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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영화보는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여친-_-이 있던 2002년;; 경에나 자주 보았을 뿐, 매년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건 2~3차례,

비디오는 더더욱 보지 않는다. 어쩌다 시간날때 인터넷에서 영화를 다운받아 보는 정도?

그래서 나의 영화평은 허접하고 좆같을 수 밖에 없다만
간만에 다운받아 본 영화라 짤막하게 감상평이라도 적어야
빡세게 영화를 만들어내신 분들에 대한 도리가 아닐까 싶다;



알포인트는 2004년 여름에 나왔던 영화...

일단 한국 공포영화로서는 근작 중에서 '장화홍련'과 함께 수작이라고 할만한 영화라 생각된다.


장화홍련이 여성적 감수성과 미소녀 페티쉬;와 성적인 코드들에 기반해 만들어진

콩가루 집안의 비참한 가족사를 그린 비극영화였다면,


알포인트는 월남전이라는 시대적 특수성을 기반하여

남성들이 전쟁터에서 겪는 공포심을 극대화한 남성적 감수성과

전쟁속에서의 인간성의 분열, 극한상황이 가져오는 인간말살의 현장을 그린 비극이다 라고 생각한다.



베트남은 1000년이 넘도록 타국에 지배당해왔다.

중국에게 1세기라는 시간동안 직접통치를 당하고(그 시작은 제갈량이 아니었을까-_-?)

제국의 시대에서는 프랑스와 일본이라는 제국주의 국가들에 의해,

그리고 2차대전 이후에는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에 의해 점령을 당하고 수많은 피를 흘려야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자신들의 힘으로 독립하여 여전히 건재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난 절로 베트남이라는 국가의 구성원들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베트남에 외화벌이 용병으로 달려간 따이한들의 용맹함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

(조매실의 아시나요 뮤비-_-)


무엇보다 전쟁이라는 상황은 인간 스스로에게 인간이기를 포기하게 만든다.

극 서두에서 주인공 최중위(감우성)가 사창가에서 여자를 쏴죽이는 상황에서 보듯,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전시라는 극한상황에서 살아남는 것, 곧 죽기전에 죽이는 것이 먼저였다.

인간, 혹은 인간성이란건 전시에서는 그저 감정의 사치일 뿐이었을테니.


그들이 도착한 알포인트에서 그들은 자신만의 유령에 시달리며 공포에 휩쓸린다.

병영이라는 남성적인 공간에서 귀신이야기가 그렇게 많은 이유는 믿을 것은 결국 자신 뿐이라는 외로움과

항시 적을 대해야 한다는 긴장감이 큰 덕분이리라. (아... 군대생각 난다-_-;)


살상무기를 든 두려울 것 없을 그들이 왜 그렇게 공포에 떨어야 했을까.

그것은 그들이 희생자이자 또한 가해자로서 그 땅에 발딛고 있기 때문이다.

돈 때문이든 무엇 때문이든 원치않게 타국땅에 와서 이유없이 베트콩(혹은 양민)들을 학살해야하는 임무 자체가
 
그 무한한 공포와 죄책감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전쟁공포증이라고 해야 할까?

누군가를 죽여야만, 손에 피를 묻히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그러한 땅에서

조금씩 마음 한켠에 쌓아두어야 하는 죽어가는 자신의 인간성과

나로 인해 죽어간 타인들의 원한이 언젠가는 자신의 그림자에서 자신을 잡아 흔드는 괴물로 발전할 것을 예감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은

그들을 불귀의 객으로 만드는 요인이 된다.


혼란에 빠진 인간은 지극히 나약한 존재다. 그리고 더할 나위없이 위험한 존재이기도 하다.

그들은 착란속에서 서로를 죽고 죽이며 삶의 종지부를 찍어나간다.


주인공인 최중위는 극 후반에서 미쳐버린 진중사를 사살한 후 정신을 잃어버린 소대원들에게 외친다.

"관등성명! 관등성명 대라!!"


그 상황에서 유일하게 이성을 지킬 수 있었고 공포에서 대원들을 구할 수 있는 존재였던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관등성명'이라는 현실의 목소리로

군대라는, 작전이라는 위계체계속의 현실속으로 대원들을 끌어오려 애쓴다.

(감우성의 째지는 목소리는 좀 짜증난다;)


그러나 그 역시 눈을 잃은 마병장을 제외한 소대원 전원이 죽어가고

자신의 정신 속으로 여자귀신;이 덮쳐오는 순간 마병장에게 총을 쏠 것을 요구하며 숨을 거둔다.


최중위에게 나타난 그 귀신은 누구였을까?

언젠가 프랑스 식민시절 점령군들의 위안부 구실을 하던 사진 속 여자였을 수도 있고,

그가 다니던 사창가의 한 여인이었을 수도 있고

혹은 그가 쏘아죽인 창녀일 수도 있는 것이고

알포인트에 상륙하기 전 죽이지 않고 스쳐간 피흘리던 베트남 소녀일 수도 있는 것이다.


또는 죄의식의 근원에 있는 한국적인 공포의 상징물일수도 있고

혹은 자신의 땅을 짓밟는 자들에 대한 베트남 민중의 분노일 수도 있었을 테지.


이것은 뒤틀린 인류역사에 대한 죄의식의 결과일 수도,

혹은 인간으로서 자행해선 안될 행위에 대한 대가일수도 있다.


그들이 극복할 수 없는 것은 분명히 있었다.

그렇게 그들은 돌아가서는 안될 존재였던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오늘도 우리의 형제들을 그러한 불귀의 객을 만들기 위해 보내고 있다.

'국익'이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그들의 가슴속에 어떤 그림자가 드리울 것인지,

그 땅에 머무른 자들의 가슴속에는 어떠한 피얼룩이 드리울 것인지는 외면한 채.



그렇게 영화는 끝이 났고 자막을 바라보는 내 심정은 조금은 우울했다.

헐리우드식 전쟁영화보다, 일본식 공포영화보다도

더욱 많은 감정의 흔들림을 안겨준 영화였다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가 피로 얼룩진 인류가 벌인 침략의 역사에 대해

공포라는 장르를 통해 접근한 것이었다면

나는 90점을 흔쾌히 주고 싶다.



여튼 좋은 영화였음... 집구석에서 노니까 별 짓거릴 다하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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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

어쨌거나 씹덕의 길로 접어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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