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뭐병

일기는메모장에 2008. 5. 30. 05:14
#1.  2mb


비즈니스 프렌들리 아륀쥐 씨이오 경제 대통령 쥐박스..

회사생활을 하면서 이런 양반들을 심심치 않게 접해보았다.


기업에서 성공하는 인간들 중의 한 부류로서

윗사람이 원하는 바를 기가 막히게 캐치할 수 있는 능력과 더불어

가시적인 실적에 집착하여 '보여주기식 영업'의 극한을 보여주는 이들이 그 예가 되겠다.

그 덕에 남의 공을 내 것으로 만드는 기술과
 
목표를 향해 끝없이 밀어부치는 기술 역시 기가 막힌다.


기업 역시 사람 사는 곳이기에 이런 이들은 언제나 승승장구하지만

그로 인해 그가 그 자리를 떠나고 나면 항상 그 뒤치닥거리에 시달리게 되는 경우가 잦다.


그가 말한대로 자신이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CEO라고 생각한다면

우리 국민들(주: 여기서는 종부세 안내는 98% 정도의 국민들을 말함)을

대한민국이라는 기업의 주주로 생각하는지, 소비자로 생각하는지,

혹은 하청업체 직원 정도로 생각하는지는 지금도 의문이다.


만약 그가 국민들을 을도 아닌 병, 정 쯤에 속하는 하청업체 나부랭이로 생각한다면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촛불시위는 그에게는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못할 것이고

그가 만에 하나 탄핵되어 물러나더라도 그는 그에게 벌어진 상황들을 결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그의 비즈니스 마인드;


어쩌다가 이런 양반을 모시고 이 나라의 운전대를 부탁하게 된 것일까.





#2. 시위. 그리고 30대


대학에 막 입학하면서 2박3일간 학교에서 열렸던 한총련 출범식에 참여했었던 내게

시위라는 것이 주는 공포감과 이념적 혼란은 이후 그들과 일정한 거리를 두게 된 하나의 이유가 되었다.


나를 포함한 97학번들과 그 전후 2학번 정도의 세대들은 이뭐병.. 한 존재들이었다.

학생운동에 대한 호의적 감정보다는 이미 저물어 가던 촌스럽고 유치한 그들만의 리그를 경멸했었고

머릿속에 들어있는 것도 없이 의식화에 대한 거부감만 강했다.

전역후엔 차가워진 사회의 공기를 느끼며 취업이라는 관문을 향해 급박하게 달리기만 했었던

80년대의 비장한 진정성도, 90년대 초중반의 젊은 감수성도 존재하지 않던

한마디로 골빈 세대였다.


그러다가 어느덧 서른이 넘어버린 지금,

중고등학생들의 촛불시위 참여를 보며 난 눈물이 날 정도로 부끄러워졌다.

그들은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내신과 입시에 쫓기는 자신의 처지를 돌아보지 않고

사회적 이슈에 대해 과감히 반기를 들었다.


지배이데올로기의 재생산의 장이 바로 학교라는 것,

그리고 한국사회에서 최초로 사회적 계급이 결정되는 것이 대학입시라는 것을 보았을 때,

이들이 손마다 촛불을 들 것을 선택한 것은 대학생들의 취업난과 비교하더라도

그에 결코 뒤지지 않는 가공할만한 압력을 이겨낸 것이라 생각한다.


혹시나 해서 몇 년만에 다니던 대학 홈피 게시판에 들어가보니

역시나 얼굴이 뜨거워져서 5분이상을 볼 수 없었다.

예전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그 곳은 속물근성이 춤을 추는 욕망의 장이었을 뿐 그 이상도 그 무엇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을 탓할 수 만은 없다.

그 시작은 바로 우리에서 부터 시작했기 때문이니까.



#3. 그리고...


소통은 다분히 철학적인 단어다.

하버마스는 자유로운 공론영역을 통한 이상적인 의사소통상황이 전제되어야 함을 이야기했다.

이명박이 사과문에서 국민과의 소통이 부족했다고 말하는 것 자체도 언어도단이다.

그는 소통의 의미 자체를 왜곡하고 있다.

 
어설프게 오늘 집회에 참여하면서 들었던 이런저런 생각들을 일행들과 나누게 되었다.

이회창 지지자;인 형이 시위에 참여했다는 것 자체가 스스로에게 충격이었다던 오늘의 기억은

아마도 훗날 내 자녀가 2008년을 궁금해 할 때

내 자신의 변명을 위해 남겨둘 면죄부 정도로 그칠지도 모르겠다.


잠도 안오고 오만가지 생각만 드는 새벽이다.

어쨌거나 이명박 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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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

어쨌거나 씹덕의 길로 접어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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