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날은 8월 17일, 화요일이었다.
오늘은 11월 11일..;;;
굳이 이렇게까지 포스팅을 해야하는지에 대해서는 심히 의문이기도 하지만
일단은 하기로 한거니까 해보자;;


전날 성산 일출을 보기 위해 일찍 잤던 우리들은 이날 새벽 네시 반에 일어났다.
생각 외로 몸이 잘 반응했기에 그럭저럭 일어날 수 있었다.
중화인민공화국 관광객들로 우글거리는 새벽의 매표소를 지나
계단으로 잘 정비된 일출봉을 올라보니 그 모습이 아주 장관이더라.
푸른 풀들로 우거진 둥근 분화구의 한쪽 귀퉁이에서 사람들은 일출을 기다렸다.

하지만 기다리고 기다려도 구름에 가리워진 동쪽 하늘은 밝아오질 않았다.
구름이 잔뜩 낀 동쪽 바다는 해뜨는 모습을 쉽게 허락하지 않을 모양이더라.
결국 우리들은 아쉬움을 안고 하산해야만 했다.
사실 본다고 해서 별로 달라지는 것은 없으니까;



결론은 일출 못봄;




일출봉 내려와서 한 장~


전날 친구들에게 욕먹으며 사온 반찬거리들로 밥을해서 계란찜에 계란말이에 콩나물국을 해서 먹고는
이틑날 우리들의 목적지인 우도로 가기 위해 성산포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우도는 여기서 배를 타면 15분 정도면 도착하는 아주 가까운 섬..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크진 않겠지??



성산일출봉을 바라보다

날씨좋고~



우도는 올레길1-1코스가 있는, 섬자체가 도립공원인 자그마한 섬이다.
섬을 도는 올레코스가 있다지만 오늘 우리는 관광객모드로 움직이기로 했기에 올레코스는 무시;
선착장 근처에 있는 대여소에서 자전거를 빌려 이동하기로 했다.
2시간에 5000원이었던가? 암튼 오토바이나 사발이, 기타등등보다 훨 인간적인 장비가 자전거이기에
선택의 여지는 없었던 것 같고, 실제로도 무척 만족했다.


왜인지 모르게 힘들어보이는 두사람;; 뒤로 보이는 언덕이 우도봉

좋다..


우도는 검푸른 바다, 검정색 돌담 그리고 초록빛 밭들이 조화를 이루는 원색의 향연이 인상적이던 곳이었다.
시계방향으로 돌기로 한 우리들은 엄청난 폭염과 자외선러쉬에 고생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꿋꿋이 나아갔다.
서쪽해안에서 만난 서빈백사 (홍조단괴해빈이라 써있음) 해수욕장은 백사장의 폭이 좁아 자칫 그냥 지나칠뻔도 했으나
먼저 가버린 친구들을 보내고 사진 몇 장을 구할 수 있었다.
홍조류가 굳어져 생겼다는 굵고 하얀 알갱이의 새하얀 해변과 짙푸른 바다빛은 그야말로 그림과도 같았다.
난 먼저 가버린 친구들의 뒷모습을 따라잡기 위해 다시 페달을 밟아 보았다.
 



여기가 서빈백사 해수욕장

요런 구도 괜찮은듯?

위치 바꿔서 다시 한장~

음...;;

해녀들이 불을 피우던 공간인 불턱


우도 최북단인 답다니 탑망대를 지나쳐 다시 섬의 동쪽면으로 돌아서 페달을 밟아본다.
하늘은 여전히 푸르고 검은 돌과 초록으로 뒤덮힌 들판은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 풍경들이었던걸로 기억된다.
안구정화란 말은 이런 때 쓰는 단어가 아닐까..

한참을 달리다 보니 어느덧 하고수동 해수욕장이 있음을 알리는 표지판이 보인다.
우리들은 바다에 들어가자는데 의견을 모으고 
백사장 초입에 자전거를 눕히고서 바다로 뛰어들었다.

물이 이렇게 맑은 해수욕장은 처음이었다.
제주에 와서 정말 간만에 보는 새하얀 모래와 투명한 물빛이 아름다웠다.
많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 우리들은 폭염을 피해 몸을 식혔다.




나와 친구는 오후로 들어서면서 점점 늘어난 인파속에 숨어
먹이를 노리는 매의 눈빛으로 호피무늬 수영복을 입은 한 처자를 노려보며
나도 몰래 잠시 침을 흘린 것 같기도 했지만;
갈 길이 워낙에 멀었던 지라 더는 지체할 수 없어 씻고 다시 자전거 페달을 밟아야 했다.

그 길에서 말로만 듣던 전설의 섬, 비양도도 다녀왔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 힘들었다;

여기가 비양도. 뒤쪽이 우도봉


우도봉 아래의 검멀레 해수욕장을 스쳐 지나 오르막을 향해 페달을 밟았다.
나의 폭발적인 페달링에 어느새 언덕 꼭대기까지 올라 잠시 주변을 구경했다.
우도 특산물이 땅콩이라던데 못먹고 온 것이 못내 아쉽더라. 땅콩 아이스크림도 먹었어야 했는데..


저 위가 우도봉. 물론 가진 않았다.

힘겹게 페달을 밟고 있는 친구들

 




머.. 이후로 이어진 얘기는 별 것이 없는데..
일단 자전거를 반납하고 선착장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었는데 걍 그냥 그랬다.

다시 성산포로 건너와 민박집에 맡겼던 배낭을 찾아 메고서 동부일주버스를 타고 서귀포로 고고씽했다.
미친듯이 더운 날씨였다. 폭염주의보라고 했다.

우린 서귀포 동문로터리 근처 피씨방에서 숙박업소 연락처를 뒤져 전화질을 하다가
운좋게 서문로터리 부근의 대명 미시룸;;이라는 단란주점을 지하에서 운영하고 있는 대명모텔이란 곳과 연락이 되어 
하루 3만원에 3일간 묵기로 결정했다. 시설이야 뻔했지만 남자 셋이 자기에는 전혀 불편함이 없는 곳이었다.

그렇게 숙소를 정하고 나니 맘이 안정이 되어 우리들은 외식을 하러 나갔다.
야임마님이 지난번 올레길에서 먹고서는 감동을 금치 못했다는 고기국수집을 찾아갔다.
동문로터리쪽에 있는 고향생각이라는 고기국수집인데 할머니께서 말아주시는 고기국수의 맛은 정말 놀라움 그 자체였다.

국물의 느낌은 돼지국밥의 육수 같은데 전혀 느끼하거나 기름지다거나 누린내가 나지 않았으며
무엇보다 밑반찬으로 푸짐하게 갖다주신 파김치와 함께 먹으니
고명으로 올려주는 엄청난 양의 돼지고기에도 부담스럽지 않았다.

나오며 주인할머니께 육수에 대해 여쭤보았는데
돼지고기만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돼지뼈와 사골이 들어가서 그런 깊고 맑은 맛이 난다고 하시더라.

암튼 이날은 이렇게 끝났다.
앞으로 남은 일정은 9,10코스, 한라산 종주가 있는데 일찍 자면 잘 할 수 있겠지?


암튼 없는 시간 굳은 머리에 나오지도 않는 글로 포스팅을 어거지로 해본다.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좀 크게 들지만 머 안죽고 돌아가고 있음을 알리기 위해서..
그래.. 머 이렇게 다녀왔었다고.. 다음 포스팅은 언제가 될 지는 나역시 장담못할듯;;
피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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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

어쨌거나 씹덕의 길로 접어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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