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칸더v

일기는메모장에 2008. 6. 23.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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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메칸더v와 전혀 상관없는 마징가z임; ㅈㅅ;)


아주 어릴적 재밌게 보았던 만화 메칸더v가 생각난다.

이놈의 존재 자체가 조낸 캐조루;라서
1,2,3호기가 어렵게 합체해서 원자력 에너지를 돌리는 즉시
적의 인공위성에서 미사일이 자동으로 발사되기 때문에
날아오는 시간인 3분내에 모든 전투를 쇼부 봐야 하는
그야말로 엄청난 핸디캡을 안고 있는 로봇이라 하겠다.

그래도 메칸더는 운좋게 매번 폭발상황을 피해가다가
한번은 미사일에 정통으로 맞아 개작살이 나기도 한다;


어쩌면 이런 설정 때문에
예나 지금이나 '빨리빨리'를
직접 몸으로 배우고 실천하며 살아가고 있는 우리 한국의 어린이들에게
특히 뜨거운 호응을 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한편으로는 '청소하는데 딱 3분 준다. 30초는 자유시간이다' 라고 외치며 애들을 갈구던
군대 후임의 모습이 오버랩 되면서;

나도 모르게 세계평화를 지킨다는
이놈의 3분짜리 캐조루 로봇의 모습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사발면이 익을 시간 동안 메칸더는 세계평화를 위해 싸웠고
사람들은 잘 익은 사발면을 먹으며
그 사실을 잊고 다시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가곤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좀 달랐다.

그들은 먹어야 할 사발면을 팽개쳐놓고 거리로 향해 스스로 메칸더v가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3분이라는 시간을 넘어 그 저항의 시간은 이제 두달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스스로를 냄비근성이라 폄하해오던 우리들 스스로가 놀랄 수 밖에 없는 사건인 것이다.



언론에서 이제 촛불시위는 막바지라는 기사를 써대고 있다.
하늘이 저들에게 내리신 멋진 선물인 장마;와 총파업이라는 지루한 떡밥 덕에
그간 수세에 몰렸던 수구 언론들은 역공의 찬스를 잡은 듯 하다.

게다가 조중동과 청와대, 한나라당에서는 이제 우리 너네 원하는대로 미국한테 쇼부볼 것 다 봐줬으니
이제 다들 '촛불장난' 그만하고 꺼지라고 외치고 있다.

어휴.. 정말 답이 없는 놈들이다.


물론 지금처럼 소통자체가 불가능한 의회를 불신하고 거리에서 싸우는 방식을 통한
지금의 시민불복종운동과 같은 행위들이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는 일이고,
이는 장기적으로는 가뜩이나 좆같은 기존 정치체제를 완전 뇌사시킬까 걱정도 약간은 된다.

문제의 핵심은 제도권 정치세력을 어떻게 국민들의 뜻에 따르게끔 만들까 인데..
나와있는 답은 아직까지는 계속 싸우면서 다각적인 압박의 루트를 개척하는 것 뿐인 듯 하다.

얼마전 우석훈씨의 글처럼 지방의회부터 차근차근 표로서 심판하여
국민들의 무서움을 보여주자는 의견도 의미가 있고,
정당민주주의에서 해법을 찾길 바라던 최장집 교수의 발언 역시 한번쯤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 누구도 지난 한달여의 기간을 미완의 승리 혹은 절반의 패배 정도로 생각하지 아니할 것이다.
그 곳에 모인 이들은 포퓰리즘의 광풍에 흔들리는 좆병진들이 아니라
한 개인 개인 모두가 국가의 주인으로서 자리매김한 이들이었기 때문이1다.

열린 공간에서의 시민들의 응집력과 폭발력은 국민들의 의식을 변화시키게 되었고
이러한 일련의 사태들을 거치며 우리는 침묵하는 냉소자에서 참여하는 비판자로 변해갔다.

우리들의 촛불은 언젠가는 거리에서 조금씩 사라지겠지만
그 속에서 우리가 공유했던 생각들은
촛불이 아닌 화롯불처럼 사람들의 가슴속에 남아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걱정하는 '촛불 이후'에 대해서 나는 크게 부정적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 불은 언제고 촛불이 되고 횃불이 되어 사람들을 타오르게 할 수 있을테니까.

그리고 그 것은 'human resource'들을 쉽게 제어하고 통제하고 있으리라 생각하는 윗분들에게
정치적으로 큰 부담과 두려움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촛불시위는 격렬한 토론과 충돌, 혹은 신명나는 축제가 되기도 했고
우리는 그 안에서 시민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찾기위해
그렇게 다른 대안을 찾아 헤매었다.


조급해 하지 말고 조금 더 지켜보고 싸우고 고민해보자.
아직도 아무 것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게다가 아직도 우리가 변화를 주장하는 핵심인물인 찍찍이는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두려워해야 할 감시자'로서 우리의 권리와 의무를 되찾기 위해
앞으로 우리가 할 일은 별반 다를 것 없다고 본다.


이러한 우리의 이해와 요구(아ㅅㅂ; 이 단어 오랜만이다;;)를 받아안을 수 있는 제도의 변화
지금처럼 위태로운 형국에서 캐조루들의 집합체인 메칸더v의 불빛이 더 오래가길,
그리고 이 힘이 안정적으로 연착륙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를 만들 수 있길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처럼 좆밥도 뭔가 도움이 될 수 있길 간절히 기원하며
기성정치인들의 좆을 깎는 반성과 대안 수립을 촉구해 본다.

그것만을 위해서라도 우리는 각자 3분짜리 활동에 충실해야 할 것 같다.

각자 3분동안만 지구의 평화를 지켜줘도 4000만명이 같이 이어 해준다면
이 지구의 평화는 꾸준히 지켜지리라 확신한다;




p.s)전혀 상관없는 덧글..
얼마전 술자리에서 만난 후배는 민주노총 한총련 등의 '깃발부대'들을 지적하면서
그들이 지금껏 하지 못한 것을 민주시민들이 해냈다는 약간은 맹목적인 시민사회 예찬론을 펴고 있었는데
내가 그것을 한편으론 수긍하면서도 한편으론 왠지 씁쓸한 기분을 느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은 어찌하여 자신들의 투쟁이 가진 진정성을 사람들에게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던 것일까.
그리고 그 말들이 왜 내게는 '그들'이 이어온 저항의 불꽃에 대한 폄하의 의미로 느껴졌을까.
그리고 시민들 앞에서 그 무엇도 하지 못하고 따를 수 밖에 없었던 불쌍한 좌파들의 모습도 안타까웠다.
아.. 그냥 그랬다고.. 별로 의미있는 글은 아니니 신경쓰지 마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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