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

일기는메모장에 2008. 9. 5. 02:09

폭력 앞에서 사람들이 취할 수 있는 태도는 두가지 뿐이다.
굴복하는 것과 저항하는 것.

누군가는 무릎꿇고 사느니 서서 죽겠다고 했지만
(혹 누군가는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고 했지만;)

일단은 무릎을 꿇고 목숨을 부지하여야 후일을 도모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이거 뭐 삼국지 대사 같다?;)

어쨌거나 현실에서 나는 그리고 너는 무대리일뿐...
그들이 짜놓은 폭력의 구조속에서
더러워도 그들이 행할 더 큰 폭력을 피하기 위해
그리고 언젠가는 그들을 넘어서 쓴맛을 보여줄 그날을 위해
이렇게 현재에 감사하며 지금은 비위를 맞추며 와신상담해야지. 안그래?


아이참
그냥 솔직히 말하자.

힘이 없는 존재가 강자에게 굴복하는 것은 자신의 선택이 아니다.
그것은 사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문제는 그 사회적 굴복의 메커니즘을 체화하느냐 혹은 그렇지 않느냐 정도의 차이일 뿐.

그래서 한 10년전쯤에 이문열 아재가 썼던 '선택'이라는 소설은
'근데 아재요, 주인공은 도대체 뭘 선택한다는거니껴?'
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낳을 수 밖에 없었던 거다.

우리네 공교육에서, 그리고 군대에서 귀에 못이 박히게 듣게 되는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정체불명의 관용구는
키팅선생이 말했던 '까르페 디엠'과는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의미로 나타난다.

이는 현 사회의 부조리와 불합리, 거시적이고 미시적인 모든 폭력과 착취의 구조를 외면하고
이에 순응하고 오히려 그 구조의 상층으로 가기 위한 빠른 길을 찾을 것을 권고하는 말이며,
마치 극복 불가능한 현실의 모순 위에서 자녀를 자신보다 조금 더 편하고 안정적으로 살아게끔 하고픈
부모의 애처로운 모성의 발현과도 같은 말이 아닐까 싶다.

이 사회의 제도와 문화라는 것은 위에 있는 이들을 위해
그 것을 받아안고 확대재생산을 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그렇게 그 부끄러운 순응의 역사는 여전히 나의, 혹은 너의 핏속에도 살아 흐른다.


간혹 그런 와중에서 모순들이 차곡차곡 쌓이면
순응하고 체념하고 침묵하던 대중들은 무리라는 힘을 빌어 폭발하는 경우가 있는데,
일반적으로 앞에서는 유화적인 제스쳐를 보이면서 언론공작과 여론몰이를 하며 사전포석을 한후
적당한 명분이 만들어지면 강경대처를 하는 것이 일반적인 권력집단의 3코드 끌리셰;인데
어떤 이들은 앞뒤 안가리고 마냥 때려잡으시기도 한다. (발본색원;이라는 무서운 단어도 있자너;)

우리의 할아버지 아버지 그리고 형님들은 그런 길고 긴 어두운 시대를 힘겹게도 지나왔다.




촛불시위를 나가지 않은 것이 이제 거의 두 달이 되어간다.
겁이 많고, 그 두려움의 정체가 여전히 희미하기만한 나로서는
더이상의 대중적이고 유희적인 요소가 사라져버린,
이제는 반정부 투쟁이라는 본질에 더욱 가까워진 촛불집회가 (비록 옳은 일이지만) 무섭다.

나를 다치게 하기 두렵고 내게 행해질 폭력이 두렵다.
행여나 공권력에 의해 내 정상적인 사회생활에 지장을 입을까 두렵다.
부끄럽지만 사실이다.


스님과 신부님이 오체투지에 들어갔다.
아 ㅅㅂ 저런거 보면 왜 자꾸 눈물이 핑핑 도는지 모르겠다.
좆같은 세상이다 정말.



인간의 사고와 행동의 기준점이 될 사회적 정의라는 것 자체가 희미해진 오늘날,
여기 블로그에 뻘글이나 찍싸고 마는 나역시 키워에 좆찌질이 속물에 지나지 않지만
그래도 가끔은 존내 아닌건 아닌거라고 말하고 싶은데
그 알 수 없는 두려움에 고개를 돌리고 외면해야만 하는
나의 이 뼛속깊은 속물근성과 찌질함에 다시한번 패배감을 느껴야만 하는 요즈음이다.




...

10월달 월급타면 시사인 정기구독 해야겠다.
돈 생기면 담 만원이라도 좋은데 기부라도 하고.
술사먹을 돈으로 좋은데 쓰자.

대놓고 개기지 못하면 찌질하게라도 앵겨야지 안그래?
그게 어쩌면 찌질이의 마지막 근성 아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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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g Diamond - Unclean Spiri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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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

어쨌거나 씹덕의 길로 접어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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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전 찍은 등산화 사진


Toki Asako - Play Our Love's The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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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어쨌거나 나는 다시 지리산으로 향했다.
지난 산행의 들을 거울삼아 차근차근 계획을 짜고 며칠간 짐을 꾸리고 향한 그곳, 지리산..
끝나고 하는 말이지만 과오는 또다시 생겨났고 또다시 우리는 힘들어 몸부림쳤다.


<첫날>


고된 하루일과를 마치고 22시50분 용산발 구례구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영등포에서 탑승한 친구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가 잠시 눈을 붙였더니 어느새 시계의 알람이 울어댄다.
피곤한 몸을 일으켜 60리터짜리 배낭을 짊어지고 역을 나선다.

구례터미널에서 등산객들로 만원이던 성삼재 가는 버스에서 내려 두시간정도 터울이 있는
6시10분에 출발하는 쌍계사행 버스를 기다린다.
이번 코스는 쌍계사-삼신봉-세석-천왕봉-중봉-치밭목-대원사 코스로 잡았다.
나름대로 첫날에 산행비중을 높게 잡고 이틑날은 자유도를 높게 두어 상황에 따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코스를 설정해 보았다. 물론 첫날부터 그 것은 난관에 부딪치게 되었지만...

쌍계사로 가는 길은 섬진강변의 푸르른 녹음 사이로 새하얗게 파고드는 아침햇살이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화개에서 내려 지난번 혼자 지리산에 갔을때 들렸던 화개의 ㅅㅅ식당에서 친구와 참게장정식을 맛나게 먹고
버스로 쌍계사로 이동하니 여덟시 반 정도가 좀 지났던 것 같다.
밤길을 달려온 터라 몸이 좀 피곤하긴 했지만 일단 시작은 항상 용감하게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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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개에서 올려다본 지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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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개 설송식당. 아주머니 너무 친절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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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게장 백반.. 좀 가격이 쎄긴 했지만 매우 맛있었음. 맛깔나는 밑반찬이 최고였다능..





절의 경내부터 시작되는 경사가 그닥 쉽지 않았다.
그동안 제대로된 등산 한번 제대로 하지 않았던 몸이 금방 사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불일평전의 휴게소에서 잠시 쉬면서 커터칼로 발바닥의 굳은살을 잘라내고 다시 출발을 한다.

산행을 할 때 가장 큰 문제는 의미없이 쉬는 것인데, 이번 산행에서는 그런 실수를 많이 저질렀다.
내 친구는 느린 속도로 꾸준히 걷는 스타일로, 스피드로 승부하려는 나와는 정반대 스타일이다.
일반적으로 내가 선두에서 내달리고 친구가 따라오면 내가 조금 더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진행하던 식이었는데
이번 산행에서는 상불재 오르막에서 무리하게 너덜길을 오르다 오른쪽 오금이 찢어질 듯 한 통증을 느끼게 되면서 그 스피드가 죽어버리게 되면서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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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군의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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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일폭포




다시 돌아가서, 불일폭포를 구경하고 돌아오니 이미 출발한지 한시간이 훌쩍 지나버린 상황이었고,
상불재로 가는 무지막지한 자갈언덕코스는 후덥지근한 계곡의 습기와 어울려 무척이나 고통스러웠다.


쉬는 것 자체가 시간을 지연시키는 고통일 뿐이던 그길을 그저 어거지로 오르다 급속한 허기를 느끼면서
쌍계사 입구에서 점심을 사온다는 것을 깜빡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졌다.

나름대로 알차게 행동식들을 챙겨온 친구에 비해
나는 쌀, 삼겹살, 김치, 각종야채 등등 조리해서 먹어야 하는 음식만 잔뜩 있었기에 무게를 줄이려 갖은 노력을 했었고, (배낭 무게는 출발전 저울로 재보니 18kg 정도) 그러다보니 정작 산행중 허기를 해결할 수 있는 초코바와 사탕등은 그리 여유롭지 않은 분량이었다. 치명적인 실수였다.
게다가 이 코스는 식수도 거의 막바지에서나 만날 수 있고, 세석까지 8~10시간이 걸린다는 남부능선코스 아니던가. 이래저래 정신적으로 상당한 타격을 받았던 것 같다.



4시간이 넘게 걸려 상불재 고개마루에 올랐다. 시간이 엄청나게 지연되었다.
계획이 점점 틀어지고 있다는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같이 점심밥을 먹자고 권하던 하산하던 이들의 청을 사양하고 우리는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중간에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끝없이 이어진 능선을 바라보며 한숨을 짓다가
점심 대신 친구가 건네준 사과와 각종 초코바들을 뱃속에 때려넣고 휴식을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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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몰시간은 19시 30분 정도로 생각한다면, 적어도 다섯시간 정도 내로 세석까지 도착해야 하겠건만,
이미 쌍계사-상불재 코스에서 기력을 다 소진해버리고 밥도 제대로 먹지못한 우리는
그야말로 개막장 노숙자가 될 공산이 매우 컸다.

시작부터 이어진 산죽길은 능선 특유의 오르락 내리락 하는 길 내내 우리의 발길을 좁혀들어왔다.
왔던 길 만큼 힘들지는 않았지만 그 시야를 완전히 막아버려 산행 내내 답답함을 가중시켰고
쉽게 지치게 만들었던 것 같다.
등허리가 땀으로 흥건하게 젖어 한참을 걸어가다 이정표를 바라보는 순간
'아악! 겨우 700미터 왔어! 1킬로미터는 온줄 알았는데 ㅠㅠ' 하며 장탄식을 거듭하곤 했었다.

오금이 찢어질 듯 아파와 이를 악물고 걸어야 했다. 아래로 간간이 보이는 청학동과 거림쪽 길을 보면
'아놔 저기서 출발했으면 이 고생은 안했을텐데' 라는 뒤늦은 후회가 들었지만
이미 서쪽으로 한참이나 기운 햇살은 우리에게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게 할 여유를 주지 않았다.

삼신봉에 닿는 길은 어찌나 멀기만 했는지...
처음 대나무숲 정글을 벗어나 올랐던 곳은 쇠통바위였고,
거기서 또다시 미친듯이 달려 올랐던 곳은 삼신산정(내삼신봉)이었다.

헉헉거리며 다음 봉우리에 다다랐을때, 슬리퍼를 신고 올라온 왠 괴인들이 우리에게 이런저런 얘기를 건네며 웃고 가던 그곳이 바로 외삼신봉이었다.
그들은 신선이었을까.. 아니면 시정잡배들이었을까..
골프웨어에 슬리퍼를 착용하고 삼신봉에 오른 40대 후반의 아저씨들의 포스에 우린 완전히 기가 죽고 말았다.

지도상으로 보면 그 곳은 우리 첫날 코스인 남부능선의 딱 절반지점이라 할 수 있는 곳이었다.
남은 시간은 해지기 전까지 서너시간.. 아놔아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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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통바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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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학동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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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내 심정을 정확히 보여주는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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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삼신봉에서





이후 나는 선두를 포기하고 아픈 다리를 스틱에 의지하며 친구의 걸음을 뒤따랐다.
스프레이 파스를 쉴 때마다 뿌려봐도 그 고통은 쉽사리 가시지 않았다.
기갈이 엄습할때면 함께 파김치가 된 몸이 '이제 그만 가라'며 속삭여왔다.
휴.. 등산한지 열흘이 지나 올리는 글이라지만 그때의 기억은 여전히 끔찍하기만 하다.

길에서 버려진 물병 하나를 줏어 가방에 챙겨넣고
갈림길에서 40m 거리에 있다던 한벗샘에서 물을 채워넣고 마실 때의 기분은 참...
그 때도 이미 퍼지기 일보직전이었던 것 같다.

해가 떨어지고 세석대피소까지의 거리가 3~4km 남짓 남았을 때부터
이미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한계에 도달했던 것 같다.

야간산행은 국립공원에서는 불법행위로 적발시 처벌받게 되어있다.
그래도 무슨 깡이었던지 우리는 꾸역꾸역 비틀비틀 앞을 향해 내걸었고
한걸음 한걸음 오르막 내리막에서 비명에 가까운 신음소리를 내뱉으며
감겨오는 눈을 억지로 부릅뜨면서 앞을 향했다.

간신히 걸어가는 내게 후레쉬를 비추어주는 친구가 너무도 고마웠고
그가 건네주는 물병의 물은 천국의 성수와도 같았다.
아이씨이.. 등산가서 이렇게 망가져 본 적도 없었는데 흑흑...

깊이 들이마신 담배연기가 몸의 긴장을 풀어주면서
이쯤에서 그냥 자빠져 잤으면 하는 욕구만을 불러왔다.
고파오는 배는 사탕 여러알을 으적으적 씹어먹으며 달래본다.

친구가 내 모습이 안타까웠던지 비박을 제안해왔다.
나는 친구에게 미안해 가는데 까지 가보자고 한다.

아홉시가 넘었다.
길은 고도가 높아질 수록 더욱 어려워지고
몸은 더더욱 말을 듣지 않았다.

조금 더 가면 음양수. 지도상에서는 세석에서 한시간 거리이니
그 곳에서 식수도 보충하고 비박을 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그야말로 어거지로 걷고 또 걸어 30분만에 갈림길을 만났다.
그 곳은 대성리(의신)코스와 만나는 삼거리였다.
그곳에 행여나 음양수가 있는지 살펴보았지만 물론 보이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거기서 20분 정도 더 올라가서야 음양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몸상태가 영 아닌지라 도저히 더 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친구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건네며 그 곳에서 비박을 준비했다.
완전히 지쳐버린 몸을 겨우 달래 배낭을 열어 침구류들을 꺼냈다.
자기전 먹었던 용안(람부탄) 통조림,
어찌나 달고 맛있던지... 휴우...


오기 전 인터넷에서 질렀던 ㄷㄴ침낭커버.. 따뜻했다. 대만족이다.
담배를 한대 피우고 눈을 붙였다. 시간은 열시 십분..
지쳐버린 몸은 이미 정신줄을 놓아버린 지 오래...

이렇게 내 생애 최초의 비박을 하게 되었다.






새벽 한시쯤 몸이 따끔거릴 정도로 강력한 빗방울을 느꼈다.
그랬다. 미친듯 후둑거리며 비가 오고 있었다.
금방 그칠 비가 아니었다.
입에서 절로 욕이 나왔다.
그러나.. 지금 일어나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과연 뭐가 있을까...

배낭도 방수커버를 씌워놓은 상태였고 등산화도 비닐봉지에 넣어두었으니 큰 걱정은 없다.
조금 축축하긴 하지만 침낭에 비가 안새니 다시 잠을 청해야지.
괜히 웃음이 난다.
자자.








<둘쨋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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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곱시, 비는 여전히 오고 있었고 그래도 우리는 갈길을 가야만 했다.
침낭커버의 위력에 탄복했던 나와 달리 친구는 김장비니루와 판초우의에 의지해야 했기에
그 피해 정도가 상당한 듯 했다. 침낭은 상당히 많이 젖은 듯 했다.
어쨌거나 비를 맞아가며 짐을 챙겨보았다. 여전히 오금은 아프지만 별 방법은 없구나.
그대로 나아가는 수 밖에.

사진을 보면 내삼신봉부터 비박하던 삼거리까지의 사진은 없다는 것이 느껴진다.
당연하다. 걷기도 힘든데 사진 찍을 여유가 어디에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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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후 그리 오래지 않아 음양수에 도착했다. 물이끼가 잔뜩 낀 것이 그리 깨끗해 보이진 않았다.
그러나 친구는 그 물에 세수를 하면서 깔끔을 떨었다. 물이끼가 좀더 추가되겠군. 매너없는 놈..

비와 자욱한 안개가 우리의 앞길을 저주하는 듯 했다.
그 곳에서 잠시 체류하다가 다시 우리는 세석대피소로 발걸음을 옮긴다.
문득 든 생각은 어제 무리하게 올라갔더라면 정말 뭔 일이 났을지도 모르겠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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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림방향 갈림길을 만나면서 이제 등산객들의 모습이 많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세석평전의 풀숲길을 거쳐 산을 오르다 보니 출발한지 한시간이 한참 넘은 시각,
우리는 드디어 어제 잠을 잤어야 했던 세석대피소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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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살 것 같다.
마음같아선 여기서 한숨 푹 자고 바로 하산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있나..
식수를 보충하고 밥을 지어먹고 짐도 정리하고 했더니 어느새 11시가 다 된 시각이었다.

친구와 우리의 미래에 대해 의논하기 시작했다.
친구는 원래 계획대로 천왕봉을 들러 치밭목에서 2박을 하자고 했고
나는 장터목에서 백무동으로 하산해서 민박에서 2박을 하자고 했다.

결국 절충안으로 천왕봉을 찍고야 말겠다는 친구의 주장을 수용하여
배낭을 장터목에 벗어놓고 천왕봉을 다녀온 뒤 백무동으로 하산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식량위기에 처한 것과 최악의 몸상태 때문에 2박은 힘들것 같았기 때문에.

다시 우리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이제부터는 주능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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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모를 야생화들이 가득한 세석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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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하봉쯤인듯

세석에서 장터목 가는 길은 전에도 그랬듯 그리 호락호락 하진 않았지만
느낌상엔 비포장도로에서 고속도로로 옮겨탄 듯한 기분이 들었다.
너무도 다행스럽게도 오른쪽 오금의 고통이 갈수록 줄어드는 것이
오늘의 산행이 무사히 끝날 수 있게 되리라는 믿음을 주었다.

그렇게 절뚝거리면서도 무사히 두시간 안쪽으로 장터목에 도착하였고
가방을 벗어던지고 배낭머리를 떼어 걸머지고 천왕봉으로 향했다.
친구는 자신이 주장했던 코스대로 가지 않음에 아쉬워 했지만
제석봉 가던 초입의 오르막을 만나면서 바로 그의 주장을 거둬들였다.

이슬비 가득한 하늘을 따라 우리는 어쨌거나 천왕봉에 올랐고
기념사진은 꼭 박아야겠다는 그에게 사진을 박아주었다.
앉아서 세석에서 만들었던 주먹밥을 먹고 있자니 몸이 떨려오는 통에
다시 하산길을 재촉했다. 사실 백무동 내려갈 시간도 빠듯했다.
어제처럼 해없는 산길을 걷고싶지는 않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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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왕봉 가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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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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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와 습하고 질척거리는 하산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가던 길 중간에 등산객들이 숲에 짱박아놓은 쓰레기봉지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난 덜렁덜렁 귀찮아도 배낭에 잘도 매달고 내려가는데 말이지..

하산길에 어젯밤 미친듯 내리던 비가 언제였냐는듯 반짝반짝 해가 떴다.
아... 좋다.
기념으로 사진을 박아보았다.
아유 예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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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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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적ㅅㅂ;


내려가는 길 역시 무지막지한 자갈밭길이었다. 특히 참샘까지 이어지는 돌계단길은 압권이었다.
산은 내려오는 것이 더 힘들다더니 그 말을 실감하게했다.
발바닥에서 불이나기 시작했다.
참샘에서 세수도 하고 물도 한잔 마시며 쉬는데 배낭멜빵에서는 땀이 쩔어서 쉬어버린 냄새가 난다.
작업 끝나고 내무실로 복귀한 이등병의 냄새에 잠시 머리가 아찔해져왔다.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여전히 경사는 심하고 자갈은 많고 친구는 발꿈치가 까져 절뚝거리고
하늘에선 다시 빗방울이 떨어지고 계곡의 공기는 후덥지근하니 습하고...

어서 문명세계로 도착하고 싶은 마음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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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무동 하산길.. 거의 다 내려왔구나


그렇게 우리는 우여곡절 끝에 해가 떨어지기 전에 무사히 하산할 수 있었다.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씩 웃으며 수고했다 하는데 그 기분이란...


하산하며 동아리 후배의 이모님이 운영하신다는 ㄴㅌㄴㅁ집에 가서 후배 이름을 댔더니
웃으시며 술값을 깎아주시더라. 인심도 좋고 맛도 좋고... 실은 이곳은 등산객들에게는 꽤 유명한 곳이었다능
닭백숙에 동동주를 한잔 걸치고 방에 들어가 씻고 나니 친구는 이미 정신줄을 놓기 직전이다.
아.. 문명세계가 이토록 좋을줄이야.

우린 술을 꺼내 걸치는둥 마는둥 하며 바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어제는 열세시간, 오늘은 열한시간을 걸었다. 지칠대로 지친 몸은 잠을 너무도 원하고 있었다.
이제 내 몸에서도 이등병의 향기가 사라지고 보송보송한 느낌에 너무도 기분이 좋더라.
행복하다 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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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후의 신발 꼬라지



말이 등산이었지 이틀간의 지옥체험이었다.

글을 쓰는 지금은 벌써 보름이 훨씬 지났다.
일에 지쳐 이렇게 인터넷에 글을 올리기가 그닥 여유롭지가 않더라.

그때 그 순간의 감흥을 글로 사진으로 옮길수는 결코 없겠지만
시간이 지나고 돌아보면 언제나 그랬듯 좋았던 기억이 먼저 앞서게 된다.  

장쾌한 기상으로 뻗어나간 능선과 골짜기들
능선을 넘어서며 비를 흩뿌리던 회색 구름의 무리
노랗고 분홍빛의 꽃무리가 반기던 세석평전의 아름다움
그리고 무엇보다 장대비를 맞으며 눈을 붙여야 했던 첫 비박의 경험까지..

다음에는 체력과 물과 식량과 무엇보다 시간안배를 철저히 해서
언제가 될지 기약은 없지만 다시 한번 지리산을 찾으련다.
어쨌거나 이번에도 잡스런 우리들의 산행을 기꺼이 받아주어 감사했어요.


등반코스:
쌍계사-불일폭포-상불재-내삼신봉-외삼신봉-대성리갈림길(1박)
음양수-세석-장터목-천왕봉-장터목-참샘-백무동(하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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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의 교훈:
1. 여름산행에서 식수는 충분히. 물통 1리터짜리만 달랑 갖고갔다가 개고생함. 과일이나 오이가 아주 좋았다능
2. 밥과 행동식도 항상 여유있게. 배고픈데 사탕먹어야 하는 상황오면 대략 난감함
3. 산행 코스는 합리적으로. 인터넷에서 10시간이라고 했는데 실제로는 12시간 걷고 못도착해 비박했음;
    결론적으로 자신의 체력과 산행능력, 등산경험을 고려해서 무리하지 않게 짜는 것이 핵심
4. 장비에는 투자를 아끼지 말자. 비박할때 침낭커버 매우 유용했음. 김장비닐 덮고잔 친구 캐안습;
5. 의약품 및 응급처치할 약품은 항상 지참할 것. 오금 아플때 스프레이형 파스와 압박붕대덕을 좀 봤다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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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

어쨌거나 씹덕의 길로 접어든 것 같다

,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원작자인 코맥 맥카시의 로드를 읽었음.

이 참혹한 대재앙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는 작가의 방침인지
왜 이렇게까지 된 건지는 알 도리가 없었고 그 세상은 살아남은 인간이 가장 두려운 존재였던거임.

더이상 인간이라 부를 수도 없을 생존자들의 무리를 피해(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남으로 남으로 힘겨운 삶의 여정을 옮기는(이것 역시 뚜렷한 이유는 없음) 두 부자의 걸음걸이를 지켜보는
작가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그야말로 한숨이 조낸 나옴.

결국 인간에 대한 절망속의 한가닥 희망이라는 메세지를 읽을 것인지,
혹은 산자가 죽은자를 부러워하는 세상을 불러온, 인류가 끝내 달려가고야 말 절망에 대한 경고의 메세지를 읽을 것인지는 읽는 이의 판단에 달린 것 같음.

갠적으론 인육을 먹는 사람들(먹는 장면은 안나오지만)에 대한 묘사와 재앙 이후 가족을 버리고 목숨을 끊는 아내에 대한 기억에 대한 장면이 무척 인상적이었던 것 같음.

요런 대재앙 관련 소설 중에서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 같은 경우는 작가가 보여준 인간에 대한 믿음과 휴머니즘에 대한 신뢰를 엿볼 수 있었고
스티븐 킹의 미래의 묵시록(근래 무삭제판인 스탠드(The Stand)로 나오는 듯)같은 경우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그저 절대적인 존재에 의지할 수 밖에 없는 인간의 나약함에 대한 성찰이 조금은 있었던 것 같은데,
이 로드라는 소설은 그리 친절하지 않은 작가의 전개방식과 그저 나타나는 암울함 그자체인 설정 덕분에 더욱 더 절망적으로 다가왔음.

바다를 보았을 때 더 큰 절망을 느낀 것은 나 뿐일까.
그 곳 역시 다른 곳과 다름없는 죽음의 공간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면서
언젠가 더 넓고 거치른 세상끝 바다로 갈거라던 마지막 희망이 과연 의미가 있는 것인지
그냥 걷기 위한 길을 걸어가기 위한, 힘겨운 세상을 견뎌내기 위한 자신만의 진통제인지는
나도 모르겠음. 그저 우울함.

마지막에서 주인공 남자의 아들이 또다른 생존자에게 인계(?)되어 삶을 이어가는 대목은 이 소설의 백미인 듯 한데, 사실 희망이라기 보다는 슬픔이 가슴에 번져왔음.
자녀가 있는 부모의 입장이라면 부정이라는 자식을 지키려는 사랑의 감정에 대한 소회가 먼저 다가왔을 수도 있겠지만 총각이 뭐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겠나. 뭐 그냥 그랬다고.
혹시 기회되시면 한번 읽어보셈.

지리산 올라가기 전에 차 기다리느라 피씨방와서 대충 적고감. 여기는 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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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

어쨌거나 씹덕의 길로 접어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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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ty Blue - 8월의 8시 하늘은 불꽃놀이중 (너의 별 이름은 시리우스B, 2005)





나는 한달동안 무엇을 했을까요.
후임도 들어왔는데 과연 모범이 되고 있는지, 잘 관리하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오늘로 8일째 근무.. 아니지 새벽이니 9일째 근무를 하게 되겠군요.
시간이 참 빨리가요. 벌써 여기서 일한지도 다섯달이 되었다니까요.
많이 배웠고 아직도 배워야 할 것이 산더미라 행복한 비명 중입니다.
다만 너무도 빨리 흘러가는 시간과 항상 비어있는 주머니가 아쉬울 따름이지요.

지금은 나이 스물 이후로 꿈꿔오던 가장 이상적인 삶에 가까운 삶이 아닐까 싶어요.
언젠가는 내게 도움이 될 기술도 온몸으로 배우고 있고
매우 적긴 하지만 일단은 돈도 벌고 있고
그리고 이러한 삶에 대해서 후회나 좌절을 아직까지 맛보지 못했으니까요.
6개월, 1년, 3년이라는 회한의 고비가 내게 다시 어떤 식으로 다가올지 조금은 기대도 됩니다.


지난 비스무레한 글에서는 캐스커 노래였는데, 요번엔 미스티 블루예요.
역시 제목으로 보나 분위기로 보나 계절빨 받는 노래 되겠습니다.
융진언니랑은 스타일이 다르지만 정은수 언니의 보컬 역시 매력있어요.
저는 두성 흉성 반가성 뭐 이딴거 다 필요없구요 그냥 곱고 말랑말랑하기만 여성보컬이면 그냥 좋아요.

오늘 저녁, 간만에 집에 가게 되면
이미 도착해있을 mp3에 이따구 말랑말랑한 노래들 가득 채운 다음에
배낭을 빡세게 싸서 오는 토요일 밤, 구례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실어야겠구만요.

친구와 쌍계사에서 세석 천왕봉을 거쳐 대원사로 내려오는 자유도 높은 2박 코스를 계획중입니다.
지리산은 세번째 발길이네요. 갈때마다 기대가 큽니다.
어머니의 품에 다시 한번 안길 수 있다니 그저 생각만으로도 행복해지네요.

이제 내일을 위해 슬슬 자러 가야겠습니다. 아오 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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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

어쨌거나 씹덕의 길로 접어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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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앨범은 킹다이아몬드의 정규5번째 앨범으로서, 중세 프랑스에서 실제로 있었다는 이야기를 기반으로 탄생한 앨범 'The Eye'입니다.

개인적으론 이 앨범이 처음으로 사게 된 킹 다이아몬드의 앨범이었답니다. 그래서 참 애착이 가는 앨범 중 하나 되겠습니다. 무엇보다 '킹 다이아몬드의 보헤미안 랩소디'라고 부르고 싶은 그 곡, 'The Trial'이 수록된 앨범입니다.

이번 앨범까지 피트블랙, 핼 파티노, 스노위 쇼의 라인업이 간신히 유지됩니다. 이 앨범 이후 멤버들은 뿔뿔히 흩어지고 킹은 앨범이 발매된 90년부터 여섯번째 앨범이 발매되던 95년까지 긴 동면을 취하게 됩니다. 편의상 전기 후기로 나누어 볼때 이 앨범으로 킹의 전기앨범은 마지막이라 보시면 될 듯 합니다.  

라인업을 보자면 보컬은 킹 다이아몬드, 기타는 앤디 라 로크, 피트 블랙, 베이스는 핼 파티노, 드럼은 스노위 쇼 로 되어있네요. 이때는 스노위 쇼가 탈퇴한 상태라 이 앨범의 대부분의 드럼트랙은 드럼머신으로 연주되어있다고 하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The Eye (1990)



The Trial


Burn


Two Little Girls


Into The Convent


Father Picard


Behind These Walls


The Meetings


Insanity


1642 Imprisonment


The Curse




King Diamond - All Vocals, Keyboards
Andy La Rocque - Lead Guitar
Pete Blakk - Lead Guitar
Hal Patino - Bass
Snowy Shaw - Drums(a drum machine was partly used)
Roberto Falcao - Keyboards (Studio Musician)

Produced by Roberto Falcao, King Diamond and Andy La Roque
Mixed by: Roberto Falcao and King Diamond
Engineered by: Roberto Falcao and Flemming Hanssen
Record and mixed at Sweet Silence Studios Copenhagen, Denmark
during June-July-August 1990




The main part of the stories told on this album is unfortunately true, and took place during the french inquisition, 1450-1670. All of the following characters are real and from that period of time.

Nicholas de la Reymie: Head investigator of the Christian Burning Court (Chambre Ardante), in Paris, France.
Jeanne Dibasson: Suppossed witch
Madeleine Bavent: 18 year old french nun who entered the convent at Louviers in 1625, after having been seduced by a priest. Died in 1647 in prison.
Father Pierre David: Chaplain of the convent at Louviers till his death in 1628
Father Mathurin Picard: Chaplain of the convent at Louviers from 1628 to his death in 1642. Among his sick, insane deeds he managed to rape Madeleine Bavent.



(2,3,4,5,9번 트랙 재생됩니다)




1. EYE OF THE WITCH


이 여름, 이 안은 너무도 춥다네
내 눈앞으로 먹구름들은 춤을 추고
이제 난 시간의 흔적을 잃어버렸네

이건 마녀의 눈, 이건 마녀의 목걸이

천둥번개와 함께 쏟아지는 빗줄기,
나의 머리를 뒤흔드네
난 더이상 예전과 같지 않네..
이제 그 밤이 다시 돌아왔다네..

이건 마녀의 눈.. 마녀의 목걸이...


내 피를 데워줄 와인 한 잔
내가 '눈'이라 불리는 그 목걸이를 바라보네
그리고 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네..

이건 마녀의 눈.. 마녀의 목걸이...



시작이 아주 박력있네요^^ 단순하지만 힘이 넘치죠. 그리고 극도로 어두운 이 분위기가 좋아요.

2003년 공연실황으로 감상해 보시죠.







2. THE TRIAL(CHAMBRE ARDANTE)

Nicholas de la Reymie: 재판장의 최고심문관

Jeanne Dibasson: 마녀로 추정된 여성



'쟌 디바송, 넌 흑마술을 사용한 죄로 고발되어 이 법정에 오게 되었다.
어서 자백하라. 우린 널 자백하게 할 수많은 방법들이 있도다.
항변할 말이 있느냐?'

'난 누구도 해친적이 없어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예요'

'이 마녀를 지하감옥으로 끌고가라. 널 시험해보마...
불에 달군 못을 가져오라, 지금 당장!!'

여긴 썩는 냄새가 진동하는 곳..
쟌은 발가벗겨진채 이 지하감옥에 서 있네..
지하감옥의 그들은... 무언가 더 많은 것을 원하는 것 같아...

'오우, 쟌... 좋은데...후후...'

레미에는 그녀의 몸을 더듬네..
그의 주름진 손가락은 그녀의 온 몸을...

'이것은 네가 악마와 관계하는 방법일지니..
이 마녀여, 우린 널 가질 것이니라..
우린 너의 말을 절대 믿지 않는도다
어서 너의 죄를 회개할지어다!'

날카로운 바늘들은 그녀의 살갗으로 파고드네
지하감옥에는 선혈이 낭자하고..

불에 달군 바늘과 핀이 그녀에게 꽂혀가네
그녀는 점점 약해져가네..
이젠 고통마저 느끼지 못할 정도로..


'우린 절대 너의 말을 믿지 않는도다
어서 너의 죄를 회개할지어다!'

'우린 신의 종복이니라.. 우린 악마의 존재를 믿는다
우린 너에게서 악마가 남긴 흔적을 발견했도다.. 자백하라, 마녀여!!!'

'그대가 마녀의 모습으로 살아있음을 용납할 수 없도다.
그 누구든지 악마와 동침한 자가 있다면 반드시 죽음에 처해지리라!!'

'난 당신들이 부리는 악마와 잠자리에 든 적이 없어요.. 결코..
제발 제 영혼을 그냥 내버려 두세요... 제발...'

'여호와 외에 다른 신에게 희생을 드리는 자는 멸할지니라!!!'

'당신들은 그 거짓된 입으로 거짓된 말을 하고 있어요..
결코 난 그 누구도 해친적이 없어요...............'


하지만 그들은 그녀의 자유로운 영혼을 빼앗을 수 없었네
그녀를 뿔과 꼬리, 악마의 발굽을 가진 마녀로 바꿀 수 없었다네
과연 그런 증거가 그 어디에 있었단 말인가..



실로 개명곡이 아닐 수 없습니다.
킹의 연기력이 한껏 돋보이는 킹다이아몬드 중기의 초특급 넘버라 할 수 있겠네요. 죽음의 가성과 묵직한 저음이 동시에 빛나는 곡이죠.

특히 중간에 쟌이 웅얼거리는 소리와 뒤에서 속삭이는 악마의 소리가 교차하는 부분에서는 정말 들을때마다 소름이 돋습니다. 수많은 창법들을 들어보시죠. 일인 몇 역을 하는 건가요?
킹 다이아몬드의 보컬의 역량을 온몸 가득히, 그리고 그의 악마적 음산함을 극도로 느낄 수 있습니다. 킹 다이아몬드의 보헤미안 랩소디라고 해야 할까요?

아, 그리구요
He that sacrificeth unto any god, save unto the LORD only, he shall be utterly destroyed.
-후반부에 라 레미예가 부르짖는 요 구절은 알고보니 출애굽기 22장 20절 되겠습니다-_-;;


다크 퓨너럴이 리메이크한 버전도 들어보시려면 클릭하세요.
킹 다이아몬드의 포스에는 아직 범접하긴 힘든 듯 합니다;







3. BURN


심문관은 그녀를 언덕으로 데려가네
주의 뜻대로 그녀앞에 주어진 죽음을 기다리며..

수많은 사람들이 그 곳에 있네
그 누구도 그녀를 걱정하지 않네..

이 밤.. 불타라 마녀여... 넌 악마의 자식이니라...


그녀는 하늘을 올려다보네
이제 곧 숨을 거두게 되리..

그 누구도 그녀를 위해 울어주지 않네..
그녀가 울부짖네... '도대체 왜???'

사제와 신부들은 모두 줄지어 서있네
이제 그들은 화형식을 거행하리니..

이 밤.. 불타라 마녀여... 넌 악마의 자식이니라...


악마는 오늘밤 이 자리에 와있다고 그들은 말하네
그렇다면 악마의 광기어린 연주를 해달라고 하게나..

화형주 위로 불길이 높이 치솟아오르네..
불꽃은 여인을 먹어삼키고 높이 불타오르네..
살이 타들어가는 그 냄새가 진동하네..

이 밤.. 불타라 마녀여... 넌 악마의 자식이니라...

그녀의 목걸이가 그녀의 눈으로 날아오르는 순간
하늘에서는 번개가 치네... 악마의 마법이...
줄지어 선 성직자들은 죽음의 신호를 보내네...

불타올라라... 이젠 더이상 남아있는 것이 없도다
불타올라라... 아... 악의 사슬이여...


곡 사이사이로 올갠이 징징대는 소리가 매력적으로 들리네요. 마녀가 죽으면서 마녀의 혼이 문제의 목걸이인, 'The Eye'로 스며든다는 것 같군요. 신나고 질주하는 느낌이 많이 드는 곡이죠.

이 동영상 역시 2003년 동영상 되겠습니다. 마녀가 등장하네요 ㅎㅎ;;







4. TWO LITTLE GIRLS


더럽혀진 손으로 망가진 인형을 가지고 노는 한 소녀..
그리고 누위서 땅을 깊게 파헤치고 있는 또다른 한 소녀가 있네..

그 꼬마들은 이름모를 어떤 사악한 놀이를 하는 것처럼 보이네..
화형주 아래... 마녀가 화형당한 그 잿더미 아래에서...

그 소녀들이 놀던 그 너머를 그녀들이 볼 수 있었더라면
그녀들은 여전히 재잘대며 즐겁게 놀 수 있었겠지..

그녀들은 이제 사라져가리... 석양을 바라보면서...

한 소녀가 마녀의 잿더미 속에서 찾아냈다네...
마녀의 눈동자... 그 목걸이를...

날개가 달린 목걸이... 한 소녀가 소리쳤네..
'그거 내가 가질거야'

그 소녀는 한숨을 내쉬며 그 마녀의 목걸이 속의 눈을 들여다 보았네..
그녀는 그 눈속에서 어떤 두려움을 보았네..
그것은... 그녀를 질식시켰다네... 영원히...

난 소망했다네... 그들이 놀던 곳 너머를 볼 수 있었기를...
그랬다면 그녀들은 여전히 즐겁게 웃으며 놀이를 할 수 있었을테지..

그들은 사라져가리... 석양속에서...


킹다이아몬드의 일인 3역이 죽음인 곡이죠.

3집, 4집에서도 느낄 수 있었듯, 이런 곡들은 정말 매력적이죠. 앨범 안에서의 역할이 가히 일당백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곡을 들으면 왠지 황혼녘의 들판에 홀로 누워 어둠을 기다리는 듯한 심정이 들곤 하죠. 등뒤로 왠지 모를 불안함을 느끼면서....한마디로 킹 특유의 재수없음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5. INTO THE CONVENT

마들린은 자신에게서 도망치고 있네... 그 치욕의 두려움에서...
자신이 깨끗해지길 그녀는 울면서 기도했지

하지만 그 누구도 그녀에게 관심을 갖지 않았고 도움을 주지 않았네
그녀의 마음은 그 누구도 알지 못했지
그녀는 이제 그 주문을 깨려하네

그래서 그녀는 가고 있네...
수도원으로... 그녀가 미소짓네..
어둠속으로... 그녀의 죄악을 숨기기 위해...
이상한 일이지... 여긴 뭔가 잘못되어있어...

다비드 교부가 말하네...

'어서오라, 자매여.. 난 당신의 수도사이네.
내 무릎에 앉아서 기도하도록 하라

이 수도원에서 난 당신의 관리자..
친애하는 자매여, 내 십자가에 키스하라

...의 이름으로........................'


마들린은 자신에게서 도망치고 있네
다비드 교부는 말했네

'성찬식에서 자네는 반드시 옷을 벗어야 하네'
그녀는 거기 왜 가야 했던가?

수도원에서 그녀는 미소짓네...
어둠속에서 그녀의 모든 죄악을 감추려 하네..

오... 이상해... 뭔가 잘못되고 있단 말이야...


'날 따르라, 마들린 수녀..
자네의 광기어린 꿈을 마음껏 펼칠 때가 왔네
우리와 결합하고 노래를 부를 시간이지...
이제 제례를 시작하도록 하라!'

그 밤, 그녀는 발견했네
차가운 대리석 바닥 위에 떨어져 있던 '마녀의 눈'을...
왜... 그녀는 몰랐던 것일까?
하지만 이제 그녀는 그 목걸이를 걸었다네..

다음날 아침, 그녀는 다비드 교부와 성찬시간에 서로 스쳐지나갔네
왜... 그는 이걸 모르는 걸까?
그러나... 그는 '마녀의 눈'을 응시하고 있었다네..

목걸이 속의 눈동자는 교회종소리를 멎게 하네..
이제 수도원 안의 영혼들은 열락을 누리게 되리...




앤디 라 로크와 스노위 쇼가 함께 만든 곡이죠. 제가 상당히 좋아하는, 특히 코러스 부분을 제가 많이 좋아하죠^^

마들린이 드디어 목걸이를 잡아쥐었군요. 일이 어떻게 진행될까요...



6. FATHER PICARD


새로운 교부가 도착했네
마들린과 다른 수녀들은 오늘밤 그를 만나게 되리...

'내 숙소에 와줘서 고맙네... 안으로 들어오게...'
'친애하는 자매여... 이 불빛을 따라오게...'

'난 피카드 교부... 이 곳의 업무를 인계받았네
이 곳의 일들은 이전과는 많이 달라질 것이네
당신의 신에게 선택받은 네번째 존재일세.. 순백의 천사가 되기 위한..
내 성스럽고도 달콤한 이 잔을 들게...'

'옳지... 그렇지... 이제 매주 일요일 이시간마다
그대들은 나의 집회에 참가할지어다...'

피카드 교부는 뭔가를 숨기고 있었다네
그건 와인에 넣었던 그 흰색 가루였다네...

수녀들의 저 욕망으로 번득이는 눈들을 보라..
수녀들은 겁에 질렸네..

지금부터 매주 일요일 이 시간이 오면...

피카드는 뭔가를 숨기고 있네..
와인에 넣었던 흰색 가루약을...


피트블랙의 곡이네요. 중간의 기타연주가 인상적이지요.. 새로 부임한 피카드의 만행이 이제 시작되려는 듯 하군요. 이 곡은 곡들을 연결해주는 의미가 더 큰 넘버인 듯 합니다.



7. BEHIND THESE WALLS


 

햇볕이 드는 정원을 홀로 거닐며
꽃을 꺾으며 마들린은 서있네
아.. 그녀는 이제 그 누구도 볼 수 없다네
눈이 먼 것인가, 아니면.. 그녀의 마음이 멀어버린 것인가
어찌된 일인가... 이 담장 뒤에서 무슨일이 벌어지는 것인가...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그녀는 들을 수 없네
한 밤중에 들리던 그 비명소리의 기억
차가운 독방에서 들리던 신음소리들도..
그녀에게 무슨일이 벌어졌었는지..
이제 그녀는 알수 없다네

지금 종소리가 들리네.. 회합의 시간이 다가왔다네..
피카드 교부는 과연 그녀의 친구인가?
그녀의 손에 들려진 성경.. 그 와인을 기억나게 하네..
그 시큼한 맛.. 예수의 보혈과도 같은..
어찌된 일인가... 이 담장 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인가...


왠지 뽕짝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요 -_-;
곡 시작부분부터 작렬하는(?) 하프시코드 소리가 색다르게 들려옵니다. 킹 다이아몬드는 이러한 시도들을 통해서 중세적인 신비로움을 한층 더하게 하죠. 전반적으로 너무도 어둡고 침울한 이 앨범의 색깔이 느껴집니다.


 

8. THE MEETING


칠흑같은 밤
일곱명의 사람들이 루비어 시내를 걷고 있네
피카드와 두 명의 신부, 그리고 나머지는 수녀들이네...

회합은 비밀속에서 치러지네
비밀로 가득한 사악한 무리들이여...
또다시... 또다시...

어둠으로 가득찬 방
벽엔 초가 걸려 있네
그들이 도착했다네
십자가가 드높이 걸려있는 이 곳
이 곳은 신의 제단이니..

마들린은 문 옆에 서 있네
그녀의 머릿속은 몽롱해진 상태..
곧 낯선자가 이 곳으로 들어오네

낯선 그 자는 귀여운 아기를 데리고 왔지
오... 하지만 이건 뭔가 잘못되어 있어
아이는 울부짖네.. 곧... 죽게되리...
수녀들은 기도를 올리고 있네

마들린과 다른 수녀들은
아기를 십자가에 매달았지
피카드와 다른 신부들이 다가오네
망치와 못을 가지고...

아... 더이상은 말할 수 없네...


회합은 비밀속에서 치러졌네
사악한 무리들.. 비밀로 가득한 자들의 의식이여..




내용이 좀 재미있네요..
이번 앨범은 멜로디는 확실히 살아나는 것에 비해 전반적인 앨범의 짜임새는 전작들보다 확연히 떨어진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 곡도 그냥 그런 범작인 듯 합니다.



9. INSANITY


앤디의 연주곡입니다. 제목과 어울리지 않게 무척이나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곡입니다.
앤디가 지금까지 만들어온 연주곡들 중에서 가장 기분좋게 들었던 곡이기도 합니다.
너무도 어둡기만한 이 앨범 전체의 분위기에 파문을 일으키는 곡이기도 하죠.



10. 1642 IMPRISONMENT


희생, 성스러운 의식, 비의, 제단의 와인...
검은 촛불은 타들어가고.. 그들의 회합은 계속되리
피카드는 다른 망령이 벗어나는 것을 기다리려 하지 않았지

오.. 부끄러운 일이네... 피카드는 완전히 미쳤다네
1642년... 그 의식은 끝을 보게 되었지
1642년의 구속...

희생, 성스러운 의식, 비의, 제단의 와인...
검은 사신이 이 곳으로 찾아드네.. 피카드는 곧 이리 올 것이네
그는 매우 병들어 있네.. 이제 그의 회합은 끝장났지

오... 부끄러운 일이여.. 피카드의 장난으로 그들 모두는 바보가 되어버렸네

수녀들에게는 그 사건의 책임을 묻지 않았지
그들은 차례대로 절망의 고통을 맛보았다네
자백, 자백, 그들이 꾸었던 악마적인 망상들에 대해 자백했네
오... 부끄러운 일이여... 마들린 역시 미쳐있었던 것이지..

1642년... 마들린은 지옥을 떠났네.
1642년 그녀는 그녀의 독방에서 비로소 자유를 되찾았네...


이 곡도 앤디 라 로끄가 작곡을 맡았습니다. 갠적으로 이 곡을 안좋아해서리 별로 하고픈 말이 없네요...


11.THE CURSE


너의 생각이 무엇인지 알수 있어.. 난 네 머릿속을 들여다 볼 수 있으니
네가 하려는 것도 모두 알 수 있지.. 네가 아무리 멀리 있다고 하더라도
억압속에서 얻은 그 힘은 이제 나의 것이지
그저 나는 그 힘을 썼을 뿐일세..

그저 어제의 이야기일 뿐...
천둥이 치며 하늘이 번쩍이고 비가 억수같이 퍼붓던 어제...
내 머리위로 쏟아지는 빗줄기는 날 미치게 했네
난 와인을 다시 마시네.. 오... 제길... 와인이여...

'마녀의 눈'의 저주여..
그 것은 언젠가 너를 과거로 데리고 갈 것이니..
네가 '눈'을 들여다 본다면...
그 것은 너를 과거로 데리고 갈것이니...



이 독백으로 긴 이야기의 끝을 접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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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셨는지 모르겠네요.

일단 앨범 전반적인 분위기가 많이 어둡고 무겁죠. 전작들에 비해서 훨씬 짙은 어둠의 기운은 이 앨범에서 쉽게 손을 떼지 못하게 하는 마수와도 같다고 봅니다.

한편으로 보면 이전작들보다 뭔가 약간 부족한 것 같습니다.

곡이 부실하다기 보다는 짜임새가 좀 느슨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멜로디라인이 뚜렷한 대신에 이전만큼의 광기와 강렬함은 자제되어있다고 여겨집니다.

2집과 3집때의 신들린듯한 그의 발악은 이제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서 조금 아쉽지만, 이제 킹의 저음의 활용빈도가 많아지면서 나름대로 중후한 멋도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보컬의 능력면에서는 최고점수를 주고 싶네요^^


그가 중세의 마녀재판이라는 민감한 주제를 이처럼 드라마틱한 구성으로 다룸으로서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을 억압하고 착취했던 중세의 암흑기를 두 귀로 생생하게 느끼게 해주는 동시에
한편으로는 지금도 자행되고 있는 권력에 의한 집단폭력, 인권침해와도 같은 문제들을 우리 스스로 돌아보게 하는 문제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평범한 여인이 마녀가 되어 체제유지를 위한 희생양으로 불타오르던 일은 예나 오늘날이나 그 형태만 다를 뿐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일들입니다.  70~80년대 독재정권 시절에는 물론이거니와, 심지어 요즘같은 실용;정부라 불리는 시대에서도 당신은 당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했다가는 어느날 친북좌빨 혹은 그 배후세력;이 되어 철창신세를 지고 두고두고 '좌빨'의 낙인을 받고 손가락질 받게 될 수도 있습니다. 뭐.. 사실 권력이라는 것이 사라지지 않는 한 저도 당신도 약자의 무리에 속한다면 어느 한순간에 마녀가(혹은 마법사?;;; 25세까지 동정을 지키면 된다는?;;) 될 수도 있는 것이겠죠. 그러한 일들을 막기 위해 정치가 존재하는 것인데.. 아 ㅅㅂ 나 도대체 뭔얘기 하고 있는거야? 결론은 다음에 내는 걸로 하고 일단 마무리하겠습니다;



이 앨범 이후 멤버들은 뿔뿔이 흩어지게 됩니다. 물론 이 당시는 얼터, 그런지가 판을 치고 헤비메탈은 구닥다리로 찌그러져가야만 하던 시대였지요. 킹은 오랜기간 암중모색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좌절하지 않았고 마침내 머시풀 페이트의 옛 친구들을 끌어들여 93년에 머시풀 페이트의 새 앨범을 발매하고 마침내 다시 자신의 그룹 킹 다이아몬드도 다시 일으켜 세우게 되죠.



이 기간동안 앤디 라 로크는 척 슐디너의 Death에서 기타리스트로 활동합니다. 93년작인 Individual Thought Pattern 앨범을 통해 그의 연주를 들을 수 있습니다.


The Philosopher(1993)

지금은 지옥;으로 갔을 척 슐디너, 그와 앤디 라로크와의 쌍기타, 그리고 이쪽 계열의 대인배인 진 호글란의 드러밍이 인상적인 동영상입니다.


여튼 이렇게 글은 마무리 짓고.. 다음 작품인 '거미자장가' 편에서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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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

어쨌거나 씹덕의 길로 접어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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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이파네마 소녀 - Casker (Skylab,2005)


7월의 한가운데.
새로운 일을 시작한지도 벌써 다섯달째다.
처음에는 비틀비틀 폭발할 듯 위태로웠었는데
이젠 정신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어느정도 균형을 유지하고 있고
나름대로 목표의식을 갖고 매일매일을 살아가는 것이 스스로에게 대견할 뿐이다.


어제 저녁에는 엄청나게 많은 비가 내렸었다.
문득 이 노래가 떠올랐다.
이 곡이 나름대로 무지 감수성을 자극하는 면이 있다.
게다가 7월 아닌가?
계절을 팔아먹는 노래긴 하지만 11월의 November Rain 보다는 덜 식상하기도 하고..
(마지막 멜로디가 카일리 미노그의 모 노래를 마구 연상시킨다;)


토요일이 되면 7개월만에 같이 동고동락했던 사람들을 다시 만나게 된다.
무척 가슴이 설렌다.
그대로일까 아니면 많이 변했을까.


장마가 물러가면 지리산을 다시 한번 가야겠다.
작년, 그렇게 비를 쫄딱 맞으며 하염없이 걷던 그 길이 지금도 생생하다.
산을 내려가다가 파라솔 아래에서 차가운 맥주 한캔을 마시며
굵은 빗줄기 속의 흐린 하늘을 바라보던 기억은.. 휴우...
그때 그 친구를 설득하는데는 일단 성공했는데, 문제는 체력이다.
이렇게 피씨방에서 찌질대지 말고 지금부터 운동해야겠다.


이래저래 조금씩 늙어가는 것 같다.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많이 두렵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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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

어쨌거나 씹덕의 길로 접어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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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네번째 앨범이군요. 멤버들을 함 볼까요?

왼쪽부터 피트 블랙, 앤디 라 로크, 핼 파티노 순입니다. (킹은 관속에 있습니다-_-)


3집을 내고 나서 얼마 있지않아 피트 블랙과 핼 파티노가 탈퇴를 합니다. 킹은 다시 이들을 불러 모아 투어를 하고 89년, 네번째 정규앨범, 'CONSPIRACY'를 발표하게 됩니다. (킹 다이아몬드에서는 왜 그렇게 멤버들이 남아나기 힘든지... -_-a)


앞선 포스팅에서도 언급했듯이, 이번 작품은 'Them'의 연장선상에 있는 스토리 되겠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앨범은 영원한 킹의 동지, 앤디의 실력이 빛나는 앨범입니다.
지금까지 거의 모든곡을 킹이 작사작곡 해왔는데요, 이 앨범에서는 앤디가 작곡의 상당부분을 맡았습니다.

훗날 그는 팀의 공백기에 데스의 5집 Individual Thought Patterns 앨범(93년작)에서 기타리스트로 활동하기도 했었습니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데스의 리더 척 슐디너는 앤디를 매우 존경하는 기타리스트이며 같이 앨범을 만들게 되어 기쁘다고 극찬했던 적이 있었죠.
실제로 많은 이들이 킹다이아몬드 앨범을 들으면서 '왜 킹 다이아몬드 같은 괴짜 그룹에 이런 뛰어난 인재가 묻혀있단 말인가' 라는 의아함을 많이 제기하기도 했었답니다;;
어쨌거나 그의 뛰어난 연주가 정점에 달한 이번 앨범을 살펴보기로 하죠.

그리고 참고로 요번 앨범은 스토리가 약간 후달리는 경향이 있습니다^^(킹이 죽게 된다는... 개구라...-_-)



'아몬'의 집으로 돌아온 킹은 할머니를 보았다.
할머니가 '넌 차 한잔을 갈망하게 될거야'라는 말과 함께 사라지는 것을...

계단 위엔 아무도 없었다. 지하실도 텅 비어 있었다. 영원한 그 집엔 그 누구도 없었다.
예전의 떠난 친구들의 기억은 기억속에 묻혀있었다. 집안에 내려앉은 먼지처럼...

킹이 랜도 박사와 경찰의 보호감호를 받으며 할머니의 침실에서 머물렀던 때가 18살 때였다.
그 이전, 그는 정상으로 돌아오기 위해 9년동안 정신병원에 수감되어 있었다.

그곳에서 킹은 너무도 외로운 날들을 보내야만 했다.
그동안 그는 어머니를... 한번도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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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spiracy(1989)





1. At The Graves


2. Sleepless Nights


3. Lies


4. A Visit From The Dead


5. The Wedding Dream


6. "Amon" Belongs To "Them"


7. Something Weird


8. Victimized


9. Let It Be Done


10. Cremation




King Diamond - vocals
Mikkey Dee - drums
Andy La Rocque - guitar
Hal Patino - bass
Pete Blakk - guitar

Also: Roberto Falcao - keyboards






(1,2,4,8,10번 트랙 재생됩니다)



 

1. AT THE GRAVES

미시, 내 동생... 네가 너무 그리워...
다시 내게 돌아와... 내 곁에 있어줄수 없겠니
이제 우린 예전처럼 함께 놀수 없는거지..
넌 '그들'이 저세상에서 오는 걸 알겠지..
일어나, 미시... 너의 무덤에서...

일어나, 미시... 일어나...

무덤에서 영혼들이 깨어나네
죽음의 어둠속에서 불타는 그림자들이여...
내 손에 차가운 손가락이 느껴져
내가 알 수 있게 해줘

'마침내 우린 돌아왔다... 모두가...'

미시... 너구나... 내게 와줘...
영혼들이 깨어나고 있어
오... 유령들의 눈길이 느껴져
내 손에 차가운 손가락이 느껴져...
날 그녀가 서있던 그 곳으로 데려가 줘

'그들'이 돌아왔어... 내 삶을 앗아가기 위해... '그들'이 돌아왔어...

미시... 내게로 와... 그 것들이 뭔지 알고싶어...
넌 어떻게 거기 있는 것지? 다른 세계로 가는 문은 어디로 있는거야?

'오빠...무덤 저편에... 죽음의 세계로 가는 문이 있어요...
난 새벽이 오기전에 떠나야해요... 태양이 우릴 불태우기 전에...'


영혼들이 깨어나네
곧 새벽이 올거야...
얼어붙은 그들의 손가락이 느껴져...
날 '그들'이 있는 곳으로 데려가줘
네가 돌아와줘서 기뻐...

할머니가 '그들'이 노래하는 걸 들었다고 한거 기억나?
난 '그들'이 노래하는 걸 들었어..
난 그들의 노랠 듣고싶어...

'이 곳 무덤에서 매일밤 '그들'은 노래해요... 오빠의 마음 속에서...
새벽이 오기전에 우린 떠나야 해요... 지금 노래해요...'


오... 너의 힘을 내게 보여줘...



어떠신지? 전 처음 이 곡을 듣고 완전히 뻑이 가버렸지요. 거의 9분동안 몰아치는 공포의 환타지... 제가 그의 빠돌이가 되버리는 순간이었지요^^



2. SLEEPLESS NIGHTS

난 매일밤 잠들지 못하지
시계가 열두시를 가리키네...

난 '그들'이 무덤에서 춤추며 부르는 노래를 듣고 있어...
내 마음 속에서...
내 고통을 없애주는...
잠못이루는 밤이여...잠못이루는 밤...


난 매일밤 잠들지 못하지
시계가 열두시를 가리키네...

오직 '그들'만이 우릴 만날 수 있게 해주네...
지금 미시는 죽었지만... 난 그녀를 다시 볼 수 있어...
잠못이루는 밤이여... 잠못이루는 밤...


난 매일밤 잠들지 못하네
그녀를 다시 볼 수 있다면.. 난 뭐든지 할 수 있어...


'우리와 영원의 관계를 맺자꾸나... 넌 무덤에 가고 싶어하지...
우리에게 이 집을 돌려다오... 그리고 이 비밀을 지켜라...
그러면 우린 밤마다 이 곳에 다다를 것이니...'


별이 빛나던 밤... 우린 거래를 했고
'아몬'(집)은 이제 '그들'의 것이 되었지...
새벽이 오고 있어...


해가 뜨고... 난 '그들'의 춤을 더이상 볼 수 없었어...
그들의 목소리도 들을 수 없었지...
내 고통을... 가져가줘...



앤디 라 로크... 그의 엄청난 연주실력을 느낄 수 있는 개걸작입니다. 라이브에서 빼놓지 않는 곡이기도 하죠. 강렬함과 클래시컬함을 동시에 보여주는 개감동의 트랙입니다.


King Diamond - The Family GhostIrving | MySpace Video







3. LIES


어제 난 하루종일 치료를 받았어
내가 좋아하는 랜도 박사...

제길... 그의 숨결이 역겨워...


그는 내게 바보같은 질문을 하네
난 그가 한 것처럼 답해줬지
그래... 거짓말을 잔뜩 해줬어

이제 아기처럼 잘 자고 있다고...
내가 시달리던 악몽은 이제 끝났다고 말했지...

'요즘 난 잘 자고 있어요...
그리고 '그들'에 대한 꿈은 한 번도 없었죠...'

그는 내게 바보같은 질문을 하네
난 그에게 대답했지...
박사가 좋아할만한 답을 골라서...


박사가 내 눈을 바라보며 얘기했지

'미친것 같진 않구나...
이젠 가족들과 만나도 될 것 같구나...

후후...너희 엄마가 네가 말하는 것들을 어떻게 생각할지...'


난 그의 청진기를 빼주어야 했지
엄마는 위험에 처해있어..
그래.. 난 예의바르게 굴어야해...


그날 밤, 난 집 전체를 청소했어
하지만 내 기억속엔 먼지가 쌓이지 않았고, '차'도...

아... 날 바보로 만들지마...
난 도끼마저 옮겨놓았지.

해가 떴어... 잘 시간이야...
난 너무 지쳤어..
난 더이상 기다릴 수 없어...


이 앨범은 전작들보다 프로듀싱이 깔끔하게 된 것 같네요... 프로듀스는 물론 킹과 로베르토 팔카오가 했습니다.이 곡의 분위기는 2집의 '가족유령'과 엇비슷하다는 인상을 줍니다. 급하게 변하는 박자와 깔끔한 초고음은 역시 킹이야... 라고 할 만 합니다. 랜도박사 기억나세요? 전작 마지막에서 킹을 정신이상으로 판단하고 정신병원으로 보낸 인물이죠. 이번 앨범에서 킹을 영원히 보내버리는 인물 되겠습니다;




4. A VISIT FROM THE DEAD

이 여름, 하늘은 맑고 정원은 너무도 아름답지
꽃과 나무들은 내 안에 그들이 있는 듯 느끼게 해주네
우리가 모래위에서 놀때 난 내 동생의 손을 잡았지

... 이 모든 것이 꿈에 지나지 않아...


내 침대가 움직이고 있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검은 어둠속에서... 누군가가 부르고 있어...
등골이 오싹한 이 기분... 그것들이 내 주위에 있어...
이건 꿈이 아냐... 오... 안돼...

누군가 내 방에 있어
내 침대 끝에 서있어...


죽은자들이 찾아온거야
죽은자들이...

지금 그녀의 모습이 보여... 어린 아이의 모습이...
그녀의 모습은 거울에 비치지 않네...
이게 정말일까? 그녀는 돌아온걸까?
오... 미시...


'오빠... 조심해... 좋지않은 일이 생길거야... 조심해...'


죽은자들이 찾아온거야
죽은자들이...

미시와 난 비밀이 없는 사이었지.. 그녀가 말했어...

'조심해, 오빠'


죽은자들이 찾아온거야
죽은자들이...


내게 말을 해줘
지금 와줘... 내게 모두 말해줘, 미시...


'오빠... 이제 잠들 시간이야...잠들 시간...'




초반부의 서정적인 연주가 멋지죠? 아흑... 목소리만 이뻤어도...-_-;;;
이 앨범은 버릴 곡이 없다고 느껴집니다. 전반적으로 곡들이 아주 우수하다고 느껴지네요. 이 곡에서는 치밀한 곡의 구성과 최고조에 오른 이들의 연주가 멋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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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THE WEDDING DREAM

꿈속에서 엄마가 나타났어...
엄마는 웨딩드레스를 입고있어...

예식홀을 걷고있는 엄마... 뭔가 이상해...
그건 엄마의 다리...

갑자기 그녀 곁에 누군가 있어...
이제 알았어...

랜도 박사는 엄마와 결혼하려고 해...

멈춰!!

지금 난 뭘하고 있는거지...
엄마는 예식장에 있고 박사는 죽어버렸어...

모든게 잘못됐어
난 도끼를 가지고 있어... 이 일이 도대체 어떻게 된거지..?

난 꿈속에서 도망칠 수 없어...
도망칠 수 없어...

내가 햇빛을 보기만 했더라도... 이 꿈을 깰 수 있었을텐데...
결혼식의 꿈... 오, 안돼...


모든게 어둠속에 빠져들고 있어
눈이 멀어버린 듯한 기분이야

이 암흑속의 악몽의 끝에 빛이 보였어
누군가 부르고 있어... 나를 안으로 인도하면서...
악몽이야... 안돼...


엄마에게서 그놈을 떼어놔
엄마에게 키스하지마... 나쁜 자식아...

그의 손을 봐..
그는 우리집의 열쇠를 가지고 있어... 그놈은 악마야...


난 꿈속에서 도망칠 수 없어...
도망칠 수 없어...

내가 햇빛을 보기만 했더라도... 이 꿈을 깰 수 있었을텐데...
결혼식의 꿈... 오, 안돼...


모든게 어둠속에 빠져들고 있어
눈이 멀어버린 듯한 기분이야
이 암흑속의 악몽의 끝에 빛이 보였어

누군가 울부짖고 있어... '제발 살려줘요...'
그건 바로 나였어...


해가 뜨고 나서야 난 땀에 젖은 몸을 일으켰어
악몽은 사라졌어

그 꿈은 이제 점점 기억에서 희미해져가네...
난 아무것도 모르겠어...



이번 앨범에는 악몽에 대한 곡이 많군요. 좀 변태적인 노래아닌가요? 결혼행진곡과 그의 목소리를 연결시키다니... 윽...-_-





6. "AMON" BELONGS TO "THEM"

엄마는 오늘 집에 돌아오실거야
모든 준비는 끝났어

난 그녀에게 이 집을 또다시 느끼게 해 줄거야...
오... 이건 그 계약의 전부지...

내가 그 계약을 지키고 있는 동안..
그녀는 여기에 머물 수 있겠지


누군가의 벨소리가 들려...
난 거기서 박사와 함께 서 있는 엄마를 봤어
오... 죽어버리고 싶어...

'오, 아들아... 이리오거라... 보자꾸나...'


엄마, 당신은 몰라요
이건 그 계약의 전부라구요

난 그를 안으로 들일 수 없어요
엄만 이 집, '아몬'이 '그들'의 것임을 알잖아요...


'가서 저 애와 얘기좀 나눠요, 내사랑...'

'내 생각엔 저 애를 밖으로 데리고 나오는게 나을거요..
저 집 안엔 뭔가... 이상하오...'


엄마 들어와요... 내가 이 집을 보여줄께요
엄마 들어와요... 우린 할말이 많잖아요..

'오, 킹... 그를 들여보내 주겠니?'


엄마... 당신은 몰라요
이건 그 거래의 전부라구요

난 그를 안으로 들일 수 없어요
엄만 '아몬'이 '그들'의 것임을 알잖아요...


엄마... 난 얼마전에 여기서 당신의 딸을 봤다구요..
어둠이 내릴때 이 곳으로 오세요

엄만 내가 해준 얘긴 누구한테도 해서는 안돼요..
난 '그들'의 노랫소리도 들었어요


...엄마...? 그게 뭐죠?
오... 내 살갗 속으로 주사바늘이 들어왔어...

난 쓰러지고 있어... 그래... 난 쓰러지고 있다구...


쪼까 상업적인(?) 아니... 편하게 와닿는 곡이 아닌가 싶네요. 사실 이번 앨범이 맘에 드는 이유도 전체적으로 맛깔나게 귀에 쫙쫙 붙는 특징 때문이 아닌가 싶네요.




7. SOMETHING WEIRD

킹 다이아몬드의 앨범을 듣는 재미중 하나는 이러한 연주곡에 있는 것 같아요. 어쿠스틱 기타로 쌔려주는 졸라 서정적이면서 음산한 곡들... 참 괜찮군요. 앞의 앨범의 영화 사운드트랙들(?) 보다 훨씬 더 좋아합니다.




8. VICTIMIZED


엄마와 랜도박사...
그들은 바닥에 쓰러진 날 남겨두고 떠났어...

그들은 성당으로 갔어...
전혀 죄악을 저지르지 않은 듯한 눈으로...


사뮤엘 신부... 신의 저주를 받은 자여...
그들은 그를 설득시키기 쉬웠겠지...

음모여... 난 또다시 제물이 되고 있어...


그들은 신부의 방문을 노크했어..
사뮤엘... 그의 두 눈속의 악마가 그들을 조용한 방으로 인도하네..
오... 성스러운 암흑이여..

'신부님, 킹이라고 기억하십니까?
예전에 저 언덕위에서 자기 할머니를 죽인 미친놈 말입니다.'
'예, 알고있습니다.'


오... 음모여...

'지금 그 미친놈이 돌아왔습니다...'

얼마간 신부와 대화가 오갔고
박사는 그를 설득시켰네...

사뮤엘... 그의 눈 속의 악마는
박사가 말한 모든것을 그대로 받아들였네
오... 이밤의 암흑 속에서...


'당신이 한 말에 의하면 우린 그를 구원해 줄 수 없소...
그자는 분명 사탄이거나 악귀일 것이오.

시간이 없소... 그 악마는 우리의 혼을 빼앗아 갈 것이오..
우린 가서 의식을 치러야 할 것이오...'


음모여... 난 또다시 제물이 되고 있어... 제물이...


그들은 성당을 떠났어... 저주받은 음모여...
비내리는 어두운 밤...

그 신부는 반쯤 미쳐있었네...손에 십자가를 들고...
오...안돼...

'여보, 곧 이 집은 우리거야... 킹은 이제 영원히 보내버릴 것이고...

이게 바로 천국이지...그렇지 않나?... 후후후...'



가사 속에 등장하는 반쯤 미친 사람들처럼 이 곡도 광기에 어려 있습니다. 이 앨범에서 가장 그런 느낌을 많이 주는 곡이죠. 얼핏얼핏 들리는 하프시코드 소리... 미키 디가 쌔려주는 드러밍 또한 일품입니다. 아쉽게도... 그는 요 앨범을 끝으로 킹의 품을 벗어나게 되죠.



9. LET IT BE DONE

'누가 관을 태우는게 좋겠습니까?'

'내가 십자가로 저 안의 악마를 지킬테니...
당신과 아내가 함께 관에 불을 붙이시오...'

'횃불을 써서 관을 태우겠습니다...
그리고 이놈의 동생의 무덤에 뿌리겠습니다...'

'그렇게 하시오... 그자를 처리하시오...'



전작의 계보를 잇는, 재수없는 소품격인 곡입니다... 마치 공포 영화속의 한 장면과 같지요... 로베르토의 괴기스러운 키보드소리가 아주 적절히 쓰이는군요...
가장 믿었던 엄마와 그녀의 남친(이자 악마와도 같은) 랜도박사에 의해 산채로 화장당하는 킹.. 결국 '아몬'의 저택으로 돌아온 그는 저주받은 운명을 피하지 못하고 처참하게 삶을 마감하게 됩니다.




10. CREMATION

어둠이 다가올때마다....
난 유령이 되어 무덤에서 되살아나리라...
그리고 널 따라다니리라...
이 저주받은 년...


이 곡은 킹 다이아몬드가 이 앨범을 계획하면서 맨 처음으로 만든 곡이라고 합니다. 끝없이 반복되는 기타연주위에 리듬파트가 따라붙고 그 재수없는 키보드가 겹치면서 곡은 광기의 절정으로 흘러갑니다. 연주곡 중에서 이렇게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아니 혼돈속으로 빠트리는 곡은 없는 것 같습니다. 정말 기분나쁘고... 재수없는... 이 앨범에서 놓칠 수 없는 곡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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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는 훑어보셨다시피 전작에서 킹이 할머니를 도끼로 쳐죽이고 정신병원에 수감된 후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9년만에 퇴원하여 다시 '그들'이 머물고 있는 옛집, '아몬'으로 돌아옵니다. 그는 죽은 동생 미시를 그리워하며 매일밤 악몽으로 잠못이루는 밤을 보냅니다. '그들'과 거래를 한 킹은 여러 불길한 징조들이 나타나던 가운데 결국 어머니와 결혼하게 된 랜도박사에 의해 마취된 후 산채로 화장당하게 된다는 이야기 되겠습니다.

이 결말은 '그들'의 저주 탓일까요 할머니의 저주 탓일까요. 아니면 할머니와 함께 어머니의 피를 마시며 의식을 하고 여동생이 죽도록 내버려두었던, 그리고 할머니를 죽였던 킹이 지었던 원죄에 대한 대가일까요.
앞서에서도 언급했듯이, 저는 가정이라는 사회의 가장 작은 공동체가 붕괴되어가는 현상들에 대한 비판의 일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가정이 악의 소굴이 되어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고 증오하고 적대하는 이러한 모습들을 오컬티즘이라는 불가해한 소재를 통하여 신랄하게 까는 것으로 느껴지는데.. 머 아니면 아닌거죠..ㅋ;



이 앨범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앨범이기도 합니다.
앞서 말했다시피 곡들이 이전보다는 조금 대중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지금껏 킹이 자신의 음악세계에서 보여주어온 여러 요소들... 사타닉함과 광기, 신비로움, 어둠, 서정성, 그로테스크함, 공포, 아름다움, 재수없음 등등... 이 잘 융합되어 표현된 앨범이 바로 이 앨범이기 때문이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사실 킹의 곡은 그 초음파 보컬과 변화무쌍한 곡의 전개, 또한 재수없는 분위기 덕택에 오랜기간듣기는 힘들죠. 하지만 이 앨범은 이전작품들보다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면이 강했던 터라 참 오랫동안 닳도록 들었던 것 같네요^^


 


어찌어찌하다보니 4집까지 흘러왔군요. 이때가 왕다이야가 음악적으로 최절정에 달했을 때라 생각됩니다. 아... 이 다음 앨범은 '킹 다이아몬드의 보헤미안 랩소디'가 수록된 앨범이죠? 그럼 다음 리뷰에서 만나뵙겠심다.

아래 사진들은 앨범 속지에 낑겨져 있는 만화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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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

어쨌거나 씹덕의 길로 접어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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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2부작 공포영화의 제 1편이자 킹 역사상 최고의 공포효과를 주는 앨범, 'THEM'입니다.
88년 작이구요, 마이클 데너와 티미 한센이 떠난 자리를 피트 블랙과 핼 파티노가 채웁니다.
뒤에 이어지는 'CONSPIRACY'앨범과도 스토리가 연결되는 앨범이며, 이 것은 킹의 실제 경험담에서 유래한 내용이라고 말해서 더욱 관심을 모았던 작품이죠. (머.. 이걸 믿지는 않습니다만;)
이 앨범이 최고작이라고 하시는 분들이 많으신데, 개인적으로 이 앨범에서는 귀에 쏙 들어오는 곡은 없지만 킹의 사악함이 가장 잘 표현되었다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킹이 원하는 악마적인 공포의 표현이라는 측면에선 최상의 성과를 거둔 앨범이라 생각되네요.


리뷰 들어가기 전에 잠깐...
킹의 메세집니다...


사람들에게:

난 죽음의 공포를 느꼈어.
9년전 그들이 마침내 나를 내쫓았을때... 난 그제야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지.
난 더이상 과거의 내가 아니야. 니가 내 얼굴을 본다면 넌 분명 알아보지 못할걸?

두시간전의 전화벨소리가 날 미치게하고있어. 그건 할망구였지...
그년은 그 오래된 집에서 돌아왔어. 난 되돌아가기 싫어... 하지만...그래야만 하지...
네가 내 어린시절 이야길 들으면 내가 느끼는 이 두려움을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몰라...
 
18년전... 난 할머니의 집에서 엄마, 동생 미시와 함께 살고 있었어.
난 할머니가 돌아온다는 말을 들었어. 그리고 할머닌 곧 돌아왔지...
난 훗날 할머니가 그때 정신병원에서 풀려나오던 길이었다는걸 알게 되었어...
'그년은 미쳤어...' 할머니가 '그들'과 중얼거리고 있는동안 '그들'이 내게 말했지.

난 아직도 갈피를 잡을 수 없어... 과연 누가 할멈의 목을 잘랐는지를...
네가 알다시피, '그들'은 항상 나를 반길테지.

어쨌거나... 시간이 없어.. 난 오랜 집으로 떠나야만 해.
여긴 18년 전에 그 일이 일어난 곳이야.
우리가 이제 다시 못만나더라도 최소한 그 이유는 넌 이제 알겠지..

...분명히 우리들은 차를 한잔 하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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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m(1988)



1 Out from the Assylum

2 Welcome Home

3 The Invisible Guests

4 Tea

5 Mother's Getting Weaker

6 Bye, Bye Missy

7 A Broken Spell

8 The Accusation Chair

9 "Them"

10 Twilight Symphony

11 Coming Home

12 Phone Call




King Diamond : All vocals
Andy La Rocque : Lead Guitar
Pete Blakk : Lead Guitar
Hal Patino : Bass Guitar
Mikkey Dee : Drums



(3, 4, 12번 트랙이 자동재생 됩니다)








1. OUT FROM THE ASYLUM

봐... 그 할망구가 돌아오고 있어...
결국 우린 또다시 만나야 해...
그 다락방은 오랫동안 잠겨져 있었지... 마치 그 할망구처럼... 그년이 때맞춰 왔어...
그 지랄같은 휠체어는 왜...? 훗... 그년은 항상 그런척 했지...
하지만... 그년은 차하나는 기막히게 끓이지...

'오... 세상에... 그녀가 왔어...
미시, 엄마가 하는 말 잘 들어. 할머니는 오랜 여행끝에 돌아왔단다...
킹, 너도 마찬가지야... 그거 가지고 그만 놀고 문을 열어드리거라'



앨범의 시작이 상당히 새롭죠? 공포영화를 보는 듯한...


2. WELCOME HOME

'할머니 안녕하세요, 너무 오랜만에 뵙네요... 이제 정말 돌아오신거죠?'
'할머니, 제가 휠체어에서 옮겨 드릴께요.. 할머닐 만져봐도 되죠? 아...'
'할머니, 이것좀 보세요... 이 집과 저 은빛 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우린 대문을 새로 칠할거예요...'

'할머니가 말씀하신대로 침대없는 다락방을 준비해 놓았어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미시가 흔들의자와 차주전자를 가져다 놓았어요...'
'미시와 엄마는 할머니를 너무너무 보고싶어 했어요..
이상하네... 할머니 왜 아무말 없으세요? 할머니... 괜찮으세요?'
'할머니 그 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요?'

'오... 좀 많이 나빠질 뻔 했지만... 내 곁에 '그들'이 있어주었단다...
황혼 속에서 '그들'은 오래된 자장가를 불러주었지...'

'할머니, '그들'이 누구죠?'
'신경쓸 필요없다, 꼬마녀석아'
''그들'의 무언가를 보게 해주세요'

''그들'은 아직 살아있지...
얘야, '그들'의 눈을 보고 싶으냐...'그들'의 눈을 보고 싶으냐...
이제 넌 나와 떨어질 수 없게 되었구나... 우린 친구가 된 거란다...후후후...'


새로 멤버의 교체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연주는 멋지게 들려옵니다. 첫 스타트로는 조금 약한듯 느껴지네요.
뮤직비디오도 잠깐 감상해 보시죠.


3. THE INVISIBLE GUESTS

한 밤중에 난 잠에서 깨었어... 알 수 없는 미친듯한 웃음소리가 들려...
할머닌 혼자 계시잖아... 오... 내 옆 방에서 그 소리가...그것이 왔어...
거긴 할머니의 방이었어... 오... 보이지 않는 자들이...

어둠속에서 난 열쇠구멍을 통해 할머니의 방을 엿보았지..
오... 이럴수가... 방안에는 할머니뿐이잖아...
누구도 말하지 않네.. 보이지 않는 자들이...
공기는 희박하고... 저 텅 빈 바닥위에는 컵이 떠다니고 있었지...

갑자기 문이 열렸어... 그리고 할머니가 말했어...
'어서 들어오려무나, 꼬마야...'

미시와 엄마는 아랫층에서 자고 있었지.
만약 그들이 할머니 의자위에 있는 나를 보았다면......

'내 눈을 깊이 바라보거라.. 이제 네가 오늘밤 본 것은 모두 잊게 될테니...'
'네게 이 집의 비밀을 보여주마... '아몬'의 비밀... 그게 우리가 이 집을 불러내는 이유란다...

... 돌아가서 자거라 꼬마야... 이제 잘 시간이지, 손주야...'

보이지 않는 자들...

'이제 잠들거라... 잠들거라... 잠들거라...'





앨범의 핵심격인 넘버입니다. 제가 딱 좋아하는 스타일이죠.





4. TEA

그 다음 금요일이었지...
내가 자려고 불을 껐을때 할머니는 내 방문을 두드렸어...

'킹... 일어나거라, 아가야...
이제 너에게 아몬의 집에 대해 보여주마...'

차를 마실 시간이다... 그 시간이 돌아왔어...
'니 에미가 여기에 있었더래도 우린 여기 흔들의자에다 네 에미를 재웠을거란다..'
난 너무도 두려웠어.

그 순간 난 할머니가 옷에서 칼을 몰래 꺼내는 걸 봤지.
... 할머니는 칼을 들고 엄마의 손을 살짝 베었어...

차를 마실 시간이다... 그 시간이 돌아왔어...

찻주전자 안으로 엄마의 피가 흘러들고...
그때 나는 '그들'의 웃음소리를 들었어.

'이 찻잔의 피가 '그들'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지...
얘야, 세상 저편에서 들려오는 '그들'의 이야기가 들리느냐?'

거기서 내가 보고 들은 것들...
난 거기 머물러 그것을 배우고 싶어졌어...

난 이꿈이 영원하길 바라고 있어...
그 설명할 수 없는.. 천국에 있는듯한 기분이란...

첫잔부터 마지막 핏방울 하나까지 즐기며
우린 울고 웃으며 '그들'의 이야길 듣고 '그들'과의 온기를 느꼈지
이제 더이상 아무런 문제도 없어...

엄마? 그녀는 이제 내겐 없어... 오... 이건 천국이야...

차를 마실 시간이야... 그 시간이 왔어...



가사내용의 해괴망칙함 만큼이나 곡도 괴이한 모습으로 나아가고 있죠.
아... 너무 좋군요... 어디에서 이런 스타일의 곡을 들을 수 있을까요?
킹 다이아몬드 아니고서는 어림도 없는 일입니다.





5. MOTHER'S GETTING WEAKER

오늘밤은 우리가 마지막으로 가질 티타임이지... 우릴 절정으로 이끌 피빛의 차...
어제 엄마는 무척이나 고통스러워하며 내게 어지럽다고 하소연했지...
엄마는 갈수록 약해지고 있어... 날이 갈수록 창백해져만 가네 ...

아침이 올때, 엄마는 침대에서 일어날 수 없었어
할머니는 엄마의 머리에 끊임없이 주문을 걸었지...
엄마는 살아있는 것 같지 않았어...
엄마는 갈수록 약해지고 있어... 날이 갈수록 창백해져만 가네...

그때 갑자기 미시가 들어왔어...
미시는 내 손을 잡고 날 데려가려 했지만 난 가지 않았지...

오... 엄마는 거의 의식이 없었어...
오... 그녀에게 다가올 고된 시련을 왜 내가 기대하고 있었는지...

미시는 내게 함께 있어달라고 했었지.. 나에게 전화를 주면서...
그때 난 누군가에게 도와달라고 할 수도 있었어...
하지만 난... 그녀의 손을 뿌리치고 전화선을 잘라버렸어.

미시는 울부짖었어...
난 둘을 남기고 뒤돌아섰지.

엄마는 갈수록 약해지고 있어... 미시는 내게 소리쳤어
'넌 미친놈이야!'



엄마의 피를 빠는 할머니, 그리고 킹... 완전 콩가루집안군요...
은은히 깔리는 키보드 소리가 매력적입니다.
베이시스트 핼은 팀을 탈퇴했다가 훗날 아비게일2 에서 보금자리로 되돌아오죠.
앤디와 피트가 주고받는 기타솔로 역시 좋군요.





6. BYE, BYE MISSY

난 오늘을 기다렸다네...월요일밤의 티타임...
그때 복도에서 난 엄마를 봤지..
잠옷을 입은채 계단위에서 몸을 휘청거리고 있는... 도저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수척해진...

할머닌 '그들'... 보이지 않는 친구들을 다시 불러냈어...
차의 의식이 시작된지 오래지않아 우리는 절정으로 치달았지.
'그들'은 세상 저편의 일들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었지...할머니가 의자에서 일어날때 까지는...

할머니는 갑자기 문을 열어젖혔어.
거긴... 미시가 있었어... 흔들의자 위에 앉혀진 엄마를 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지.
'뭐하시는 거예요? 우리 엄마에게 도대체 무슨 짓을 한거예요?'
미시는 더 크게 울부짖었어.

'후... 저년을 없애야겠군... 좀 어리긴 하지만 말이야......'
그건 할머니의 목소리였어...

'잘가라, 미시... 부엌의 벽난로가 널 영원히 보내줄거다...'
미시는 할머니의 쭈그러진 손 안에서 발버둥 쳤어..
'오... 이거놔요... 할머니... 제발...
아... 할머니가 날 죽이려고 해... 날 건드리지 말아요...
그렇지 않으면 이 찻주전자를 깨버릴거야, 던져버릴거라구!'


......깨어진 주전자에서는 피빛 차가 흘러나오고 있었어...
온 마루에 가득히...
그때 난 들었어... '그들'의 목소리를...
악마가 울부짖는 목소리를...

'죽여라! 그년은 아몬을 부쉈다, 아몬을...   죽여라!'

'그들'은 '그들'의 찻잔을 떨어뜨렸네.
할머니는 보이지 않는 것들에 의지한 채 그대로 서 있었고...

미시는 흐느끼며 계단을 내려갔어.
난 미시에게 작별인사를 했지.

이제 미시를 다시 볼 수 있을까?
잘가... 미시... 걱정하지마...



킹의 감정표현이 최고인데요, 미시, 할망구, '그들'을 모두다 소화해내는 것이 가히 예술입니다.






7. A BROKEN SPELL

난 비틀거리며 할머니의 방에서 빠져나갔어...
계단을 내려와 집 밖으로 나왔어...
밖에서 나는 마음을 가다듬으려 애썼지...

찻주전자가 깨지고 난 후..
이제 '그들'의 힘은 많이 약해져 있어... 집 밖에선 말이야...
어느새 내 무릎까지 안개가 덮혀왔어.

난 창문을 통해 지하실을 보았어.
지하실 아래에서 무언가 움직이고 있었어.
'그들'은 무언가를 찾고 있어... 그들은 끝내 찾아내고야 말았어...
그건 커다란 도끼... 도끼가 날아다니고 있어...
내가 거길 떠나올때쯤 그 도끼는 지하실 문을 지나 윗층으로 날아갔지.
그 다음에 내가 본 것은... 굴뚝에 가득한 연기였지...

저 연기는 바로... 오... 안돼...!
거기에는 미시와 그녀의 옷이...
아... 불쌍한 미시...

이제 주문은 깨어졌어...
난 이제 내 육신과 영혼이 다시 하나가 된거야...
은빛 달은 내 사악한 영혼을 주시하고 있네..

난 할멈에게로 갔어...
아마도 할멈은 다락방에서 여전히 날 기다리고 있겠지..
오... 개같은년...


시디 뒷면을 보면 달빛에 빛나는 도끼가 그려져 있네요... 앤디와 피트의 신들린 기타연주가 돋보이는 곡입니다.




8. THE ACCUSATION CHAIR

할멈은 그 방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어..
핼쓱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 멍청한 짓 말라고 말하네..

할멈의 눈이 내 머릿속을 뚫어지게 쳐다보았어.
하지만 이제 난 정말 괜찮아.

오... 난 그녀의 눈을 보며 거짓말을 하고 있네..
이제 내 정신은 깨끗해 졌어..
할멈은 내말을 모두 믿었어..

이제 자길 밖으로 데려다 줄 수 있나고 내게 부탁했지..
행운이었지...

할멈은 말했어..
'잠시 여기 있자꾸나... 달빛에 우리를 씻으면서...'

할멈은 그때 '그들'의 보호에서 무방비상태가 되었어..
난 그녀의 지팡이를 나꿔채서 부러뜨려 버렸어.

'할멈, 이젠 도망칠 수 없어!'
'이제 당신의 악행을 되갚아주지... 너의 사악한 마음은 이걸로 끝이야!'
'멈춰!'

피하지 못하고 할멈은 죽었어.
이 밤중에 외로이...



'그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어... 내게 돌아오라고 하며...

난 숲으로 도망쳤어... 최대한 멀리...
난 '그들'의 눈을 보았어.. 난 다시 기절했어...

난 미쳐가고 있어...

내가 '그들'중의 하나였다는 꿈을 꾸면서...
끝없이 '그들'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오싹하군요. 정신병원에서 돌아온 할머니는 사실 미친것이 아니었던 거죠. 그녀는 킹의 집에 오래전부터 살고 있는 '그들'이라 불리는 악령들과 교류하는 이였지요.
며느리의 피를 빨고 손녀를 벽난로에 태워죽이던 사악한 할머니는 결국 반쯤 미친 손자에게 도끼를 맞아 이승에서의 인연을 다하게 됩니다. 그러나 과연 이것으로 이야기가 끝나는 것일까요?

첫 곡에서 하프시코드로 똥똥거린 멜로디가 할매 죽을때도 반복되죠? 곡 전체에 이 멜로디가 숨어들며 앨범의 구성을 강하게 해줍니다.
할머니가 죽을때 터져나오는 그 재수없는 분위기... 이야기가 끝난 것이 아님을 뒤이어지는 앤디와 피트의 강렬한 연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9.'THEM'

앤디의 어쿠스틱 연주입니다.
역시 서정적이면서도 재수없는 분위기가 일품인 곡입니다.



10. TWILIGHT SYMPHONY

아침이 밝았고... 경찰들이 내게 질문을 던졌어.
난 여기서 랜도 박사의 앰블런스를 기다리고 있어
그들이 나를 왜 이 먼곳까지 데리고 온 이유는 뭐지?
 
'난 내가 할 것을 했어요... 그래서 만족해요...
난 해야만 했어요... 다음번에라도... 했어야 했어요...'

미시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지.
난 어떻게든 그들에게 말해야 하겠지...
내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지금 '그들'의 노래가 들리고 있어... 황혼의 노래...
'그들'의 노래가 들리고 있어... 황혼의 노래가...

할머닌 목이 잘려 죽었어.
내 입에선 여전히 피가 흐르고 있지.

사람들은 날 비난하겠지..
그들 모두 나를 패륜아라 욕하고 있어..

난...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지금 '그들'의 노래가 들리고 있어... 황혼의 노래... 황혼...
'그들'의 노래가 들리고 있어... 황혼의 노래가...

랜도 박사가 돌아왔네..
난 그에게 내 이야길 했어.

'너, 완전히 미쳤구나...'
난 어떻게 다시 이야기 하려 했지.
'이 꼬마를 데려가게. 녀석은 제정신이 아니야...'

오... 안돼...안돼...


그들이 날 데려간 다음부터
난 엄마를 한번도 보지 못했지.
랜도박사 역시 아무런 말을 해주지 않았어.
오... 난 바깥에서 돌아왔어...
시간이 흘렀지... 이제 난 옛집으로 가야만해...
그래... 난 지금 떠나야해...



할머니... 내가 가요...
난 지금 집으로 가요...
집으로 간다구요...





실질적으로 대미를 장식하는 앨범입니다. 이렇게 해서 킹은 존속살해혐의;로 정신병원으로 이송되게 됩니다.
황혼의 노래... 누구나 황혼녘을 바라보면 이상야리꾸리한 감정의 동요를 느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어스름이 다가오는 광경을 연상하면서 이 곡을 들어보세요.
사실 전 별로 삘이 안오는 곡입니다. 오히려 이 다음곡들이 더...



11. COMING HOME

'할머니?'


'네가 문앞에 있는 게 유리창으로 보이는구나.
어서 들어오려무나, 아가야..
널 다시보니 반갑구나... 비록 내 목에다가 뭔 짓을 했더라도 말이야...후후...

'그들'이 계단 위에서 기다린단다. 어서오너라.
미시도 여기 있단다.. 얘는 지금 할아버지 무릎위에 앉아있지...

...넌 분명 차 한잔에 목말라 있을테니 말이다...후후....



오옷...역시 킹... 영화가 따로없습니다. 그에게 1인2역 정도는 껌이죠...ㅋㅋㅋ




12. PHONE CALL

'킹이냐...'
'누... 누구세요...?'
'네 할미란다...'
'아.....아냐.....할머닌 죽었어.....!'
'보기에 따라선 .. 그렇지... 잘 들어라.....너 아직 거기에 있니?'
'나... 난... 아직 여기 있어요... 마...맞아요...'
'오늘밤 그 집으로 오거라. 널 보고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구나...우후후후...'
'닥쳐! 화냥년아!

... 오오...... 그것이... 또다시 시작됐어.........'


이 트랙은 바로 앞의 트랙과 마찬가지로 공포영화의 닭살쾌감을 최대로 올려주는 역할을 하죠.
킹의 괴기스러운, 그 상상못할 표현능력에 다시한번 찬사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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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뎀 앨범... 어째 잘 들어보셨는지요...
제 생각에도 이건 한편의 공포영화라고 생각됩니다. 도무지 정상적인 사람들이 없어요...

붕괴된 가정이 어떤 모습인지.. 결국 사람들이 최후의 기댈 곳으로 생각하는 가정이라는 공간 역시
'그들'이 지배하는 공포와 파멸의 공간으로 킹다이아몬드는 바꾸어버립니다.
후... 생각은 자유롭다고 했지만 이런 생각은 참... 이양반 좀 무서운 사람이죠? 히히;


그리고 연주는 갈수록 드라마틱해지는 것 같아서 좋긴한데, 이 앨범에서는 귀에 쏙 꽂히는 곡이 얼마되지 않네요. 흠... 여운은 이전의 아비게일 앨범이 더 깊은 것 같습니다.

연주는 이제 그룹 '킹 다이아몬드'의 색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 같군요. 날카롭고도 화려한 기교까지 겸비한 그들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군요...


오늘의 교훈... 고부간의 갈등을 추방합시다...노인을 공경합시다...
당신의 집도 결코 안전하지만은 않습니다..  (-_-)lml
마지막으로 1999년 코펜하겐 공연실황을 걸어보았습니다. 즐감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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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

어쨌거나 씹덕의 길로 접어든 것 같다

,


먼저 네이버 메인메뉴 하단의 고객센터를 찾아간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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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탈퇴를 누르고 이런저런 사유를 입력하면 회원탈퇴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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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퇴완료.


안녕 네이버.
지난 7년동안 너무도 고마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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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

어쨌거나 씹덕의 길로 접어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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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yoon7
이라는 존내 유치한 아이디로 버티며 (지금의 kingdiamond 역시 만만찮음;;)
제대직후 가입하여 꾸준히 놀아오던 정든 네이버..

요즘 돌아가는 꼬라지를 보니 내 개인적인 성향과 너무도 맞지 않아
아무래도 탈퇴를 해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이참에 차근차근 정리를 해 볼까 한다.



1. 메일정리

일단 자주 받아야 하는 메일들은 다 gmail로 돌려놓아야겠다.
명단은.. KxF, 코x일, 알x딘, x션, x아레코드, 바이x드 정도?

그리고 예전 주고 받았던 편지는 메모장에 저장;; 휴;;
지맘대로 휴면메일 만들어버리지 않는 착한 지메일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겠다;



2. 블로그 정리

지금은 이리로 넘어오면서 문을 닫아놓았지만
2004년 1월부터 2006년 말까지, 그러니까 대학 말년에서 회사2년차까지의
그야말로 불안과 갈등으로 몸부림 치던; 격동의 시절 동안 사용했던  최초의 블로그였던지라
당시의 내 기억의 편린들을 한방에 날려버리려니 아쉬운건 어쩔 수 없다.

문득 옛날 생각이 난다.
군대가기 전, 고딩때부터 쭈욱 써오던 일기장을 불살라버렸던 유치했던 기억도 생각나고;
정작 그짓거리를 하고 군대를 가서는 일병때인가 탄생했던 '수양록'이란 것에다가
수많은 잡스런 생각들을 빽빽하게 적어 말년휴가때 가져나오다가
지하철 선반위에 놓고 내린 안타까운 기억이 생각난다.

기억이란 참 소중한 것인데, 그 일기장이 내 소유가 아닌 것, 그리고 그 소유자가 좆같다는 것이 참 아쉽다.
뭐, 굳이 따지자면 티스토리 역시 그 곳과 별반 다를 바는 없지만 조금더 인간냄새가 난다고나 할까.

블로그 이웃;이란거 역시 이젠 잊혀진지 오래..

이 것 역시 필요한 것만 골라 대충 메모장에 붙여넣기해서 저장해야겠음;




3. 까페 정리

내 카페놀이의 역사는 다음-프리챌-네이버 순으로 넘어왔던 것 같은데,
아무래도 프리챌때가 그 전성기였지 않나 싶다. 아직도 안망했나 모르겠다. 추억의 프리챌..

탈퇴하기 아쉬운 카페로는 곤충나라 식물나라, 숲지기, 일식조리사클럽, 음악취향Y 등인데
이뭐.. 아우..
아쉽지만 인터넷의 바다는 존내 넓으니 다른 곳에서 그 대안을 찾아봐야 겠다.




4. 그리고

집 컴퓨터의 시작페이지는 about:blank 인지라 굳이 바꿀 필요는 없을 듯..
뭐.. 아쉽지만 탈퇴작업을 시행후 금주내로 완료해야할 것 같다.




이렇게 썼지만 쓰고 보니 좀 귀찮긴 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바로 취향.

취향을 존중해 달라능; 이라는 외침은 바로 민주주의의 핵심이고 다원주의사회의 원동력이다.

나는 내 취향을 위해 취향이 맞지 않는 놀이터를 떠나련다.

단 하루를 놀아도 인간답게 놀고 싶다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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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

어쨌거나 씹덕의 길로 접어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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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년 탈퇴 프로젝트 열한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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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제가 살던 시골 마을 한쪽으로는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나갔답니다;


이름하여 '준용하천 운곡천;'..



여름이 되면 물장구도 자주 쳤고


몇 해에 한번씩 누군가 소에 빠져죽기도 하던


시골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그런 냇가였지요.




할아버진 낚시를 참 좋아하셨죠.


매일 새벽무렵이나 해질녘이면


항상 낚시대를 들고 개울가로 향하셨지요.



할아버지가 쓰시던 낚시는 이른바 파리낚시였어요.


공식명칭은 계류낚시나 피라미낚시 정도가 맞겠군요.


파리나 모기모양의 터럭과 겹눈처럼 반짝이는 플라스틱이 달린 낚시바늘로


배고픈 물고기들을 잡아내는 낚시 말이죠.



저는 게으름이 많아 새벽낚시는 따라가진 못했지만


저녁무렵에는 할아버지를 따라 대나무 낚시대를 들고


논길을 구불구불 지나 강둑의 풀숲을 헤집어


차가운 강물에 발을 담그는 일이 어찌나 즐거웠던지 모릅니다.



어린 제겐 낚시대를 드는 일도 버거웠고


물 안으로 들어가 계속 서있어야 하는 일도 고역이었기에


할아버지가 잡아주신 물고기들을 갖고


이렇게 저렇게 가지고 노는 일들이 낙이었던 것 같아요.



'흐르는 강물처럼' 같이 간지 좔좔 흐르는 모습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꽤 보기 좋았어요.


해질무렵 석양으로 반짝이는 개울 가운데에서


여울진 강물 위에 번쩍이는 은빛 낚싯줄을 던지는 어떤 촌로의 모습은 말이죠..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난 뒤, 낚시대는 한동안 주인을 잃고 있었지요.


아버지에게 낚시를 배우게 된건 초등학교 5학년때 쯤이 아닌가 싶어요.


동네의 또래들과 어항 놓고 반두질 하며 고기잡던 것과는 다른 체험이었죠.



지금도 저는 저수지에서 낚시대를 드리우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찌만 바라보며 의자에 앉아 있는것이 무척이나 답답스럽기도 했거니와


두 발을 강물에 담그고 내 손으로 낚시줄을 풀었다 당겼다 하는


흐르는 물소리 가운데서 느끼는 그 맛을 잊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죠.



물고기들이 수면위로 떠오르는 늦은 오후의 여울은


파리낚시를 하기는 그야말로 최적의 조건입니다.



바지를 무릎까지 걷고 개울로 조심조심 걸어들어가


은빛 낚싯줄을 휘휘 돌려 여울진 강심으로 던져넣고


맨 끝에 달린 낚시바늘의 흐름을 지긋이 바라봅니다.



물의 흐름에 낚싯줄이 충분히 풀린 것을 확인하면


천천히 바늘의 위치를 확인하며 낚싯대를 당겨봅니다.


어느새 눈썰미 밝은 피라미떼가 주위에 모여들기 시작하죠.


성질 급한 녀석은 바늘을 건드려 낚시대의 떨림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잡아채는건 금물이죠.


물고기들의 움직임과 낚시바늘의 흐름을 주시하며


이제부터 감에 의지해서 낚시줄을 끌고 당길 시간입니다.



낚시줄을 천천히 풀어주었다가 때로는 천천히 당겨


그들을 강 주변으로 유인하기도 하고


재빠르게 당겨 그들의 입 안에 낚시바늘을 박아넣기도 합니다.



낚시대를 풀어주다 갑자기 챌때 푸드득 하고 떨려오는 낚시대의 전율과


강 아랫쪽에서 첨벙대며 힘껏 낚시줄에 저항하는 피라미를 바라보며


서서히 손맛을 즐기며 끌어올리는 순간이란..



물론 바다낚시나 저수지 붕어낚시에 비하면


혹은 송어나 가물치 같은 힘좋은 민물고기낚시에 대자면


피라미는 손맛이라고 하기에도 미흡한 수준이지만



낚싯대와 뜰채의 단촐한 준비만으로


자연과 하나가 되어 낚시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은


이 피라미낚시가 가진 매력이 아닐까 싶어요.



귓가로 들려오는 물소리에 어느새 잡념은 사라지고


강의 흐름을 따라 아래로 아래로 향하며 낚시바늘을 던지곤 하던 기억은



밧데리질;이나 생석회;뿌려 고기잡는 무식함과는


비교할 수 없는 로망이었던 것 같네요.






그렇게 언젠간 좋은 사람들과 함께


잡아온 물고기들로 끓여낸 얼큰한 매운탕에다


소주한잔을 걸치며 두런두런 정담을 나누고 싶습니다만



지금 상황에서는 그저 언젠가는 다가올 법도 한


작은 즐거움에 대한 기대 정도로 남겨두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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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

어쨌거나 씹덕의 길로 접어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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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년 탈퇴 프로젝트.. 열번째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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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시간에 배웠던 귀화식물이란게 있다.


코스모스, 아까시나무, 달맞이꽃 이런 종류는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지만

우리나라 정서(내 정서인가;)와 무진장 안맞는 놈이 있는데,

그건 바로 미국자리공이다.


한때 울산 공단지역의 황폐화된 토양에서 대규모로 번식해서

독성이 강한 자리공의 열매가 토질을 강산성화시켜 땅을 황폐하게 만든다고 해서

한동안 티비에도 자주 출연하는 등 난리도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나중에야 '실은 별로 상관없어 미안;;' 이라는 기사가 발표되긴 했지만

이놈은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 위압감이 드는 놈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예전 군대에서 사계작업을 하러 부대밖 동쪽 사면으로 나갔다가

놀라울만큼의 미국자리공 군락이 형성되어있는 것을 보았는데,

그건 마치 '붉은 담배밭'이 엄청나게 펼쳐져 있는 것으로 보일 정도였다.


일단 자주색의 줄기와 넓적한 매끈거리는 이파리가 상당히 기분이 나쁘다;

꽃의 경우 하얀 꽃이 피었다가 줄기색과 유사한 검붉은 열매를 맺곤 하는데

이 열매가 추리닝;에 묻게 되면 물이 빠지지 않아 애를 먹었던 기억이 난다.


이들이 쑥쑥 자라면 키가 1.5m, 큰놈은 2m 이상까지 자라는데,

줄기안은 사실 비어있는거나 마찬가지라 낫으로 잘라내면 숭덩숭덩 베인다.

이정도 키에 이렇게 허접하게 서 있는 식물도 흔치 않다-_-


하지만 이들에겐 강한 독과 거대한 뿌리를 가지고 있기에 그토록 번성할 수 있었다.

실제로 이놈들은 거대한 덩이뿌리를 가지고 있는데

전에 후임병이랑 한번 삽으로 평범한 크기의 미국자리공 한그루의 뿌리를 캐보았더니

거의 박찬호 허벅지 정도 두께의 덩이뿌리가 사람 한키 이상으로 퍼져나가고 있더라.




사용자 삽입 이미지



들은 바에 의하면 이놈은 몸 전체에 독을 갖고 있다고 들은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이 풀을 먹는 동물들도 거의 없는 것 같아 보이고.

그래서 매년 지겹게 베어내지만 또 지겹게 자라나는 것들이 이들이다.

돌아보면 지겹도록 베어내도 그야말로 좆같은 냄새;를 풍기며 또다시 자라나던 가중나무나

작년보다 더 날카로운 가시로 무장하고 커가던 아까시 나무도 그랬었고..


사람들이 베어내고 상처를 줄수록 더욱 지독하게 무장하고 나타나는 게

이들, 아니 대부분 식물들의 생존본능인것 같다.

실례로 아까시나무는 그냥 내버려두면 줄기가 굵어지면서 가시가 사라진다.

나이든 아까시나무는 두툼한 껍질로 둘러싸인채 향기롭게 꽃을 피우며 커가기 마련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아까시나무를 계속 베어내고 잘라내다보면

새로운 줄기와 뿌리의 성장은 급속도로 빨라지고 가시는 이전보다 더욱 크고 날카로워진다.



그렇게.. 살아가는 동안에 이런저런 상처들을 받고 괴로움을 겪다보면

간혹 어느순간 자신의 모습을 표독스럽게 바꾸어버릴 때가 있다.

그건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한 자기방어의 일종인 것이고

그 누구이건 간에 그러한 방어기제를 가지고 세상을 살아간다.


나는 어떤 걸 가지고 있을까?

강한 독? 날카로운 가시? 지겨움을 모르고 뻗어대는 뿌리?


난 아직도 잘 모르겠다는게 정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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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

어쨌거나 씹덕의 길로 접어든 것 같다

,

네이년 탈퇴 프로젝트 아홉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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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문제작으로 이름높던 이 영화,

"소년은 울지 않는다"를 보고서 간만에 포스트를 올려본다.

(내가 올리는 영화 감상들은 99.9% 뒷북이다)





1. 비위 거슬리는 영화



마초의 관점에서 보았을때, 이 영화는 다분히 기분나쁜 영화다.



영화의 첫장면에서 등장하는 "소년"의 거울보는 장면에서 나는 뭔가 이상야릇한 불쾌감을 느꼈다.

내가 보아온 영화에서는 '그따위로 생긴' 소년이 절대 주인공일리 없기 때문이었다.


어리고 느끼한 얼굴에다 목소리도 얇은, 왠지 "호모 냄새"가 나는 주인공.

성장기 소년물이나 가족물 아니고서 영화에서 이러한 자가 주인공일리 없는 상황에서

이런 주인공 얼굴을 두시간동안 봐야한다는 것에 순간 짜증이 솟았다는게 내 솔직한 답변이겠지.


나같은 정신적인 마초(이젠 인정하련다-_-)에게는 상당히 꼴불견일 수 밖에 없는 캐스팅.

남자라면 극중에 친구;로 나오는 존&톰(남성인칭대명사;) 정도는 되어야 남자답다고 할 수 있겠지.

그러니까 나의 심리적 마지노선은 '남주인공은 여성적인 외모의 소유자여서는 안된다' 라고

고백할 수 밖에 없겠다.


그리고,, 그가 레즈비언이란걸 관객에게 알려준 후 그(녀)를 바라보는 나의 시각은 또한번 바뀌는데,

여자란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역시 꾸준히; 불쾌감이 든다 랄까...


수많은 포르노에서 비춰진 레즈비언의 모습은

내게 레즈비언들에 대한 어떤 판타지를 심어줬을 수도 있겠다만은

그 것보다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이 것,


"남자도 아닌 여자가" 여자와 연애를 한다는 사실이었다.


남자답지 않은 그를 왜 여자들이 좋아하는지 우리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그리고 그러한 몰이해는 분노로 연결되기 마련인 거다.


라나의 전 남친인 존(맞나 모르겠다)의 끝없는 분노를 보며

분명 잘못된 행동이지만 '나름대로 이해가 간다'고 느꼈다면

나도 앞으로 좀 조심을 할 필요가 있겠다 -_-



나같은 경우는 "남자는 남자답게, 여자는 여자답게"라는 명제에

무의식적으로 지배당하고 있고

그리고 내 스스로도 그러려 '노력하는 입장'이란걸 돌아본다면


이 영화의 설정자체는 내가 가진 외모지상주의와 마초근성을 툭툭 건드리는

기분나쁜 주제, 그리고 혐오스런 캐스팅임에 분명하다.





2. "넌 남자야, 여자야?"



이 영화의 주제를 가장 직설적으로 말해주는 대사는

존이 주인공 브랜든의 멱살을 잡고 위 제목의 질문을 할 때,

그리고 법정에서 브랜든이 '내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나도 모르겠다'라고 답변할 때가 아닐까 싶다.


세상이 반지의 제왕네 처럼 그렇게 둘로 명확히 나뉠 수 있다면 참 편하겠지만

그렇지만은 않은 것이 또 우리네 세상 아닌가.


이런 성역할의 측면에 있어서야 뚜렷이 보수적인 관점을 갖고 있는 나라지만

세상을 보는 여러 시각에 있어서 어설프게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어중간한 인물또한

바로 나라는걸 생각해 본다면, 나 역시 이 질문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걸 안다.



다시 돌아가보자.

그 질문을 내 자신에게 되뇌어본다.

난 남자인가, 여자인가?


내가 초등학교 1학년쯤이었던가,

난 무척 여자애들을 동경했었던 것 같다.


여자애들을 좋아했다는게 아니라

그들처럼 되고싶어 했다는 거다.


화장실에서 두 다리 사이에 조그만 고추를 감추고

이것만 없으면 여잔데 난 왜 이게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고

가족들 몰래 동생의 인형을 갖고 놀면서 즐거워 하던 기억이 지금까지 남아있다.


그런 추억을 돌아본다면 비정상적!인 자신을 억누르기 위해

내 스스로가 그 반대의 길인 "정신적 마초"가 되려 노력한 것일 수도 있겠다.


게다가 난 외모로 봐서도 그리 남자답진 않다.

어려보이는; 얼굴과 작은 키, 비리비리한 몸..

그래서 중고등학교 시절 더욱 마초화;의 길로 들어선 것일 수 있을테고.


아, 내 목소리가 좀 낮은 편인데, 이것도 어쩌면 부단한 연습의 결과;라 할 수 있을거다.

변성기때 항상 톤을 낮춰 말하려 했었거든.


또 뭐가 있을까...

아, 어릴적 눈물이 상당히 많았던 내가

군대 들어가서부터 지금까지 눈물 한방울 흘려보지 않은 것 역시

이런 부류에 속한다고 해석할 수 있는 걸까..?



뭐... 이게 전부 성 정체성;의 확립을 위해 노력한 무의식의 공로라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사회가 주는 이런저러한 압박에서 비껴나가고자 한 행위들임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누구든 정신의 일부는 아니마/아니무스가 지배하고 있을테고

우리들은 지극히 사회적인 존재이며, 성역할 역시 지극히 사회적 개념이기 때문이니 말이다.


이놈의 사회가 구성원들의 공존을 위해 존재가치가 있는 것이라면

상대의 역할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사회가 되어야 함은 분명한 것이겠지.

난 일단 그렇게 원론적인 선에서 이 질문을 이해하고 넘어가고자 한다.





3. 어쨌거나 불쾌한 영화



결론적으로는 나의 아니마가 어찌되었건 간에

지금의 내가 보는 이 영화는 불쾌함을 가져다 주는 영화였음은 분명하다.


주인공 브랜든의 좆꼴린대로 사는 생활방식이 분쟁의 원인이었음은 분명한 사실이며

그걸 굳이 동성애자에 대한 억압과 혐오 등과 연관지으려는건 한계가 있어 보인다.


물론 그가 여자임이 밝혀지면서 지극히 악마적으로 변하는 존&톰의 모습은

소수자에 대한 배제와 편견이 폭력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다.

다만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게 극 전체의 개연성을 만들어 줄 수는 없는 것이다.


소수자들에 대한 인권문제라는 담론을 들이대기에는

이 영화는 별로 걸맞지는 않아 보인다.


결국 상대를 이해할 수는 있어도 용납할 수는 없다는 것이

이러한 이슈들에 대해 취할 수 있는 태도의 한계라고나 할까.


나 역시 이해는 할 수 있으나 그러한 사건이 내 주위에서 일어났다면

나 역시 쉽게 용납하진 못할 것 같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러한 차이를 이해하는 것도

내게는 참 긴 시간이 걸릴 것이라 생각해 본다.


수용에 대한 준비가 되지 않은 내겐 영화내내 힘든 질문이었고,

내 주위에선 그럴리 없다고 여기기에 내겐 불쾌한 영화였다.


다시 말하자면 '미처 대비하지 못한 불쾌감'이랄까...

전혀 생각없이 살아가던 곳에 깊은 훅을 맞은 것 같아서

불편하고 불쾌했다면..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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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

어쨌거나 씹덕의 길로 접어든 것 같다

,

네이년 탈퇴 프로젝트 8편.
이것저것 다 때려합쳐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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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ner - Devin Townsend




주다스 빠; 인 내가 자신있게 추천하는 곡이다.

개인적으론 숱한 주다스 프리스트 트리뷰트곡들 중에서

가장 강인한 인상을 뇌리에 새겨준 곡이다.



원곡을 들어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초기 롭핼포드의 약간 꺼벙한 저음파트/ 방정맞은 고음파트에서

한순간 풉^m^  이러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요 데빈 타운젠드 이인간은 그런 요소들을 엄청나게 사악하게 변화시켜 버렸다.

정말 작살나는 보컬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근래 스트래핑 영 래드에서 활동중인 데빈은

보컬 외에도 기타도 치고 작곡도 하는 다재다능한 플레이어로 알려져 있다.



헤비메탈의 본래 의미가 음악에서 표출되는 지독한 금속성의 향연이라면

경쾌하지만 자칫 가벼워질 수 있는 원곡의 속성을 이해하고


이를 거칠고 사악하게 변화시킨 그의 음색과 개성있는 편곡이야말로

트리뷰트만의 매력을 그대로 살렸구나 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그냥 넋을 놓고 듣고 있자면


왠지 죄인-_-이 되버린 듯한 사악함이 느껴진달까;





아버지와 통닭 한마리 - 조국과 청춘

자기가 생각하는 '가장 슬픈 노래'가 있다고 한다면

나는 이 노래를 상위권에 올려놓고 싶다.


이 곡은 아마도 조국과 청춘 4집 수록곡일거다.

1학년때, 어느 선배가 기타를 치며 부르는걸 들은 것이 처음이었고

학내 레코드가게에서 조잡한 음질의 이 음반을 사고서야 이 곡을 직접 듣게 되었다.


굳이 '우리 가난한 민중들의 모습'이라는 수식어를 꺼내지 않더라도

매일밤 연탄을 갈아야 하는 연탄구들방에서 살아보았다거나,

혹은 초라한 아버지의 뒷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공감할만한 내용이 아닐까 싶다.


단순하지만 고운 기타화음과 차분하게 부르는 여성보컬,

그리고 이네들의 특성상 직접적인 묘사가 다분하다만

충분히 감정을 이입시키도록 만드는 가사,

마지막으로 사적인 이런저런 감정들,

이런 요인들로 인해 난 이 노랠들으면 상당히 감상적으로 변한다.




O Magnum Mysterium - Tomas Luis de Victoria


해석은 '오, 주님의 크신 신비여' 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



작곡자에 관한 소개 잠깐..


빅토리아 (Tomas Luis de Victoria, 1549 - 1611)

16세기에 팔레스트리나 다음으로 교회음악에서 중요한 작곡가는 스페인 출신의 빅토리아(Tomas Luis de Victoria, 1549 - 1611년)이다. 그는 ’데스칼사스 레아레스’ 수도원에 들어간 황후 마리아의 전속 사제로 일하면서 종교음악만을 작곡하였다. 1603년 황후의 죽음에 임하여 유명한 「미사 다 레퀴엠」을 쓰기도 하였다. 빅토리아는 일생동안 20개의 미사, 44개의 모테트, 34개의 찬가 등 많은 곡을 남겼는데, 양식면에서 팔레스트리나의 작품과 비슷한 점이 많지만 신비적 강렬함과 자신의 개성적이고 전향적인 스페인의 분위기를 간혹 음악에 삽입하기도 하며 신비사상적인 의미를 자신의 곡에 부여하고자 노력하였다.


<출처: http://taejon.catholic.or.kr>



언제부터인가 그레고리오 성가가 대중음악 속에 들어온 것도 꽤 된 것 같다.


이니그마의 파격적인 시도에서부터

요즘의 그레고리안이나 레지엠과 같은 그레고리오 성가를 뼈대로 한

흥미로운 파퓰러 앨범들을 접할 수 있게 된 것은

크로스오버라는 것이 확산되어가는 과정인 것인지,

혹은 그레고리오 성가가 가지는 그것만의 독특한 매력 때문인지는 확실치 않다.


단순히 귀가 즐겁자고 듣는 나의 입장에서는

블랙메탈에서부터 팝송까지 넘나드는 그 단순하지만

영혼을 흔드는 그 신비로운 음색이 좋을 뿐이다.


어찌보면 조금 유치할진 모르겠지만

어떤 신비로운 음색에 대한 끌림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이 곡은 4부혼성곡으로 초기의 단성곡들에 비교하자면 훨씬 세련되었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여성파트가 보여주는 고운 음색과 화음은 남성의 목소리로 표현되던 그 것 보다

훨씬 아름다움과 조화로움을 잘 표현해 준다.


그레고리오 성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장단조를 오가는 화성들 역시 매력적인 요소이기도 하고

곡의 전개가 상당히 복잡하고 화려하게 진행되며 나타나는 여러 표현들이 무척이나 멋지다.


후반부의 'alleluia...' 부분에서는 템포를 빨리 두면서 서둘러 말미를 향해 나아가는데,

조용하지만 상당히 격정적이고 감동적인 반전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 곡은 사실 모 대학합창단의 OB공연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자리에 앉아 무심히 이 곡을 처음 듣는 순간,

4부가 차례차례 한데 모여 거대한 화음을 만들어내던 순간,

머리끝부터 전율이 일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어떤 종교적인 믿음을 가지지 않고 있더라도

오직 인간이 가진 목소리만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무한한 상상력과 표현에 대해

나는 문득 경외심을 가졌던 것 같다.


지금도 물론 그렇다.

듣는 이로 하여금 끝없이 상상하게 만드는 음악이

음악이 가진 원래 목적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4. 운명 - 여행스케치



우리들의 만남은 우연이 아닌거야


운명이란거야



이 노래의 핵심은 바로 여기...!!

윤사라 언니의 브릿지부분의 압박이 엄청나다.


개인적으론 혼성 듀엣곡들 중 베스트에 꼽을 만 하다고 생각하는 곡이다.

화끈한 보컬과 코러스, 그리고 깔쌈한 조바뀜이 매력적인 곡이다.



현재는 조병석, 남준봉 체제로 간소화된 여행스케치,

20대 층에서 이들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이제 그리 많지는 않을것 같지만

여행스케치는 어쩌면 내 대학시절을 기억하게 하는 하나의 끈이기도 하다.


대학시절 동아리에 들어와 미친듯이 불러대던 수많은 여행스케치 메들리들..

모든 곡마다 각각의 추억이 살아숨쉬는, 그런 풋풋하고 아름다운 곡들이었다.

이 곡역시 마찬가지로 무척이나 사랑스러운 곡이다.



만일 먼 훗날.. 내게도 노래 잘 부르시는 여친님이 생긴다면

꼭 한번 같이 손잡고 함께 불러보고픈 노래이기도 하다-_-


아님 말구.




내가 천사의 말 한다 해도: Without Love, We Have Nothing - J. M. Martin




대학 동아리가 합창단이 아니었다면 난 성가나 합창과는 담을 쌓고 살았을 것이다.

아... 블랙메탈쪽을 좋아하게 되니 그레고리오 성가는 왠지 호감이 가긴 하더만-_-)=b


나는 고딩 시절까진 자칭 롹매니아;; 행세를 하고 다녔으나

그 실제는 정통-스래쉬-데스를 잇는 라인만 졸라게 파고 있었을 뿐,

나머지는 구색만 갖출 정도의 지식 뿐이었다.


고딩시절 기타반을 하면서 약간 감수성; 있는 음악들을 접하게 되다가

우여곡절끝에 들어오게 된 합창동아리...


참 많이 바뀌었다.


그렇게도 적대적이던 기독교에 대한 반감도,

합창과 성가발성에 대한 혐오감도...


지금에 돌아보면 편협하던 내게 다양성을 준 계기는

이런 음악을 통한 경우가 참 많았던 것 같다.

그러고 보면 난 참 복받은 놈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 때문에 나를 한걸음 더 키울 수 있었다는 것이.


물론 여전히 전형적인; 노래들을 좋아하는 나로써는

어떤 한계는 분명히 있는 것이겠지만..



여튼! 이 노래는 개신교의 '돌아와요 부산항에'로 비교할 수 있을 만큼

예배 찬양 합창 중창 결혼식; 등등에 빠지지 않는 단골 곡이다.


가사 내용은


"내가 천사의 이야기를 한다 하더라도 내 마음에 사랑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결국 아무것도 아닌 것입니다. (주님의) 사랑이야말로 영원한 거예욤♡"


하는.. 어떤 기독교 끌리셰;가 느껴지는 스따일이다.


이 곡은 그야말로 현대적인 복음성가라는 느낌이 쏙 들면서도

4부혼성이라는 틀 안에서 무척이나 세련되게 꾸며나가고 있다.


곡 전반적으로 현대적인 화성이 깔끔하게 진행되는데,

무엇보다 G키를 통해 진행되다가 Ab키로 전환하는 사이의 조바꿈이 무척 신선하다.


가사 중 '사랑은 온유하며 사랑은 자랑치 않으며'에서 Bb키로 전환되어 진행하다가

'교만하지 아니하며'로 넘어가는 부분에서는 다시 Db키로 전환되며

마침내 Ab키로 넘어가.. 결과적으로는 G에서 Ab으로 반 키 상승한 진행으로 곡을 마무리 짓는다.


이러한 특이한 코드진행의 매력과

이 변조 부분에서 4부로 갈라져 진행해 나가는 각 파트가 가진 매력은

이 곡을 복음성가의 제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한 특징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모든 합창단과 중창단은 한번쯤 불러봤을 이 곡.

일요일-_-이라 그런지 오늘 왠지 듣고 싶어 지더라.


아마도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이 이런 날 보는 심정은

민중가요를 단순히 노래가 좋다고 듣는 사람들을 보는 내 심정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Walk - Pantera

다임백 대럴이 저 세상으로 가버린지도 어언...

이젠 그들의 모습은 다시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참 안타까울 뿐이다.

그야말로 죽은 자식 부랄;만지기 용 포스트지만..

그래도 새해를 시작하는 가열찬 마음가짐으로 작성하는,

그야말로 심기일전하여 한해를 달려보기 위해 적는 포스트라 딸;치며 작성해본다.

판테라의 성격을 규정하는 두 요소를 꼽아보자면 나는 단연 기타리스트인 다임백 대럴과 보컬리스트인 필립 안젤모를 꼽아볼 수 있을 것이다.

필립 안젤모, 그야말로 마초성의 극한을 보여주는 캐릭터다. 싸움꾼이자 마초에다가 마약중독자..

언제부터인가 헤비메탈은 죽어버렸지만

그 헤비메탈의 정신을 받아안고 험난한 90년대를 헤쳐나온 이들이 바로 판테라였고,

그렇기에 그들은 더욱 악에 받쳐있을 수 밖에 없었으리라 하는 생각을 해본다.


어쨌거나 필립의 보컬은 명창의 반열에 들어갈만 하다고 생각한다.

과거 조성진씨가 핫뮤직에서 '이러이러해서 필립은 짱이다' 라고 했었다만, 나는 그가 가진 톤의

포악함이야말로 그의 정체성이자 판테라 음악의 색을 달리하는 요인 중 하나라 본다.

(근데 판테라가 에스빠뇰라로 표범이란 뜻이라며? 뭐.. 나도 확실치는 않으니..)


여튼 그런 포악함과 날카로움을 가진 그의 보컬은 흉기같기도 둔기같기도 한  모양새가 마치

후려치는 족족 듣는 이를 가학충동에 휩싸이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그야말로 파괴본능과 마초본능을 자극하는 보컬의 넘버원이라 생각된다.


이어서 다임백 대럴... 죽은 양반 부랄;좀 만져보자면...

갠적으로 판테라 사운드가 가진 묘한 그루브감은 그가 주도한 것이라 할 만 하다.

실제로 기존 M자 돌림;의 스래쉬 밴드에서는 만나기 힘든 새로운 사운드들이 많이 탄생했다.


그 예로 '지옥목동'이나 지금 나오는 '걸어', 그리고 '나 망가지네' 등의 곡에서 엿볼수 있는

묵직하면서도 통통튀는 그 강력한 사운드는 듣는 이들에게 상당히 파격적으로 느껴질 수 밖에.


그가 펼쳐내는 피킹의 향연은 거칠면서도 귀에 쏙 박히는 명쾌한 사운드였고, 맛깔나는 리프메이킹에다가 두개골을 빠개버릴정도의 파워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 얼터와 모던락의 홍수 속에서도 이들은 꿋꿋이 버텨낼 수 있었던 거겠지.


아... 01년도에.. 올림픽공원 머시기 경기장에서 열렸던 그들의 라이브 모습을

지금도 잊을 수 없는건 왜일까.

 

긴 머리 휘날리며 가래침과 욕설로 좌중을 압도하던 필립 안젤모와

워시번 기타를 둘러매고 소리치던 다임백 대럴,

묵묵히 베이스를 치던 렉스와 귀염둥이; 드러머 비니 폴...


Cowboys From Hell 과 This Love에서 미쳐 날뛰던 관중들과

보면서 빠킹 그레이트!! 를 외치던 필립 안젤모의 웃음소리도...

이젠... 그냥 추억일 뿐인건가?


하여간에...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__)┘




Sweet Rain - Bill Douglas

지금 흐르는 곡은 빌 더글라스의 스윗 레인이라는 곡.
처음 듣게 된 계기는 위에 올린  켈틱 트와일라잇이라는
컴필레이션앨범을 사게 되면서였다.
 
개인적으로 약간 집착하는 단어가 있는데,
황혼, 석양, 노을 류의 단어를 보면 환장을 하게 된다.
 
다른 이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황혼녘의 석양을 바라볼 때 마다 생겨나는
그 알 수 없는 마음의 동요란 건 정말 매혹적인 체험이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지극히 사적인 감정 덕분에 음반을 구입하게 되었고
그 덕분에 이 음반은 지금까지 장롱 위에서 먼지를 먹으며 세월을 죽이고 있었다.
 
문득 오늘따라 이 앨범이 생각이 난 덕분에 이렇게 세상구경을...
 
 
 
아시다시피 빌 더글라스는 뉴에이지 음악계에서 많이 유명한 인물이다.
이 곡은 자신의 앨범 kaleidoscope 에 실려 있는 곡이기도 하다.

이 곡은 상당히 대중적인 멜로디로 구성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곡의 멜로디를 이끌어가는 오보에 소리가 참 맛깔난데,

간혹 플룻이 그 멜로디를 받아안고 피아노가 그 뒤를 받쳐주면서 진행되는 곡이다.


지극히 단순하고 서정적인 구성이 매력이라면 매력인 곡이고,

그 덕분에 대중매체를 통해서도 많이 접할 수 있었던 곡이기도 하다.

시크릿가든의 음악처럼 고급스러운 대중 상품이라는 이미지를 준다고 해야할까..



※켈틱 트와일라잇 앨범들은 매번 자켓 디자인이 예뻤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래서 빌 더글라스의 앨범사진 대신 이것들만 몇 장 올려보았다.

참고로 celtic twilight은 예이츠가 자신의 고향 아일랜드를 추억하며 쓴 소설의 제목에서 그 어원이 비롯되었다고 한다.






Heartworks - Carcass


고등학교 시절은 데스메탈과 무척 친했던 것 같다.


오비추어리, 디어사이드, 데스, 카니발 콥스, 서포케이션, 시닉, 네이팜 데스,

모비드 엔젤, 그리고 후기 테이스타먼트 등등...

 
 
항상 꺽꺽 거리며 개돼지;; 소리를 내고 다녔건만
그땐 그렇게도 이 음악들이 좋을 수가 없었지.
 
 
지금은 따지고 보면 그리 나이가 들지도 않았건만 이들과는 자연스레 멀어지고
오늘 고른 곡처럼 말랑말랑한-_- 데스메탈나 포스트 하고 있고 말야...
 
 
 
카르카스는 지금 멜로딕 데스 그룹인 아치에네미 로 변신해서 잘나가고 있지만
 
이 당시의... 아니 초기의 극악무도하던 개망나니 시절은 역시 이들의 본모습이라고 할만하다.
 
 
이 하트웍스 앨범은 후기 스완송과 더불어 이들이 점점 방향을 틀어가던 시절의 곡인데
 
무엇보다 쌍콤한 멜로디라인이 부각되는 것이 매력이라고나 할까..
 
 
이쯤서 많은 이들은 멜데스의 징조를 읽었을 수도 있었겠다마는...
 
 
 
글쎄... 다들 한번씩 즐겨보자.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몹시 갈겨대는 일요일 아침..
 
오늘만큼은 교회에 가지말고 이렇게도 고통스러운 음악을 들으며
 
방구석에서 몸을 뒤척여 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아닐까?





Tornado Of Souls - Megadeth

오르가즘

이 곡을 들으면 바로 이 단어가 떠오른다.

이 곡은 곡 전체가 격정적인 빠굴;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사 내용은 태풍의 눈안은 안전하다-_-

뭐 이런 내용인 것 같은데;;;; (시발... 무식이 죄다)


가사내용과는 별개로 곡 전개 스타일은 그야말로 엄청난 폭발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뮤트된 기타소리로 시작하는 시작은 듣는 이의 근육을 엄청나게 긴장시키고

새디스트의 냄새가 여실히 나는 데이브의 보컬이 곡의 전반부를 거칠게 어루만지고 나면

닉 멘자의 드럼소리와 함께 이 곡의 백미인 기타솔로 부분으로 천천히 들어선다.


데이브 머스테인과 마티 프리드먼이 주고 받는 걸쭉한 기타솔로는 이 곡의 백미다.

그야말로 기승전결의 전형적인 구도를 따르고 있는 이 솔로는

공격적이면서도 상당히 흥겹고 멜로디를 살린채 그야말로 "흘러넘어간다".

돌아보면 과거 머스테인의 싸이코 냄새가 나는 고통스러운 솔로가 아니라

그야말로 맛깔나는 솔로라고 해야할만한... 여기가 바로 사정;;의 순간이다.



그리고 섹스후 담배를 물고 서둘러 옷을 입는 양아치의 뒷모습처럼;;

곡은 그렇게 건조하게 마무리지어진다.


러스트 인 피스 앨범 사서 테잎을 늘어지게 들었던 것도

평화팔아요 랑 행가씨팔; 이랑 이 곡까지 세 곡에 거의 미쳤기 때문이었다.

돌아보면 집에 돌아와 방안 가득 카세트 소릴 키우고

음악을 듣던 때가 참 아련하게 느껴진다.




The Dream Of The Dolphin - Enigma


...


그 분께서 하시던 말씀... 기억나세요?


우리 인간들이란 돌고래가 꾸는 꿈이라구요.....




In every colour there's the light.
In every stone sleeps a crystal.
Remember the Shaman, when he used to say:
"Man is the dream of the dolphin".




Crionics - Slayer



예전에 스래쉬 4인방이라 불리던 분들이 계셨다.


메탈리카, 메가데스, 앤스랙스, 슬레이어...


80년대를 호령하며 젊은 메탈키드들을 미치게 만들었던 그들..

지금은... -_ㅜ


하여간...

위의 자켓 디자인을 보면 딱 느껴지듯이

(뭔가 있어보이는 메탈리카나 메가데스와 대조되는;;)

그들 중에서도 지금까지 여전히 마이너 정신을 고수하고 있는,

그야말로 음지에서 일하며 음지를 지향하는 그룹은 바로 슬레이어다.

개인적으로 이들에게 미쳐 지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들의 연주는 속도에 대한 집착과 지독한 공격성으로 대변된다.

특히 3집에서 보여준 그들의 광적인 스피드의 수록곡들은 정말 혀를 내두를 정도인데

투베이스 드러밍과 랩에 필적하는 보컬, 끝없이 울부짖는 기타는

이게 진짜 음악인가 싶을 정도의 어지러움을 보여주었다.


특히 당시 드러머 데이브 롬바르도의 작살 드러밍은 '투베이스는 역시 데이브 롬바르도'라고

부를만 했다. 케리 킹과 제프 한네만의 트윈기타도 예술이었고 베이스겸 보컬 탐 아라야까지..

그야말로 그들은 angel of death 였다 -_-)b



이제 그러한 극단적인 연주패턴은 데스로, 그리고 이젠 블랙으로 넘어가

진정한 음지의 음악으로 커가고 있고,,

과거 찬란하던 스래쉬의 영광은 이젠 '즐' 이 되버린 상태... ㅠ_ㅠ




이 곡의 제목인 crionics의 의미는 신체소생술이라는데,

가사가 다른 곡들과는 달리 별로 싸타닉한 내용이 아니라서 재미가 없다.


그러나 이 곡은 무작정 달리는 다른 곡들에 비해 리듬감이 죽여준다.

특히 2분5초 정도에서 플라멩코에서 들을 수 있는 리듬(뭐라고 부르는지는 잘..;;)이

불쑥 튀어나오면서 곡 분위기가 전환되는데

여기서부터가 바로 이 곡의 진정한 하이라이트인 것 같다. 





Book Of Days - Enya



탐 크루즈랑 니콜 키드먼 주연으로 대박 흥행에 성공했던 'Far And Away' 에 삽입된 곡인


Book Of Days ..


이 곡은 두가지 버전이 있는데 영어로 부른 것과 게일어로 부른 것(2집)이 있다.

여기 올린 곡은 후자인데, 느낌은 역시 게일어로 부른게 낫다.

(뭔소린지는 물론 하나도 못알아 듣지만;;)



긴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의 등 뒤로 비치는 밝은 햇살같은 느낌을 주는 곡이랄까...

가는 길마다 행운이 다가올 것 같은 기분좋은 느낌이다.

그래서 이 곡을 참 좋아하게 되는 것 같다^^




空 - 정수년


슬기둥 등에서 해금연주자로 활약하셨던 정수년씨의 해금연주앨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들' 앨범에 수록된 곡, 空 이다.


국악에 문외한인 나에게도 귀에 쏘옥 들어오던 이 앨범.

타이틀곡이랄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들' 을 들으며 느껴지던

맑고 서정적이며 평화로운 가을의 넓은 뜨락같은 기분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지금 이 곡, '空'은 피아노의 터치와 함께 이어지는 해금의 소리가 마음을 숙연하게 만든다.

선율은 마치 누군가의 심장에 대고 속삭이는 듯 아련하고도 쓸쓸하다.

해금이라는 악기가 이렇게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는 소리를 가진 줄은 미처 몰랐었다.






Callas Went Away - Enigma


이니그마의 첫번째 앨범에 수록된 곡, 칼라스 웬트 어웨이..

처음.. 물소리와 새들의 지저귐과 함께 어디론가 뛰어가는 소녀의 발자욱 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이어지는 차분히 가라앉은 분위기의 음률이 퍼져나간다.

차갑게 내려앉는 키보드의 소리는

단순한 가락을 풀어나가고

그 위를 감싸는 신디사이저의 음색은

어둡고 무겁다.


갓 블레스 유..


곡 말미에 나오는 여성 소프라노의 짧은 보컬부분의 삽입은

더욱 환상적인 분위기를 더해준다.



황혼녘을 연상시키는 음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곡을 듣는 동안만은 잠시 이 세상에서 벗어나 있는 것이라

생각하게 만드는...


※이 곡은 사실 마리아 칼라스의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 만든 곡이라고 한다.

곡 후반에 잠시 나오는 여성 소프라노는 아마도 그녀를 의미하는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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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

어쨌거나 씹덕의 길로 접어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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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년 탈퇴 프로젝트 7회.
당시 영업소장께서; 우연찮게 이 글을 읽게 되어 그 파장은 일파만파로 번졌던 안좋은 기억이..ㅅㅂ;;
-------------------



어제 회식 후 회사선배한테 이끌려 대학로에서 술을 진탕 마시고


맛이 확실히 가서 집구석에 기어들어왔다가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새벽 5시..



순간 "씨발..." 하는 말이 절로 새어나오며


허둥지둥 집밖으로 나오니 다섯시 반..



내 일터는 탑골공원 근처..


버스타면 죽었다 깨도 여섯시까지 못 들어가는 거리다.


피눈물을 흘리며 택시를 세웠다.



"아저씨, 종로 2가 낙원상가 쪽으로 가주삼~ 대략 여섯시까지 갈 수 있겠나영?;"


"훗... 그 정도는 베스트 드라이벌;인 제게는 당연지사이지요 -_-v

고객님, 근래에 제가 새롭게 개발한 쌔끈한 루트가 있는데 그리로 인도해 드릴까요?"


"베스트 드라이버님의 말씀을 들으니 대략 3g정도 안심이 되네염.

근데... 어디로 가는 길인가염?"


"북악 스카이웨이를 타면 대박이죠.. 그야말로 천국으로 가는 길이랄까..-_-v

님아, 절 믿고 따라와 보세효~"




북악스카이웨이가 청와대를 넘어 효자동 쪽으로 나오는 길이란걸 미리 알았더라면


"이런 구라쟁이 아저씨 같으니.. 혹시 이거 부산택시 아니삼?"


이라고 했겠지만.. 난 사실 촌놈;출신인지라;




보슬비가 내리는 새벽의 북악스카이웨이..


육덕좋은 노부부가 부부애를 과시하며 좌깅을 하고 있는 그 길을


빗길 미끄럼에 조심하면서 시속 20km;로 달리다 보니


시계는 어느덧 여섯시를 훌쩍 넘어버린다;



아침 안개 자욱한 북악의 정기를 한껏 받으며


나는 어느덧 내 머리에도 뿌연 안개가 피어오름을 느끼며


운전석에서 괜히 딴청을 피는 기사아저씨한테 몇마디 씨부렁거렸더니


손님한테 미안해서 돈은 9000원만 받겠단다-_-;








그 이후로 하루종일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수많은 업무들과 여기저기서 올라오는 클레임들,


그리고 주변 인물들이 주는 스트레스가 가히 예술이더군.



술먹고 나면 매번 부활후유증;(WOW 참고-_-)에 시달리는


체력 약한 나로서는 갑자기 돌아버릴 것 같은 충동을 느꼈다.


그래도 별 수 있나.. 직장생활은 그야말로 just do it 인 것을...



어찌어찌 오전시간을 겨우 넘기고


국수로 대충 배를 채우고 영업장으로 돌아서다가


발걸음을 창덕궁 앞으로 옮겨서


비원 관람을 기다리고 있는 외국인들을 구경하면서 담배를 피우고



괜한 가게에 들어가서 우리 물건좀 쓰시라고 수작;을 부리기도 하다가


몸도 마음도 너무 피곤한게


오늘은 뭘 해도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아마 이대로 돌아가면 머리도 같이 돌아버릴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난 창덕궁 옆에 있는 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신발을 벗고 다이어리를 베고 누웠다.


노숙자와 노인들이 좀 많다는게 걸리긴 했지만


점심때라 근처 회사직원들도 꽤 있고 공기도 좋고 해서


난 잠을 청했다;




시원한 바람과 맑은 초가을 하늘...


눈이 스르르 감긴다.


...










구렛나루가 멋진 노숙자 아저씨가


담배 한까치 빌려달라고 날 건드려서 눈을 떴다;


깨보니 시간은 오후 4시..




핸드폰을 보니 그간 걸려온 전화가 수십통이 넘는다.


근데 마음은 생각보다 편하더라;



예전에 기자질 하던 동기가 커뮤니티에 써놓았던 글이 생각났다.


마감때문에 몇날 며칠밤을 새다가


점심먹고 잠깐 잔디밭에 누워 30분인가를 잤는데


그렇게 달콤하고 좋을 수가 없었다고 하던..


(근데 나는 세시간을 잤는데도 피곤하더라;;)





일하려면 끝도 없고 놀자면 또 끝이 없는게


이놈의 직업의 특성이렷다?


난  "아휴.. 이놈의 특판은 도무지 되지를 않네;" 라고 괜한 짜증을 부리며


뻔뻔하게 기어들어와 퇴근준비;를 슬슬 했다.



직장생활 뭐 있냐;;


이렇게 하면 맘 편하게 지내다 짤리겠지..





어찌보면 회사들어와 첨으로 해본 무척이나 소극적인 일탈이긴 한데


맘은 참 편했다는게 참 신기할 따름이다.





좆같은 회사;


능력없으니 계속 다녀야지.


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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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

어쨌거나 씹덕의 길로 접어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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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일기는메모장에 2008. 7. 7. 01:41
네이년 탈퇴 프로젝트 여섯번째
-------------

나는 아무래도 아버지를 닮은 것 같다.




간만에 일찍 귀가한 오늘,


그분께서 한잔 걸치고 들어오셔서 얘기좀 하자고 하시더라.


한동안 묵묵히 그분의 이야기를 들어주다가


당신과의 대화는 대화가 아니다. 이건 당신의 의사관철의 수단일 뿐이지 않느냐


그래서 당신께서 술마시고 하는 이야기들은 의미가 없다고


매우 유하게 돌려 말하자 상당히 놀라우셨던 모양이다.




그렇게 한참을 흥분하시다가


가족에게 잘 하라고 하고 나가신다.



근데 잘 모르겠다. 내가 지금 잘 하고 있는건지.


내가봐도 자신이 좀 철딱서니 및 싸가지가 없구나...


낼모레면 스물아홉인데 아버지랑 이런 얘기나 하고 앉아있으니...




그나마 한가지 건진 것은


내가 인생을 대충살고 있다고 예리하게 지적해 준것.



감사합니다. 아버지.


한동안 정신상태가 해이해져서 막 살고 있었는데


다시한번 자신에 대해 깨닫게 되었습니다.




근데 술은 좀 안드셨으면 좋겠군요.






평생을 가난과 싸워온 고통


못배우고 못살았지만 그래도 살아남아야만 했기에 악만 남아버린 가슴


부모와 형제들 중 믿을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배신감


가족과 떨어져 살아가야하는 비애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마누라와 자식들




휴..


내가 생각해봐도 술이 마시고 싶을 것 같다.



이젠 내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하는데


아직도 참 어려운 사람이다 아버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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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

어쨌거나 씹덕의 길로 접어든 것 같다

,

네이년 탈퇴 프로젝트 다섯번째;
---------------

어딘지는 잘 모르겠고;


거긴 빠구리와 살인이 난무하는 공간이었는데


거기의 규칙은 빠구리를 트면 꼭 튼 사람을 죽여야 한다는 거였다;


그리고 거기선 빠구리를 안트게 되면 스미스;같은 요원들에게 조낸 잔인하게 죽임을 당하더라.



다들 꼴려서; 돌아다니다가


지나가는 사람이랑 눈이 맞으면 조낸 트다가


결국 방사 직후 목을 조르거나 칼 등으로 그 사람을 죽인다.



그렇게 하고 나면 거기와 다리는 후들거리고 심장은 세 배 정도 빨리 뛴다.


피와 빠구리에 대한 갈망으로, 그리고 죽음에 대한 공포로


또 누군가를 찾아 그 짓거릴 반복하다가


결국 누군가한테 마~이 묵고; 눕게 되었는데



그 와중에도 심장은 조낸 두근거리고 조슨; 조낸 꺼떡거리더란 것이지.


여튼.. 그러다가 잠을 깼고..


(바지를 보니 별일 없어서 안심-_-)


출근은 무사히 했다-_-;





문득 돌아보면 이게 바로 자본주의의 속성이 아닐까;

라는 개소리로 포장해 보지만


아무래도 나 요즘 욕구불만인 것 같다-_-가 정답이겠지.


휴; 친구랑 먀리라도 한번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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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

어쨌거나 씹덕의 길로 접어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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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년 탈퇴 프로젝트 네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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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본 영화 중에서
 
지금껏 가장 기억에 많이 남아있던 영화중 하나가 바로 이 영화였다.
 
그래서 생각난 김에 파일을 찾아 다운을 받아 보게 되었는데..
 
 
다들 알다시피 이 영화는 공포소설계의 대인배, 스티븐 킹의 'the body' 가 원작이다.
 
'4계' 라는 연작소설 중 '가을' 부분에 속하는 것이 영화화 되어 이 stand by me 가 되었고
 
'봄'에 속하는 영화는 바로 그 유명한 '쇼생크 탈출' 이더라.
 
 
정통파 성장영화 + 로드무비의 전형을 보여주는 설정이 왠지 뻔해보여도 더없이 매력있음은
 
영화를 통해서 끊임없이 이끌어가는
 
자신의 성장기를 되돌아 보게 하는 흡입력 때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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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슬락이라는 깡촌마을의 조금은 빗나간 12살 꼬마들 네명이


시체를 찾아 떠나는 여정을 그리고 있는 이 영화는 그야말로 로드무비의 전형을 보여준다.



저 강과 철교, 그리고 끝없이 이어진 철로로 이루어진 화면 구도와 풍경을 보라.


참 아련한 풍경이다.


과거 어디선가 본 듯 한 왠지 모를 그리움이 들 정도로...



여기가 바로 아이에서 어른으로 진행해야 하는 과정에서 거쳐야할


첫번째 난관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 나도 어렸을때 이런 다리를 친구들과 건넜었던 기억이 난다.


조낸 무서웠지만 어찌어찌 겨우 건넜었고


며칠동안 다리에서 떨어지는 악몽에 시달렸었던 꽤나 살벌했던 추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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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이 되기 위해 떠난 여행이었지만


그 길은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은 법..



여행의 의미는 그네들의 인생여정을 뜻하기도 하겠지만


좀더 구체적으로는 이제 사춘기로 접어드는 네 아이들의 정신적인 성인식을 의미한다.



성인이 되기위한 순례의 길에서


미지의 세계로 발을 내딛는 그들에게 앞으로 닥쳐올 고난은


단지 큼직한 거머리 정도로 그치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껏 경험해왔던 것들 보다 크고 두려워 감당하기 힘든 일들이 그들 앞에 나타나


그들을 시험에 들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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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이 이 소설을 사계절 중에서 가을부분에 둔 것은


성숙이라는 주제를 그 염두에 두었기 때문일 것이다.



어린이에서 어른으로 변해간다는 것의 의미를 그들은 이 여정으로 깨닫게 되었다.


또한 지금처럼 죽을수도 있다는 두려움과 맞서며 그들의 믿음을 잃지 않는다.



이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다.


영화 시작부분과 비교해 너무도 달라진 주인공 고디의 모습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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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 믿음.. 이런 단어들을


이렇게 보여줄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찌보면 무척이나 남성적인 판타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아이에서 어른이 되는 과정은 이처럼 쉽지만은 않다.


그래도 힘들고 어렵기에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성숙.. 이라는 단어가


아직 정신적으로 어린이와 다를 바 없는 내게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


그래서 이 영화를 그렇게 다시 보고 싶어 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힘들고 지칠때 곁에 기대어 함께 나아갈 친구가 내게도 당신에게도 있었겠지만


그런 소중한 경험은 아마도 이 시기가 인생의 전부일지도 모른다.


어른이 된 이후 친구라는 것을 만들어 가기란 참 어려운 일이기에.



그 무엇에 기대고 싶어도 기대지 못하는 커버린 자들의 두려움과 외로움을


아마도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이전만큼의 감흥은 덜했지만


가끔 힘들때 만나는 친구처럼 다가올 영화가 바로 이 영화가 아닐까 싶다.



이젠 모두 각자의 길을 가고 있지만


언젠가 그들의 이름을 듣게 된다면


예전의 그 추억들을 서로 떠올리며 미소지을 수 있는


그런 친구가 문득 보고파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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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

어쨌거나 씹덕의 길로 접어든 것 같다

,

네이년 탈퇴 프로젝트 3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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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기간동안 한 번 읽어보리라 다짐하고 샀던 민음사판의 '백년의 고독',

닷새의 휴가 중 짬짬이 시간을 내어 다 읽게 되었다.


음..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일단 족보부터 틈틈이 확인하면서 보는 센스가 필요하다는거..



내용을 짧게 요약해본다면 호세 아르까디오 부엔디아가 사촌이자 부인인 우르술라와 함께 늪지대에 마꼰도라는 마을을 건설하면서 일어나는 6대에 걸친 부엔디아 가문의 흥망성쇠를 그린 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소설은 소설 초반 등장하는 집시 멜키아데스의 양피지에 적힌 예언대로 "가문 최초의 인간은 나무에 묶여 있고, 최후의 인간은 개미밥이 되고 만다" 라는 말과 같이 6대째에 이르러 돼지꼬리를 단 아이가 태어나고 그 아이가 죽고 마을은 회오리바람에 날리며 멸망의 길로 이르게 된다. 이러한 근원적인 불행의 단초는 근친상간이라는 인류가 가진 배덕의 본능에서 비롯되었는데, 이러한 근친상간은 부엔디아 집안이 가지고 있는 방탕함과 탐닉, 그리고 무정함과 자신으로의 침잠, 혹은 무모한 열정과 방탕함-아우렐리아노와 호세 아르까디오라는 이름이 가진 두가지 성향-들이 가진 각각의 단점(열성인자)들을 확대재생산하는 원인이 되었다고 보여진다.

결혼전부터 근친혼이 가져오는 '돼지꼬리'에 대한 공포에 사로잡힌 우르술라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들 대에서 이미 근친상간과 창녀를 통한 욕망의 분출이 이루어지고 고모와 조카간의 사랑(아마란따-아우렐리아노 호세), 아들의 어머니에 대한 욕망(아르까디오-삘라르 떼르네라) 그리고 부엔디아 가문에 돼지꼬리를 단 아이를 탄생시키게 되는 원인인 고모와 조카간의 관계(아우렐리아노-아마란따 우르술라)에 이르기 까지 숱한 근친상간에 대한 묘사는 라틴아메리카 전반에 당시 횡행했던 역사적 사실의 풍자이기도 하겠지만 인간이 태고적부터 가지고 있던 근원적인 금기이자 한편으로는 인류가 가진 욕망의 본모습을 작가가 부엔디아 집안에 투영한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그런 이유로 이 소설은 어찌보면 마꼰도로 국한되는 내용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조소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성적코드가 많이 드러나 있는 소설이기도 하지만 작가가 뿜어내는 위트와 과장된 표현은 상상을 초월한다. 열 일곱명의 여자를 만나 열 일곱의 아들을 가지고 모두 자손을 잇지 못하고 살해당한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의 자손들에 대한 설명, 마꼰도를 황폐화시킨 미국인 바나나 농장주들과 결탁한 군대가 들이닥쳐 파업을 하던 마꼰도 주민 삼천명을 총살하는 장면, 그리고 그 후 삼년간 끊임없이 비가 와 집안에 물고기와 도마뱀이 돌아다니는 장면 등은 가히 압권이라 할 수 있다.  

'마술적 사실주의'라 불리우는 마르케스의 이러한 표현양식은 신비롭고 허황되면서도 그 안에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면서 그러한 현실을 조롱하고 비판하고 있기에 더욱 그 힘이 크게 다가온다. 외부와 고립되어있던 콜롬비아 밀림속 마을이 문명화와 근대화라는 거센 바람을 맞게되면서  과거의 신비로운 자연의 섭리와 생명력, 인간 본연의 조화로움이 자리를 잃고 프랑스 창녀로 들어찬 매음굴과 투전판, 자유파와 공화파로 나뉘어 마을을 피바다로 만드는 지리한 내전, 마꼰도 주민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데 여념없는 미국인 바나나 농장주들의 등장과 이들의 잔혹한 학살현장들로 채워졌고, 끝내 그들에게 남은건 세월속에서 떠나버린 사람들과 생기를 잃고 폐허가 되어버린 마을의 잔상, 그리고 부엔디아 가문의 종말을 알리는 돼지꼬리를 단 아기의 탄생으로 종결되어버렸다.

문명, 그리고 그것을 안고 찾아든 자본주의라는 불청객이 인류역사를 어떤 식으로 피폐화 시키는지, 그리고 그러한 소용돌이 가운데서 그 모든 것을 지켜본 우르술라처럼 죽음의 마지막 순간까지 인류가 가진 도덕과 그 보편적인 원칙들을 지켜가고자 했던 이들의 존재에 대한 의미를 되새겨보게 한다.


라틴아메리카만의 토속성과 서양의 고대신화, 인류가 가진 집단무의식, 그리고 식민지 체제의 라틴아메리카의 현실이 두루 섞여 읽는 이로 하여금 수많은 생각을 하게끔 하는 소설이 바로 이 '백년동안의 고독'이다. 여기서의 고독은 단순히 '인간은 고독한 존재입니다' 가 아니라 인간이라는 존재가 만들어내는 사회와 제도속에서 결국 인간은 본연의 모습을 잃고 끝없이 금물고기를 만드는 아우렐리아노 대령처럼 자신만의 세계속에서 방황하게 되지만, 결국 그 것은 길고 긴 인류 역사에서 끊임없이 되풀이 될 수 밖에 없는 모두의 숙명인 것으로 작가는 묘사하고 있다.


문체가 상당히 유쾌하고 풍자적이지만 그 내부를 가로지르는 숙명적인 비감은 이 책을 쉽게 손에서 놓지 못하게 하는 큰 이유가 되었다. 게다가 근래 한미FTA로 논란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제3세계의 현실을 유추하게 하는 이 소설은 많은 울림을 가져다 주었다. 끝없는 욕망의 팽창과 인간성 파괴를 가져오는 약탈적 자본주의가 오늘날 '바나나 리퍼블릭'으로 불리우는 중남미의 현실을 만들어 주었다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은 무엇일지도 한번 다시 되물어볼 필요를 느끼게 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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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

어쨌거나 씹덕의 길로 접어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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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년 탈퇴 프로젝트는 계속된다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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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송~클릭하면 들으실수 있어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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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로 술을 배운건 고1때였고

스물아홉이 된 오늘날까지 10년 넘게 소주를 꾸준히 먹어왔던 것 같다.


뭐.. 그 결과물은 위염+십이지장궤양 뿐이지만

그래도 그 자리들마다 남겨진 추억 비스무레 한 것들이 있어

조금은 다행스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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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국민리큐르인 소주와 궁합이 잘 맞는 안주들을 찾아보고자 한다.


사실 맥주는 안주가 필요없는 술이지만

소주는 그 안주에 따라서 분위기가 급반전되는 경향이 있기에

이걸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법 하다.


혹시 이 포스트를 읽다가 추가할 것이 있음 리플 남겨주심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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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The ordinary can give us the greatest happiness
 
: 평범하지만 최상의 궁합을 자랑하는 안주들
 
 
널리 알려져 있지만 소주와 만나면 그야말로 최강의 위력을 발휘하는
정통파 안주들을 살펴보자.
 
 
 
 
 
 
 
 
1. 소주 + 삼겹살
 
이게 바로 대한민국 소주 끌리셰다.
 
삼겹살 대신 돼지갈비나 갈매기살 등의
각종 돼지고기 요리도 같은 계열에 속한다 하겠다.
 
불판위에서 지글대는 삼겹살을 뒤집어 가위로 먹음직한 크기로 잘라서
상추위에 쌈장을 발라 얹고 마늘, 실파등을 얹어 한쌈 싸먹고 나면
그 순간만은 지상낙원이 따로 없다.
 
소주 소비량이 가장 많고
그로인한 술판 음주사고도 가장많이 발생하는 유형으로
가격대비 만족도 최강의 막강조합.
 
 
 
 
 
2. 소주 + 소고기
 
일단 갈비살은 접근성 측면에서 1번에 속한다고 보고
여기서는 정통 소고기 종류를 생각해보기로 하자.
 
실례로 대x식당과 같은 쇠고기집에서
뜨거운 팬위에 등심을 얹어 살짝 익힌 다음
피가 채 가시지 않은 두툼한 고기를
소주와 함께 곁들인다면
그야말로 천상의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삼겹살 보다 훨씬 쾌감지수는 높지만
가격이 압박이 상당하기 때문에
긴 술자리를 갖기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는 조합
 
 
 
 
3. 소주 + 회
 
 
바다가 바라보이는 횟집이나 방파제라면 금상첨화이겠고
그게 아니라 노량진 수산시장에서라도
신선한 회 한점에 소주를 들이킨다면
 
어느새 테이블 가득 쌓여가는 빈 술병과 더불어
이상할정도로 취기가 오르지 않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막 잡아낸 싱싱한 회야말로
인간이 만들어낸 최상의 안주가 아닌가 싶다.
 
다만 가격의 압박이 만만치 않아
머릿수가 많아질수록 스끼다시에 연연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니
이럴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도 접할 수 있는
한치회나 막회, 또는 저가의 참치회를 추천해 본다.
 
 
 
 
4. 소주 + 개고기
 
 
수육, 전골.. 그 어떤 방식의 조리법이라도
소주와 최고의 궁합을 이루게 되는
그야말로 말이 필요없는 천상의 안주라 할 수 있겠다.
 
깻잎, 들깨, 된장이 개고기를 만나
천-지-인의 합일을 이루게 되는데
이는 그야말로 식도락의 한 극한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비싼 가격과 애견가들의 사회적 지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그렇게 열광하는 이유는
아마도 그 맛과 더불어
그리고 금지된 것에 대한 열망과 그 것이 가진 오랜 위약효과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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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2. The eatables: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
 
: 항상 친근하게 우리를 맞이하는 술안주들
 
 
앞서 살펴본 part1에서는 가장 널리 알려져 있고
때문에 약간의 금액부담이 있는 술안주들이었지만
이번 part2에서는 저렴하고 효과적인 술안주들을 찾아보자.
 
 
 
 
 
1. 소주 + 감자탕
 
격렬한 술판의 오프닝을 삼겹살로 시작했다면
대부분 2차는 감자탕집으로 연결된다.
 
얼큰하게 속을 풀어주는 국물과
뒤늦게 오는 이들의 배를 채워줄 수 있는 고기와 감자가 있기에
언제나 사랑받는 소주의 파트너가 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2. 소주 + 닭도리탕
 
술이 올라 얼굴이 불그스레 물든 친구를 끌고가
닭도리탕을 잘하는 집에 앉혀놓고
소주한잔에 시뻘건 국물과 양념이 잘 배인 닭고기를
한입 베어물면 또 그만한 맛이 없다.
 
개인적으로는 닭도리탕 보다는
종로6가에 널려져 있는 닭한마리집을 추천하는데
다대기를 푼 시뻘건 국물과 나중에 삶아먹는 국수의 맛이
그야말로 천하일품이라 할 수 있다.
 
소주에서 조류;가 차지할 수 있는 영역은
이정도가 가장 무난하다 할 수 있겠다.
 
 
 
 
3. 소주 + 부대찌개
 
소주에는 국물이 있는 안주가 최고이듯이
부대찌개 역시 그 특유의 이국적인 맛과 향으로 우리를 맞이한다.
 
시원한 육수국물과 라면사리, 그리고 햄쪼가리들이
2차의 회포를 풀기에 부족함이 없다.
 
보통 공기밥을 추가해서 라면사리와 먹게 되는데
배도 채우고 술도 먹을 수 있는 경제적 효과를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4. 소주 + 순대국/돼지국밥
 
부산/경남이 아닌 지역에서는 돼지국밥을 접하기 힘들기에
걍 비스무레한 레벨인 순대국으로 대체해보자.
 
반주의 절정이랄 수 있는 조합으로서
식사와 함께 기분좋게 취하기에 딱 좋은 메뉴다.
 
개운한 국물과 푸짐한 건더기가 소주를 부르고
들깨, 깻잎, 고추, 새우젓을 풀고 국물을 들이킬때 드는 기분은
내가 진정 배를 채우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다.
 
가격도 저렴하고 식사 및 안주로서도 전혀 손색이 없는,
 그야말로 진정한 민중의 벗;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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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3. The hottest ones
 
:불타는 위장을 즐겨라!
 
지독하게 매운 안주가 소주에는 더욱 잘 어울린다는 사실!
맵지만 그래서 잘 어울리는 안주들을 살펴보자.
 
 
 
 
 
 
1. 소주 + 돼지곱창
 
소곱창은 럭셔리 메뉴이므로 part1으로;;
 
매콤한 양념에다 볶아낸 돼지곱창은
소주 두어병은 바로 작살낼 정도로
엄청난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
 
그 쫄깃한 육질과 매운 양념의 조화는
그야말로 하늘이 내린 맛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껍데기까지 추가된다면 금상첨화이겠다.
 
 
 
2. 소주 + 낙지볶음
 
광화문 일대나 무교동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낚지볶음..
 
무식하게 매운 이 낙지볶음을 먹다 보면
어느새 위장 한 구석이 얼얼해져 옴을 느끼는데
 
본인 같은 경우는 예전에 낚지볶음에 소주를 먹고 나서
새벽 세시부터 속쓰림에 몸부림을 쳤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렇게 속쓰림에 시달리면서도 기어이 낙지볶음을 선택하던
그 무모한 집착은 낙지의 그 감칠맛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질겅질겅 씹히는 다리와 입안 가득 차는 육즙의 느낌은 지금도 생생한데
부실한 위장덕에 앞으로도 쉽게 도전하긴 힘들 것 같아 아쉽다.
 
 
 
 
 
 
3. 소주 + 아구찜/해물찜
 
이건 단가가 좀 되는 안주이긴 하나
그 파괴력은 PART1에서 언급된 수준과 맞먹는 위력을 보여준다.
 
단 잘하는 집을 찾아가야 후회가 없을 것이고
안주발 세우는 이들과는 동석을 금해야 한다는 것이 아쉽다.
 
녹말을 풀어 걸쭉하게 쪄진 아구찜 한점에 소주를 걸쳐주면
그야말로 대만족이라는 단어가 절로 나온다.
매콤함과 부드러움이 결합된 실로 개작살의 안주라 하겠다.
 
 
 
 
 
4. 소주 + 꼼장어
 
꼼장어는 그냥 구워 소금에 찍어먹는 것도 있겠으나
그래도 매운 양념을 발라 숯불에 구워먹는게 제맛이라고 여겨진다.
 
불길에 온몸이 뒤틀려 하얗게 삐져나오는 골수를 보면
인간이 참 잔인한 동물이라는 생각을 금치 못하게 되지만
그 꼬들꼬들한 육신을 어금니로 짓이겨 씹을 때의 느낌을 받을때면
악어의 눈물이라는 말이 왜 나오게 되었는지 알 법도 하다고 생각케 한다.
 
 
 
 
 
5. 소주 + 생선매운탕
 
개인적으로는 횟집 서더리탕 보다는
흙내나는 민물고기 매운탕을 더 좋아한다.
 
강에서 여러 잡어들을 잡아다가
강변에 솥을 걸어놓고 갖은 야채와 함께 끓이면
그 달짝지근하면서도 칼칼한 국물이
절로 소주잔을 비우게 만든다.
여름의 강변에서 느낄 수 있는 로망중 하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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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4. Vicious circle of poverty
 
:가난한 우리들을 위한 노래..
 
 
 
 
 
 
소주는 상황이 좋지 않을 때 더욱 빛을 발한다.
애인을 잃은 사람, 직장을 잃은 사람들이 양주병이나 맥주병을 들고 다닌다면
그 얼마나 같잖게 보일 것인가?
 
힘든 자의 곁에는 소주가 있고
힘들게 먹는 것만큼 가슴이 아파오는 것도 없다.
 
하지만 그렇게 먹는 술은 결국 그 사람을 더욱 힘들게 하기 때문에
이를 악순환이라 부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래도 술은 먹으라고 있는 것이고
그렇게라도 먹어야 하기위해서
 
그 곁엔 또다른 재야의 안주들이 존재한다.
 
 
 
 
 
 
 
 
 
1. 소주 + 짬뽕
 

순대국과 마찬가지로 식사겸 안주로 즐기는 대중적인 메뉴.

노가다판의 점심이나 고학생들의 식사에 반주로 즐겨 애용되며

해장의 효과가 탁월하고 가격도 저렴해 지금도 많이 찾고 있다.


그러나 국물이 식으면 그 효과가 급격히 떨어지는 단점이 있어

맥시멈 1병으로 그쳐야 하는 경우가 허다해 그 효율성 측면에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자극적인 짬뽕 보다는
녹말국물로 속을 편안히 가라앉힐 수 있는 울면을 강추하고 싶다.
 
 
 
 
 
2. 소주 + 떡볶이&순대

개인적으로 안좋은 추억이 많은 비추메뉴.

가격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나, 안주로서의 가치는 거의 제로에 가깝다.


간혹 쪽수는 많고 술은 고플때 수많은 입들을 제거하기 위해,

혹은 끼니와 술을 한번에 해결하려는 자취생들에 의해 종종 사용되기도 한다,

 
 
 
 
 

3. 소주 + 김밥


소싯적 배고플때 몇 번 시도해본 비추메뉴.

먼저 소주를 마시고 입안에 남은 술을 김밥의 향기로 제압하는 기술이다.

밥알사이로 스며들어 싸한 맛을 내는 소주의 향기에 전율하게 된다.


어르신들이 즐기던 반주의 실천이라고 할 수 있으나

비위가 약한자는 오바이트의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

 
비위가 상할 경우에는 서비스로 받는 단무지를 섭취해서
입안의 술기운을 씻어내는 것이 포인트.
 
 
 
 
 
 
4. 소주 + 스낵
 
군대가기 전만 해도 돈 1000원이면
소주 한병과 새우깡 하나를 사서 잔디밭에 앉아 소주를 즐길 수 있었다.
 
다만 이것은 안주로서의 효과는 전혀 없고
구강기에 있는 우리들의 심심한 입을 충족시켜주기 위한 하나의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단순히 허전한 입을 채워주기 위한 임시방편이지만
중고딩들이나 외로운 자취생, 그리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여러 사람들에게는
어쩌면 필수코스이기도 한 것이 이 소주 + 과자부스러기의 조합이다.
 
보통 이렇게 마시면서 줄담배 콤보가 따라들어가기 쉬운데,
이게 반복되면 폐빵꾸+위빵꾸 라는 재앙이 일어날 수 있으니 유의해야한다.
 
 
 
 
 
5. 소주 + 라면
 
이를 다른말로 일러 안구에 쓰나미가 이는 상황이라고도 하는데
술은 먹어야겠으나 경제적 여건이 받쳐주지 않는 슬픈 경우를 이른다.
 
1번에서 언급한 짬뽕과는 현격히 레벨을 달리하는 안타까운 상황으로
개인적으론 주로 오징어짬뽕이나 너구리를 즐겨 애용해왔다.(농심 알바 아님;)
 
앞서 언급한 짬뽕의 경우처럼 시간이 경과할수록 식어가는 국물에 따라
마시는 소주의 쓴 정도는 더욱 커져만 가는데
면을 빨리 건져먹고 담배를 한대 피운 다음
남은 국물로 소주잔을 비우는 방법이 가장 무난하다고 여겨진다.
 
다음날 아침 동반하는 강력한 속쓰림은 필수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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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5. Stairway to heaven
 
: 시공간 이동을 위한 안주 준비
 
 
 
part4에서 잠시 살펴보았던 안습 메뉴와는 또다른 차원에서
자칫하다가는 다른 시공간의 영역으로 이동할 수 있는
공포의 안주들도 찾아보자.
 
 
 
 
 
 
1. 소주 + 껌
 

방법은 소주를 한잔 마시고 입가심으로 껌을 씹은 후,

잠시 껌을 입술과 이빨사이로 숨겼다가;

소주를 다시 들이킨 뒤에 다시 꺼내서 씹는 것의 반복 되겠다.

 
그럴바엔 깡소주를 마시지 그러냐 하는 이들에게는
입이 무언가를 씹고 있다는 만족감 하나만으로도
오징어의 역할을 충분히 대신해줄 수 있다는 말을 전해주고자 한다.
 
 
 
 
 
2. 소주 + 담배
 
다른 세상으로 가는 지름길로서
필름절단효과 및 자동노숙매크로가 보너스로 장착된 조합이다.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때 이 콤비네이션을 사용하게 되며
주위에서 의외로 흔치않게 볼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대체로 매우 심각한 어려움으로 인하여
그저 모든걸 잊고 싶을 때 이 조합을 사용하며
담배는 니코틴 강도가 어느정도 되는 디스 이상급이 빠른 순간이동에 좋다.
 
소주 및 담배 둘다 위산 분비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기 때문에
위장빵꾸 및 폐빵꾸가 일어날 확률이 매우 높으며
아무리 힘들어도 되도록이면 사용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조합이다.
 
 
 
 
 
 
3. 소주 + 이물질
 
주로 중고딩때나 대학초년생들이 장난삼아
포카리스웨트 등의 이온음료를 타곤 하는 초기모델에서 출발하여
회식자리나 업소;에서 제작하는 폭탄주 모델로 귀결된다.
 
주로 빨리 취하기 위해 애용하고 있고
드물게 오십세주라는 명품도 탄생시키긴 했지만
대부분 비참한 결말을 초래하는 구성 되겠다.
 
개인적으로 먹을것 가지고 장난치는 인간들이 제일 싫더라.
 
 


사용자 삽입 이미지



 

 
 
 
PART6. Life is so peculiar
 
: 당신들의 특별한 생활의 지혜
 
남들이 쉽게 접하지 못하는 생활속의 발견,
안주의 세계에도 분명히 그것은 존재한다.
별것 아니지만 한번 찾아보자.
 
 
 
 
 
 

1. 소주 + 베스트원


의외의 럭셔리 안주.

베스트원 한통이면 소주 두 병 정도는 쉽게 아작낼 수 있고,

위벽을 보호하는 기능이 뛰어나다고 평가되고 있다.


다만 공공장소에서는 강한 쪽팔림을 유발하므로 될 수 있으면 방에서 즐기길 권한다.

또한 배에 인덕이 있다고 생각되는 분들은 자제를 요하는 메뉴.


유사품인 구구 크러스터 등은 뒷맛이 느끼하므로

되도록이면 산뜻한 베스트원 바닐라맛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비슷한 선택으로는 팥빙수+우유 안주가 있는데,

무더운 여름철 소주를 기피하는 이들에게 추천하는 지존메뉴에 속한다.





2. 소주 + 오뚜기스프


저렴한 가격으로 쉽게 집에서 조리할 수 있는 안주로서

쓰린 속을 부드럽게 감싸주는 편안함이 압권이다.


오뚜기 스프 하나로도 소주 두병은 너끈히 끝장낼 수 있는

숨겨진 지존급 안주 되겠다.





3. 소주 + 계란찜


집에서 가장 접하기 쉬운 안주거리가 계란이다.

계란 두개 정도를 깨서 밥통에 넣어 계란찜을 한 뒤 소주와 즐겨보면

편안한 속과 아울러 따스한 국물에 무척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제작이 편하지만 이 역시 식기전에 먹어야 한다는 단점이 있는 안주.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정말 아무짝에 쓰잘때기 없는 포스트였는데

걍 지 상황에 맞춰 지좆꼴리는데로 먹는게 최고라는 생각이 든다.

우울한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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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

어쨌거나 씹덕의 길로 접어든 것 같다

,

네이년 탈퇴 프로젝트의 일환;

예전에 썼던 글 중에서 펌

--------------

오늘 낮에 명보극장 근처를 지나는데

50은 족히 넘어보이는 거지 아저씨 하나가

어떤 점포 밖에 점심먹고 내놓은 것으로 보이는 신문지로 덮인 밥오봉을 붙들고

조심스럽게 갈치조림 찌끄러기를 먹고 있는 것을 보았다.


문득 비둘기가 생각났다.

자동차에 치여죽는 몇 안되는 날짐승이 되어버린,

인간이 그야말로 좆병신으로 전락시켜버린 불쌍한 생물인 비둘기 말이다.


야산에서 좆나게 푸드덕거리며 날아다니는 산비둘기와는 달리

이 도시의 비둘기들은 인간에 의해 길들여지고 또한 인간에 의해 버림받은

그런 눈물나는 비참함을 온몸 가득히 보여주는 생명체다.


도무지 성한데가 없이 잘려나가버린 발가락과

넋나간 퀭한 눈과 꼬질꼬질한 깃털,

자동차가 달려들어도 귀찮은 날개짓으로 일관하는 무기력함과

그리고 취객의 토사물과 종량제 봉투에 담긴 음식찌꺼기에도 부리질을 해대는

절박한 삶의 모습, 도망칠 수 없는 비참함까지 갖춘 이 도시의 비둘기들은

빌딩숲 사이의 음험한 그늘과도 같은 어두움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어찌보면 지금의 내 마음에 대한 투사일지도 모른다.


그 아저씨는 매콤한 양념에 푹 졸여진 갈치조림 안의 무쪼가리를 조심스레 집어먹고 있었다.

많이 짤텐데... 저걸 어떻게 먹고 있을까 라는 궁금증도 잠시,

새까만 손가락으로 무쪼가리와 반찬들을 연신 집어 입으로 가져가는 그의 모습에

그래도 생명을 이어가고자 하는 강한 의지가 느껴진 덕택에

나도 모르게 '아.. 시발..' 하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아무래도 그의 뒷모습이 비둘기와 닮아보였던 건 내 안쓰러운 상상력 덕분이었던 것 같다.

따지고 보면 인간들이란 똥파리들과 다를게 없다고 한 어느 시인의 말처럼

달면 삼키고 쓰면 내뱉는 인간들이 그 무엇보다도 잔혹하고 비정한 존재이기 때문이며

그 무시무시한 인간들 사이에서 도태되어버린 이들을 이르는 단어인

이른바 거지라 불리우는 이들은 인간이지만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잃어버린 이들이기에

더욱 슬프게 다가온다.


노동의 가치를 부정하고  현실에 빈대 붙는다며 저들을 비난하는 목소리들은 잠시 접은채로

단지 인간이 스스로의 인간존엄을 부정하고 살아가야 한다는 안타까움에

난 잠깐 멍해졌던 것 같다.


초가을 날씨는 뜨거웠고

명보극장 앞을 걸어가던 나는 문득 우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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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

어쨌거나 씹덕의 길로 접어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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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라운드

일기는메모장에 2008. 7. 1. 01:09
우석훈님 블로그에서..

... (전략)

신부님과 수녀님들이 촛불을 지키기 위해 시청에 나왔다.

87년 이후 최초의 대형 시국 미사이다. 그 시절, 수녀님만 보면 꼭 뒤로 붙으려고 했던 얄팍했던, 가투 시절의 기억이 난다.

카톨릭을 시작으로, 개신교, 불교의 기도회와 법회가 계속해서 잡혀있다.

물리력과 폭력으로 이 땅은 통치할 수 없는 땅이라는데도, 명박은 이 말을 이해를 못한다.

지난 백 년 동안 이 땅에 뿌리내린 카톨릭과 개신교, 그리고 '호국불교'라는 이름으로 국가를 지켜본 경험이 있는 불교, 그 안의 민주주의가 20년만에 다시 전면에 나선다.

힘으로는 안된다는데, 청와대는 어째 이리 힘을 숭상하느냐. 전또깡도 시국 미사에 못버텼다는데도 그러네.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 울다가 웃다가, 울다가 웃다가...

민의가 있고, 하늘의 뜻이 있다. 한국의 3대 종교가 드디어 전면에 나왔다. 전또깡을 밀어낸 그 오래 된 힘, 뿌리깊은 기운이 다 전면에 나섰다.

촛불, 두 번째 변곡점을 넘어간다. 그야말로 아리랑 고개 넘어가듯이, 굽이굽이, 꼬부랑 꼬부랑, 그렇게 전개된 것이 한국의 현대사이다.

정말로 지금 21세기, 새로운 한국 현대사를 우리가 쓰는 중이다.

(출처: 임시연습장 by retired)

http://retired.tistory.com/217





일끝나고 지난 주말과 오늘 벌어진 일들이 궁금해서
매일 피씨방에 출근중이다. (숙소에는 컴퓨터가 없다능;)

오늘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에서 시청에서 시국미사를 거행했단다.
10만의 시민들이 여기저기에서 모여 시청에서 남대문까지 함께 걸었다고 한다.
이 기사를 읽다가 갑자기 울컥; 정말 피씨방에서 울뻔했다;;

우석훈님 표현대로 다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두번째 변곡점을 향하는 것 같다.

술에 취한 토요일 저녁, 친구들과 마주 앉아
이젠 폭투가 일어나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거라며
그 무엇도 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해 공분했었고

어제 아는 형과 촛불집회와 그 미래에 대해 무척이나 비관적인 이야기들을 나누며 한숨을 내쉬었었는데
이제는 어쩌면 상황이 뒤바뀔 듯 하다.

오늘 신부'님' 수녀'님'들과 수많은 시민들은 청와대행 대신
불타버린 남대문을 향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소통자체를 거부한 청와대를 이제 시민들은 포기할 것 같다.
그 것은 이명박 정부에 대해 남았있던 일말의 기대에 대한 완전한 철회라고 보아도 마땅하리라.

시민들은 다시 비폭력 시위에 불을 당길 것이고
이어진 폭력사태를 견뎌낼
청와대와 한나라당, 조중동과 경찰의 십자포화에서도 견뎌낼
엄청난 힘을 얻게 되었다.

사람들을 희망에서 절망으로, 그리고 절망에서 희망으로 하루밤만에 바꾸어버리는
놀라운 사건들이 줄잇는 이 땅..
역시 다이내믹 코리아로구나;

마지막으로..
저는 종교는 없지만..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신부님, 수녀님들...



p.s)네이버 리플란은 언제부터 그지경이 된걸까? 이젠 더는 못갈 것 같다.
      귀찮더라도 검색은 구글, 리플은 다음, 뉴스는 신문사 사이트로 들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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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

어쨌거나 씹덕의 길로 접어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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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칸더v

일기는메모장에 2008. 6. 23. 01:18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음악은 메칸더v와 전혀 상관없는 마징가z임; ㅈㅅ;)


아주 어릴적 재밌게 보았던 만화 메칸더v가 생각난다.

이놈의 존재 자체가 조낸 캐조루;라서
1,2,3호기가 어렵게 합체해서 원자력 에너지를 돌리는 즉시
적의 인공위성에서 미사일이 자동으로 발사되기 때문에
날아오는 시간인 3분내에 모든 전투를 쇼부 봐야 하는
그야말로 엄청난 핸디캡을 안고 있는 로봇이라 하겠다.

그래도 메칸더는 운좋게 매번 폭발상황을 피해가다가
한번은 미사일에 정통으로 맞아 개작살이 나기도 한다;


어쩌면 이런 설정 때문에
예나 지금이나 '빨리빨리'를
직접 몸으로 배우고 실천하며 살아가고 있는 우리 한국의 어린이들에게
특히 뜨거운 호응을 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한편으로는 '청소하는데 딱 3분 준다. 30초는 자유시간이다' 라고 외치며 애들을 갈구던
군대 후임의 모습이 오버랩 되면서;

나도 모르게 세계평화를 지킨다는
이놈의 3분짜리 캐조루 로봇의 모습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사발면이 익을 시간 동안 메칸더는 세계평화를 위해 싸웠고
사람들은 잘 익은 사발면을 먹으며
그 사실을 잊고 다시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가곤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좀 달랐다.

그들은 먹어야 할 사발면을 팽개쳐놓고 거리로 향해 스스로 메칸더v가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3분이라는 시간을 넘어 그 저항의 시간은 이제 두달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스스로를 냄비근성이라 폄하해오던 우리들 스스로가 놀랄 수 밖에 없는 사건인 것이다.



언론에서 이제 촛불시위는 막바지라는 기사를 써대고 있다.
하늘이 저들에게 내리신 멋진 선물인 장마;와 총파업이라는 지루한 떡밥 덕에
그간 수세에 몰렸던 수구 언론들은 역공의 찬스를 잡은 듯 하다.

게다가 조중동과 청와대, 한나라당에서는 이제 우리 너네 원하는대로 미국한테 쇼부볼 것 다 봐줬으니
이제 다들 '촛불장난' 그만하고 꺼지라고 외치고 있다.

어휴.. 정말 답이 없는 놈들이다.


물론 지금처럼 소통자체가 불가능한 의회를 불신하고 거리에서 싸우는 방식을 통한
지금의 시민불복종운동과 같은 행위들이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는 일이고,
이는 장기적으로는 가뜩이나 좆같은 기존 정치체제를 완전 뇌사시킬까 걱정도 약간은 된다.

문제의 핵심은 제도권 정치세력을 어떻게 국민들의 뜻에 따르게끔 만들까 인데..
나와있는 답은 아직까지는 계속 싸우면서 다각적인 압박의 루트를 개척하는 것 뿐인 듯 하다.

얼마전 우석훈씨의 글처럼 지방의회부터 차근차근 표로서 심판하여
국민들의 무서움을 보여주자는 의견도 의미가 있고,
정당민주주의에서 해법을 찾길 바라던 최장집 교수의 발언 역시 한번쯤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 누구도 지난 한달여의 기간을 미완의 승리 혹은 절반의 패배 정도로 생각하지 아니할 것이다.
그 곳에 모인 이들은 포퓰리즘의 광풍에 흔들리는 좆병진들이 아니라
한 개인 개인 모두가 국가의 주인으로서 자리매김한 이들이었기 때문이1다.

열린 공간에서의 시민들의 응집력과 폭발력은 국민들의 의식을 변화시키게 되었고
이러한 일련의 사태들을 거치며 우리는 침묵하는 냉소자에서 참여하는 비판자로 변해갔다.

우리들의 촛불은 언젠가는 거리에서 조금씩 사라지겠지만
그 속에서 우리가 공유했던 생각들은
촛불이 아닌 화롯불처럼 사람들의 가슴속에 남아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걱정하는 '촛불 이후'에 대해서 나는 크게 부정적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 불은 언제고 촛불이 되고 횃불이 되어 사람들을 타오르게 할 수 있을테니까.

그리고 그 것은 'human resource'들을 쉽게 제어하고 통제하고 있으리라 생각하는 윗분들에게
정치적으로 큰 부담과 두려움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촛불시위는 격렬한 토론과 충돌, 혹은 신명나는 축제가 되기도 했고
우리는 그 안에서 시민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찾기위해
그렇게 다른 대안을 찾아 헤매었다.


조급해 하지 말고 조금 더 지켜보고 싸우고 고민해보자.
아직도 아무 것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게다가 아직도 우리가 변화를 주장하는 핵심인물인 찍찍이는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두려워해야 할 감시자'로서 우리의 권리와 의무를 되찾기 위해
앞으로 우리가 할 일은 별반 다를 것 없다고 본다.


이러한 우리의 이해와 요구(아ㅅㅂ; 이 단어 오랜만이다;;)를 받아안을 수 있는 제도의 변화
지금처럼 위태로운 형국에서 캐조루들의 집합체인 메칸더v의 불빛이 더 오래가길,
그리고 이 힘이 안정적으로 연착륙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를 만들 수 있길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처럼 좆밥도 뭔가 도움이 될 수 있길 간절히 기원하며
기성정치인들의 좆을 깎는 반성과 대안 수립을 촉구해 본다.

그것만을 위해서라도 우리는 각자 3분짜리 활동에 충실해야 할 것 같다.

각자 3분동안만 지구의 평화를 지켜줘도 4000만명이 같이 이어 해준다면
이 지구의 평화는 꾸준히 지켜지리라 확신한다;




p.s)전혀 상관없는 덧글..
얼마전 술자리에서 만난 후배는 민주노총 한총련 등의 '깃발부대'들을 지적하면서
그들이 지금껏 하지 못한 것을 민주시민들이 해냈다는 약간은 맹목적인 시민사회 예찬론을 펴고 있었는데
내가 그것을 한편으론 수긍하면서도 한편으론 왠지 씁쓸한 기분을 느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은 어찌하여 자신들의 투쟁이 가진 진정성을 사람들에게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던 것일까.
그리고 그 말들이 왜 내게는 '그들'이 이어온 저항의 불꽃에 대한 폄하의 의미로 느껴졌을까.
그리고 시민들 앞에서 그 무엇도 하지 못하고 따를 수 밖에 없었던 불쌍한 좌파들의 모습도 안타까웠다.
아.. 그냥 그랬다고.. 별로 의미있는 글은 아니니 신경쓰지 마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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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

어쨌거나 씹덕의 길로 접어든 것 같다

,

체력저하

일기는메모장에 2008. 6. 15. 02:29

요새 다시 2주간 하루도 못쉬고 일하고 있다.

오늘은 그 극한에 다다랐나보다.

주방장한테 두반장 그룻을 엎어버리는 등;; 끝없이 이어지는 실수와

그저 마냥 앉아서 쉬고 싶은 그 욕망과 싸우느라 너무도 힘든 하루였다.

첨엔 혼자서 씨발씨발 거리다 나중에는 지쳐서 욕도 안나오더라..;;

휴... 힘들다 힘들어...


여덟명이서 일하던 걸 다섯이서 일하자니 죽을 지경이다.

게다가 주말을 그렇게 쳐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다.

오늘 오백만원을 넘는 매출을 찍었다던데.. 두당 백만원정도의 역할은 한 셈일까?


어쨌거나...

누군가 내게 상급치유 한방과 더불어 소생좀 걸어줬음 좋겠다.

체력이 딸린다.

노가다로 연명해오던 천하의 정하윤이도 이제 많이 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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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씹덕의 길로 접어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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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뭐병

일기는메모장에 2008. 5. 30. 05:14
#1.  2mb


비즈니스 프렌들리 아륀쥐 씨이오 경제 대통령 쥐박스..

회사생활을 하면서 이런 양반들을 심심치 않게 접해보았다.


기업에서 성공하는 인간들 중의 한 부류로서

윗사람이 원하는 바를 기가 막히게 캐치할 수 있는 능력과 더불어

가시적인 실적에 집착하여 '보여주기식 영업'의 극한을 보여주는 이들이 그 예가 되겠다.

그 덕에 남의 공을 내 것으로 만드는 기술과
 
목표를 향해 끝없이 밀어부치는 기술 역시 기가 막힌다.


기업 역시 사람 사는 곳이기에 이런 이들은 언제나 승승장구하지만

그로 인해 그가 그 자리를 떠나고 나면 항상 그 뒤치닥거리에 시달리게 되는 경우가 잦다.


그가 말한대로 자신이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CEO라고 생각한다면

우리 국민들(주: 여기서는 종부세 안내는 98% 정도의 국민들을 말함)을

대한민국이라는 기업의 주주로 생각하는지, 소비자로 생각하는지,

혹은 하청업체 직원 정도로 생각하는지는 지금도 의문이다.


만약 그가 국민들을 을도 아닌 병, 정 쯤에 속하는 하청업체 나부랭이로 생각한다면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촛불시위는 그에게는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못할 것이고

그가 만에 하나 탄핵되어 물러나더라도 그는 그에게 벌어진 상황들을 결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그의 비즈니스 마인드;


어쩌다가 이런 양반을 모시고 이 나라의 운전대를 부탁하게 된 것일까.





#2. 시위. 그리고 30대


대학에 막 입학하면서 2박3일간 학교에서 열렸던 한총련 출범식에 참여했었던 내게

시위라는 것이 주는 공포감과 이념적 혼란은 이후 그들과 일정한 거리를 두게 된 하나의 이유가 되었다.


나를 포함한 97학번들과 그 전후 2학번 정도의 세대들은 이뭐병.. 한 존재들이었다.

학생운동에 대한 호의적 감정보다는 이미 저물어 가던 촌스럽고 유치한 그들만의 리그를 경멸했었고

머릿속에 들어있는 것도 없이 의식화에 대한 거부감만 강했다.

전역후엔 차가워진 사회의 공기를 느끼며 취업이라는 관문을 향해 급박하게 달리기만 했었던

80년대의 비장한 진정성도, 90년대 초중반의 젊은 감수성도 존재하지 않던

한마디로 골빈 세대였다.


그러다가 어느덧 서른이 넘어버린 지금,

중고등학생들의 촛불시위 참여를 보며 난 눈물이 날 정도로 부끄러워졌다.

그들은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내신과 입시에 쫓기는 자신의 처지를 돌아보지 않고

사회적 이슈에 대해 과감히 반기를 들었다.


지배이데올로기의 재생산의 장이 바로 학교라는 것,

그리고 한국사회에서 최초로 사회적 계급이 결정되는 것이 대학입시라는 것을 보았을 때,

이들이 손마다 촛불을 들 것을 선택한 것은 대학생들의 취업난과 비교하더라도

그에 결코 뒤지지 않는 가공할만한 압력을 이겨낸 것이라 생각한다.


혹시나 해서 몇 년만에 다니던 대학 홈피 게시판에 들어가보니

역시나 얼굴이 뜨거워져서 5분이상을 볼 수 없었다.

예전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그 곳은 속물근성이 춤을 추는 욕망의 장이었을 뿐 그 이상도 그 무엇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을 탓할 수 만은 없다.

그 시작은 바로 우리에서 부터 시작했기 때문이니까.



#3. 그리고...


소통은 다분히 철학적인 단어다.

하버마스는 자유로운 공론영역을 통한 이상적인 의사소통상황이 전제되어야 함을 이야기했다.

이명박이 사과문에서 국민과의 소통이 부족했다고 말하는 것 자체도 언어도단이다.

그는 소통의 의미 자체를 왜곡하고 있다.

 
어설프게 오늘 집회에 참여하면서 들었던 이런저런 생각들을 일행들과 나누게 되었다.

이회창 지지자;인 형이 시위에 참여했다는 것 자체가 스스로에게 충격이었다던 오늘의 기억은

아마도 훗날 내 자녀가 2008년을 궁금해 할 때

내 자신의 변명을 위해 남겨둘 면죄부 정도로 그칠지도 모르겠다.


잠도 안오고 오만가지 생각만 드는 새벽이다.

어쨌거나 이명박 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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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

어쨌거나 씹덕의 길로 접어든 것 같다

,

굳은살

일기는메모장에 2008. 5. 15. 01:23
요즘 발바닥에 굳은살이 심해서 고생중이다.
 
 
원래 군대 있을 때 발에 굳은살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요즘 하루종일 서서 움직이는 일을 해서인지 갑자기 그 정도가 심해지기 시작했다.
 
 
양쪽 발 모두, 발 앞꿈치의 좌, 우, 중앙 그리고 엄지발가락에 굳은살이 박혀서
 
걸을 때 마다 고통으로 하악;거리게 되는데 특히 앞꿈치 가운데가 아주 고통이 심하다.
 
칼로 굳은살을 도려내 보아도 이건 그때 뿐이니..
 
병원에 가서 증세를 물어보니 걸을 때의 문제라고 한다.
 
걸을 때 나는 체중을 주로 발 앞꿈치에 싣기 때문에 앞쪽에만 집중적으로 굳은살이 박힌 것이고
 
레이저로 지지면 되는데 그 부위가 나을 때 까지는 환부를 사용하지 말아야 재발을 안한다고 한다;;
 
이뭐..; 굳은살 땜에 드러누워 놀 수는 없기에; 그냥 커터칼로 자르고 약이나 바르고 다니는데 별 효과는 없다.
 
 
 
사람들마다 한두군데씩 굳은살이 박힌 곳이 있을 것 같다.
 
 
내 기억중 맨 처음 굳은 살이 박혔을 때는 초등학교 4,5학년때 쯤이 아니었나 싶다.
 
매일 숙제를 할 때 마다 연필을 잡은 손가락이 너무 아팠는데,
 
어느 순간부터 아프지가 않아서 보니 중지 첫번째 마디 옆구리에 굳은살이 박혀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초딩때는 그게 신기해서 이빨로 굳은살을 물어뜯어 떼어내고,
 
얇아진 피부에 아파하다가 또다시 굳은살이 박히는 과정을 반복하곤 했었다.
 
 
고딩때는 서클에서 기타를 치면서 왼손 끝에 굳은살이 생겼더랬다.
 
3년 내내 클래식 기타를 쳤었는데 연습하다 삑사리 내면 선배들한테 조낸 혼났기에
 
이를 악물고; 왼손의 힘을 주다보면 손가락 끝은 벌겋게 줄자국이 나있곤 했다.
 
그러다가 한두달 후 굳은살이 생기고 나니 뭔가 아티스트라도 된 양 뿌듯해 했던 기억도 난다.
 
놀고 먹던 대학때 까지는 여전히 그 굳은살을 갖고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다 풀려버렸다.  
 
 
군대에서는 오함마와 곡괭이, 낫 등을 매일같이 휘두르다 보니
 
손바닥과 손가락 연결부위쯤에 굳은살이 박혔었다.
 
그 자욱은 지금도 있는데, 제대후 지금까지 온갖 육체노동을 지속해 왔기 때문인 듯 하다.
 
 
그리고 지금의 내 손에는 오른손 검지손가락 첫마디에 굳은살이 있다.

거긴 칼과 살이 맞닿는 부위기 때문일 것이다.



가끔씩 사람들을 만나 악수를 하게 되면

나는 사람들이 주는 손의 느낌을 통해 그 사람을 연상해 본다.


개인적으로는 내가 그렇지 않아서 그런지

매끈매끈하고 부드러운 남자의 손과 만나게 되면 기분이 별로 좋지 않더라;;

그냥 나만의 편견이라 해두자;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그 어느 부분이라도 굳은살이 있을 것이고

그건 그 사람이 살아온 길을 어느 정도는 반영해 준다고 생각한다.



나는 오늘 하루도 알차게 살았을까.

굳은살이 박힌 만큼 그만큼 성숙했을까.


모든 배움과 관련된 것은 계단식으로 성장하는 것 같다.

파 두단 써는데도 30분을 붙잡고 늘어지던 내가 이제는 칼을 쉴 새없이 내리치며 쉽게 마무리를 짓고

지지리도 못잡던 면을 이제는 척척 빠른 속도로 담아내는 나를 보면서

배움을 얻기 위해서는 지독하게 힘들고 지겨운 시간을 반복하다가

그 것이 일정한 수위에 이르면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깨닫게 되는 것 같다.

이런게 돈오돈수 뭐 이런건가?;;


여튼... 굳은살 만큼의 가치를 가질 수 있는 내가 될 수 있길 간절히 바라면서...

공포스럽기까지 하던 가정의 달을 이제 절반을 보내고 났더니 조금은 자라났다는 생각도 든다. 히히..

내일도 보람찬 하루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해야겠다.

발아프다 ㅅ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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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

어쨌거나 씹덕의 길로 접어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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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간 하루도 못쉬었다.

배우는 건 많아 좋긴 한데 힘이 몹시 든다.


그나저나 문제는 모레 하루 쉬고 나서

다시 5월 한 달은 끝없이 일해야 할 것 같다는 것..

너무도 두려운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석가탄신일, 스승의 날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아악 ㅠㅠ


해야 될 건 많은데 시간이 없다 ㅠㅠ


오늘은 노동절...

조리장님이 얘기하더라.

여기서 같이 일하는 중국친구는 노예고

우리는 새경받고 일하는 머슴이라고..


단하루를 살아도 인간답게 살고 싶다던

노랫가사가 떠오르는 날이다.


아... 내일이면 집에 가서

따스한 아랫목에서 푸욱... 쉴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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忍忍忍

일기는메모장에 2008. 4. 16. 23:23

에구 조낸 힘들다 ㅠㅠ

월요일 블랙데이를 기점으로 해서

하루하루가 너무너무 빡세다 ㅠㅠ


요 근래 사람이 없어서 전표와 더불어 면판을 보게 된 덕분에

일은 많이 배우고 있지만 그만큼 해야 할 일은 더 많이 늘었다.


오늘 주방장 아재한테 조낸 욕을 먹었다.

'아 ㅅㅂ' '아 ㅅㅂ' 소리를 서너번 연속으로 들었는데

진짜 돌겠더만..


나 이 일한지 한달 됐어요.

첨이라 일 제대로 못하는건 아는데

ㅅㅂ 소리 듣는 건 진짜 아닌 것 같네요.


그래도 관둘 수는 없자나여;

참고 또 참아서 내 기술 배울 날까지 꾹 참고 달리렵니다.


여기는 길드;

도제형식의 운영시스템.

내 것 만들기 전 까지는 멍청하게 살지 않으렵니다.


언젠가는 나도

북경오리의 껍질을 술술 까고

동파육을 장난처럼 내놓고

친구들에게 술안주 하라며 팔보채와 유산슬을 휙 하고 던져줄 수 있는

그런 레벨이 될 수 있겠죠.


꾸준히 노력하면 말이죠.


휴...

열심히는 해요.

다만 아직까지 잘 못해서 그렇지;


그래도.. 언젠가는 다다를 거라는 희망으로

참고 참으며 달려보렵니다.


그 누구도 밟지 않는 새벽길~

세상은 그리 어두운 것만은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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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씹덕의 길로 접어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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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주말이었지만 나름대로 주말 분위기를 내보고자

혼자; 맥주를 두어잔 하고 간만에 피씨방에 왔다.


내 메모장은 수많은 메뉴들에 대한 암기사항들이 빽빽하다.

아직까지 개초보라는 증거다.


오늘은 주말이라 그런지 일이 많아 힘들었고

내가 센스가 좋지 못하니 연일 크고 작은 실수에 혼도 많이 나고 있다.

그래도 열흘이상 지나니 초반의 삽질러쉬에 비하면 많이 나아진 것 같긴 하다. ㅎㅎ

그래 첨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


이 길에 뛰어든 것 자체가 내 선택이고

나는 결과적으로 '술사'의 길을 걷기로 했으니

주위에 무슨 소리가 들려도 그저 못들은 척 대가리 콱 쳐박고

술사가 되기 전까지는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웃으며 견디리라 다짐해본다.


집에 도착한 책은 잘 있을까?

항상 긍정적으로, 배우는 입장에서 노력한다면

노력의 결과는 그리 멀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난 매일 배운다.

내일도 한번 더 달려보자. 힘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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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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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만 화백의 '식객'. 간만에 돈주고 사모으고 있는 소중한 만화다.
19권까지 3,7,13,14권이 빠졌으니까 지금가지 15권을 샀구나..ㅎㅎ

위에 올린 사진은 만화에서 크게 감동을 했던 부분이었기도 했지만
작년 가을 개봉했던 동명 영화에서 대박 실망한 부분이기도 했다. 눈물의 비전지탕 좆;
향후 나올 후편은 허영만 화백이 직접 시나리오를 쓴다고 하니 한번 기대를 해봐야겠다.

여튼 육개장... 반주하기 딱 좋은 국 아닌가... 크...
다음에 월급타면 양지머리 사다가 집에서 한번 육개장을 끓여먹어야겠다.
그간 고기를 살 일이 있었어야 말이지 원...

입 짧은 우리집 남자들이 고기를 그닥 좋아하지 않아서
한달에 끽해야 한두번 정도만 집에서 고기를 요리해 먹었었다.
실례로 내가 집에서 삼겹살을 구워먹은 건 1년도 더 되었을 것이다.

예전에 초등학교 졸업할 때 까지만 해도 김밥에 들어간 햄의 냄새와 맛이 너무 느끼해서
속이 메슥거려 밥을 제대로 못먹었던 적도 있었으니
지금 곱창이나 개고기나 가리지 않고 잘 먹어대는 내가 참 대견할 뿐이다.


예전 일하던 회사에서는 일하는 아주머니들을 위해 계절마다 대규모로 간식거리가 나왔다.
봄에 계란, 여름에는 수박, 가을에는 고구마, 겨울에는 우족 뭐 이런식이었는데,
기본적으로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음식들에 조금의 흥미를 가지면
충분히 다양하게 변화를 시킬 수 있는 것들이었다.

봄에는 두 점포사람들이 먹을 50인분 정도 분량의 초장을 직접 만들어 골뱅이소면류의 비빔국수를 해먹었었고
여름에는 수박을 이용한 화채를, 가을에는 고구마로 맛탕을,
그리고 지난 겨울에는 우족으로 우족탕을, 그리고 같이 들어왔던 사태로는 육개장을 해먹었었다.

가장 반응이 좋았던 것은 비빔국수였는데,
예전 일식집에서 일했던 기억을 살려 초장을 만들어 하루동안 숙성시키고;
상추,양배추,깻잎,고추,양파 등등의 갖은 야채를 넣어 국수를 비벼 만들었다.

솔직히 비빔국수맛은 양념장의 맛이 절대적이지만
야채가 푸짐하게 들어갈수록 맛있는 건 당연한 것이었으니..
게다가 골뱅이도 썰어넣어 씹는 맛을 더했더니 무척 좋아들 하시더라.


평소에는 퇴근시간을 앞두고 고생한 아주머니들을 위해서
주로 물오징어를 데쳐서 소주를 한잔씩 하곤 했다.

가장 자주 해먹었던 것은 파전이었다.
파와 감자와 밀가루만 있으면 그 어떤 전으로도 변형이 가능했었다.

나도 피곤하고 그분들도 피곤한 하루였지만
이렇게 한잔씩 마시며 하루의 피로를 풀곤 하던 기억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지난 겨울에는 육개장을 만들어 먹었었다.
숙주와 고사리, 토란대와 우거지 등 각종 야채를 데치고
결대로 찢은 사태에 갖은 양념을 해 섞은 다음 고추기름을 넣고 끓여낸 육개장은

내 스스로도 만드는 기분이 좋았고 먹는 그분들도 행복해 했었다.



다른건 잘 모르겠다.
내가 가려고 하는 이 길이 힘들고 어렵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내가 이렇게 그 과정에서 행복해 할 수 있고
누군가가 나의 음식에 지불한 돈만큼의 행복을 얻을 수 있다면
그만큼 멋진 삶이 어디에 있겠는가.

멋지게, 그리고 행복하게 살거다. 누가 뭐라고 해도 당당할 수 있도록.


내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날 수 있도록
내가 만든 음식의 맛을 잊지 못하는 이들이 생겨날 수 있도록
내가 만든 요리에서 지불한 가격 이상의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그렇게 살고 싶다.

아직은 갈길이 멀지만
힘을 내자.
자신을 가지고.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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