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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만 화백의 '식객'. 간만에 돈주고 사모으고 있는 소중한 만화다.
19권까지 3,7,13,14권이 빠졌으니까 지금가지 15권을 샀구나..ㅎㅎ

위에 올린 사진은 만화에서 크게 감동을 했던 부분이었기도 했지만
작년 가을 개봉했던 동명 영화에서 대박 실망한 부분이기도 했다. 눈물의 비전지탕 좆;
향후 나올 후편은 허영만 화백이 직접 시나리오를 쓴다고 하니 한번 기대를 해봐야겠다.

여튼 육개장... 반주하기 딱 좋은 국 아닌가... 크...
다음에 월급타면 양지머리 사다가 집에서 한번 육개장을 끓여먹어야겠다.
그간 고기를 살 일이 있었어야 말이지 원...

입 짧은 우리집 남자들이 고기를 그닥 좋아하지 않아서
한달에 끽해야 한두번 정도만 집에서 고기를 요리해 먹었었다.
실례로 내가 집에서 삼겹살을 구워먹은 건 1년도 더 되었을 것이다.

예전에 초등학교 졸업할 때 까지만 해도 김밥에 들어간 햄의 냄새와 맛이 너무 느끼해서
속이 메슥거려 밥을 제대로 못먹었던 적도 있었으니
지금 곱창이나 개고기나 가리지 않고 잘 먹어대는 내가 참 대견할 뿐이다.


예전 일하던 회사에서는 일하는 아주머니들을 위해 계절마다 대규모로 간식거리가 나왔다.
봄에 계란, 여름에는 수박, 가을에는 고구마, 겨울에는 우족 뭐 이런식이었는데,
기본적으로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음식들에 조금의 흥미를 가지면
충분히 다양하게 변화를 시킬 수 있는 것들이었다.

봄에는 두 점포사람들이 먹을 50인분 정도 분량의 초장을 직접 만들어 골뱅이소면류의 비빔국수를 해먹었었고
여름에는 수박을 이용한 화채를, 가을에는 고구마로 맛탕을,
그리고 지난 겨울에는 우족으로 우족탕을, 그리고 같이 들어왔던 사태로는 육개장을 해먹었었다.

가장 반응이 좋았던 것은 비빔국수였는데,
예전 일식집에서 일했던 기억을 살려 초장을 만들어 하루동안 숙성시키고;
상추,양배추,깻잎,고추,양파 등등의 갖은 야채를 넣어 국수를 비벼 만들었다.

솔직히 비빔국수맛은 양념장의 맛이 절대적이지만
야채가 푸짐하게 들어갈수록 맛있는 건 당연한 것이었으니..
게다가 골뱅이도 썰어넣어 씹는 맛을 더했더니 무척 좋아들 하시더라.


평소에는 퇴근시간을 앞두고 고생한 아주머니들을 위해서
주로 물오징어를 데쳐서 소주를 한잔씩 하곤 했다.

가장 자주 해먹었던 것은 파전이었다.
파와 감자와 밀가루만 있으면 그 어떤 전으로도 변형이 가능했었다.

나도 피곤하고 그분들도 피곤한 하루였지만
이렇게 한잔씩 마시며 하루의 피로를 풀곤 하던 기억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지난 겨울에는 육개장을 만들어 먹었었다.
숙주와 고사리, 토란대와 우거지 등 각종 야채를 데치고
결대로 찢은 사태에 갖은 양념을 해 섞은 다음 고추기름을 넣고 끓여낸 육개장은

내 스스로도 만드는 기분이 좋았고 먹는 그분들도 행복해 했었다.



다른건 잘 모르겠다.
내가 가려고 하는 이 길이 힘들고 어렵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내가 이렇게 그 과정에서 행복해 할 수 있고
누군가가 나의 음식에 지불한 돈만큼의 행복을 얻을 수 있다면
그만큼 멋진 삶이 어디에 있겠는가.

멋지게, 그리고 행복하게 살거다. 누가 뭐라고 해도 당당할 수 있도록.


내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날 수 있도록
내가 만든 음식의 맛을 잊지 못하는 이들이 생겨날 수 있도록
내가 만든 요리에서 지불한 가격 이상의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그렇게 살고 싶다.

아직은 갈길이 멀지만
힘을 내자.
자신을 가지고.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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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

어쨌거나 씹덕의 길로 접어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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