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예전엔 하루가 멀다하고 보던 친구들이지만
다들 각자 먹고 사느라 힘든지라
이제는 일년에 한두번 보기도 힘들고 다 모이기도 어렵다.
그래도 만나면 좋은친구인 것은 아직도 여전하니 참으로 아름다운 일이 아닌가.

어느덧 십이년이 된 동네친구들 모임은 
언제부터인가 설과 추석 당일 저녁에 모이는 것이 암묵적인 룰이 되어버렸다.
아마 이 모임의 거두;가 예수쟁이라서.. 그래서일 수도 있으리라-_-+

항상 시골집 제사에 가는 나도 
최근 일이년은 어르신들의 상투적인 덕담들에 몹시도 스트레스를 받게 된 관계로;
제사지내고서는 잽싸게 서울로 도망치듯 떠나.. 결국 그 모임에 참석하게 되었다;


그러던 와중, 작년 12월 31일에 모 레지던스에서 송년 겸 신년모임을 했었는데
처음으로 아주 놀라운 경험을 했다.

두 커플을 비롯한 여덟명 정도가 참석한 모임이었는데,
내가 오바를 해서 총 대여섯가지 요리를 내놓았고
연일 계속된 격무에 몸이 골아버린 인간들은 소주 대신 와인;을 사들고와 설쳐대었는데,

소주와 컵라면으로 첫만남을 시작했던 우리들로서는 이런 변화에 약간의 문화적 충격;을 받았고, 
이는 놀랍게도 '우리도 이젠 조금은 덜 비루하게 놀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게 해주었다.

하지만 음담패설을 비롯한 상호간 거친 대화와 폭력은 여전히 우리들 모임의 정체성이었던지라
처음 그 자리에 참석한 친구의 여친은 당황해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던 기억이 난다; 
그러다 결국 시작은 와인으로 했다가 마무리는 소맥으로 넘어간 걸로 알고 있다?;


여튼... 올해도 마지막날에 그 두번째 송년모임을 가지려 한다.
장소는 영화인;친구의 월세방;;이 될 듯 하고
바리스타 친구와 짱깨인 나는 그날 먹을 요리들을 구상하고 있다.

작년에는 의욕에 넘쳐 오이냉채, 우럭찜, 유린기, 관자볶음, 고추잡채 등등을 했었는데
올해는 좀 손이 덜가면서도 먹을만한 요리들로 함께 준비를 하려 한다.
(솔직히 맛도 그닥 별로였고 혼자 하느라 힘은 오지게 들었었다;;)

연말이라 벌써부터 연말모임들이 많아 몸은 피곤하지만  
가끔씩 어떻게 할까 이래저래 생각을 하다보면 허경영을 세번 외친것 마냥 저절로 웃음이 난다.

먹고살긴 힘든데, 친구들과 그들과의 추억을 생각하면 즐겁고 고마운 마음이 절로 드니
어찌보면 이게 바로 행복이 아닐까 싶다.

피곤한데 슬슬 자야겠다.




하드를 뒤져보니 그때 사진이 몇장 있어 대충 자체 모자이크 처리하고 올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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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

어쨌거나 씹덕의 길로 접어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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