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페이지는 여기
http://www.bravebrothers.co.kr/
관련기사는 여기
ttp://www.newshankuk.com/news/news_view.asp?articleno=c20080506092853e8170






엊그제 쉬는날 고시충 친구랑 만나기로 했었다.
이미 지난주에 해뜰 때 까지 미친듯 퍼마셨던 터라
만나봐야 또다시 술만 진탕 퍼마실 것 같아서
 
뭐 발전적인 일이 없을까 하고 검색창에서 공연정보를 뒤지다가
이 뮤지컬이 눈에 들어오더라.

코엑스 아티움에서의 굿바이 공연이라 30% 할인이라길래
잽싸게 예매하고 인근에서 근무하는 야임마님과 함께 셋이서 삼성역에서 만났다.




머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주 좋았다-_-)=b




유튜브에서 하나 따왔다.
이 장면은 지엄한 문중 어르신들이 힙합전사;로 돌변하는 그 곡, '축시 춘배' 되겠음







머.. 줄거리나 출연진 수상내역 등등은 다른데서 찾아봐도 충분하니 생략.
장유정 연출 장소영 음악에 당일 석봉/주봉 역은 이석준/김동욱 캐스팅이었다.
특히 김동욱의 경우는 여성팬들의 비명소리;가 꽤 자주 들려오더라;
의외로 발성도 좋고 연기도 멋지게 하고.. 간지좀 나더라고.



난 지금껏 살아오면서 뮤지컬이란 걸 딱 세 편 보았는데
그날은 우리 창작 뮤지컬이 얼마나 뛰어난 수준인가를 느낄 수 있었던 것 자리였던 것 같다.


먼저 전통 장례의식이나 유림의 문화, 유교적 가치관, 세대간 갈등 이런 조금은 무겁고 진부한 주제를 이렇게 재미있고 감동적인 뮤지컬로 풀어나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도 인상적이었고
두번째로 작곡가분이 곡을 참 다양하고 센스있게 잘 만드시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고
세번째로는 무대구성과 의상등 시각적인 도구들이 참 화려하고 짜임새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고로 동행한 고시생 친구는
실제로 OO정씨 몇대 종손 집안의 장손으로서;;
극중 주봉이와 마찬가지로 서른 한살 고시생의 신분에, 요즘 촛불시위를 비롯하여 데모에 여념이 없는 좌빨;인데다 보수적인 아버지와 여전히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한마디로 극중 인물과 싱크로율이 99%였던 놈이었다.
 

그녀석은 1부 보고 나서 밖에 나와 담배 피우며 한숨을 쉬더라.
'아 씨발 왜 이런걸 보자고 했어' 하면서..
-_-;;








머.. 전체적인 내용과 결말은 모르고 갔더라도 어느정도 예상된 길로 가는 내용이긴 했지만
중간중간 나오는 여러 장치들이 그런 진부함을 감동과 흥미로움으로 승화시킬 수 있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론 정수라의 '난 네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이 곡을 패러디한
형제의 듀엣곡 '난 니가 싫었어.. 난 형이 싫었어' (원곡명은 '난 니가 싫어Ver.1)에서 미칠듯이 웃었고
간지가 좔좔 흐르는 오로라(이주원)씨의 자태와 '로라의 사연'에서 들려주는 음성에 웃음과 더불어 감탄사를 연발할 수 밖에 없었다.
실제로 오로라씨가 어머니 순례역할까지 맡아 했으니 그녀의 공력을 한층 더 느낄 수 있었고
포스는 역시 춘배 역할의 안세호님이 압도적으로 다가왔다.



머, 지난번 똥파리 포스팅 할때도 잠깐 언급하긴 했지만
나 역시 아버지를 무척이나 싫어하고 닮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으로서
극중 아들들이 외치는 '꼰대', '용서못할 인간', '당신처럼 살고 싶진 않았어' 등의 대사에 자연스럽게 감정이입하게 되었고, 
2부에서 춘배가 순례와 함께 부르는 '순례의 기억' 에서 춘배 파트에서 그가 부르는 노래에서 조금은 연민의 감정과 슬픔 비스무레 한 것을 느꼈다. (개인적으로 이 곡은 이 뮤지컬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이 담겨있는, 구성측면에서도 최고의 완성도를 보여주는넘버가 아닐까 싶다) 

가사가 아마도 이렇던가...

'세상을 바꾸기엔 난 힘이 없었어... 무거운 종손의 의무는 나혼자서도 충분해...
아들들아... 너희에겐 이런 인생 물려주고 싶지 않구나... 차라리 날 원망하고 발을 끊어라...'

후... 어쨌거나 이제는 그 사람을 이해하려 해 볼 필요는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이 뮤지컬 보고 절로 집에 안부전화를 하게 되었으니
참 내겐 여러모로 긍정적인 역할을 한 듯 하다.


유월, 시청 앞에서 그 고시생 친구의 동생이 내게 해준 말이 생각난다.
'우리 형, 아버지 무지 싫어하잖아요. 근데 요새 보면 둘 다 똑같아요.
형이 아버지보고 욕하던 그런 모습들이 이제 형한테 그대로 있는거 보면
참 미워하면서 닮는다는 말이 딱 맞다니까요. 저한테 하는거 보세요ㅋ;;'
요런 내용이었던 듯...



----------------------------

추가)
이제와서 들으면 모두에게 아주 인상적일 이야기가 하나 있다.

우리 시골가는 길에 36번 국도를 타고 봉화읍을 막 빠져나와 영동선 철교 아래를 빠져나오면
봉화에서 보기 드문; 나름대로 너른 들판과 야트막한 산자락, 그리고 앞의 내성천 지류가 흐르는
이른바 금계포란;의 형세를 자랑하는 명당터가 있는데, 이 곳은 바로
'닭실마을'이라 불리는 이제는 전국적으로도 꽤나 알려진 안동권씨 집성촌이다.
(울 외할머니께서도 닭실 권씨;)

충재 권벌선생의 후손들이 모여 사는 유서깊은 양반 동네로
요즘은 전통방식으로 제작하는 한과로 유명하고
이름값에 걸맞게 중고딩들및 성인들의 문화유산 답사코스가 되어버린 양반 마을 되겠다.


한편 지역주민들 사이에 떠도는 이곳에 얽힌 전설같은 이야기가 있는데,

과거... 여기서 오뚜기부대 훈련날짜 돌아오듯; 제사를 지내던
시집온지 얼마 안된 종갓집 맏며느리가
어느 제삿날, 떡을 찌다가 그만 급한 맘에 떡시루를 살짝 열어보았다고 한다.
근데 아시다시피 떡은 한번 김이 빠지면 돌이킬 수 없다.

시간은 흐르고, 떡은 그대로 쪄지지 않은 상태인데
방에서는 제사 주관하는 아재 할배들이 '야야, 떡이 안왔니라~ 아직 안됐나?' 하고 보채니

이 며느리, 두렵고 당황스러운 마음에 그만 처마에 목매달고 자살을 했다고 하는
정말 전설과도 같은 이야기가 있다.
(에필로그로 그 마을에서는 그 이후 제사때 떡을 '직접'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 이야기는 이문열 아저씨가 '선택'이라는 좆같은 소설에서 그 내용을 차용한 바 있는데,
봉화와 맞먹는 캐깡촌 영양 출신인 이문열 아저씨가 알 정도였다면
이 이야기는 이 유교문화의 마지막 보루, 스톰윈드;인 경북 북부지역의 전설과도 같은
유교문화 가치의 엄중함, 지엄함에 대한 한 예로 자리하고 있나보다.


참... 한숨이 나오고 좆같은 감정이 들지 않나?


근데 이걸 연세있는 분들은
어떤 향수의 감정으로, 당연히 그래야만 하는 것으로 여기는 분들이 아직도 많으시다.


극중에서 순례의 시어머니가 종갓집 종부가 남들에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며
치질을 숨기고 치료를 받지 않다가 숨진 것처럼
순례 역시 종갓집 종부의 자존을 지키려 자신의 치매를 자녀들에게까지 알리지 않고
숨을 거둔 것 역시 이 떡시루;이야기와 일맥상통한다고 본다.


정말 가슴을 치고 통탄을 해야 마땅한 일이다.
그리고 그 유산은 그렇게 흐르고 흘러
어느덧 나에게까지 건너왔다..


그자리에서 같이 공연을 보던 친구들...
너희들도 나도 다 가부장제의 피해자들이잖아.
그러면서도 우리도 천천히 우리 아버지들과 같은 꼰대+마초가 되어가는걸까?
우린 아니었음 좋겠는데..






머 어쨌거나 나름 교훈적인 내용에
재미있고 다양하고 아름다운 음악들에
아기자기하고 흡입력있는 연출이 좋았던 공연이었다.

담에 돈생기면 뮤지컬 다시 한번 봐야겠다.

남자들끼리 봐도 재밌었다. 끗.




블로그 이미지

하윤

어쨌거나 씹덕의 길로 접어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