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썼던 것으로 생각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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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훔치기  
-고종석, 마음산책, 2000



모색은 부분적으로 전망이다.

모색이 일반적 전망과 다른 것은

그 속에 의지나 욕망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서문에서-







한 해 전쯤에 읽었던 코드 훔치기를 빌려 다시 한번 읽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고종석씨의 문체를 무척이나 흠모하는데,
진지하면서도 차분한 분위기가 설득력있고 독자를 끌어들이는 매력이 느껴진다.


다시 읽게 된 이유는.. 무엇보다 이 책이 21세기에 대한 전망(모색)이기에
그리 밝지는 않아 보이는 내 미래에 대해 살펴보기 위한 것도 있었고

그 때 이해하지 못하던 여러 이야기들을 지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는지도 궁금해졌고
무엇보다 그 매력적인 문체를 다시 한번 접해보고 싶었던 이유도 있었다.



필자는 40여가지의 다양한 이슈를 통하여 21세기를 모색하여 본다.
특히 동유럽의 붕괴 이후 자본주의라는 이념이
전지구적으로 유일하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오늘의 현실을 돌아보며
그것이 미치고 있는 영향과 그로 인한 변화의 방향들에 대해 차분하게 살펴내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관심을 가진 부분은 미래를 위해 필요한 지표에 관한 부문이었다.
무엇보다 그가 언급한 한스 요나스의 "책임의 원리" 의 대목은 단연 의미심장하다.

"희망의 원리"에서 블로흐가 유토피아적인 사회주의에 대한 갈망은 인간 본래의 것이라고 갈파한 것에 대해 "책임의 원리"에서는 그러한 유토피아적 세계관 자체를 거부한다.

이러한 유토피아주의가 오늘날의 단선적인 진보의 허상을 만들어 온 것이며
사회적 진보와 과학적 진보가 우리에게 가져온 어두운 현실을 비판하고 있음을 그는 말하고 있다.


결국 사회주의도, 자본주의도 인류에게 대안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어떠한 미래를 모색하여야 할 것인가?

그는 인긴은 양가성을 가진 존재임을 인정하고 미래에 대한 책임을 인류가 가질 것을 요구한다.
인류가 만들어낸 진보의 그늘에 던져진 윤리적 공백을 이러한 책임을 통해 극복해나가자고 요나스는 주장한다.


20세기를 풍미하던 거대담론들에 비해 왜소하고 그다지 명쾌하지 않은 주장이지만 오히려 불확실성을 인정하고 그것을 차근차근 벗어나고자 하는 노력이 더욱 중요함을 그는 말하고 있는 듯 여겨진다.


필자는 "공화정을 넘어서"를 통하여 20세기의 지배적인 정치이념으로 인식되고 있는 민주주의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가게 된다.

그는 민주주의는 공화주의와의 상관관계속에 존재함을 밝히며, 관용이나 다양성, 다수결, 개인적 자유가 민주주의의 기본적인 이념이라면 법치국가와 사회평등, 이성을 기반으로 한 세속주의적 보편성 및 공통선의 추구는 공화주의의 본질임을 말하고 있다.


이러한 공화주의는 오늘날의 그야말로 '이윤추구의 자유'만이 남아버린 자유주의를 견제할 수 있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에 필자는 주목한다.


내가 볼때 고종석씨는 기본적으로 자유주의자이긴 하지만 이러한 자유주의가 가진 폐해에 대해서 너무도 잘 알고 있으며,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방안을 끝없이 모색하고 있는 듯 보였다. 그런 점에 있어 좌파보다 더욱 현실을 변화하는데 관심을 둔 인물이라고 해도 될 듯 해 보였다.


또한 그는 '세속주의적 시민의 역할'을 중시하며, 경제적/계급적 의미의 부르주아가 아닌 정신적/정치적 의미의 시투아앵을 강조하였다.

한편 자유민주주의의 개념 속에서 자유주의가 가진 강자의 논리의 측면, 이윤추구의 자유에 집중된 면과 민주주의가 가진 중우정치와 다수의 횡포의 문제점을 조화할 수 있는, 수호자주의도 무정부주의도 아닌 진정한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조화를 이룰 수 있기를 원하였다.
그는 사회주의와 자유지상주의 사이에서 모색할 수 있는 대안으로는 롤스적인 자유평등주의가 가장 적합한 대안이라고 바라보았다.


1년전에 읽었을 때 보다는 그래도 이해가 수월하게 되었다지만 여전히 프래그머티즘 등의 철학사조에 관련한 내용들에 대해서는 아예 공부를 하지 않은 문제로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좀 후회스러운 점이었다.

2000년이 되기 전 작성된 글들이 여전히 가치있게 읽힐 수 있다는 것은 필자가 그만큼 미래를 준비하고 내다보려 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변화를 능동적으로 대처하려는 자세라고 생각한다. 사회주의의 몰락 후 밝은 광명을 향해 나아가리라 생각하던 이들도 있었지만 세상은 더욱 불안하고 냉혹하고 어지럽다.

이러한 혼란스러움은 인간이 가진 본연의 모습이 아닐까. 그는 아직까지는 인간이 가진 이성이라는 것을 믿고 있는 눈치다. 하지만 그러한 이성으로 만들어낸 이데올로기와 그것이 가리키는 지향점에 도달하는 발걸음들에 대해서는 그는 고개를 젓는다.
그는 인류의 이성이 탄생시킨 밝은면과 함께 어두운 면들을 놓치지 않고 지적한다. 또한 현실 안에서 그것을 극복하거나 혹은 무마시킬 수 있는 방안을 끝없이 모색한다. 이것이 이 저서가 가진 가장 큰 미덕이 아닐까 싶다.

현실을 떠나지 않으나 안주가 아닌 끝없는 사색과 변화의 노력이 함께 하는 것이 바로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해야 할 몫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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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

어쨌거나 씹덕의 길로 접어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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