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은살

일기는메모장에 2008. 5. 15. 01:23
요즘 발바닥에 굳은살이 심해서 고생중이다.
 
 
원래 군대 있을 때 발에 굳은살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요즘 하루종일 서서 움직이는 일을 해서인지 갑자기 그 정도가 심해지기 시작했다.
 
 
양쪽 발 모두, 발 앞꿈치의 좌, 우, 중앙 그리고 엄지발가락에 굳은살이 박혀서
 
걸을 때 마다 고통으로 하악;거리게 되는데 특히 앞꿈치 가운데가 아주 고통이 심하다.
 
칼로 굳은살을 도려내 보아도 이건 그때 뿐이니..
 
병원에 가서 증세를 물어보니 걸을 때의 문제라고 한다.
 
걸을 때 나는 체중을 주로 발 앞꿈치에 싣기 때문에 앞쪽에만 집중적으로 굳은살이 박힌 것이고
 
레이저로 지지면 되는데 그 부위가 나을 때 까지는 환부를 사용하지 말아야 재발을 안한다고 한다;;
 
이뭐..; 굳은살 땜에 드러누워 놀 수는 없기에; 그냥 커터칼로 자르고 약이나 바르고 다니는데 별 효과는 없다.
 
 
 
사람들마다 한두군데씩 굳은살이 박힌 곳이 있을 것 같다.
 
 
내 기억중 맨 처음 굳은 살이 박혔을 때는 초등학교 4,5학년때 쯤이 아니었나 싶다.
 
매일 숙제를 할 때 마다 연필을 잡은 손가락이 너무 아팠는데,
 
어느 순간부터 아프지가 않아서 보니 중지 첫번째 마디 옆구리에 굳은살이 박혀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초딩때는 그게 신기해서 이빨로 굳은살을 물어뜯어 떼어내고,
 
얇아진 피부에 아파하다가 또다시 굳은살이 박히는 과정을 반복하곤 했었다.
 
 
고딩때는 서클에서 기타를 치면서 왼손 끝에 굳은살이 생겼더랬다.
 
3년 내내 클래식 기타를 쳤었는데 연습하다 삑사리 내면 선배들한테 조낸 혼났기에
 
이를 악물고; 왼손의 힘을 주다보면 손가락 끝은 벌겋게 줄자국이 나있곤 했다.
 
그러다가 한두달 후 굳은살이 생기고 나니 뭔가 아티스트라도 된 양 뿌듯해 했던 기억도 난다.
 
놀고 먹던 대학때 까지는 여전히 그 굳은살을 갖고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다 풀려버렸다.  
 
 
군대에서는 오함마와 곡괭이, 낫 등을 매일같이 휘두르다 보니
 
손바닥과 손가락 연결부위쯤에 굳은살이 박혔었다.
 
그 자욱은 지금도 있는데, 제대후 지금까지 온갖 육체노동을 지속해 왔기 때문인 듯 하다.
 
 
그리고 지금의 내 손에는 오른손 검지손가락 첫마디에 굳은살이 있다.

거긴 칼과 살이 맞닿는 부위기 때문일 것이다.



가끔씩 사람들을 만나 악수를 하게 되면

나는 사람들이 주는 손의 느낌을 통해 그 사람을 연상해 본다.


개인적으로는 내가 그렇지 않아서 그런지

매끈매끈하고 부드러운 남자의 손과 만나게 되면 기분이 별로 좋지 않더라;;

그냥 나만의 편견이라 해두자;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그 어느 부분이라도 굳은살이 있을 것이고

그건 그 사람이 살아온 길을 어느 정도는 반영해 준다고 생각한다.



나는 오늘 하루도 알차게 살았을까.

굳은살이 박힌 만큼 그만큼 성숙했을까.


모든 배움과 관련된 것은 계단식으로 성장하는 것 같다.

파 두단 써는데도 30분을 붙잡고 늘어지던 내가 이제는 칼을 쉴 새없이 내리치며 쉽게 마무리를 짓고

지지리도 못잡던 면을 이제는 척척 빠른 속도로 담아내는 나를 보면서

배움을 얻기 위해서는 지독하게 힘들고 지겨운 시간을 반복하다가

그 것이 일정한 수위에 이르면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깨닫게 되는 것 같다.

이런게 돈오돈수 뭐 이런건가?;;


여튼... 굳은살 만큼의 가치를 가질 수 있는 내가 될 수 있길 간절히 바라면서...

공포스럽기까지 하던 가정의 달을 이제 절반을 보내고 났더니 조금은 자라났다는 생각도 든다. 히히..

내일도 보람찬 하루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해야겠다.

발아프다 ㅅ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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