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1일

일기는메모장에 2010. 3. 21. 01:45




Pink Floyd - Money



#1. 이대로 올 한해 먹고 살 수 있을까?


집을 얻고 이사해서 살게 된지도 벌써 스무날이 지났다.
내가 가진 모든 현금자산을 탈탈 터는 것도 모자라 대출까지 받아서 박아넣었기에
오늘 문득 덮쳐오는 불안한 마음에 엑셀로 대충 나의 매월 입출금내역을 돌려보았더니 세상에.. 정말 놀랄 일이다.

다음달부터 본격적으로 대출금 갚고 시골에 생활비 보내드리고 하다보면
결국 돈을 모으긴 커녕 현상유지도 버거운 차상위계층의 삶을 살아야 할 듯 하다.

당분간은 짜증나지만 교통비라도 절약하기 위해 숙소생활을 계속할 수 밖에 없다.
내 취미생활인 등산은 근거리에 있는 불-수-사-도-북을 선정해서 김밥 싸갖고 다니는 수 밖에 없고
2차 취미생활인 조깅을 주로해야할 듯 하다;;
내 성격상 사람들 만나는 술자리 역시 되도록이면 참아야 할 것만 같다.

당분간은 비정규적인 지출, 그러니까 집에 아픈 사람이 발생하지 않고 경조사가 없어야 이 불안한 삶이 유지가능하다는
참으로 무시무시한 현실을 맞닥뜨리고 나니 태어나 처음으로 우리 가족을 먹여살려야 하는 가장;으로서의 두려움을 느낀다;;

그렇다고 내가 주식;이라도 할 것도 아니고 돈을 더 준다는 데로 옮겨가고 싶은 생각도 없다.
내 판단에 난 아직은 이 곳에서 더 배워가야 하기에.
작게는 내가 월급인상을 요구할 수 있을 만한 능력을 적극적으로 키우는 것이 첫번째 마음가짐이겠고

두번째는 소소하게 들어가는 잡다한 비용들을 아껴야 한다는 것이 두번째 마음가짐 되겠다.
그렇다고 담배는 끊기 싫고; 대신 운동을 해서 담배를 피우는 빈도를 줄이는 방책을 써야지;
택시는 이젠 먼나라 이웃나라;의 일.. 군것질을 줄이고 술을 안사먹으면 도움이 좀 될 것 같다. 

머.. 그동안 사놓은 책들에 일렉기타까지 있으니 심심치는 않겠지만
돈없이 내가 어딜 돌아다니겠냐. 직업상 맛있는거 먹으러 돌아다니고 싶은데
당분간은 좀 참고 줄여 내실을 기하자.


사람이 힘든 시기를 잘 넘기면 또다시 즐거운 때가 오겠지.
어찌보면 돈을 한창 모아야 할 시기에 오히려 갚느라 발버둥치고 있다는 것이 참 안타깝긴 한데
내게 있어서는 인성과 실력을 동시에 수련할 수 있는 기회일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이래저래 고민이 많긴 했는데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견뎌보자.
답이 뭐 있나.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 뿐.



#2. 새로운 주방 분위기

이전 주방장님이 본점 총주방장으로 승진하시고
본점 조리장으로 계시던 쓰푸;께서 우리가게 주방장으로 오셨다.

이제 열흘정도 되었건만 그 여파는 엄청나다.

이전 주방장은 조급한 완벽주의자 스타일이라
오너 입장에서는 코스트 및 직원관리에 능한 최상의 관리자였겠지만
그 아래 직원들은 정말 매순간을 정신적 스트레스 속에서 살았건만
이번 주방장은 완전 정반대의 스타일인지라
포지션도 자유롭게, 업무도 배우는 것이 주가 되도록 새롭게 배치되고 바뀌고 있다.

물론 하는 일들은 엄청나게 늘어났고 몸은 정말 피곤한데
마음만은 하늘을 날 듯 편안하다는 것이 솔직한 마음이다.

일을 그만두려던 막내를 붙잡아 칼판일을 배우게 할 수 있었던 것도
이번 주방장의 승락 덕분에 가능했던 일이기도 했고
나역시도 상위파트의 업무들을 보다 접근하기에 용이해져서
하루하루 무언가를 배우고 있다는 기분에 충만한 나날들이다.

예약도 많고 바빠 몸은 조만간 망가질 듯 하지만
2년만에 처음으로 느껴본 이런 기분을 그냥 헛되이 보내고 싶진 않다.


돈은 없고 꼬라지는 궁색하건만
내마음의 80% 정도는 행복이 가득한 것 같다.
배우는, 그리고 커가는 자신을 확인하는 즐거움이 이렇게도 클 줄이야.


이 일 그러길래 진작 했어야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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