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화의 소설로, 특히 유럽쪽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던 소설이라고 한다.


전체적인 스토리는 제목처럼 허삼관이라는 주인공이 일생에 걸쳐 매혈을 하는 이야기인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형식이 정말 신선하고 해학적이라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웃음속에 숨겨진 눈물과 그들의 고단하고 비참한 현실이 더욱 와닿을 수 밖에 없었지만.



가지지 못한 자들이 생존을 위해 치는 발버둥을 그 누가 우습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


피를 팔아 돈을 마련하고 돼지간볶음과 황주 두냥을 마시며 자신을 재충전하던 허삼관의 인생은


우리들의 모습과도 무척 닮아있다.



결국 우리들의 인생도 어떠한 방식으로든 자신을 소진시켜가며


그 누군가를 혹은 그 무엇인가를 위해 살아가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리라.



그 것이 가족이건 자신을 위해서건, 혹은 그 것이 아닌 또다른 무엇이 되었던 간에


누군가를 배려하고 지켜내기 위해서는


자신의 피를 빼내어 팔아야만 할 정도의 고통과 상처를 감수해야만 한다.



작은 아들의 병원비를 대기 위해 아들에게로 향해가며 며칠 연속으로 피를 팔다가


결국 쓰러지고 마는 무모할 정도로 열정적인 주인공의 모습에서


눈물이 약간 핑 돌았던 것도 같다.



인간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살아 움직일 수 있게 하는 자신의 육신일진대


그 것마저 팔아 몇 푼 돈으로 바꾸어


그것으로 누군가를 살려내려 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못배우고 못사는 가난한 자의 몸부림인지,


아니면 어떤 의미의 '성인'인지조차 난 가늠하기 힘들었다.



문화대혁명과 대약진운동의 파고 속에서


자신의 어머니를 창녀라고 손가락질 하게 만드는 이데올로기의 무자비함 속에서도


해학스럽게 가족이라는 마지막 공동체를 지켜나가는 허삼관의 뒷모습또한


인간으로서 마지막까지 지니고 있는 믿음이랄까.. 그런걸 느끼게 했었고..



나 역시 그와 다를 바 없는 부질없이 스러져갈 미미한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내게는 그처럼 무엇을 위해 지켜갈 것이 있었던가


혹은 자신의 피를 태워가면서까지 감싸안아야 할 것이 있었던가


문득 소설의 흐름속에서 울고 웃다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요즘 더욱더 초라해져가는 자신을 돌아보다


언젠가는 문득 그처럼 돌아보며 웃을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며


언젠가는 내게도 그렇게 헌신하고픈 그 무엇을


이젠 만들어야만 하겠다는 생각을 어설프게나마 해보았던 하루다.









일기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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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

어쨌거나 씹덕의 길로 접어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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