다.

아놔 시작은 젠틀하게 쓰기 시작했는데 결말이 왜이러니?;  여튼 볼만하니 시간되면 한번 읽어보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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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

어쨌거나 씹덕의 길로 접어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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